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생각의 힘 (독서>책소개)/2.한국사회비평

왜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동방박사님 2022. 2. 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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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주변을 돌아보면, 장애를 겪고 있거나 나이가 많아 생활기반이 없는 경우, 혹은 다른 이유로 자산조사를 받고 수당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여건이 나아져 취업을 하고 일정한 소득을 올리게 되면, 이 수당은 적어지거나 받을 수 없다. 여러분이 이런 처지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불안정한 노동자 계층, 이른바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늘고 있다. 시간제 고용이나 ‘우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단기 고용을 얻는 ‘긱(Gig)’ 경제 안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교사들마저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같은 맥락에서 복지를 ‘찌꺼기’로 만들고, 그 대상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수치심’을 갖게 하며, 적지 않은 사기와 범죄, 행정적 실수를 유발하는 자산조사에 기초한 기존의 선별적 수당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유급 고용의 개인들이 소득을 올릴 때마다 부당하게 부과되는 세제의 문제점을 파헤쳐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수당 시스템과 세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 제도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서도 기본소득의 시행과 반대의 핵심에 있는 재원 마련이 가능하며, 이런 점은 기본소득이 당장이라도 시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증거(수치로 제시한다)다. 나아가 이 책은 일정 금액으로 모든 개인에게 조건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야말로 기존의 선별적 수당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문제점들을 야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고용 불안을 완화시키는 등 개인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기제로서 불확실한 미래에 가장 적합한 복지 유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의 아동수당은 1946년부터 한 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 지급된 가족수당에 이어 1970년대부터 지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편적 수당으로, 기본소득이 시행될 때의 가치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이 책의 대다수 내용은 영국사회라는 맥락에 기초하고 있지만, 상당수 내용이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4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영국의 복지제도와 베버리지의 수당 시스템이 시작된 동기 및 정신을 통해서, 왜 우리에게 미래의 복지제도로 기본소득을 시행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한다.

목차

추천사-가이 스탠딩
머리말

서론 - 상상해보자
1장 어떻게 우리가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나?
2장 경제, 일, 고용
3장 개인과 그 가족들
4장 행정의 효율성
5장 빈곤과 불평등 감소
6장 실현가능한 일인가?
7장 시행을 위한 선택안들
8장 시범 프로젝트와 실험
9장 반대의 목소리
10장 기본소득의 대안들
11장 간략한 요약

용어
후기
감사의 말
부록
주해
참고문헌
찾아보기(명칭)
찾아보기(주제)
 

저자 소개

저 : 말콤 토리 (Malcolm Torry)
 
영국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Citizen’s Basic income Trust)를 이끄는 중심인물이자 2월 초 개최되는 ‘2020년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에 초청된 저자 말콤 토리의 2013년 저작『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은, 출간 직후 영국 유수의 일간지에 기본소득을 다룬 최초의 전면적인 기사를 등장시켰고 또 다른 여러 기사들이 나오게 함으로써 영국의 기본소득 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계기를 만들었다. 런던정경...

역 : 이영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리츠칼튼 서울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이수그룹 비서 팀에서 비서로 근무했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사업을 한다는 것』 『당신의 의사도 모르는 11가지 약의 비밀』 『넥스트 아프리카』 『코드 경제학』 『플랜트 패러독스』 『알리바바』 『플씽크 어게인』 『시간 전쟁』 『고독한 나에게』 ...
 

감수 : 안효상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회당 대표와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버클리 자유언론운동」등을 썼고, 저서로는『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공저, 2014),『세계사 콘서트: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다시 읽는 역사의 명장면들』(2014),『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2...

책 속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액수의 돈을 주기로 한다면, 결정해야 할 문제는 하나뿐이다. 얼마를 줘야 할지만 정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돈을 다르게 주거나 어떤 사람에게는 돈을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돈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결정해야 할 문제가 더 많아진다. 여러 유형의 가구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할당된 소득액을 얼마나 빨리 줄여야 할지, 누가 누구와 함께 사는지,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 p.29

2차 대전 중에는 정부가 국민생활의 많은 영역으로 영향력을 넓혔다. 정부가 의료와 교육, 소득 유지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1942년 전반적인 국민보험 혜택과 충분한 자원이 없는 사람들의 소득을 유지하는 중앙관리형 국가부조제도를 제안한 윌리엄 베버리지의 보고서는, 전쟁 중에 더 나은 삶을 고대하던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였다. 1945년 가족수당(아동수당의 전신), 1946년 국민보험퇴직연금(기여형), 실업수당, 상병수당의 법령이 의회를 통과했다.
--- p.39

기존의 시장실패의 맥락에서 보면, 사실 세금과 수당이 없는 경제가 적절한 세금과 복지제도가 있는 경제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공적 제공이 경제에 이용가능한 인적자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성공을 강화하는 ‘기업지원정책’을 다루는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앳킨슨이 제안하는 것처럼 ‘불완전한 정보와 시장의 부재 같은 현실 세계의 현상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된 세금의 추가 징수가 자원 배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66-67

그렇다면 왜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에 의지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에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일까? 다시 말하지만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자산조사에 필요한 관료주의적 개입이 한 가지 요인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모르고 아마도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의 삶이 침범 받는 것 말이다.
--- p.100

