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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수주의 정치 철학의 백과사전
『보수의 뿌리』는 1964년 『What Is Conservatism?』이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편저자 프랑크 메이어(Frank Meyer)가 서구 보수주의 사상가 12명의 글을 한데 묶은 책이다. 본서는 2015년 복간된 판본을 번역본으로 했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은 전통주의자와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를 중심으로 나뉘어 중구난방으로 번져가던 처지였다. 메이어는 얼핏 보아 서로 대립적으로 보이는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줄여보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의 글을 하나로 묶어냈다.
이처럼 다양한 보수주의자들의 사상적 차이를 줄이고 공통점을 확대해나가자는 보수주의 세력을 융합주의자들이라 불렀고 그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이 이 책의 편저자였다.
미국의 헌법을 가장 권위 있게 설명한 책자는 『연방주의자 논집 (Federalist Papers)』 이라고 꼽힌다. 알렉산더 해밀턴 등 3명의 필자들이 제헌 당시 헌법을 실제적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해설한 85개의 짧은 글을 모은 책이다. 『보수의 뿌리』는 보수주의의 『연방주의자 논집』이라 평가된다. 영국과 미국 정치의 주류이자 핵심인 보수주의의 다양한 측면을 여러 필자들이 자세히 또 권위 있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보수의 뿌리』에 실린 글을 독자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최근에 발표된 논문 하나로 추가로 번역해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첨가했다. 보수주의가 영미에서 어떻게 태동했고, 오늘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 사상사적 흐름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해주는 논문이다. 이 글은 2017년 5월 20일자 [어메리칸 어페어즈]라는 정치 계간지에 실렸던 요람 하조니(Yoram Hazony)의 논문이며, 논문의 제목이 공교롭게도 본서의 제목과 같은 What Is Conservatism? 이다.
『보수의 뿌리』는 1964년 『What Is Conservatism?』이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편저자 프랑크 메이어(Frank Meyer)가 서구 보수주의 사상가 12명의 글을 한데 묶은 책이다. 본서는 2015년 복간된 판본을 번역본으로 했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은 전통주의자와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를 중심으로 나뉘어 중구난방으로 번져가던 처지였다. 메이어는 얼핏 보아 서로 대립적으로 보이는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줄여보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의 글을 하나로 묶어냈다.
이처럼 다양한 보수주의자들의 사상적 차이를 줄이고 공통점을 확대해나가자는 보수주의 세력을 융합주의자들이라 불렀고 그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이 이 책의 편저자였다.
미국의 헌법을 가장 권위 있게 설명한 책자는 『연방주의자 논집 (Federalist Papers)』 이라고 꼽힌다. 알렉산더 해밀턴 등 3명의 필자들이 제헌 당시 헌법을 실제적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해설한 85개의 짧은 글을 모은 책이다. 『보수의 뿌리』는 보수주의의 『연방주의자 논집』이라 평가된다. 영국과 미국 정치의 주류이자 핵심인 보수주의의 다양한 측면을 여러 필자들이 자세히 또 권위 있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보수의 뿌리』에 실린 글을 독자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최근에 발표된 논문 하나로 추가로 번역해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첨가했다. 보수주의가 영미에서 어떻게 태동했고, 오늘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 사상사적 흐름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해주는 논문이다. 이 글은 2017년 5월 20일자 [어메리칸 어페어즈]라는 정치 계간지에 실렸던 요람 하조니(Yoram Hazony)의 논문이며, 논문의 제목이 공교롭게도 본서의 제목과 같은 What Is Conservatism? 이다.
목차
1 자유, 전통, 보수주의 Freedom, Tradition, Conservatism
프랑크 S. 메이어
2 규범, 권위, 질서 있는 자유 Prescription, Authority, and Ordered Freedom
러셀 커크
3 권리장전과 미국의 자유 The Bill of Rights and American Freedom
윌무어 켄달
4 보수주의자의 자유 A Conservative Case for Freedom
M. 스탠톤 에반스
5 경제적 자유가 관건이다 Education in Economic Liberty
빌헬름 뢰프케
6 왜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Why I Am Not a Conservative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7 이성의 한계와 전통의 회복 Reason and the Restoration of Tradition
스탠리 패리, C.S.C.
