25.한반도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2.북한탐구

어쩌다 북한학

동방박사님 2021. 12. 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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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북한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가깝고도 먼 나라’는 흔히 일본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는 북한에 더 적합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일은 여전히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더욱이 분단 이후 70년 지난 지금 통일이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북한학이 과연 쓸모가 있는가’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학이 과연 통일만을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두 명의 저자, 오주연과 이나영은 북한학을 가르치거나 배운 선후배를 찾아가 “북한학은 무엇입니까?” “북한학은 학문이 될 수 있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일선에서 북한학을 이끌어 온 사람들과 북한학을 현장에 활용하는 실무자들, 북한학의 신진연구자들과 북한학과 학부 졸업생들을 만나 북한학의 역할과 과제를 들으며 북한학은 무엇인지 그려본다.

목차

들어가며

1. 북한학의 시작을 묻다 - 최완규

시대의 아들, 북한학 | 북한학, 민족과 지역 사이에서 | 북한을 타자화하는 것을 넘어서 |
북한학의 변화와 미래

2. 북한학의 소명을 묻다 - 박순성

북한학은 지역학인가 | 동국대 북한학과를 지키는 사람들 | 북한학 하기의 어려움 |
북한학 연구자와 실무자, 그 경계에서 | 북한학은 정체상태? | '별종' 북한학자의 역할 |
결국에는 자기주체성 | 북한학을 하는 각자만의 역할

3. 북한학의 미래를 묻다 - 윤보영

북한학에 진학하는 마음 | 북한 텍스트를 읽어낸다는 것 | 현장의 경험은 훌륭한 연구 자산 |
북한학자라는 책임감 | 북한이탈주민연구의 윤리성 | 북한학 중간 세대의 마음가짐

4. 북한학의 과제를 묻다 - 이관형

조선대학교 북한학과 1회 입학생 | 탈북민에게서 북한을 배우다 | 북한 마약 연구를 시작하다 |
연구자이자 실무자로 살다 |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북한 인권 문제 |
데이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북한연구 | 국내 연구자들이여 해외로 진출하라 | 연구로 기여하고 싶은 일

5. 북한학의 쓸모를 묻다 - 김현경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 북한의 특수성을 천착하는 것이 북한학이 아니다 |
북한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 북한전문가의 기본은 업데이트 | 눈치와 호기심 |
북한정보를 가공하는 새로운 방식

6. 북한학의 현장을 묻다 - 엄주현

어쩌다가 들어선 교류협력사업 |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에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로 |
대북제재 상황에서 교류협력사업을 한다는 것 |변화하는 북한, 변화해야 하는 교류협력사업 |
연구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법 | 연구하는 활동가가 나아가야 할 길

7. 북한학의 위기를 묻다 - 김성경

하나원과 북중접경지역 | 북한이탈주민연구와 북한학 | 지금 여기의 문제에 답하려는 학문 |
질문하는 북한학을 위해 | 북한을 연구하는 마음 | 북한학의 과제와 미래 |
북한학의 외연을 넓히는 연구자의 역할

8. 〔좌담〕 북한학의 변화를 말하다 - 박영민, 송채린, 오주연, 이나영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은, 북한학과를 선택하는 이유 |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 | 북한학과의 존재 이유는 자봉단?!

1부 북한학의 존재에 대하여
북한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 | 북한학이 학부에 있는 이유 | 민족 문제와 북한학의 관계 |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북한이라는 렌즈 | 북한학이 만들어 내야 하는 공론장

2부 하이브리드 북한학
북한학과, 페미니즘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응하다 |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어려움 |
북한학이 여성학에서 배울 수 있는 점 | 북한학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평화학 |
북한학, 부디 시대의 흐름을 읽어주세요

나가며
 

저자 소개

저 : 이나영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사라진 한 진보정당의 활동가로 잠시 일하다 북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북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후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진학, 북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배운 만큼 실천하는 지식인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나 연구의 길로 깊숙이 들어서기에는 썩 부지런하지 않아 배운 지식을 로컬 공동체로 확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출판사 힐데와소피와 함께 북한학 전문서점이자 로컬 지향의 동네서점인 이나영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저 : 오주연
 
1988년 서귀포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독재자 경향이 있으나 친구들과는 잘 지낸다는 말이 적혀 있다.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가진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지속적인 갈등 현상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교로 가서 갈등해결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로 배운 지식과 방법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싶어 시민단체와 비영리기관을 거쳤고, 현재는 출판사 힐데와소피를 운영하고 있다.
 

