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한반도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2.북한탐구

북한 :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관점 (2020)

동방박사님 2023. 6. 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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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북한은 존재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런데도 그 나라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교수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파헤친 북한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교수가 30여 년의 경험과 연구를 종합한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관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외부인이면서 내부인의 시선으로,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원리부터 일상생활의 풍경까지 북한체제의 핵심적인 속성을 설명한다. 2014~2016년과 2017~2019년에 북한에서 있었던 변화를 개괄한 두 편의 후기를 더함으로써, 북한에 관한 가장 종합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미국의 소위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규모 기아 사태를 겪은 뒤에도 2006년 2009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김정은 위원장(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무사히 권력을 승계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를 제조하고 미국에 도전하며,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마저 질기게 거부하는 나라, 북한은 어떻게 73년 동안 성공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북한에 대한 입문서이자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동독과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를 직접 겪었고, 20대에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30여 년 동안 북한을 방문하고 여행했고,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유럽인 경제학자의 눈으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한다. 그 결과 이 책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관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북한’이라고 부르는 우리에게, 북한을 이해하는 가장 적절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목차

서문
역자 서문

1 전통과 기원

공통의 뿌리
유교의 유산
권력정책의 전통들
고급문화와 자기고립
외부의 영향
1945년 이후 북조선 내부의 권력투쟁
분단
한국전쟁

2 이념과 지도자 - 가장 깊숙이에서 나라를 지탱하는 요소

사회주의와 공동체: 의식적으로 올바른 일 하기
사회의 머리
김정일과 왕조 방식 승계의 문제
김정은
주체
군사우선, 선군사상

3 정치체제 - 권력의 세 기둥

헌법
최고인민회의
북조선의 정당들
행정부
조선로동당
군부와 핵무기 프로그램

4 경제 - 연마하지 않은 금강석

사회주의 체제에서 사고팔기
경제체제와 그 약점들
경제 성장
지하자원
농업
산업
국제 제재
해외 무역

5 개혁 - 한 걸음 전진, 두 걸음 후퇴

개혁 대 작은 개혁들
북조선 경제에서 사회주의 완벽화 조치들
시장경제 실험들
2002년 7월의 거의-개혁
위험한 변화들
신新정통 사회주의로의 복귀

6 경제특구 - 수익창출원이자 위험요인

라선: 원대한 계획
금강산: 남한 관광객을 위한 북조선의 자연미
개성: 경제특구의 스타
신의주, 위화도, 황금평: 요란하지만 별수 없는
경제특구는 변화의 선봉인가

7 김정은 치하의 북조선 - 아직 이용되지 않은 잠재력

국가와 시장의 이중체제?
김정은의 대안들
북조선은 다음번 아시아의 호랑이가 될까
김정은: 미래 비전이 있는 지도자인가, 아니면 모험을 꺼리는 수구적 인물인가
변화 중인 나라
새로운 중산층
빵과 게임: 파산으로 가는 길인가

8 대형 구경거리 아리랑 - 90분 만에 보는 북조선

경기장 앞
환영 경축장
서장 “아리랑”
1장 “아리랑 민족”
2장 “선군 아리랑”
3장 “행복의 아리랑”
4장 “통일 아리랑”
5장 “친선 아리랑”
종장 “강성 부흥 아리랑”

9 통일 - 미래 전망

미심쩍은 비교가능성: 한국은 독일이 아니다
남과 북, 동과 서
한국 통일에 따르는 난관들
한국 통일의 비용
통일에 대한 구상들
전망: 통일의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가

후기: 북조선 2014~2016년
한국어판 후기: 북조선 2017~2019년

저자 소개

저 : 뤼디거 프랑크 (Rudiger Frank)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 196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핵물리학자이던 아버지를 따라 소련으로 건너가 4년간 거주했다. 1980년대 초 동아시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90년 동독 붕괴 이후부터 한국에 집중해왔다. 1991년 독일학술교류처DAAD의 장학금을 받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매해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역 : 안인희

 
인문학자이자 도이치어권 대표 번역자. 북유럽 신화, 유럽의 문화와 역사 등 여러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밤베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Bamberg)에서 수학했다. 저서로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2, 3』,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 이야기』,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등이 있고, 번역서로 『이탈...