8 보수주의자의 정체성을 찾아 The Conservative Search for Identity
스티븐 J. 톤소
9. 편의로 탄생한 국가 The Convenient State
개리 윌스
10 자유기업의 도덕성 The Morality of Free Enterprise
존 체임벌레인
11. 보수주의의 실증적 정의 Notes towards an Empirical Definition of Conservatism
윌리엄 F. 버클리 Jr.
12. 합의와 차이 Consensus and Divergence
프랑크 S. 메이어
부록
1. 우리 시대의 독단 The Dogma of Our Times
프랑크 초도로프
2.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What is Conservatism?
오피르 하이브리, 요람 하조니
프랑크 S. 메이어
2 규범, 권위, 질서 있는 자유 Prescription, Authority, and Ordered Freedom
러셀 커크
3 권리장전과 미국의 자유 The Bill of Rights and American Freedom
윌무어 켄달
4 보수주의자의 자유 A Conservative Case for Freedom
M. 스탠톤 에반스
5 경제적 자유가 관건이다 Education in Economic Liberty
빌헬름 뢰프케
6 왜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Why I Am Not a Conservative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7 이성의 한계와 전통의 회복 Reason and the Restoration of Tradition
스탠리 패리, C.S.C.
8 보수주의자의 정체성을 찾아 The Conservative Search for Identity
스티븐 J. 톤소
9. 편의로 탄생한 국가 The Convenient State
개리 윌스
10 자유기업의 도덕성 The Morality of Free Enterprise
존 체임벌레인
11. 보수주의의 실증적 정의 Notes towards an Empirical Definition of Conservatism
윌리엄 F. 버클리 Jr.
12. 합의와 차이 Consensus and Divergence
프랑크 S. 메이어
부록
1. 우리 시대의 독단 The Dogma of Our Times
프랑크 초도로프
2.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What is Conservatism?
오피르 하이브리, 요람 하조니
책 속으로
“보수주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좋고 효과가 있는 그 무엇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그 위에 무언가를 더 보태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우리 사회의 나쁘고 망가진 그 무엇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해 그 모두를 파괴해 버리려 애쓰는 성향이 있다.”
“인류의 축적된 지혜를 무시하면서 이상향의 청사진을 관념적으로 창조하겠다는 이념적 오만도 정답이 아니고, 우리 세대에 요구되고 우리가 노심초사해서 답해야 할 질문에 과거의 지혜에만 맹목적으로 의지해 자동적으로 대꾸해서도 안 된다.”
“인류라는 이 위대하고 신비스러운 합성체(the great mysterious incorporation of the human race)는 버크가 말했듯 일종의 계약이다. 신성과 인간성, 죽은 자와 현재를 살아가는 자,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간들 사이에서 맺어진 계약 말이다.”
“문제는 결국 인간에게 타고난 권리(natural right)가 있는지 그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권리들을 어떤 특정한 시기에 영원히 규정해도 좋으냐다.”
“자유지상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선하다면 정부의 악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권위주의자들이여 답하라. 인간이 근본적으로 악이라면 어떻게 정부가 미덕을 강제하는 힘이 되겠는가?”