에드나는 자신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엑세터 주택단지 주민들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빌 조던의 연구는 해당 집단의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가난하다’ 혹은 ‘빈곤’한 상황에 있다고 범주화하고 싶은지 먼저 묻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어떤 집단을 ‘가난하다’고 혹은 어떤 특정한 상황들을 묶어 ‘빈곤’이라고 범주화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어떤 것보다 유용한 증거일 것이다. 런시만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엑세터 거주자들은 다른 종류의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 사회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 p.128

대중은 ‘빈곤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비판적인 인식을 갖거나 빈곤과 불평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불평등과 저소득에 의존하는 생활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면 사람들이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는 조치들을 좀 더 지지하게 된다.’ 이들은 기꺼이 복지국가를 지지하고 ‘부담과 수당의 분배가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한 기꺼이 집단적 선에 기여한다.’
--- p.148

기본소득은 흔하고 평범한 제안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보는 방법이다. 세금과 수당을 관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비교적 작은 변화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전의 정책 변화에 대한 사례에서 이끌어낸 교훈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정책적인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생각보다 높을 수도 있다. 또 가족수당에서와 같이 기관과 구조, 제도, 담론이 기본소득을 시행하는데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p.169

주의할 것이 있다. 우리가 논의한 시행 방법들은 이상적인 유형들이다. 빌 조던이 지적했듯이, 사회정책의 개혁은 그렇게 정연하지가 않다. ‘웅장한 고속도로’라기 보다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이다. 영국을 예로 들면서 조던은 약간의 다른 비유를 이용해서 기본소득으로 대변되는 ‘간선 도로’를 기존의 수당 시스템을 고쳐야 할 필요성에서 동기가 된 ‘유니버설 크레디트’로 대변되는 ‘국도’와 비교한다.
--- p.184-185

고용 상태에 있는 어떤 사람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일정 부분이 우리 모두에게 속하는 자원에서 나온다면, 기본소득의 자금 마련을 위해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착취라고는 볼 수 없다. 이런 기반에서 계산된 기본소득은 공정한 호혜성에 필요한 기반 중에서 최소한 하나는 정립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여를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최저 소득’으로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17

금융거래세에 대한 논란의 대부분은 환전을 중심으로 일어나지만 다른 종류의 금융거래에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것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국가 금융거래세 또는 비슷한 금융활동세를 국가 규모의 기본소득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세금은 유럽 전체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도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지구적인 금융거래세가 전세계의 기본소득에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다. 따라서 금융거래세는 장점을 다 갖춘 기본소득을 창출하는 동시에 통화 투기를 줄이므로 경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
--- p.241

부자에게는 그런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대가 있을 수 있다. 돈이 부족한 경우라면 부자에게는 주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분별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오로지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돈을 주려면 자산조사를 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책을 읽었다면 당신도 자산조사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님을 알 것이다. 모두에게 돈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부유한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돈을 주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유한 사람들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면 말이다.
--- p.260

영국웨일즈 공인회계사협회가 협의에서 논의한 두 번째 시행 방법은 한 번에 하나의 연령 집단에 시행하는 기본소득이다. 현재 OECD도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첫째, 아동수당을 강화한다. 두 번째 단계는 16세, 17세, 18세의 모든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16세가 되는 집단이 기본소득을 지급받게 된다. (우리는 이 세 단계를 21세인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는 상황에서 시험할 것이다.)
--- p.311
 

출판사 리뷰

기본소득은 이제 더 이상 괴짜나 이상주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1920년대 영국에서는 가족수당이 ‘괴짜나 이상주의자들이 하는 이야기’로 들렸으나, 1946년부터는 자녀가 한 명 이상 있는 모든 가족이 가족수당을 받았고, 1970년대부터는 아동수당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아동수당처럼 기본소득이 모든 개인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수당’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복지를 ‘찌꺼기’로 만들고 대상자에게 ‘낙인’을 찍는 기존의 수당 시스템에, 유급 고용의 개인들에게 ‘부당하게’ 부과하는 세금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왜 기본소득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책은 실행가능한 기본소득의 여러 선택안들을 제시하고 기존의 복지제도와 세금 및 수당 시스템 안에서도 재원 마련이 가능하며 전면적인 시행보다는 단계적 시행이 좀 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수치(마이크로시뮬레이션)상으로 그 증거를 제시한다. 아울러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살펴보고, 이런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기본소득으로 가구는 안전한 기반을 갖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의 지급이 절대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구의 가처분 소득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가구원의 기본소득으로 이루어지는 안전한 기반을 갖게 된다. 기본소득으로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에서 벗어난 가정의 경우에 더 이상 복잡한 행정업무에 대처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구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평가받을 일도 없다.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산조사에 기초한 기존의 모든 선별적 수당은 그 대상자에게 낙인을 찍고 수치심을 갖게 한다