책 속으로

북조선에 도착하자 충격이 밀려왔다. 나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었다. 나 또한 어째서 그런지 묻지 않았다. 사회주의야 나도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쨌든 나는 동독에서 태어나 자랐고, 아버지의 연구 체류를 통해 제한적이긴 했어도 1970년대에 만 5년을 소련에서 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북조선은 내가 전에 보았던 모든 것과 완전히 달랐다. 1991년 평양행 비행은 생각했던 것처럼 나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낯설고 기묘하고 비현실적이고, 머지않아 좌절을 불러올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 p.6

그 뒤로 나는 이 나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그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주 긴 과정이다. 북조선에 관해 책을 쓰려는 사람은 2주 동안 그 나라를 여행하든지 아니면 20년 동안 탐색을 해야 한다던 스승 헬가 피히트 교수님의 말이 언제나 거듭 기억나곤 한다. 당시에는 그 말이 좀 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의 25년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p.7

이따금 북조선이 많은 점에서 ‘달라’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은 전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북조선 경제체제의 많은 특징들은 체제에 속박되어 있다. 설사 매우 지역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도 그렇다. 우리가 가진 현재의 경제학 도구들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 p.154

북조선의 경제정책은 지난 20년 동안 지나치게 역동적이었다. 엄청난 문제들만 있었던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성공적인 해결책들도 있었다. 이런 경제정책들은 지금까지 내외의 오판과 방해에 부딪쳐 실패했음에도 이 나라를 발전시켰고, 따라서 좀 더 행복한 미래를 적어도 예비했다고 나는 힘주어 주장하겠다.
--- p.270

나라 안에 도원경을 세우는 것은 전혀 멍청한 정책이 아니다. 경제학자인 나는 사람들이 현재 처지가 아닌 미래 전망을 근거로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평가한다는 것을 안다.
--- p.299

시골 출신 젊은 여성에게 자기 나라에 있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자신도 도달 가능한 꿈의 도시, 온통 부자인 데다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로 넘치는 도시를 보여주면, 그 여성은 자신의 마을에서 자신에게 이런 동화 같은 사정을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국가에게 무조건 화를 내지는 않는다. 대신 그녀는 수도로 이사를 가든 아니면 집안의 사정을 낫게 해서든, 자기도 이렇게 점점 늘어나는 선택받은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 한다. 희망이 있는 한 사람들은 희망을 좇는다.
--- p.299

우리는 이 나라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가? 아니다. 그나마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도 자주 문제투성이인 데다, 사실의 해석은 어차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지도에서 북조선을 흰 점으로 표시하는 것은 더 이상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그 체제와 그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체제와 사람들을 하나의 통일체로, 체제와 사람들이 서로 결합된 전체의 부분들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다른 나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하지만 매혹하기도 하는 이 사회의 복합성을 정당하게 대할 수 있다.
--- p.384

북조선이 겉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정적인 것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는 사실에 대해 증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의 2년이라는 기간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p.385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주도로 대립하는 냉전 시즌 2가 시작되는 최초의 장소들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남한을 비롯해 해외 무역에 경제를 의존하는 다른 모든 나라들은 파괴적인 영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서울과 도쿄의 관계가 이렇게 막혀 있다는 사정은 특히 비극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정확하게 동일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원래는 밀접하게 서로 협조해야 했을 터인데, 그 대신 지금 과거를 놓고 대립하는 중이다. 평양은 그런 갈등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한과 일본 사이의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은 북조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 p.432~433

독일의 예는 통일 비용에 대한 패닉에 가까운 공포의 원천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있다. 서독이 통일을 통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는 지배적인 진술은 잘못된 정보다. 그 반대가 맞는다. 그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우선 단순한 예시 몇 가지를 내놓기로 하자.
--- p.434