“경제적 자유가 제한될수록 그만큼 강제 조치의 물길이 높아지고 자유에 주어진 공간은 좁아진다. 경제적 자유를 수용하도록 사람들을 교육한다는 의미는 이른바 복지 국가의 모든 혜택을 포함해 모든 강제의 증가에 당연히 뒤따르는 무게감까지 고려하라는 가르침이다. 복지국가서 강제는 대단히 필수적이어서 복지국가의 의미를 명료하게 하려면 ‘강제적 복지 국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물론 민주주의와 고삐 풀린 정부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반대해야 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고삐 풀린 정부다. 사람들은 다수결 법칙의 적용 범위는 물론이고 어떤 다른 형태의 정부도 그 영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여하튼 평화적 변화의 수단이나, 정치 교육적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이점은 다른 어느 체제와 비교해 보아도 아주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누가 지배하느냐가 아니라 정부에 무엇을 할 권한이 주어졌느냐이다.”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 사이, 혹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악한 사람들 사이의 도덕적 질서는 서로 소통이 불가능하다. 각자는 그 자신만의 실재에서 살기 때문에 각자는 그 자신의 생각에 걸맞은 증거들만 발견한다. 이렇듯 다른 실재에 기반을 둔 주장은 상대에게 어떤 설득력도 가질 가능성이 없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과거와 달리 새롭다. 그동안 인간들이 맞서 싸워왔던 문제가 아니다. 교회, 헌정체제, 경제적 이해, 권력의 분립, 권위의 분권화와 다원화 등으로 견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절대적 획일성을 불러오며 뒤이어 폭정을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
“헌정체제는 언제나, 단순한 종이 문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공유된 상황(shared situation)”으로 인간이 정치체제에서 공통의 이해를 보존하는 부단한 조정(continuous arrangement)이다. 헌정질서는 국가가 그 국민의 특성을 계속 표현하도록 만드는, 유능한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능력 발전의 여지를 주는, 그리고 사회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모든 영향력들로 구성된다.”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의 가치는 법무부가 독점이나 담합이라는 잘못을 찾아내어 벌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그 가치는 이 법률이 남아 있는 한 어떤 기업인 집단도 가격 담합이나, 특정 지역에 부과된 판매량 제한 혹은 할당량이라는 담합을 깨는 반항적인 동료 기업인을 어느 법정에도 제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반독점법은 그런 독불장군 기업인들이 담합 기업인들의 꿍꿍이를 거부하도록 허용한다.”
“청중들이… 묻는다.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때때로 질문자는 강연자의 공허한 둘러댐을 예상한 듯, “가급적이면 한 문장으로”라고 덧붙인다. 그런 경우 나는 답한다. ‘나는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기독교 신앙을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본질적으로 집합체(‘국민’, ‘소수’, ‘새로운 민족’)에만 관심이 있거나, 집합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침몰시키고 조작가능 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적 측면에나 몰두할 뿐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자기실현을 주로 개인의 독립성이라는 관점에서 인식하든, 아니면 공동체의 관점에서 인식하든 집단적 정체성이라는 이념적 개념들을 거부한다. 공동체가 주요한 개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조차 집합체라는 관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는 부분과 별개고,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무엇이며 초인적 특성을 지녔고 그에 걸맞은 능력들도 보유했다. 사회는 그 자체의 윤리적 철학적 세계에서 작동하며, 유한한 존재인 인간들이 전혀 모르는 별들의 안내를 받는다. 따라서 사회의 한 단위인 개인은 그 자신의 한계 탓에 사회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측량하는 기준들을 사회에 적용할 수도 없다. 물론 개인은 사회에 필요하지만 오직 기계 부품처럼 대체 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을 가부장적으로 염려하지만 개인들에 결코 의지하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 이후 영미의 전통을 계속 방어해야 했던 버크나 해밀턴 같은 사람들을 ‘최초의 보수주의자’로 그릇되게 주장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지키려던 전통을 그 자신들이 수립했다고 생각하려면 역사를 유별나게 왜곡해서 보아야 한다. 사실 그들이 내세웠던 원칙들이나 그 원칙을 보호하려던 주장들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들은 포테스큐, 코크, 셀던, 헤일 같은 정치인이나 사상가들의 책에서 그런 내용을 배우고 익혔다.”
