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1.인문교양

좀스키 처럼 생각하는법

동방박사님 2022. 5. 8. 10:02
728x90

책소개

생각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교양인들에게 전하는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방법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가장 맛잇는 맥주"라는 광고를 보고 가게에서 그 맥주를 집어든적이 있는가?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이유는 가장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단어 하나, 말 한마디를 해석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그로인해 미디어는 얼마든지 여론을 조작할 수도, 광고에 속임수를 쓸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미디어의 먹잇감이 되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는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자는 이 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통해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노르망 바야르종은 다섯 가지 영역, 즉 언어, 수학, 심리학, 과학, 미디어를 두루 살펴가며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을 꼼꼼하게 정리한 했다. 그리고 이를 촘스키의 표현을 빌려서 ‘지적인 자기방어법 강의’라 이름 붙여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말과 글에서 거짓을 구별하고 논리적인 허점을 볼 줄 알면 우리의 말과 글에 진실과 논리를 담을 수 있고, 우리를 속이는 기술을 알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의 힘이 그만큼 강력해질 것이다. 또한 숫자와 과학으로 사고하는 습관은 우리의 말과 글에 객관성과 사실성을 더해주며, 미디어로 우리를 조종하는 방법을 알면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독자들이 '방어'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지적인 방어법을 익히는 동시에 지적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목차

1장 언어: 말에 숨겨진 진짜 뜻을 생각한다
이런 말들에 당신은 넘어간다
말과 글의 진실을 캐내는 20가지 논리 도구

2장 숫자: 숫자로 생각하되 함정을 조심한다
숫자 공포증을 치유하는 10가지 비법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확률과 통계 강의

3장 경험: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한다
내가 정말로 본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비판적 사고에 약이 되는 6가지 심리학

4장 과학: 과학을 과학적으로 의심하고 성찰한다
당신의 지갑을 지켜내는 3가지 과학 실험법
과학을 과학답게 만드는 과학적 생각법

5장 미디어: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꼼꼼하게 따진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미디어는 우리를 어떻게 선동하는가?
미디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31가지 전략

나오는 글
옮긴이의 글
부록: 독립 매체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노르망 바야르종 (노르망 바야르종 Normand Baillargeon)
 
작가 한마디세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이고 진실을 그냥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이성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먹잇감이 될 수 있다.몬트리올 퀘벡 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의 역사와 교육 철학을 가르친다. 행동주의자로 좌현으로(A Babord)》, 《불협화음(Le Couac)》 등 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잡지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일간지 《책임(Le Devoir)》에 고정 필자로도 활동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개는 목마르다』, 『권력이 없는 질서』 등을 썼다.

역 : 강주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다.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어제까지의 세계》 《문명의 붕괴》 《12가지 인생의 법칙》 등 100여 권이 있고, 지은 책으로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번역은 내 운명》(공저) 등...
 

책 속으로

예컨대 ‘낙태’에 대해 말할 때 사용되는 어휘를 생각해보자. 토론자는 자신을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pro-life)이나 ‘선택권을 중시하는 사람’(pro-choice)으로 말하지, ‘생명을 반대하는 사람’(anti-life)이나 ‘선택권을 반대하는 사람’(anti-choice)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의 선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p.23

크로이소스 왕은 델포이 신전의 무녀를 찾아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느냐고 물었다. […] 무녀는 크로이소스 왕에게 “크로이소스가 할리스 강을 건너면 대제국을 파괴하리라.”는 신탁을 전했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는 뜻으로 그 대답을 해석했다. 하지만 그 예언은 모호했다. […] 어느 쪽이 패자가 되더라도 대제국을 잃어야 했으니까.---pp.34-35

복잡하고 미묘한 분석보다 단순한 분석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속성이다. 거짓 딜레마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효과를 거두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이런 속성에 있다. […] 예컨대 지루하고 복잡한 분석을 시도해보자고 요구하는 것보다,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테러국을 폭격하겠느냐 아니면 서구 문명의 붕괴를 지켜보겠느냐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편이 훨씬 쉽게 느껴진다.---p.62

미국에는, 총기 휴대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면 또 다른 것을 규제하는 법이 제정될 것이고, 이런 식으로 뭔가를 규제하는 법이 끝없이 제정되면서 결국에는 미국이 전체주의국가로 전락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p.78-79

