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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최재천(생태와 인간), 장하준(경제의 재편), 최재붕(문명의 전환), 홍기빈(새로운 체제), 김누리(세계관의 전복), 김경일(행복의 척도)이 각 분야별로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 손민규 사회 정치 MD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부른다.”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제시하는 신인류의 미래
놀랍도록 대담한 통찰, 확신과 경고, 전 지구의 삶을 관통하는 새로운 인사이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류가 예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과거의 언어,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는 자성적 성찰이 대두하는 가운데 각 분야 대표 지성들이 대담한 인사이트를 내놓았다. 최재천(생태와 인간), 장하준(경제의 재편), 최재붕(문명의 전환), 홍기빈(새로운 체제), 김누리(세계관의 전복), 김경일(행복의 척도)이 그들이다.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과거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서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가?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고, 성장시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위기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이들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명명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전히 다른 체제 아래 살아야 할 신인류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제시한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부른다.”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제시하는 신인류의 미래
놀랍도록 대담한 통찰, 확신과 경고, 전 지구의 삶을 관통하는 새로운 인사이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류가 예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과거의 언어,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는 자성적 성찰이 대두하는 가운데 각 분야 대표 지성들이 대담한 인사이트를 내놓았다. 최재천(생태와 인간), 장하준(경제의 재편), 최재붕(문명의 전환), 홍기빈(새로운 체제), 김누리(세계관의 전복), 김경일(행복의 척도)이 그들이다.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과거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서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가?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고, 성장시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위기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이들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명명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전히 다른 체제 아래 살아야 할 신인류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제시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_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갈 우리, 코로나 사피엔스를 위하여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_ 최재천
“바이러스 3~5년마다 창궐한다”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
“1929년 같은 대공황 온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리셋되는가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는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어떻게 가속화되는가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
“지구 자본주의 떠받들던 4개의 기둥 모두 무너져”
만들어진 미래 아닌, 만들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
“자본주의가 무너지거나, 자본주의가 인간화되거나”
세상을 향한 거대 프레임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
“사회가 강요한 원트로는 버텨낼 수 없다”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_ 최재천
“바이러스 3~5년마다 창궐한다”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
“1929년 같은 대공황 온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리셋되는가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는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어떻게 가속화되는가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
“지구 자본주의 떠받들던 4개의 기둥 모두 무너져”
만들어진 미래 아닌, 만들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
“자본주의가 무너지거나, 자본주의가 인간화되거나”
세상을 향한 거대 프레임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
“사회가 강요한 원트로는 버텨낼 수 없다”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책 속으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척 약았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증상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얌전하게 삭 들어옵니다. 자신이 걸렸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계속 남에게 퍼뜨리는 거죠. 그러고 난 다음에 본색을 드러내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장기로 진입합니다.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금방 위중해지면 그 사람은 퍼뜨리고 싶어도 못 퍼뜨리니까요.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 : 최재천」중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백신밖에 답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백신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면서요. 아마 실질적으로 2~3년 정도 걸리겠죠. 그런데 만일 앞으로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우리를 공격한다면, 백신은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1년 동안 몇만 명 죽고 난 뒤에야 백신이 개발되고 유통되는 셈이죠.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켰거나 죽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로 만들거나 병원체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 단백질 혹은 독소를 추출해 만들잖아요? 이런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 : 최재천」중에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생긴 겁니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이런 대재앙에 휘둘릴 수는 없어요. 이제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eco-centered 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이에요.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_ 최재천」중에서
지금은 돈을 풀어야죠. 그 방법밖에 없기는 합니다. 여기에서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2008년 이후 돈을 엄청 풀었지만 그 돈이 실물경제로 거의 가지 않았어요. 그냥 은행들이 쌓아놓고 있다든가 기업들이 무리한 부채를 끌어오는 식으로 해서 자산시장에 거품만 끼게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죠. 특히 이번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돈을 풀어도 나가서 소비를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로 생계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 거예요.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중에서