다른 사람과 공동체, 더 크게는 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힌 사람은 수치심을 느낀다. 고프먼은 낙인을 ‘신체적 기형’과 ‘개인적 성격의 결함’, ‘인종, 국가, 종교의 부족적 낙인’으로 구분했다. 복지제도라는 배경에서 나타나는 것은 두 번째 낙인이다. 사람들은 자산조사로 수당을 받는 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을 성격적 결함의 탓으로 돌리면서 이들에게 낙인을 찍는다. 낙인의 뿌리에는 낙인을 찍힌 사람과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즉, 자산조사로 수당을 받지 않는 사람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두려움에서 이런 수당을 받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게 된다. 이는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을 받고 있으나 이 같은 상황을 원치 않는 사람도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별적 서비스는 복지를 찌꺼기 내지는 공공의 부담으로 보는 사회적 산물이다

리처드 티트머스가 말한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질이 낮은 선별적 서비스는 ‘복지’를 찌꺼기 내지는 공공의 부담으로 보는 사회적 산물이다.” 반면 보편적이고 무조건적 수당은 모두에게 지급되므로 질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복지’를 우리가 공유하는 것, 모두가 경험하도록 해야 하는 것, 모두가 자신이 가진 재력에 따라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만든다.

아동수당이 끝나는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재정적인 실현가능성 시험을 통과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이 제도안에 대한 마이크로시뮬레이션 결과가 부록에 실려 있다. 영국의 경우, 아동수당은 16세 생일이 지나면 지급되지 않는다. 부모와 다른 양육자들이 18세까지 성년 초반 성인들의 돌봄 비용을 계속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6세의 기본소득은 지금의 아동수당처럼 부모나 양육자에게 지급하고, 17세에는 부모와 젊은이에게 절반씩 지급하고, 18세가 되면 젊은이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지급 기제에 단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제도안이 재정적 실현가능성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보다는 일을 더 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직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될 것이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직장을 떠나겠다는 위협이 진짜로 받아들여질지는 다양한 요인에 좌우되겠지만 말이다. 실업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고 임금이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잘 반영하게 되면서 제조업계와 서비스업계의 현대화와 노동자의 노동 가치에 기반을 둔 진정한 의미의 임금 협상을 위한 합리적인 산업계획의 조건이 마련될 것이다.
 

추천평

나는 말콤 토리가 2013년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Money for Everyone』을 펴냈을 때 열렬히 환영했다. 『왜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할까』는 이보다 훨씬 더 열광적으로 환영한다. 이 책이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의 후속편인지, 새로운 책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책의 상당 부분을 새롭게 써야 했다는 사실이 단 5년 만에 기본소득의 논의가 얼마나 진전됐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실현가능성과 시행을 언급했지만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은 주로 기본소득의 가치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이번 책에서는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에 실려 있지 않은 내용들과 충분히 평가를 거친 기본소득안의 실례들이 상당수의 장에 필연적으로 포함됐다. 현재는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과 시행을 위한 선택안들이 시민과 정책결정권자들의 논의에서 훨씬 더 많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책에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실었다.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쓴 책에 전 세계적으로 나오는 반대 의견들을 실었다.

이 책은 오랜 유산을 가진 아이디어를 다루고 있다. 역사 속의 몇몇 위대한 사상가들이 이 아이디어를 지지했다. 이제는 때가 됐다고 믿을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본소득에 관한 요구는 ‘공상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상가들이 ‘안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권리로서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많은 윤리적·사회적 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30년에 걸친 경제성장 기간 동안 불평등이 무자비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수백만 영국인들이 빈곤에 빠진 현실에 대한 실리적 반응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어설픈 대응으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불평등에 갖가지 변명거리만 찾아냈다. 우리는 누구의 명예도 세워주지 못하는 정치적 공리주의 속에서 표류를 계속해왔다. ‘중산층’의 행복을 증진시키자. 이곳에 표를 줘야 한다. 디저빙 푸어에게 조건부 수당을 지급하자. ‘약탈자’나 다름없는 언디저빙 푸어에게는 혹독하게 대하자. 이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을 돕는 길이다. 이 얼마나 자만과 편견이 가득한 주장인가!

나라 전체에 수많은 ‘약탈자’(‘당신이나 나와는 다른’ 이질적인 종족)들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의존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신들이 어떻게 아는가? 일부 사람들이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일화적인 증거가 도덕주의자인 척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편파적인 정책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들은 예외 없이 나쁜 정책이다. 기본소득에 우호적인 쪽으로 대세를 전환시킬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노동자계급)에 진입하고 있다. 내 책에서는 이들을 새로운 위험계급이라고 묘사했다.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이들의 필요가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라고 일컬어지는 주류 정당들에게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콤 토리는 순리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죄인이든 성자이든)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본소득이 사람들을 더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생산적으로 만들며, 더 많은 사람들을 이타심과 인내심을 가진 책임 있는 시민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기본소득으로의 변화(실로 중요한 변화의 방향이다)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용기와 에너지를 갖고 실현을 위해서 싸울 수 있어야 변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알 만큼 현실적이다. 말콤 토리는 합리적이고 설득적이며, 합리적이기 때문에 설득적인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가 쓴 이 책은 날로 활발해지고 있는 논의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 가이 스탠딩 (Guy Standing, SOAS 런던대학 교수,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공동창립자, 2020년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기조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