어느 날 한 대학생이 나를 비롯해 강당에 모인 지식인들 앞에서, 미국과 영국이 손잡고 이란에 가한 제재 때문에 10년 전부터 1시간에 2000명의 이란 아이가 죽어간다고 주장했다. […] 1시간에 2000명이 죽는다면 1년이면 1752만 명이 죽는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면……. 인구가 고작 2000만 명에 불과한 나라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엉터리 자료는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p.95

1130억 달러의 전쟁 비용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 4880만 7933명의 아이들에게 1년 동안 건강보험을 보장해줄 수 있는 액수이기도 하다. 또한 그 돈이면 288만 8245명의 대학생에게 4년 동안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고, 162만 6701채의 공공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p.101

한 회사가 회계사를 고용하려고 구인 광고를 냈다. 사장은 첫 번째 지원자에게 2+2는 몇이냐고 물었고, 지원자는 당연히 4라고 대답했다. […] 마침내 세 번째 지원자가 들어왔다.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그러자 그는 벌떡 일어나 커튼을 꼼꼼하게 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사장님은 얼마이기를 바라십니까?” 그가 채용됐다.---p.107

수백만의 미국인이 1킬로그램도 늘지 않았는데 갑자기 비만자가 됐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 알고 보니, 체질량지수 27.6 이상을 비만으로 판단하던 미국에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체질량지수 25 이상이면 비만)을 적용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p.111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53퍼센트였고, 3월에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56퍼센트였다고 하자. 이 조사의 신뢰구간이 95퍼센트라면 1월에 대통령의 지지도는 48~58퍼센트 사이가 되고, 3월에는 51~61퍼센트 사이가 된다. 따라서 두 번째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했다고 언론에서 보도한다면 이런 부분을 곱씹어봐야 한다.---p.149

첫 번째 카드에는 20센티미터 길이의 직선 하나가 그려져 있고, 두 번째 카드에는 15센티미터, 20센티미터, 25센티미터 길이의 직선 셋이 그려져 있다. 연구원이 첫 번째 카드의 직선과 같은 길이를 두 번째 카드에서 찾아보라고 한다. […] 이상하게 모두가 엉뚱하게 대답한다. […] 물론, 그들 모두가 실험 도우미들이다. 여하튼 당신이 대답할 차례가 된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 피실험자의 3분의 1 이상이 집단의 의견을 따랐고, 75퍼센트가 적어도 1번은 집단의 의견을 따랐다.---p.218

단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미디어를 소유한 기업의 수가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50개에서 28개로, 다시 23개로 줄었던 것이 14개로, 또 10개로 줄어들었다. 『언론 독점』의 최근 판을 보면, 5개의 기업이 미국 미디어의 과반수를 지배하는 실정이다.---p.289

기사에서 사용된 단어를 다른 단어, 예컨대 다른 어감을 지닌 단어나 아예 다른 뜻을 지닌 단어로 바꾸어보라. […] 예컨대 ‘자유무역’을 ‘관리무역’으로 바꾸어보라. 이렇게 바꿔놓은 단어가 현실에 더 일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육’을 얘기하고 있다면 그 단어를 ‘세뇌’로 바꾸어보라. 생태나 환경보호를 얘기하고 있다면 어떤 단어로 바꿀 수 있겠는가?
---p.297
 

출판사 리뷰

“모든 것이 비판에 부쳐져야 하는 진정한 비판의 시대”
생각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교양인을 위한 지적인 자기방어법 강의


