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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 공화국 최상의 상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동방박사님 2021. 12.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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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현재 논의되는 이상국가의 기본 틀을 이미 500년 전에 제시하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인 토머스 모어의 신념과 사상이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로서의 파격적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수작, 『유토피아』가 현대지성 클래식 33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절대왕정의 시대를 살면서도 ‘공화국’을 이상국가로 제시했는데, 당시까지의 이상향에 관한 모든 사상과 철학적 논의를 한데 모았고, 이상국가 시민의 의식주와 경제활동, 정치·사회 생활 등 세밀한 부분까지 눈앞에서 그림을 그리듯 묘사했다.

토머스 모어가 살았던 시대에 영국은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을 거치며 무법천지가 되어버렸다. 숲에는 도적 떼가 몰려 있었고 상인들은 무사를 고용해야만 했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농민이 몰락하고 런던의 인구는 폭발하여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모어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런 범죄자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저자가 16세기에 언급한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정책, 경제적 평등과 같은 여러 급진적 사상은 후대에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으로 연결되었으며, 21세기인 지금도 활발히 논의될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제시한 최상의 공화국을 철학적 담론이 아닌, 하나의 실제 모델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라는 주제를 인문주의자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소설로 풀어낸 이 책은 이 시대의 이상향을 꿈꾸는 독자의 사유에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목차

서문 | 토머스 모어가 페터 힐레스에게 보낸 서신

제1권

제2권

1. 유토피아 섬
2. 유토피아의 도시들, 특히 아마우로스
3. 관리들
4. 직업
5. 사회 조직
6. 여행
7. 생산물의 공평한 분배
8. 양육과 학문
9. 노예
10. 전쟁
11. 종교
12. 유토피아 공화국을 칭송함

서신과 시

토머스 모어가 페터 힐레스에게
에라스무스가 요한 프로벤에게
기욤 뷔데가 토머스 럽셋에게
아네몰리오스의 단시
페터 힐레스가 히에로니무스 부스리디우스에게
히에로니무스 부스리디우스가 토머스 모어에게
헤라르트 홀덴하우버의 시
베아투스 레나누스가 피르크하이머에게
데마레가 페터 힐레스에게
데마레의 시
유토피아어 알파벳
코르넬리우스 데 슈레이버가 독자에게

용어 해설
해제
연표
 
 

저자 소개

저 : 토머스 모어 (Thomas More)
 
영국의 대법관이자 인문주의자이며 주저인 『유토피아Utopia』로 인해 유토피아 사상의 창시자로 평가고 있는 인물이다. 1478년 2월 6일 런던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나 성 앤서니 학교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학교를 중퇴한 후 링컨 법학원에서 공부했다. 1501년 정식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법률가로서의 직업에 충실하면서도 신학, 철학, 예술,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는...

역 :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대학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비블리카 아카데미아에서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등 고전어를 수학하였다. 번역 사역에 헌신하며 수많은 책을 번역하였는데, 대표적인 역서로는 〈칼빈 주석〉 〈매튜 헨리 주석〉 〈스펄전 설교 전집〉(이상 크리스천다이제스트), 《변증신학 강요 1》 《이론과 실천 신학 1》(이상 부흥과개혁사) 등...
 

책 속으로

앞에서 나는 그들이 단지 하루에 여섯 시간만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노동 시간이 짧으면 그 나라에는 생필품 공급이 틀림없이 부족하리라고 두 분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여섯 시간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모든 생필품은 물론,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온갖 물건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런 것을 충분히 생산해내고도 시간이 남아돕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수가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먹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의 모든 여자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여자들이 일하는 집에서는 거의 대부분 남자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드르렁 코를 골며 낮잠 자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음으로는 성직자들, 이른바 종교인이라는 아주 많은 수의 무리가 아무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며 살아갑니다. 또한, 모든 부자들, 특히 신사와 귀족이라 불리는 대지주가 있고, 그들이 거느리는 하인과 온갖 악의 소굴인 저 불한당 같은 가신들이 있습니다. 끝으로 실제로는 아주 건강하고 튼튼한데도 일하지 않고 빌어먹고 살려고 병자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거지들이 거기 추가됩니다. 이렇게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숫자를 다 더하면, 두 분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을 비롯한 모든 물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노동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실제로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생필품을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소수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곳에서는, 오로지 사람들의 사치스럽고 방종한 삶을 충족할 뿐 실제로는 아무짝에도 쓸데없고 헛된 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이 거기 종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p.116~117