출판사 리뷰

‘우리는 핵무기가 필요하다’
체제 정당화의 근본 근거, 역사 해석


북한 정치체제와 지도부는 역사 해석에서 정당성의 근본적인 근거를 얻는다. 저자는 북한을 형성한 역사적 경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남북 공통의 경험이고, 두 번째는 북한만 가진 경험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남북 공통의 경험이다. 역사 인식을 설명하는 이 대목에서 외부자이자 내부자로서 저자의 입각점이 빛을 발한다. 저자가 보기에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세계관을 규정하는 가장 큰 틀은 지정학이다. “한국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역사가 조금 더 오랜 중국과, 조금 더 짧은 일본 사이의 중간에 있음을 완전히 의식하고 있다.”(27쪽) 이런 틀 안에서, 오늘날 남북 모두에 13세기 고려 시대에 나타난 하나의 서사(narrative) 방식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바로 한국인이 외국 침략의 희생자라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북한이 군사적 영역에서 최대한의 독립성을 고집하고, 악명이 자자할 정도로 동맹국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게 해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20세기 식민지배의 경험은 “오늘날 남북에서 이 경험의 의미는 아무리 중요하게 다뤄도 모자랄 정도”다.

저자는 한민족의 민족주의가 가진 특징을 두 가지로 서술한다. 외세의 침략이라는 경험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방어적이고, 외부의 적을 통해 민족정체서을 의문시하며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전투적이다.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 북한 지도부가 조국을 습격하려는 도발이자 전주곡으로 생각되는 외국의 군사 훈련에 맞서, 경제적ㆍ정치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와 불굴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매우 쉽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지도자가 좋음과 올바름을 결정한다’
북한을 유지하는 힘, 이념


“심각한 기근, 건국자의 죽음, 다른 사회주의 체제들의 붕괴 등을 겪고도 어째서 북한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념이라고 답할 것이다. (…) 언젠가 이 정권이 서서히 또는 급격히 사라진다면, 이념의 변화 또는 이념에 대한 신뢰 상실이 그 원인이 될 것이다.”(62쪽)

저자는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원리로서 ‘이념’을 통해 북한을 파악한다. 저자가 동독에서 나고 자라 소련을 체험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념을 내놓는 자들은 자신의 가르침을 스스로 믿으며, 이 가르침이 올바르고 좋은 것이고, 자신이 억압자가 아니라 엄격한 교사일 뿐이라고 여긴다. 어느 영역에서든 사소한 잘못이라도 이념적 태도의 결핍 탓으로 돌릴 수 있고 그 결과 중대 범죄가 된다. “한편으로는 매우 분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모호한 위협의 시나리오들이 사람을 가장 심하게 불안하게 하고, 체제를 무섭도록 강력하게 만든다.”(67쪽)

북한 이념의 중심에는 지도자가 있다. 오직 지도자만이 북한에 ‘좋고’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 없이는 이념이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의 정치체제를 ‘수령체제’라고 부른다. 수령체제는 필연적으로 지도자 개인에 대한 숭배를 요구한다. 북한의 모든 주택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법으로 엄격히 정해진 장소에 걸려 있고, 학교 성적표 과목 상단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님의 혁명적 활동’이 있으며, 지도자의 사진은 접히거나 일상적인 목적에 쓰여서는 안 된다.

저자는 30여 년에 걸친 여행과 연구를 통해 북한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북한에서 이념이 여전히 대다수 주민에게 내면화되어 있고 그들이 이념을 떠받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에서 이념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요인으로는 민족주의, 전쟁 상황과 포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국가의 강력한 정보 독점 등이다.

‘안정과 일자리를 확보하고 빈곤을 얻는다’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 원리


“북조선 경제는 오랫동안 전형적인 사회주의 방식이었다. 동구권이 붕괴한 뒤로 20년 이상이 지났건만 우리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뜻인지 거의 알지 못한다.”(150쪽)

경제학자인 저자는 경험과 지식을 엮어 북한의 경제체제를 간결하게 설명한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경제학의 지식으로 북한 경제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북한 경제의 핵심 특징은, 경제 전체가 거의 완벽하게 국가의 손에 들어 있고 생산에서 사유재산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야심을 가진 기업가가 회사를 세울 수도 없고, 이미 파산한 국가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 국가는 안정과 일자리를 확보하고 빈곤을 얻는다.