18세기 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초판의 서문에 “모든 것이 비판에 부쳐져야 하는 진정한 비판의 시대”라고 적었다. 이 선언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 비록 칸트가 말한 원래 뜻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우리 시대를 정확히 묘사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이고 진실을 그냥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이성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여론 조작, 정치인의 허튼소리, 광고의 속임수, 미디어의 정보 조작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영역, 즉 언어, 수학, 심리학, 과학, 미디어를 두루 살펴가며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을 꼼꼼하게 정리한 후, 촘스키의 표현을 빌려서 ‘지적인 자기방어법 강의’라 이름 붙였다.
모든 개념에는 그것을 재밌게 이해하도록 돕는 사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에서 확실히 보여준다. 덕분에 광범위한 지식을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기보다는 쉽고 재미있으며,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유머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삶에 꼭 필요한 살아 있는 지식, 간단명료한 개념 설명, 위트와 유머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기에, 이 책은 2005년 출간 이래 프랑스어권에서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과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쓸모는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지적인 방어법을 익히는 것은 동시에 지적으로 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에서 거짓을 구별하고 논리적인 허점을 볼 줄 알면 우리의 말과 글에 진실과 논리를 담을 수 있고, 우리를 속이는 기술을 알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의 힘이 그만큼 강력해진다. 또 숫자와 과학으로 사고하는 습관은 우리의 말과 글에 객관성과 사실성을 더해주며, 미디어로 우리를 조종하는 방법을 알면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소통과 자기표현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오늘날 이만큼 든든한 능력을 갖추긴 쉽지 않다.

비판적 사고를 위한 안내서가 필요한 시대

넘쳐나는 거짓 정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다양한 시도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제대로’ 생각하고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비판적 지성을 기르는 교육의 기능마저 축소되어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데 쓸 도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에게 참된 교육제도가 있다면 학교에서 당연히 지적인 자기방어법을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촘스키의 진단은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비판적 사고를 위한 아이템들을 획득하다 보면 무엇이든 고분고분 믿지 않고(다른 말로 하면 지적인 순응주의에 빠지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 속에 나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지, 통계와 그래프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과학으로 포장된 정보들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 미디어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나 자신의 기억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깊이 성찰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단련되기 때문이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화해를 위한 시설’과 ‘강제수용소’

‘화해를 위한 시설’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살인자가 석방되면 또다시 살인을 범할 거라는 상대 토론자의 반박을 듣고도 당신은 계속해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수 있는가? ‘가장 많은 사람이 마시는 가장 맛있는 OO맥주’라는 광고를 본 후 가게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맥주를 집어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사실 ‘화해를 위한 시설’은 전시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반감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며, 사형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살인자가 또다시 살인을 저지를 거라는 보장도 없다. 또 가장 많은 사람이 마시는 맥주는 가장 값이 싼 맥주일 수도 있다.
1장은 말과 글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트릭을 폭로한다. 공포를 조장하여 이성적 판단을 억누른다든지, 다수의 의견임을 내세워 정당한 반박을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든지, 권위자의 이름을 빌려 맹목적 믿음을 유도하는 등의 기법부터 모호한 표현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법, 주제와 상관없는 딴 얘기를 해서 궁지에서 탈출하는 법, 주제와 상관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이야기 중에 슬쩍 끼워 넣어 엉뚱한 결론에 이르는 법까지 논리학에서 꺼낸 실용적 개념들을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지적컀 무능력에 빠지게 만드는 다양한 기법들이 말과 글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그것을 깨뜨리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평균 월급 6000달러의 진실

어떤 사람이 평균 월급이 6000달러라고 광고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석 달의 수습 기간이 지나도 월급은 2000달러가 채 안 되었다. 알고 보니 이 회사에서는 고액 월급을 받는 몇몇 임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화가 난 그는 사장에게 달려가 광고에 회사의 ‘평균 월급’(평균값)이 아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받는 월급’(최빈값)을 광고에서 밝혔어야 한다고 따졌고, 결국 너무 똑똑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위의 예에서 보듯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숫자 정보들 중에는 겉으로는 객관적으로 보일지라도 실제는 우리를 착시에 빠뜨리는 것이 많다. 2장에서는 우리를 두렵게 혹은 착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숫자들에서 진실을 볼 수 있는 수학적 도구들을 제시한다.
우선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다양한 수학적 협박을 물리칠 수 있는 대처법을 소개한 후,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과 그의 도박꾼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확률의 기본 개념을 심어준다. 이를 바탕으로 분산, 표준편차 등이 세상을 바로 보는 데 어떤 식으로 쓰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우리를 착각에서 건져내줄 수학적 개념과 사고법(통계의 거짓말, 평균값으로의 회귀, 도표와 그래프 보는 법, 여론조사 바로 보는 법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숫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밌는 ‘시민 수학 강의’다.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를 보았다?

