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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불온도서 지정 이후 만 10년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70만 독자가 선택한 책
전 세계 20개국 출간
160주 연속 경제 베스트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포함한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일 뿐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을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 교수는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70만 독자가 선택한 책
전 세계 20개국 출간
160주 연속 경제 베스트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포함한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일 뿐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을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 교수는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서문
추천사
감사의 말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세계화의 정사(正史) | 세계화의 진실 | 신자유주의자냐 신바보주의자냐? | 누가 세계 경제를 운용하는가? |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길 것인가?
2장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영국,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다 | 영국 경제의 이중생활 | 미국, 싸움판에 들어서다 | 링컨과 관세와 남북전쟁 | 다른 나라들, 부끄러운 비밀들 |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자유 무역은 통하지 않는다! | 이론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 국제 무역 시스템과 그 불만 | 농업을 위해서 공업을 희생시키라고? | 무역은 늘리고, 이데올로기는 줄이고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외국 자본이 꼭 필요한가? | 테레사 수녀 같은 외국 자본? | '군사력보다 더 위험하다' | 국경 없는 세계가 도래했는가? |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 가지는…'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재판정에 선 국가 소유 | 국영 대 민영 | 국영 기업의 성공 사례 | 국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 | 민영화의 함정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천재는 불이고, 이익추구는 연료다' | 존 로와 최초의 기술 '군비 경쟁' | 변호사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다 | 미키마우스, 오래오래 사세요 | 끝을 접은 샌드위치와 강황 | 맞물린 특허의 횡포 | 가혹한 규정과 개발도상국 | 균형을 잡아라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노상강도, 무장 강도, 청부 살인업자 | 물가 상승도 물가 상승 나름이다 | 물가 안정의 대가(代價) | 재정 건전성 정책이 건전하지 않을 때 | 부자 나라는 케인즈주의, 가난한 나라는 통화주의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부정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가? | 번영과 정직 | 시장이 너무 확대되어서 탈이다 |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 정치와 경제 발전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 문화란 무엇인가?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 문화의 재발명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시장에 대항하라 | 제조업이 왜 중요한가 | 집에서는 해 보지 마시오! |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 |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추천사
감사의 말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세계화의 정사(正史) | 세계화의 진실 | 신자유주의자냐 신바보주의자냐? | 누가 세계 경제를 운용하는가? |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길 것인가?
2장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영국,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다 | 영국 경제의 이중생활 | 미국, 싸움판에 들어서다 | 링컨과 관세와 남북전쟁 | 다른 나라들, 부끄러운 비밀들 |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자유 무역은 통하지 않는다! | 이론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 국제 무역 시스템과 그 불만 | 농업을 위해서 공업을 희생시키라고? | 무역은 늘리고, 이데올로기는 줄이고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외국 자본이 꼭 필요한가? | 테레사 수녀 같은 외국 자본? | '군사력보다 더 위험하다' | 국경 없는 세계가 도래했는가? |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 가지는…'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재판정에 선 국가 소유 | 국영 대 민영 | 국영 기업의 성공 사례 | 국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 | 민영화의 함정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천재는 불이고, 이익추구는 연료다' | 존 로와 최초의 기술 '군비 경쟁' | 변호사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다 | 미키마우스, 오래오래 사세요 | 끝을 접은 샌드위치와 강황 | 맞물린 특허의 횡포 | 가혹한 규정과 개발도상국 | 균형을 잡아라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노상강도, 무장 강도, 청부 살인업자 | 물가 상승도 물가 상승 나름이다 | 물가 안정의 대가(代價) | 재정 건전성 정책이 건전하지 않을 때 | 부자 나라는 케인즈주의, 가난한 나라는 통화주의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부정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가? | 번영과 정직 | 시장이 너무 확대되어서 탈이다 |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 정치와 경제 발전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 문화란 무엇인가?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 문화의 재발명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시장에 대항하라 | 제조업이 왜 중요한가 | 집에서는 해 보지 마시오! |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 |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책 속으로
내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다. 이름은 진규다.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벌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아들의 의식주 비용과 교육 및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 수백만 명은 벌써부터 일을 하고 있다. 18세기에 살았던 다니엘 디포는 아이들은 네 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뿐인가. 일을 하면 진규의 인성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는 지금 온실 속에서 살고 있기에 돈이 중요한 줄 모르고 지낸다. 아이는 자기 엄마와 내가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한가로운 생활을 보조하고 자신을 가혹한 현실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모른다. 아이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아이에게 더 많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동 노동이 합법적이거나 최소한 묵인이라도 되는 나라로 이주를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내 귀에는 여러분이 나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이 짧다고, 매몰찬 사람이라고. 여러분은 나에게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여섯 살 먹은 아이를 노동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면 아이는 약삭빠른 구두닦이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돈 잘 버는 행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수술 전문의나 핵물리학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일 아이가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내가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보호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 단순히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절약되는 돈을 보고 히죽거리는 것보다는 아들의 교육에 투자를 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쨌든 내 생각이 옳다면, 올리버 트위스트는 생각이 짧은 착한 사마리아인 브라운로우 씨의 손에 구조되는 것보다는, 늙은 악당 페긴을 위해서 소매치기를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브라운로우 씨는 소년 올리버에게서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나의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개발도상국에는 급속하고 대대적인 무역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논지가 일치한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가능한 한 경쟁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는 안이함과 나태함만 유발할 뿐이므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기 부여 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이다. 진규가 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다면 설령 2,000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보수를 주겠다는 제의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있다 해도, 어려운 뇌수술을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역시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선진 기술을 익히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앞 장에서 미국의 초대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처음으로 이론화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사용해 온 것이라고 소개한 유치산업 이론의 핵심이다.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 pp.123-125