가격도 조절 작용을 하지 못한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가격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최상의 경우에는 실제 비용과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멋대로 또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된다. 식품이나 집세 등 기본적인 것들은 국가의 보조를 받지만, 이른바 사치품은 자주 엄청난 가격 상승을 겪는다. 국영기업에 이런 가격 체계가 미치는 파급 효과는 치명적이다. 기업은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충동이 매우 미미하다. 노동자는 실업의 위협이 없고, 급여가 인하되어도 돈의 기능이 제한되어 있어서 별다른 영향이 없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매우 떨어진다.

저자는 북한 경제를 심각한 모순으로 규정한다. 매우 현대적이고 값비싼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기본식량에 있는 엄청난 문제들과 마주 서 있고, 그 결과 지속적인 영양실조와 심지어 기아 상태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가 내놓는 한 가지 해결책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선보인 적 있는 국가와 시장의 이중체제다. 기업체는 국가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가격으로 정해진 양만큼 생산품을 만들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팔고 이윤을 이용할 수 있다. 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국가는 기업을 민영화하고, 경우에 따라 주식을 소유하거나 다른 방법을 동원해 일정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직까지 북한에서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다.

‘이제부터 경제에 100퍼센트 매진하겠다’
체제 정당화의 위기 요인, 중산층


“희망이 있는 한 사람들은 희망을 좇는다.”(299쪽)

저자는 김정은이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 있어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이 중산층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휴대전화, 식당 방문, 외환의 소유와 사용, 옷차림 등으로 이 계층을 식별할 수 있다. 저자는 휴대전화 등록 수를 근거로 북한의 중산층 인구 규모를 2014년 중반 200만~25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북한 전체 인구인 2500만 명의 10퍼센트이다. 이 계층은 잃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므로, 더 보수적이고 위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2010년에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11년 12월에 ‘인민생활 향상’을 약속했다. 2013년에는 국가의 전략 노선을 ‘선군정책’에서 ‘병진정책’으로, 즉 경제 성장과 핵무기 위협을 나란히 구축하는 노선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2017년 화성 15호 실험에 성공하고 나서는 군사적 위협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부터 경제 구축에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노력을 100퍼센트 군사력에 투입하는 김정일의 선군정책에서, 50대 50으로 나누는 병진정책으로, 이어서 100퍼센트를 경제에 투입하는 새로운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격차에 불안과 불만, 폭동의 씨앗이 들어 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전망한다. “나라 안에 도원경을 세우는 것은 전혀 멍청한 정책이 아니다.”(299쪽) 현대 경제학이 알려주는 사실은, 사람들은 현재의 처지가 아닌 미래의 전망을 근거로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고 중요해질 것이다.

‘남북한 경제는 서로를 보완한다’
독일 경제학자가 보는 ‘통일 대박론’


“독일 통일은 서독 경제를 위한 초대형 경기부양책이었다.”(371쪽)

통일은 어떤 난관을 일으킬까? 저자는 독일의 통일에서 가장 예상하기 어려웠던 난관이 ‘자격능력 구축’이라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옛 동독 주민들이 최대한 빨리 옛 서독의 규범과 규칙을 익혀야 했던 것이다. 경제 규칙, 곧 세법과 사회법을 포함하여 가장 광범위한 의미에서 법체계에 관한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통일 후에 서독 사람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결국 게임의 규칙을 더욱 정확하게, 더욱 광범위하게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한의 독자들에게 통일 비용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통일 비용은 단순한 경비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경제발전의 기회가 된다는 점을 독일 통일을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독일과 달리, 북한과 남한의 국민경제는 서로를 보완한다. 남한이 통일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산업체들이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남쪽에서의 실업과 세수 감수 정도이다. 저자가 보기에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은 경제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맞는 말이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통일은 재정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동독 사람들은 엄청난 재정적 도움을 받고 그것으로 적절한 삶을 누리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서독 사람들은 수요의 폭발적 상승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부를 확보했다. “양측이 모두, 일부는 상당한 정도로 이익을 얻었다.”(4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