책 속으로

북한 경제의 독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경제를 전공하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학적 이론 배경이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북한학 박사’라는 게 뭘까요? 그냥 ‘정치학 박사 북한 정치 전공’ 이것이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학문의 분류체계로 북한학을 보면 다소 애매모호한 논쟁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죠.
--- p.27

저는 사회학, 인류학, 여성학의 학문 분과를 개척한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고독했는지 생각해요. 북한학과가 1994년도에 처음 생겼으니 이제 27년 차란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북한학은 지금 한창 루키지요. 학문으로 영역을 넓혀야 할 역할은 이제 우리에게 있는 거죠. 우리 세대에게 있는 거예요.
--- p.96-97

현재 상황의 반대급부로 해외 시장에 파고들면 좋겠어요. 국내 북한연구자들은 한국이라는 플랫폼 안에서만 있으려고 해요. 해외 연구자들의 플랫폼을 통해서도 나아가면 좋겠어요. 저보다 후배 세대 들이 외국어도 훨씬 잘하잖아요.
--- p.146

오래 했기 때문에 데이터는 많이 쌓였지만 맥락 없이 쌓여 있었죠. 말하자면 구슬 서 말이 있었고 북한학 공부를 하면서 구슬 서 말을 꿰게 된 거죠. 새로운 퍼즐 조각을 추가로 발견했다기보다는 흩어졌던 퍼즐의 조각을 맞춘 느낌이 랄까요? 혹은 완성된 그림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었는데 그 조각을 다른 곳으로 옮기니까 그림이 제대로 맞춰지는 느낌이랄까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 p.157

개발협력의 기본 전제는 지원 받는 대상의 입장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북교류협력사업도 개발협력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사례에요.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이 더 폭력이죠. 그럼에도 대북교류협력사업은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되는 것이 현실이죠.
--- p.212

미국에서 가장 첨예한 이념의 지점은 누가 봐도 인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에요. 노동, 복지 등의 문제도 결국 분단과 얽혀 있어요. 그만큼 깊숙한 사회적 모순인데, 그 모순을 파고들어가는 좋은 연구가 없다는 것은 한국 사회학의 책임 방기라고 생각해요.
--- p.231

북한학이 시대를 읽어야 해요. 당연히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지만 지금 시민들이 진짜 바라는 것들이 무엇인지, 지금의 시민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않으면 북한학은 당위로서 존재하기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북한학은 실천 학문이기 때문에 시대와 교류하는 자세가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p.316
 

출판사 리뷰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북한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가깝고도 먼 나라’는 흔히 일본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는 북한에 더 적합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일은 여전히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더욱이 분단 이후 70년 지난 지금 통일이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북한학이 과연 쓸모가 있는가’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학이 과연 통일만을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두 명의 저자, 오주연과 이나영은 북한학을 가르치거나 배운 선후배를 찾아가 “북한학은 무엇입니까?” “북한학은 학문이 될 수 있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일선에서 북한학을 이끌어 온 사람들과 북한학을 현장에 활용하는 실무자들, 북한학의 신진연구자들과 북한학과 학부 졸업생들을 만나 북한학의 역할과 과제를 들으며 북한학은 무엇인지 그려본다.

북한학과엔 북한학자가 없다?
북한‘연구’와 북한‘학’의 사이에서


1990년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로 냉전이 끝나고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여러 국내 대학에서 북한학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이 생겼다. 자연스레 북한학을 전공하여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이후 북한학도 학문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북한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속 시원히 대답하기 어려웠던 이나영과 오주연은 어느 날, 12명의 사회학자에게 사회학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인터뷰집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를 읽고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도 직접 북한학자 혹은 북한연구자에게 “북한학은 무엇입니까?” 물어보면서 답을 찾기로 한다.