축구 경기를 하는 한쪽 편이 브라질 국가 대표팀이고, 상대편은 열한 살 먹은 내 딸 유나의 친구들로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여자 아이들이 아래쪽을 향하여 내달리며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만 공정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기보다는 기울어지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국제 경쟁은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경기자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우리 개발 경제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하자면, 스위스에서 스와질란드에 이르는 모든 나라들이 맞붙어 싸우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약한 나라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약한 나라들이 자국의 생산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가 선진적인 나라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도록 지적소유권 보호를 완화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또 부자 나라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이전해 줌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도 있는데, 이는 가난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절박한 필요에 좀 더 부합된다는 추가적인 이득도 거둘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이런 것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특별 대우’라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한다는 것은 그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불공정한 우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승강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레일 점자를 ‘특별 대우’라고 부르던가?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들이 부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율의 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보호 수단을 ‘특별 대우’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는 상이한 능력과 필요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인 (그리고 공정한) 대우일 뿐이다.
-에필로그
뿐인가. 일을 하면 진규의 인성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는 지금 온실 속에서 살고 있기에 돈이 중요한 줄 모르고 지낸다. 아이는 자기 엄마와 내가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한가로운 생활을 보조하고 자신을 가혹한 현실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모른다. 아이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아이에게 더 많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동 노동이 합법적이거나 최소한 묵인이라도 되는 나라로 이주를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내 귀에는 여러분이 나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이 짧다고, 매몰찬 사람이라고. 여러분은 나에게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여섯 살 먹은 아이를 노동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면 아이는 약삭빠른 구두닦이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돈 잘 버는 행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수술 전문의나 핵물리학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일 아이가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내가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보호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 단순히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절약되는 돈을 보고 히죽거리는 것보다는 아들의 교육에 투자를 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쨌든 내 생각이 옳다면, 올리버 트위스트는 생각이 짧은 착한 사마리아인 브라운로우 씨의 손에 구조되는 것보다는, 늙은 악당 페긴을 위해서 소매치기를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브라운로우 씨는 소년 올리버에게서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나의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개발도상국에는 급속하고 대대적인 무역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논지가 일치한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가능한 한 경쟁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는 안이함과 나태함만 유발할 뿐이므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기 부여 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이다. 진규가 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다면 설령 2,000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보수를 주겠다는 제의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있다 해도, 어려운 뇌수술을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역시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선진 기술을 익히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앞 장에서 미국의 초대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처음으로 이론화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사용해 온 것이라고 소개한 유치산업 이론의 핵심이다.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 pp.123-125
축구 경기를 하는 한쪽 편이 브라질 국가 대표팀이고, 상대편은 열한 살 먹은 내 딸 유나의 친구들로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여자 아이들이 아래쪽을 향하여 내달리며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만 공정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기보다는 기울어지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국제 경쟁은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경기자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우리 개발 경제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하자면, 스위스에서 스와질란드에 이르는 모든 나라들이 맞붙어 싸우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약한 나라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약한 나라들이 자국의 생산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가 선진적인 나라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도록 지적소유권 보호를 완화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또 부자 나라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이전해 줌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도 있는데, 이는 가난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절박한 필요에 좀 더 부합된다는 추가적인 이득도 거둘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이런 것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특별 대우’라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한다는 것은 그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불공정한 우위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승강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레일 점자를 ‘특별 대우’라고 부르던가?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들이 부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율의 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보호 수단을 ‘특별 대우’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는 상이한 능력과 필요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인 (그리고 공정한) 대우일 뿐이다.