한 심리학자가 디즈니랜드의 가짜 광고를 피실험자에게 보여준 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를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린 피실험자가 높은 비율로 나왔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에서는 벅스 버니를 볼 수 없다. 벅스 버니는 디즈니의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3장은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경험들이 어떻게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달에서 토끼를 보는 이유, 용한 점쟁이들이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콜드 리딩의 비밀, 종말론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이유, 셋이 합심하면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이유 등을 심리학의 개념들(포러 효과, 인지부조화, 피그말리온 효과, 밀그램의 실험, 애슈의 실험)을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과학 논문을 심사할 공정한 전문가를 찾습니다

데페리프론이라는 신약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이를 발견한 연구자는 그 사실을 공론화하고 싶었지만 논문을 발표할 수 없었다. 데페리프론을 개발한 제약회사에서 그가 소속된 병원과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제약회사와 대학 연구소 간의 우려스런 밀월관계와 그로 인한 이해관계의 갈등 및 연구 결과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사설을 연속으로 게재한 적이 있는데, 당시 논문을 심사해줄 공정한 전문가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제약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과학을 과학답지 못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따라서 과학 정보를 접했을 때 열광하기보다는 의심과 성찰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4장은 우리가 과학 정보를 바로 판단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도구들을 소개한다. 똑똑한 한스(덧셈을 하는 말)와 수맥 찾기 실험 등의 예를 통해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거짓된 주장에 속지 않도록 돕는 과학 실험법(이중맹검실험, 대조군이 있는 실험 등)을 말하고, 진짜 과학의 조건과 사이비과학의 특징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정리하여 과학적 사고로 단단히 무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권신장운동 뒤에서 미소 짓는 담배회사

1990년 10월, ‘나이라’라는 15세의 한 소녀가 워싱턴 하원 인권위원회에 출두했다.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쿠웨이트의 한 병원에 이라크 군인이 급습해서 인큐베이터를 깨뜨리는 바람에 312명의 아기가 차디찬 병원 바닥에서 숨을 거뒀다는 얘기를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장면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고, 이날 이후 미국의 소중한 친구였던 사담 후세인은 “바그다드의 도살자”로 불렸다. 걸프 전쟁에 미국이 참전하는 걸 반대하던 여론은 순식간에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1929년 부활절 뉴욕 5번가에서 여성의 흡연권을 보장하라며 여성들이 시위에 나섰다. 당시 미국에서 활발하던 여권신장운동의 일환으로 보이는 광경이었다.
앞의 장면은 홍보회사 힐앤놀튼이 미국의 참전을 원하던 쿠웨이트인들과 1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진행한 사기극이며, 뒤의 장면은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담배회사의 의뢰로 기획한 캠페인이었다. 나이라는 워싱턴 주재 쿠웨이껆 대사의 딸로 병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병원에서의 대규모 영아 살해도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리고 1929년 당시 럭키스트라이크와 아메리칸타바코 등의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치명적인 물질이라는 증거를 감추는 홍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미디어는 감춰진 진실을 알리고 부정한 현실을 비판하는 기능도 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기능도 수행한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허먼과 촘스키는 미디어의 이런 부정적 기능을 낳는 요인을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미디어의 소유권과 수익원, 둘째는 광고에 대한 의존도, 셋째는 정보 출처의 편향성, 넷째는 플랙(권력이 미디어를 길들일 목적으로 행하는 공격), 다섯째는 반공산주의다. 이렇게 5장에서 왜 미디어가 공정하지 않은지를 밝힌 후, 미디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31가지 전략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추천평

재밌고 명쾌하게, 그리고 지식인의 눈으로 저자는 ‘여론을 엄격히 관리’하려는 의도로 고안된 간단한 수법부터 세상에 만연한 온갖 교묘한 속임수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런 수법들을 폭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지만, 저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프로파간다를 분석하는 전략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도구까지 전해준다. 이런 것들은 복잡한 세상을 똑바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질들이다. 왜곡된 이데올로기와 학설이 세계를 설명하는 기준이 된 요즘 같이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더더욱.
노엄 촘스키
어떻게 부려 쓰느냐에 따라 언어와 이미지는 얼마든지 이데올로기의 시녀일 수도, 타락한 권력과 자본의 앞잡이가 될 수도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 속임수의 방법은 다양해지고 교묘해졌다. 이런 시대일수록 지적으로 긴장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보다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보다 자유로운 선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보일(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