정치학자로서 북한 연구를 시작한 최완규 원장은 엄밀히 따지면 북한학은 북한연구로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북한연구는 학문이라 하기엔 독자적인 연구대상과 관점이 부족하므로 결국 정치학과 사회학 등 다른 분과학문에서 이론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전체 학위 과정을 마친 윤보영 박사는 생긴지 30년이 채 되지 않은 북한학을 아직 학문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여러 학교의 북한학과를 경험한 이관형 사무국장은 ‘북한을 알자’는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한 북한학이 그만의 효용성을 계속 입증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 말한다.

“북한학은 학문일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9명의 인터뷰이 모두 북한학이 단일 분과학문으로서의 체계와 이론을 가지기에는 아직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실천으로서의 북한학과 지역학(area studies)의 한 범주로서의 북한학의 가능성과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북한학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역할


남북이 서로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부르지 못하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적대적 감정을 딛고 북한을 이해해야만 하는 현실은 북한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김현경 소장은 북한 사회가 다른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곳이 아니라 매순간 변화하는 하나의 생물이라 말한다. 북한을 알기 이전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김현경 소장의 이야기는 북한이 정체되어 있거나 고립되어 있다는 일반의 편견을 벗어나는 방법이 된다. 남북교류현장에서 일하는 엄주현 사무처장도 북한을 단편적으로 보는 일선의 시선을 경계한다. 북한 사람들과 만나며 북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질문을 던지고, 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그의 노력은 북한학이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시사한다.

박순성 교수와 김성경 교수는 어느새 분단이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된 우리 사회를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회 문제, 민족 문제, 평화 문제를 고민한다고 하면 별종 취급을 받는 오늘의 현실에서, 북한연구자에게는 한반도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유하고 실천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통일이 목표가 아닌 북한학을 상상하다
북한학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그렇다면 분단체제를 극복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과연 ‘통일’이기만 할까? 마지막 장은 북한학과를 졸업한 박영민, 송채린과 인터뷰어들이 북한학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MZ세대인 네 사람은 통일에 대한 민족 당위성의 호소력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민족의 실체를 인정하지만, 민족이 통일이나 국가적 목표에 동원되는 방식에는 저마다 다른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학계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정부 주도의 통일 논의를 넘어선, 남북관계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가능한 공론장은 아닐지 이야기한다.

한편 네 사람이 각각 마주쳐 온 페미니즘과 평화학은 학제 간 연구로 외연을 확장해 온 북한학의 새로운 외연을 보여준다. 실천학문으로서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북한학, 페미니즘, 평화학 세 영역이 어떻게 융합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네 사람의 좌담에서 그 방향성을 짐작해본다.

북한이 궁금한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북한연구의 입문서이자 심화서 역할을 하는 어쩌다가 북한학


대부분의 북한학과는 2000년대 많은 학과가 통폐합되는 시기에 사라졌고, 학부 과정으로는 유일하게 동국대학교 북한학과만 남았다. 북한학이 설 자리가 갈수록 작아져만 가지만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북한을 알고 싶은 ‘별종’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이 궁금한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현장(북한학계, 언론, 대북 관련 단체, 대학)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을 추천한다. 북한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는 북한 관련 현장이 어떠한지에 대해 알려주는 입문서이자, 오랫동안 북한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고민을 던지는 심화서가 되어 줄 것이다.
 

추천평

‘북한학’이 뭔지 궁금해서 들어왔다면 출구에는 ‘나 자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분단’이 우리 사회에 그려놓은 무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어쩌다가 마주쳤다면 놓치지 말자.
- 박소혜 (북한학 박사)

과연 우리의 소원이 앞으로도 계속 통일이어야 할까? 북한을 전공으로 삼은 사람들의 선을 넘나드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MZ세대를 위한 북한학 돋보기로 손색없는 책이다.
- 배정민 (북한학 박사, 《아들로 산다는 건 아빠로 산다는 건》 저자)

북한학에 대한 고민과 성찰, 미래에 대한 상상을 다양하게 담았다. 깊이와 재미를 모두 갖추었다. 솔직하고 담백한 인터뷰가 돋보인다. 다음 학기에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해야겠다.
- 이연재 (북한학 박사, 경북대학교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