반면에 유토피아 사람들이 거주하는 모든 집은 이미 국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지어 공급했기 때문에, 새 부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집 보수와 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집수리 담당자는 자신이 맡은 구역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길지를 예측해서 미리 예방 작업을 해놓아 나중에 문제가 생겨 수리하는 일을 최소화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수리에 최소한의 노동력이 투입되는데도, 수명은 아주 오래 갑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맡은 노동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어서,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즉시 사용하려고 집에서 미리미리 목재와 석재를 다듬어 놓습니다.
--- p.119~120

앞에서 나는 모든 도시에서 해마다 3명의 대표를 아마우로스에서 개최되는 국가회의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각 도시가 생산한 물자 중에서 어떤 것이 남아돌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를 파악한 후, 그 즉시 각 도시의 잉여 생산물을 그 물자가 부족한 도시로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잉여 물자를 다른 도시에 보냈다고 해서 그 대가로 다른 것을 받지는 않습니다. 각 도시는 자신의 잉여 생산물을 다른 도시에 무상으로 주고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지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다른 물자를 다른 도시에게서 무상으로 받으므로, 결국은 모든 도시가 서로 혜택을 입어, 다 공평하게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유토피아 섬 전체가 하나의 가족과 같습니다.
--- p.132

하지만 유토피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논의하고, 행복이 어느 것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를 논의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들은 쾌락설로 상당히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인간의 행복은 전적으로 쾌락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쾌락이라고 봅니다.
--- p.144

유토피아에는 극소수의 법만 존재합니다. 그 나라가 시행하는 제도 아래에서는 극소수의 법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유토피아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보는 가장 심각한 결점 중 하나는, 거기에는 법도 무수히 많고 그 법을 해석한 책도 무수히 많은데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법과 법률 서적으로도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많아서 다 읽을 수도 없고 그 뜻이 모호해서 이해할 수도 없는 법을 제정해서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나라에는 법에 대한 지식을 악용해 소송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그런 변호사가 없습니다. 소송 당사자가 자기 사건에 대한 변론을 직접 맡아서, 그 진실을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 앞에서 진술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p.176
 

출판사 리뷰

이상향에 관한 모든 사상과 실천적 논의의 출발점

죽은 다음에 꿈꾸는 행복한 나라, 즉 내세의 이상향이 아니라 철저히 현세의 이상국가를 본격적으로 제시한 인물은 플라톤이었다. 그는 『국가』에서 철학자가 통치하는 공화국을 이상국가로 소개하면서 ‘재산의 공유’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한 나라의 대법관이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였던 토머스 모어는 이 책 『유토피아』에서 플라톤이 제시한 공화국을 철학적인 담론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모델로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당시 영국과 유럽 사회가 앓고 있던 온갖 사회문제가 해결된 모습을 그리면서, 그런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필요한 이상국가의 기본 틀을 세웠다.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을 거치면서 16세기 영국에서 살아가는 백성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거리에는 거지와 도적 떼가 넘쳐났다. 또한 봉건사회에서 시민사회로 이행하던 과도기에 나타난 절대왕정 아래에서는 가혹한 법률이 제정되고 엄격하게 집행되었다. 양모 가격은 폭등하여 지주들이 목초지를 급격히 늘리는 바람에 대규모로 몰락한 농민들은 도시로 내쫓긴다(“인클로저 운동”). 시대적으로는 종교개혁과 르네상스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당시까지의 이상향에 관한 사상과 철학적 논의를 한데 모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고 사유해야 하는 책으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자본주의 체계의 한계와 극심한 모순 가운데 포스트-자본주의 사회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지금 읽더라도 생생하게 적용점을 찾을 수 있는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가 16세기에 언급한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정책, 경제적 평등과 같은 여러 급진적 사상은 21세기인 지금 그 도입을 활발히 논의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다.