그런데 일부 다른 시각에서는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오니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오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소득주도성장 등을 다 폐기해야 한다, 성장으로 가야 한다,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성장이라는 건 수단이잖아요.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결국 목표인데 말입니다.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중에서
세계 100대 디지털 벤처가 우리나라에 오면 절반 이상이 불법이에요. 규제 공화국이라고 얘기하는 게 다 그런 거죠. 우버도 그렇고 에어비앤비도 그렇지만 그 외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 중 하나로 원격 진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 진료가 불법이다 보니 감염이 두려운 분들이 병원에 내원해 의사의 진단을 받기를 꺼렸다는 겁니다.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일자리에 위협이 되면 일단 규제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보호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로만 지키기에는 세계 문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보호가 도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중에서
연 매출 2억 원에 직원 세 명인 막걸리 회사가 있어요. 사정이 어려워 사장님이 문을 닫으려고 하니 아들이 “우리 막걸리 맛이 좋고 괜찮으니 제가 한 번 살려보겠습니다.” 하고 뛰어든 거죠. SNS 마케팅을 했더니 딱 10년 만에 매출이 100배로 늘어났습니다. 200억 원으로요. 막걸리는 전통산업이잖아요. 거기에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을 적용하니 길이 열린 겁니다. 없어지는 일자리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문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중에서
유럽에 있는 제 지인들은 코로나19를 흑사병과 비교를 많이 합니다. 물론 사상자 숫자는 비교가 안 되죠. 14세기에는 인구의 거의 절반이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이 이번에 워낙 큰 충격과 비극을 느끼면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사건이란 점에서 같다고 보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지 않겠느냐,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구조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네 가지인데요.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입니다.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중에서
우리가 살아온 방식도 바꿔볼 게 있을 겁니다. 우선 매년 한 번씩 해외로 여행을 가서 공기를 더럽히고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가서 피사의 사탑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할까요? 지하수고 암반수고, 심지어 빙하 녹은 물까지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도시에서 마셔야 하겠습니까? 덴마크 사람들도 우리도 농사 짓고 돼지 기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단 몇백 원, 몇천 원이 더 싸다고 해서 우리 농산물을 덴마크로 보내고, 덴마크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오다 보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중에서
첫 번째,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에요. 독일에서는 소위 ‘야수자본주의’라고 불러요. 야수가 된다는 거죠. 그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이에요. 한국사회는 야수자본주의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개 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자들, 소위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자들이 너무나 과잉 대표되어 있는 게 한국 의회고요. 그래서 실업과 불평등이 이렇게 심한 겁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실업, 불평등, 사망률, 산업재해율을 자랑하는 건, 바로 자본주의의 야수성이 한국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중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세 번째 원칙, 재난 자본주의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사회적, 자연적 재난 상황을 자본 지배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왔습니다. 최근 한국의 몇몇 재벌과 대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보인 자본친화적 조치들은 재난 자본주의의 악폐가 재현될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분명 우리의 국민적 대응은 훌륭했고 의식도 높았습니다만, 이런 악폐에 대한 자각도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중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입국한 학생들을 뜨악한 시선으로 봤는데요. 심리학자 관점에서 그건 당연한 반응입니다. 반응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적 행동이니까요.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신체기관의 반응대로 행동하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걸 이성으로 조절하는 게 인간이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어두운 밤길에 턱 하고 나타나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반응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죠. 그런데 그 반응에 오래 집착하거나, 그 반응을 어떤 정책이라든가 사회적 가치로 둔갑시킨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중에서
코로나19는 불안이지 분노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 코로나 때문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 거잖아요. 불안이 왜 커집니까? 불확실하니까 불안이 커지죠. 그런데 불확실함은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불안할 때는 제대로 사실을 공개하는 게 가장 좋은 겁니다. 한국정부나 한국시스템이 잘한 게 그거고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아, 감염 위험은 높겠구나. 그런데 치명률은 이 정도겠구나.’라고 하면서 자기 에너지와 사회, 혹은 집단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중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우리는 이것도 가져야지, 저것도 가져야지, 하면서 끝없는 만족감의 사이클을 돌았어요. 그러다 이번 사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세요. 단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1,000번을 저어서 달고나 커피를 만들지 않습니까. 자기만의 라이크가 생긴 거예요. 그게 진짜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거죠. 진짜 행복이고요.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 : 최재천」중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백신밖에 답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백신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면서요. 아마 실질적으로 2~3년 정도 걸리겠죠. 그런데 만일 앞으로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우리를 공격한다면, 백신은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1년 동안 몇만 명 죽고 난 뒤에야 백신이 개발되고 유통되는 셈이죠.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켰거나 죽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로 만들거나 병원체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 단백질 혹은 독소를 추출해 만들잖아요? 이런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 : 최재천」중에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생긴 겁니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이런 대재앙에 휘둘릴 수는 없어요. 이제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eco-centered 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이에요.