-에필로그
--- pp. 346~348
출판사 리뷰
2008년 7월, 국방부 불온도서 23종을 지정하다
난데없이 2007년 한 해에만 1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불온도서라는 발상 자체도 시대착오적이었지만 그 이유 또한 어처구니없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초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치산업 보호론,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비롯해서 미국의 경제 사상과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록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 특히 그런 정책을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특정 정부,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자본주의라는 이유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무분별한 시장주의가 지나친 불평등과 경제 불안을 가져와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고 복지국가 등 사회 통합적 정책을 펴는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더 잘 지키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를 지키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에서 그렇게도 신격화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이다. 그러니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자본주의적이라면 박정희도 반자본주의자인 셈이었다.
2008년 9월,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다
2007년 8월 9일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은행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을 이유로 자사의 자산유동화증권 펀드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 및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장하준이 『나쁜 사마라아인들』에서 경고한 바로 그 위기가 불과 1년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이 재앙은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었다.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인 결과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지적한 대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한 자유 시장 정책은 금융 위기 전부터 대부분의 나라에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부자 나라들에서는 막대한 신용 확대 조치로 이 문제를 덮어 왔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임금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노동 시간은 늘어난 현실은 신용 확대에 힘입은 소비 붐으로 눈가림해왔다. 가난한 나라들이 당면한 문제는 한층 더 심각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1인당 성장률은 3분의 2가 떨어졌다. 2008년 금융 위기는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이 한 이야기가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린 말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2018년, 신자유주의는 끝났는가?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가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는 ‘갑질’, ‘양극화’라는 말이 유행한 것처럼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신자유주의자들은 일시적으로 몸을 사렸다.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덕분에 끊임없이 번영하는 경제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던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잠깐, 2011년 유로권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자들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유로권 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생산성이 낮은 취약한 경제에서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로 세수가 감소되고 그로 인해 재정 적자가 늘어나서 생겼다. 그런데도 유럽연합, IMF 등 돈줄을 쥐고 있는 세력은 재정 적자의 이유가 이들 나라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라면서, 재정 지출의 급격한 삭감,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정부 채무 상환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 사이에 정부 구제 금융으로 회생한 금융 기업들은 다시 로비를 해서 새로 도입된 금융 규제에 물타기를 시도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폐허로 만들었나?
현재 세계 경제는 얼핏 보기에 2008년 금융 위기에서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회복은 진정한 회복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몇몇 선진국에서 보이는 경제 성장은 저금리와 양적 팽창을 통한 거품 경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실업률 감소도 구직 포기자와 자영업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며, 그나마 새로 생긴 일자리도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한 세대 전과 비교해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20세기 초반 이래 최악의 불평등도를 보여 주고 있다. 고삐 풀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이 빚어낸 이런 결과는 바로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선출, 유럽 각국의 반이민을 내건 극우파 정당의 득세 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이른바 ‘뒤처진 사람들(those left behind)’의 분노의 가장 큰 원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더욱 취약하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고성장으로 시작된 석유, 광물, 농산물 등 1차 산품 가격 인상으로 벌어들인 돈을 산업 발전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고(이에는 정부 개입, 특히 산업 정책을 백안시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의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중국 경제가 감속하고 선진국이 금융 위기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암초에 부딪힌 나라들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남미와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의 희생자였다. 외환 위기는 사실상 김영삼 정부 때 이루어진 지나친, 그리고 지나치게 급격한 금융 자유화의 결과였지만,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를 국가주도형 경제 모델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금융 시장의 변화에 따른 기업 투자의 부진, 경제 계획의 폐기에 따른 신산업 개발의 정체가 일어났다. 고용도 불안해졌다. 비정규직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공공복지 지출은 GDP 대비 10% 수준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들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육아, 교육 등에 대한 보조도 미비하니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계 곤란과 사회 안전망 약화로 자살이 급증하여 1995년까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던 우리나라 자살률이 이제는 평균의 세 배 수준으로 단연 1위가 되었다.
