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한국정치의 이해 (독서)/3.한국좌파정치

런던 코뮌 (2009) - 지방 사회주의의 실험과 좌파 정치의 재구성

동방박사님 2023. 5. 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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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래된 미래, '런던코뮌'을 돌아보다

시장은 민중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국가는 민중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러나 민중은 이기적인 자본주의적 인간형이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 책은 런던의 급진주의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시장 안에서 시장을 넘어서고, 국가 안에서 국가를 넘어서기 위해 시도한 급진적인 실천과 열망에 대한 이론을 분석한 책이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존재한 런던 광역시의회(GLC)의 급진적인 역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런던 광역시의회(GLC)가 성취한 것들과 한계, 약점에 대해 통찰력 있는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급진적인 런던 광역시의회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통해 그 운동의 자율성과 대중의 참여가 이끌어올 수 있는 놀라운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종적으로 런던 광역시 의회는 패배했지만, 이후 세계 여러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발한 정치 참여와 대안적 사회운동의 발전의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서. 문.테드 벤튼
감. 사. 의. 말.
들. 어. 가. 며.

1장 서론

2장 급진적 런던 광역시의회의 간략한 역사
1. 사회주의적 GLC를 향하여
2. 공정요금 정책, 그리고 언론과 마찰을 일으키다
3. 런던을 위해서 일하기, 그리고 우파의 압박
4. 폐지 반대 캠페인 ― 민주주의인가 사회주의인가

3장 역사적 맥락 I ― 신사회운동
1. 신사회운동이란 무엇인가
2.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물결
3. 주변화된 부문과 쟁점에서 일어난 신사회운동
4. 정치의 새로운 장소, 공동체

4장 역사적 맥락 II ― 노동당 신좌파
1. 노동당의 간략한 역사
2. 대안 경제 전략의 정치
3. 당의 분열과 현대화 전략

5장 이론적 배경
1. 사회구조와 행위 ― 구조적 결정과 자율적 행위
2. 국가권력과 민주주의
3. 사회적 투쟁의 장소, 도시

6장 정치적 맥락 ― 경제위기와 신우파의 대두
1. 경제위기에 대한 여러 해석들
2. 대처리즘과 좌파적 대안의 가능성

7장 GLC의 사회주의 실험 I ― 공적 개입과 산업구조조정
1. 공공 경제
2. 민간 기업의 구조조정
3. 참여
4. 평등 기회

8장 GLC의 사회주의의 실험 II ― 사회적 필요에 근거한 생산과 서비스
1.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과 시장의 현실
2. 대중을 위한 서비스
3. 민중 계획 ― 도크랜드의 사례

9장 급진적 GLC에 대한 비판
1. 예시적 정치의 한계
2. 참여민주주의의 실험

10장 이론적 발전 ― 민주주의의 심화와 참여 계획
1. 시장사회주의인가 사회주의적 계획인가
2. 시장의 사회화 ― 암묵적 지식
3. 시장의 사회화 ― 총체적 계획
4. 시장사회화 전략을 위한 이론적 기초

11장 비판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 필요의 정치학
1. 비판이론의 새로운 준거점, 필요 개념
2. 필요와 체현된 유물론 ― 경제결정론에 대한 실재론적 비판
3. 기본적 필요와 인간적 필요
4. 인간적 필요의 두 가지 차원
5. 의사소통 합리성과 차이들 사이의 소통

12장 일반적인 정치적 함의
1. 국가와 시장에 대항하여
2. 제도적 정치와 제도 외적 정치

13장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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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서영표
서영표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입학해서 평균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졸업했다. 1996년에는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에서도 잠깐 일했다. 1999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입학, 수료한 뒤 영국으로 유학길을 떠나 2001~2007년에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에서 사회학 석사, 박...

책 속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시장적 관계들의 역량을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권력을 통해 시장의 힘을 통제하려고 했던 복지국가와 달리, GLC의 강점은 비시장적 관계들을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힘을 사회화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 내에서 국가에 반대하는” 투쟁을 동반했다. 대중적 참여를 촉진하지 않고서 시장의 힘을 사회화하려는 시도는 일종의 온정주의에 빠질 수 있다. [……] GLC의 입장은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시대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지만, 분명 두 시대 모두 국가의 관료주의와 상층 자본가 집단 사이에는 긴밀하게 결합된 상호관계가 존재했다. GLC는 이런 상호관계를 폭로하고 국가와 시장의 자유가 담고 있는 허위적 중립성을 드러내려고 했다. 중요한 것은 GLC가 일상생활에서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실천적으로 이해했고, 이런 이해가 발전하여 포괄적인 정치 전략에 이르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로서 GLC는 자신을 변형하기 위해 자발적인 사회운동을 지지했다. --- p.318

상징적이고 문화적으로 매개된 필요 만족의 형태들이 발전하며, 따라서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변형된다. 그러므로 인간적 필요는 항상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인간의 독특한 방법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적 필요(동물종과 공유된 최소한의 필요)는 현존 사회 체계를 비판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인간적 필요는 창조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더 나은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p.290