---「포스트 코로나(1) 생태와 인간_ 최재천」중에서
지금은 돈을 풀어야죠. 그 방법밖에 없기는 합니다. 여기에서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2008년 이후 돈을 엄청 풀었지만 그 돈이 실물경제로 거의 가지 않았어요. 그냥 은행들이 쌓아놓고 있다든가 기업들이 무리한 부채를 끌어오는 식으로 해서 자산시장에 거품만 끼게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죠. 특히 이번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돈을 풀어도 나가서 소비를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로 생계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 거예요.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중에서
그런데 일부 다른 시각에서는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오니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오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소득주도성장 등을 다 폐기해야 한다, 성장으로 가야 한다,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성장이라는 건 수단이잖아요.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결국 목표인데 말입니다.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포스트 코로나(2) 경제의 재편_ 장하준」중에서
세계 100대 디지털 벤처가 우리나라에 오면 절반 이상이 불법이에요. 규제 공화국이라고 얘기하는 게 다 그런 거죠. 우버도 그렇고 에어비앤비도 그렇지만 그 외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 중 하나로 원격 진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 진료가 불법이다 보니 감염이 두려운 분들이 병원에 내원해 의사의 진단을 받기를 꺼렸다는 겁니다.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일자리에 위협이 되면 일단 규제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보호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로만 지키기에는 세계 문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보호가 도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중에서
연 매출 2억 원에 직원 세 명인 막걸리 회사가 있어요. 사정이 어려워 사장님이 문을 닫으려고 하니 아들이 “우리 막걸리 맛이 좋고 괜찮으니 제가 한 번 살려보겠습니다.” 하고 뛰어든 거죠. SNS 마케팅을 했더니 딱 10년 만에 매출이 100배로 늘어났습니다. 200억 원으로요. 막걸리는 전통산업이잖아요. 거기에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을 적용하니 길이 열린 겁니다. 없어지는 일자리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문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3) 문명의 전환_ 최재붕」중에서
유럽에 있는 제 지인들은 코로나19를 흑사병과 비교를 많이 합니다. 물론 사상자 숫자는 비교가 안 되죠. 14세기에는 인구의 거의 절반이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이 이번에 워낙 큰 충격과 비극을 느끼면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사건이란 점에서 같다고 보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지 않겠느냐,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구조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네 가지인데요.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입니다.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중에서
우리가 살아온 방식도 바꿔볼 게 있을 겁니다. 우선 매년 한 번씩 해외로 여행을 가서 공기를 더럽히고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가서 피사의 사탑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할까요? 지하수고 암반수고, 심지어 빙하 녹은 물까지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도시에서 마셔야 하겠습니까? 덴마크 사람들도 우리도 농사 짓고 돼지 기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단 몇백 원, 몇천 원이 더 싸다고 해서 우리 농산물을 덴마크로 보내고, 덴마크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오다 보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포스트 코로나[4] 새로운 체제_ 홍기빈」중에서
첫 번째,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에요. 독일에서는 소위 ‘야수자본주의’라고 불러요. 야수가 된다는 거죠. 그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이에요. 한국사회는 야수자본주의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개 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자들, 소위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자들이 너무나 과잉 대표되어 있는 게 한국 의회고요. 그래서 실업과 불평등이 이렇게 심한 겁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실업, 불평등, 사망률, 산업재해율을 자랑하는 건, 바로 자본주의의 야수성이 한국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중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세 번째 원칙, 재난 자본주의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사회적, 자연적 재난 상황을 자본 지배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왔습니다. 최근 한국의 몇몇 재벌과 대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보인 자본친화적 조치들은 재난 자본주의의 악폐가 재현될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분명 우리의 국민적 대응은 훌륭했고 의식도 높았습니다만, 이런 악폐에 대한 자각도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5] 세계관의 전복_ 김누리」중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입국한 학생들을 뜨악한 시선으로 봤는데요. 심리학자 관점에서 그건 당연한 반응입니다. 반응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적 행동이니까요.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신체기관의 반응대로 행동하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걸 이성으로 조절하는 게 인간이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어두운 밤길에 턱 하고 나타나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반응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죠. 그런데 그 반응에 오래 집착하거나, 그 반응을 어떤 정책이라든가 사회적 가치로 둔갑시킨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중에서
코로나19는 불안이지 분노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 코로나 때문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 거잖아요. 불안이 왜 커집니까? 불확실하니까 불안이 커지죠. 그런데 불확실함은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불안할 때는 제대로 사실을 공개하는 게 가장 좋은 겁니다. 한국정부나 한국시스템이 잘한 게 그거고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아, 감염 위험은 높겠구나. 그런데 치명률은 이 정도겠구나.’라고 하면서 자기 에너지와 사회, 혹은 집단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는 거죠.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중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우리는 이것도 가져야지, 저것도 가져야지, 하면서 끝없는 만족감의 사이클을 돌았어요. 그러다 이번 사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세요. 단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1,000번을 저어서 달고나 커피를 만들지 않습니까. 자기만의 라이크가 생긴 거예요. 그게 진짜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거죠. 진짜 행복이고요.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포스트 코로나[6] 행복의 척도_ 김경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섯 석학이 진단하는 신인류 ‘코로나 사피엔스’의 삶
The Next Virus.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질서로 재편될까. 사고와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뀔까. 이 책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특별 기획한 ‘코로나19, 신인류의 시대’의 주요 내용을 엮은 것으로 각계 석학들이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미래를 가늠하고 새로운 시대를 통찰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홍기빈 칼폴라니경제연구소장, 김누리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여섯 명의 석학은 각각 생태,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다방면으로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코로나19가 우리 삶과 세계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대해 심층 진단한다. 문명의 근간부터 달라진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용어로 인류의 삶을 정의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인류의 대안적 삶을 모색한다.