이 시대에 논의되는 복지국가의 틀을 500년 전에 제시하다

유토피아 제1권은 제2권에서 본격적으로 설명될 최상의 공화국인 유토피아라는 섬나라를 소개하기 위한 도입부 역할을 한다. 즉, 여기에서 유토피아라는 이상국가를 소개하는 동기나 목적을 밝히는데, 그 직접적인 동기는 당시 영국에 만연되어 있던 불의, 그러니까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대중은 먹고살기도 힘들어 물건을 훔치다가 사형을 당하는데 반해, 공공의 이익에 전혀 봉사하지 않는 귀족과 지주는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현실 때문이었다. 토머스 모어는 이 모든 사회악이 결국 근본적으로는 사유재산 제도에 있다고 단언하고, 제2권에서 사유재산 제도가 폐지된 나라가 어떤 모습일지를 유토피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제시한다.

제2권은 라파엘이 유토피아라는 나라의 제도와 관습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유토피아는 원래 섬이 아니었지만, 그곳을 정복해서 나라를 세운 유토포스라는 장군이 양쪽 모퉁이에 15마일 너비의 수로를 파내 섬이 되었다. 이곳 시민은 하루에 오직 6시간만 일을 하며, 여가는 재량껏 사용한다. 원하는 직업으로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만 일함으로써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소득 개념을 최초로 소개하였다. 동트기 전에 공공 강좌들이 여럿 개설되는데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배울 수 있다. 유토피아는 국가의 철저한 주도로 정원이 딸린 집을 모든 시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한다(공공주택). 공공의 필요가 모두 충족되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정신의 자유를 추구하고 계발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 병원을 아주 크고 넉넉하게 지어 공공의료 체계를 완벽히 갖추어놓았고, 2년 치 물자를 준비해두어 가뭄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했다. 집에서 가까운 관청에서는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 이 나라는 ‘경제적 불평등’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며, ‘참된 쾌락’을 추구하도록 서로 격려한다. 유토피아에서는 극소수의 법만 존재하고, 따라서 변호사가 필요 없다.

디스토피아에서 살며 유토피아를 꿈꾸다

현대지성 클래식 33권으로 소개하는 『유토피아』는 라틴어?원문을?텍스트로?삼아 번역했으며, 에라스무스가 추가한 난외주 및 184개에 달하는 역자의 상세한 각주와 친절한 해제를 통해 작품의 배경과 디테일한 부분까지 독자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토머스 모어는 당시 온갖 사회악의 근본 원인이 사유재산에 있으며,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유재산 제도를 폐기하고 공동 생산과 공동소유를 통해 정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즉, 사유재산 제도가 사라진 곳에서는 인류가 어떤 모습을 향유하며 살아갈지를 그려낸 것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묘사한 이상국가는 『유토피아』를 거쳐 이탈리아 철학자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1602), 그리고 영국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1627)로 이어지다가 결국은 근대에 이르러 마르크스의 『자본론』(1867)으로 이론적인 토대를 얻어 한층 더 구체화한다. 사실,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꿈꾸었으나 그가 실제로 살아가야 했던 세상은 디스토피아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유토피아의 모습이 지금 이 시대에 그대로 재현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곳을 이상향이라고 여길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 책이 지닌 미덕은 그렇게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저마다 떠올리는 유토피아는 결국 제각각이겠지만, “사람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라는 주제를 당대 최고 수준의 인문주의자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소설로 풀어낸 이 책은 앞으로의 이상향과 복지국가를 꿈꾸는 독자의 사유에 깊이를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