우리 안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누구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전 세계 독자를 겨냥한 책이므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여기서 부자 나라를 강자로, 가난한 나라를 약자로 바꾸면,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예컨대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가난한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맞게끔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부자 나라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일 일본 정부가 1960년대 초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 렉서스를 수출하는 국민이 아니라 누가 뽕나무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는 국민이 되었을 것이다. 장하준에 따르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자유 무역이라는 것은, 브라질 축구 국가 대표팀과 열한 살 먹은 그의 딸 유나의 친구들로 구성된 축구팀의 경기나 다름없다. 지식 수준이 다르고, 기술 수준이 다르고, 자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가능한 한 경쟁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는 안이함과 나태함만 유발할 뿐이므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은 그런 논리를 따른다면 그의 여섯 살 난 아들 진규가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게 그랬듯이, 강자는 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의 사회를 강화하는 한편 약자에게는 ‘노오력’으로 경쟁력을 키우거나 현실을 인정하고 패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역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이런 논리는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촛불 이후 1년, 신자유주의의 폐허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악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복지 지출도 늘리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 벤처 기업 등을 지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정책으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사회 문제들을 풀기에는 태부족이라고 장하준은 주장한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하준은 산업 정책의 부활과 획기적인 복지국가의 확대를 요구한다. 우선 정부, 기업,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부 정책, 기업 전략 등이 필요한지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산업 정책을 하면 세계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금도 대규모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미국 정부는 재빨리 개입해서 자동차 산업에 대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구조조정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각종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복지 제도가 모든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복지 제도를 통해 최저 생활을 보장해 주고, 실업 보험, 재교육 등을 확대해서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게 해 주면, 노동자들이 더 진취적이 되어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직업 선택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이 신속해지고 신산업 창출이 더 쉬워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 비해 1.5배가량 큰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핀란드가 미국보다 경제 성장이 빠른 이유는 그들이 이룬 복지국가가 생산 지향적이고 진취적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촛불 혁명은 더 공정하고, 다 같이 잘 살고, 미래에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이런 열망이 더 절실해진 것은 외환 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불공정하고 잔인한 데다 역동적이지도 못한 나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열망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정책들로는 부족하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 사회 체제를 바꿔야 한다
난데없이 2007년 한 해에만 1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불온도서라는 발상 자체도 시대착오적이었지만 그 이유 또한 어처구니없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초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치산업 보호론,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비롯해서 미국의 경제 사상과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록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 특히 그런 정책을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특정 정부,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자본주의라는 이유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무분별한 시장주의가 지나친 불평등과 경제 불안을 가져와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고 복지국가 등 사회 통합적 정책을 펴는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더 잘 지키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를 지키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에서 그렇게도 신격화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이다. 그러니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자본주의적이라면 박정희도 반자본주의자인 셈이었다.
2008년 9월,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다
2007년 8월 9일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은행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을 이유로 자사의 자산유동화증권 펀드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 및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장하준이 『나쁜 사마라아인들』에서 경고한 바로 그 위기가 불과 1년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이 재앙은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었다.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인 결과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지적한 대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한 자유 시장 정책은 금융 위기 전부터 대부분의 나라에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부자 나라들에서는 막대한 신용 확대 조치로 이 문제를 덮어 왔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임금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노동 시간은 늘어난 현실은 신용 확대에 힘입은 소비 붐으로 눈가림해왔다. 가난한 나라들이 당면한 문제는 한층 더 심각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1인당 성장률은 3분의 2가 떨어졌다. 2008년 금융 위기는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이 한 이야기가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린 말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2018년, 신자유주의는 끝났는가?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가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는 ‘갑질’, ‘양극화’라는 말이 유행한 것처럼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신자유주의자들은 일시적으로 몸을 사렸다.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덕분에 끊임없이 번영하는 경제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던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잠깐, 2011년 유로권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자들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유로권 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생산성이 낮은 취약한 경제에서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로 세수가 감소되고 그로 인해 재정 적자가 늘어나서 생겼다. 그런데도 유럽연합, IMF 등 돈줄을 쥐고 있는 세력은 재정 적자의 이유가 이들 나라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라면서, 재정 지출의 급격한 삭감,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정부 채무 상환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 사이에 정부 구제 금융으로 회생한 금융 기업들은 다시 로비를 해서 새로 도입된 금융 규제에 물타기를 시도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폐허로 만들었나?