어제까지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
인간이 파괴한 것들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한 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성장은 수단일 뿐,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목표예요.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_장하준(경제의 재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19를 두고 ‘미증유의 사태’라 강조한다. 이번처럼 수요, 공급, 소비가 한 번에 붕괴하는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일순간 모든 것이 붕괴한 상황에서 사회는 그동안 우리가 눈을 가리고 지나쳐왔던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어김없이 그 약점을 드러냈다. 초토화된 고용시장, 치솟는 실업률, 위태로운 자영업자들, 불완전한 복지시스템 등 성장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났던 문제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로 대두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이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가치를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바이러스가 3~5년마다 인류를 덮친다면 우린 뒷북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죽어가고 1년, 3년 백신 개발한다고 허덕이겠지요. 화학백신은 답이 아닙니다. 정답은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입니다.” _최재천(생태와 인간)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결국 이 같은 바이러스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침범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생태학자들은 그동안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보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더 이익이라고 줄기차게 부르짖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3~5년 주기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쇼크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예측이 계속되고 있기에 생태 위기를 야기하며 발전하는 기존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최재천 교수는 “앞으로는 생태를 경제 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을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얘기한다. 동시에 화학백신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으로 생태백신(자연과 인간의 거리두기)과 행동백신(사회적 거리두기)이 필요하다고 일갈한다. 그야말로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인 것이다.
지구적 자본주의를 지배해온 체제, 세계관, 가치관 모두 무너진다
신인류가 살아갈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유럽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흑사병과 비교합니다. 사상자 수와 별개로 워낙 충격이 커서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본 겁니다. 실제 지난 40년간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던 4개의 기둥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문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_홍기빈(새로운 체제)
대안 체제 연구로 이름난 홍기빈 소장은 단호하게 “코로나19 상태 이후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하며 근거로 4가지 체제의 붕괴를 언급한다. 지난 40년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어온 4가지 기둥,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류는 어쩔 수 없이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저는 22세기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_김누리(세계관의 전복)
중앙대 교수이자 정치사회교육 비평가인 김누리 교수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식의 틀, 다시 말해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야수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한국 현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 즉 ‘가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 사고, 즉 실력주의(능력을 평가의 준거로 삼는 것)에서 존엄성 사고,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미국의 참상을 목도한 뒤 한국 특유의 미국 중심 세계관이 부서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성장지상주의와 발전이데올로기에도 치명타를 입었다고 얘기한다.
“그간 우리는 인정 투쟁을 위해,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삶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가 아닌 나를 위한 라이크로 전환되고 있고 전환되어야 합니다.” _김경일(행복의 척도)
개인의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는, 소위 ‘인정 투쟁’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 그는 특히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want)에서 각자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라이크(like)로, 다시 말해 진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소유와 욕망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앞으로는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면서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어쩌면 문명의 표준을 다시 세울 절호의 기회
4차 산업혁명은 비대면 사회에서 어떤 기회를 줄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더욱 가속화됩니다. 재택근무, 주 3~4일 근무, 온라인 수업이 새로운 ‘문명의 표준’이 될 겁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바이러스 쇼크는 다시 옵니다.” _최재붕(문명의 전환)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와 반성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했고,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팬데믹 쇼크가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일상을 지켜가기 위해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비대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흐름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 앞에서 포노 사피엔스들이 보여준 대응은 놀라웠다. 코로나 확진자 파악 앱, 공적 마스크 구매 앱 등을 스스로 개발해 전 국민에게 무료 배포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르게 언택트한 일상에 적응했고, 사실상 주도했다. 최재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어느 쪽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 답이 나왔다.” 기존 세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디지털 문명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섯 석학이 진단하는 신인류 ‘코로나 사피엔스’의 삶
The Next Virus.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질서로 재편될까. 사고와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뀔까. 이 책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특별 기획한 ‘코로나19, 신인류의 시대’의 주요 내용을 엮은 것으로 각계 석학들이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미래를 가늠하고 새로운 시대를 통찰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홍기빈 칼폴라니경제연구소장, 김누리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여섯 명의 석학은 각각 생태,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다방면으로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코로나19가 우리 삶과 세계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대해 심층 진단한다. 문명의 근간부터 달라진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용어로 인류의 삶을 정의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인류의 대안적 삶을 모색한다.