대안적 사회변혁 전략의 제도화는 ‘국가의 민주화’와 ‘시장의 사회화’를 의미하며, 이것은 곧 제도화가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한층 진일보한 운동의 정치를 보장하기 위한 단계를 의미한다. 대중의 능력을 제고하는 급진적 민주주의 전략이 국가의 민주화와 시장의 사회화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운동의 정치(대중의 확장된 민주적 참여와 이것을 통한 국가와 시장의 민주적 통제)는 다시 더 많은 사회의 직접적 참여를 보장하는 국가의 민주화와 시장의 사회화, 즉 운동의 제도화를 강제할 수 있다. 이것을 제도화와 운동의 변증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p.313
 

출판사 리뷰

시장은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국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이기적인 자본주의적 인간형이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런던의 급진주의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벌인, 시장 안에서 시장을 넘어서려는, 국가 안에서 국가를 넘어서려는 급진적인 실천과 열망에 대한 이론적 분석!

오래된 미래, ‘런던코뮌’을 돌아보다
또다시 대공황의 공포가 엄습하는 세계 속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토목 공사를 통한 경기 부양과 부자 감세를 내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전국이 공사장이 되고 전국민이 비정규직이 되는 세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다양해진 사회운동 덕분에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조건들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잘 인식할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위기를 극복할 정부의 능력은 경제 위기와 정치적 동학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제약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진단하고 위험을 알리는 게 아니라, 위기라는 현실을 넘어 좀더 공평하고 민주적인 질서로 나아갈 실현 가능한 전망이다.

이 책은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존재한 런던 광역시의회(GLC)의 급진적인 실천과 열망에 관한 충실한 보고서다. ‘빨갱이 켄’으로 알려진 노동당의 전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이 이끈 GLC는, 마거릿 대처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강력한 저항 중 하나였다. 런던이라는 거대 도시의 지방의회를 급진적 좌파가 장악하면서 벌어진 여러 변화는, 또다시 위기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국가 안에서 국가에 저항하고 시장 안에서 시장에 저항하며 위협받는 삶과 자신의 기본적 필요를 지키려는 다수자들의 몸부림, 우리는 그것을 ‘런던코뮌’이라고 부른다.

지방자치에서 지방국가로? ― 런던 광역시의회의 경험과 새로운 지역정치의 전망
지방자치 선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은 한국에서 지방국가(local state)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역의 토건 세력은 중앙의 정치와 경제에 인적, 물적으로 연결된 채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차지가 지방국가의 출현으로 왜곡되는 지점에, 진보 세력과 풀뿌리운동과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런던 광역시의회인 GLC의 성과와 그 실패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급진적 GLC는 좌파의 새로운 전략을 실천에 옮기려는 가장 유익한 시도 중 하나였다. 지역의 자본을 안정화하고 현대화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신좌파의 자장 안에서 출현한 GLC는 지역사회의 이해와 요구를 기반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관료주의적이고 중앙 집중화된 사회주의에 대한 대안을 추구했다.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시대 모두 국가의 관료주의와 상층 자본가 집단 사이에 긴밀하게 결합된 상호관계가 존재했다. 제도적 질서 밖에 존재했으며 주요 좌파 정당과 맺은 관계에서도 상당히 자율성이 있던 풀뿌리 사회운동을 동원하고 활용함으로써, GLC는 정책결정 과정과 집행에 폭넓은 대중이 참여하는 길을 열었고 거대한 시장의 힘과 지방국가의 내적 구조에 저항하고 그것을 변형할 수 있었다. GLC의 경험은 이제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우리 사회 진보 세력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런던코뮌’을 통해 바라본 ‘필요의 정치학’과 풀뿌리운동
GLC가 시도한 전국적 저항은 광부 파업이 패배하고 지역적으로 고립되면서 위기에 몰리다, 중앙정부의 압도적인 사법적·정치적 권력에 밀려 좌초하고 만다. 그러나 GLC는 변화란 외적인 원천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변화는 이미 그 사회와 정치적 체제 내부에 존재하는 근거들을 인식하고, 발전시키며 조정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저자는 이것을 “국가 안에서 국가에 저항하여”, “시장 안에서 시장에 저항하여”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필요의 정치학’이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종들과 공유하고 있는 필요를 포함한 기본적 필요(basic needs) ― 음식과 음료, 거주지, 재생산 등 ― 와 인간적 필요(human needs)를 구분한다. 인간적 필요는 역사·문화적으로 변화 가능하며 개인과 사회집단이 자신들의 필요를 청구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것은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능력과 관계를 완전히 발전시키려는 인간의 열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국가와 시장 안에서 국가와 시장에 저항하는 독립적인 풀뿌리운동들을 통해 확장되고 심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GLC는, 결국 패배했지만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 세계사회포럼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사회운동의 조정, 그리고 다양한 운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역사적 운동이 이론에 투영되고, 다시 이 이론이 운동을 자극하는 선순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풀뿌리 사회운동 사이의 연계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식들과 그것들의 자극을 받은 지적인 작업들은 경제적 삶과 사회적 삶이 지금과 다르게 조직화될 수 있는 모델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은 다원주의적이고 민주적이며, 그래서 개방적인 녹색사회주의를 향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