현재 세계 경제는 얼핏 보기에 2008년 금융 위기에서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회복은 진정한 회복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몇몇 선진국에서 보이는 경제 성장은 저금리와 양적 팽창을 통한 거품 경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실업률 감소도 구직 포기자와 자영업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며, 그나마 새로 생긴 일자리도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한 세대 전과 비교해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20세기 초반 이래 최악의 불평등도를 보여 주고 있다. 고삐 풀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이 빚어낸 이런 결과는 바로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선출, 유럽 각국의 반이민을 내건 극우파 정당의 득세 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이른바 ‘뒤처진 사람들(those left behind)’의 분노의 가장 큰 원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더욱 취약하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고성장으로 시작된 석유, 광물, 농산물 등 1차 산품 가격 인상으로 벌어들인 돈을 산업 발전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고(이에는 정부 개입, 특히 산업 정책을 백안시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의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중국 경제가 감속하고 선진국이 금융 위기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암초에 부딪힌 나라들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남미와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의 희생자였다. 외환 위기는 사실상 김영삼 정부 때 이루어진 지나친, 그리고 지나치게 급격한 금융 자유화의 결과였지만,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를 국가주도형 경제 모델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금융 시장의 변화에 따른 기업 투자의 부진, 경제 계획의 폐기에 따른 신산업 개발의 정체가 일어났다. 고용도 불안해졌다. 비정규직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공공복지 지출은 GDP 대비 10% 수준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들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육아, 교육 등에 대한 보조도 미비하니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계 곤란과 사회 안전망 약화로 자살이 급증하여 1995년까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던 우리나라 자살률이 이제는 평균의 세 배 수준으로 단연 1위가 되었다.
우리 안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누구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전 세계 독자를 겨냥한 책이므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여기서 부자 나라를 강자로, 가난한 나라를 약자로 바꾸면,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예컨대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가난한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맞게끔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부자 나라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일 일본 정부가 1960년대 초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 렉서스를 수출하는 국민이 아니라 누가 뽕나무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는 국민이 되었을 것이다. 장하준에 따르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자유 무역이라는 것은, 브라질 축구 국가 대표팀과 열한 살 먹은 그의 딸 유나의 친구들로 구성된 축구팀의 경기나 다름없다. 지식 수준이 다르고, 기술 수준이 다르고, 자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가능한 한 경쟁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호는 안이함과 나태함만 유발할 뿐이므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은 그런 논리를 따른다면 그의 여섯 살 난 아들 진규가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게 그랬듯이, 강자는 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의 사회를 강화하는 한편 약자에게는 ‘노오력’으로 경쟁력을 키우거나 현실을 인정하고 패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역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이런 논리는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촛불 이후 1년, 신자유주의의 폐허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악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복지 지출도 늘리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 벤처 기업 등을 지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정책으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사회 문제들을 풀기에는 태부족이라고 장하준은 주장한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하준은 산업 정책의 부활과 획기적인 복지국가의 확대를 요구한다. 우선 정부, 기업,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부 정책, 기업 전략 등이 필요한지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산업 정책을 하면 세계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금도 대규모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미국 정부는 재빨리 개입해서 자동차 산업에 대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구조조정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각종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복지 제도가 모든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복지 제도를 통해 최저 생활을 보장해 주고, 실업 보험, 재교육 등을 확대해서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게 해 주면, 노동자들이 더 진취적이 되어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직업 선택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이 신속해지고 신산업 창출이 더 쉬워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 비해 1.5배가량 큰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핀란드가 미국보다 경제 성장이 빠른 이유는 그들이 이룬 복지국가가 생산 지향적이고 진취적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촛불 혁명은 더 공정하고, 다 같이 잘 살고, 미래에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이런 열망이 더 절실해진 것은 외환 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불공정하고 잔인한 데다 역동적이지도 못한 나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열망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정책들로는 부족하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 사회 체제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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