어제까지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
인간이 파괴한 것들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한 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성장은 수단일 뿐,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목표예요.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_장하준(경제의 재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19를 두고 ‘미증유의 사태’라 강조한다. 이번처럼 수요, 공급, 소비가 한 번에 붕괴하는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일순간 모든 것이 붕괴한 상황에서 사회는 그동안 우리가 눈을 가리고 지나쳐왔던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어김없이 그 약점을 드러냈다. 초토화된 고용시장, 치솟는 실업률, 위태로운 자영업자들, 불완전한 복지시스템 등 성장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났던 문제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로 대두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이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가치를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바이러스가 3~5년마다 인류를 덮친다면 우린 뒷북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죽어가고 1년, 3년 백신 개발한다고 허덕이겠지요. 화학백신은 답이 아닙니다. 정답은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입니다.” _최재천(생태와 인간)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결국 이 같은 바이러스는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침범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생태학자들은 그동안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보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더 이익이라고 줄기차게 부르짖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3~5년 주기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쇼크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예측이 계속되고 있기에 생태 위기를 야기하며 발전하는 기존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최재천 교수는 “앞으로는 생태를 경제 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을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얘기한다. 동시에 화학백신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으로 생태백신(자연과 인간의 거리두기)과 행동백신(사회적 거리두기)이 필요하다고 일갈한다. 그야말로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인 것이다.
지구적 자본주의를 지배해온 체제, 세계관, 가치관 모두 무너진다
신인류가 살아갈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유럽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흑사병과 비교합니다. 사상자 수와 별개로 워낙 충격이 커서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본 겁니다. 실제 지난 40년간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던 4개의 기둥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문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_홍기빈(새로운 체제)
대안 체제 연구로 이름난 홍기빈 소장은 단호하게 “코로나19 상태 이후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하며 근거로 4가지 체제의 붕괴를 언급한다. 지난 40년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어온 4가지 기둥,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류는 어쩔 수 없이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저는 22세기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_김누리(세계관의 전복)
중앙대 교수이자 정치사회교육 비평가인 김누리 교수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식의 틀, 다시 말해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야수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한국 현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 즉 ‘가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 사고, 즉 실력주의(능력을 평가의 준거로 삼는 것)에서 존엄성 사고,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미국의 참상을 목도한 뒤 한국 특유의 미국 중심 세계관이 부서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성장지상주의와 발전이데올로기에도 치명타를 입었다고 얘기한다.
“그간 우리는 인정 투쟁을 위해,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삶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가 아닌 나를 위한 라이크로 전환되고 있고 전환되어야 합니다.” _김경일(행복의 척도)
개인의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는, 소위 ‘인정 투쟁’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 그는 특히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want)에서 각자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라이크(like)로, 다시 말해 진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소유와 욕망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앞으로는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면서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어쩌면 문명의 표준을 다시 세울 절호의 기회
4차 산업혁명은 비대면 사회에서 어떤 기회를 줄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더욱 가속화됩니다. 재택근무, 주 3~4일 근무, 온라인 수업이 새로운 ‘문명의 표준’이 될 겁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바이러스 쇼크는 다시 옵니다.” _최재붕(문명의 전환)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와 반성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했고,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팬데믹 쇼크가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일상을 지켜가기 위해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비대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흐름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 앞에서 포노 사피엔스들이 보여준 대응은 놀라웠다. 코로나 확진자 파악 앱, 공적 마스크 구매 앱 등을 스스로 개발해 전 국민에게 무료 배포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르게 언택트한 일상에 적응했고, 사실상 주도했다. 최재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어느 쪽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 답이 나왔다.” 기존 세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디지털 문명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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