“자유 민주주의는 영미의 전통적 헌정체제가 아니다. 신교(Protestant religion)와 영미의 국가적 전통에서 전면적으로 분리해 합리주의자가 재구축한 체제일 뿐이다. 오랜 세월 검증된 정부 형태가 아닌 이 자유-민주적 이상은 오직 20세기 중반에 시작됐으며 미국과 영국 모두에 전혀 새로운 체제다. 자유주의자들이 기꺼이 내다버린 보수적 원칙들 없이 이러한 종류의 자유-민주적 정권이 오래 유지된다는 주장은 이제부터 처음으로 검증되어야 할 가설이다. 이 실험의 결과가 … 바람직하리라는 … 증거는 아직 하나도 없다.”
“인류의 축적된 지혜를 무시하면서 이상향의 청사진을 관념적으로 창조하겠다는 이념적 오만도 정답이 아니고, 우리 세대에 요구되고 우리가 노심초사해서 답해야 할 질문에 과거의 지혜에만 맹목적으로 의지해 자동적으로 대꾸해서도 안 된다.”
“인류라는 이 위대하고 신비스러운 합성체(the great mysterious incorporation of the human race)는 버크가 말했듯 일종의 계약이다. 신성과 인간성, 죽은 자와 현재를 살아가는 자,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간들 사이에서 맺어진 계약 말이다.”
“문제는 결국 인간에게 타고난 권리(natural right)가 있는지 그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권리들을 어떤 특정한 시기에 영원히 규정해도 좋으냐다.”
“자유지상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선하다면 정부의 악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권위주의자들이여 답하라. 인간이 근본적으로 악이라면 어떻게 정부가 미덕을 강제하는 힘이 되겠는가?”
“경제적 자유가 제한될수록 그만큼 강제 조치의 물길이 높아지고 자유에 주어진 공간은 좁아진다. 경제적 자유를 수용하도록 사람들을 교육한다는 의미는 이른바 복지 국가의 모든 혜택을 포함해 모든 강제의 증가에 당연히 뒤따르는 무게감까지 고려하라는 가르침이다. 복지국가서 강제는 대단히 필수적이어서 복지국가의 의미를 명료하게 하려면 ‘강제적 복지 국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물론 민주주의와 고삐 풀린 정부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반대해야 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고삐 풀린 정부다. 사람들은 다수결 법칙의 적용 범위는 물론이고 어떤 다른 형태의 정부도 그 영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여하튼 평화적 변화의 수단이나, 정치 교육적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이점은 다른 어느 체제와 비교해 보아도 아주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누가 지배하느냐가 아니라 정부에 무엇을 할 권한이 주어졌느냐이다.”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 사이, 혹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악한 사람들 사이의 도덕적 질서는 서로 소통이 불가능하다. 각자는 그 자신만의 실재에서 살기 때문에 각자는 그 자신의 생각에 걸맞은 증거들만 발견한다. 이렇듯 다른 실재에 기반을 둔 주장은 상대에게 어떤 설득력도 가질 가능성이 없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과거와 달리 새롭다. 그동안 인간들이 맞서 싸워왔던 문제가 아니다. 교회, 헌정체제, 경제적 이해, 권력의 분립, 권위의 분권화와 다원화 등으로 견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절대적 획일성을 불러오며 뒤이어 폭정을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
“헌정체제는 언제나, 단순한 종이 문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공유된 상황(shared situation)”으로 인간이 정치체제에서 공통의 이해를 보존하는 부단한 조정(continuous arrangement)이다. 헌정질서는 국가가 그 국민의 특성을 계속 표현하도록 만드는, 유능한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능력 발전의 여지를 주는, 그리고 사회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모든 영향력들로 구성된다.”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의 가치는 법무부가 독점이나 담합이라는 잘못을 찾아내어 벌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그 가치는 이 법률이 남아 있는 한 어떤 기업인 집단도 가격 담합이나, 특정 지역에 부과된 판매량 제한 혹은 할당량이라는 담합을 깨는 반항적인 동료 기업인을 어느 법정에도 제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반독점법은 그런 독불장군 기업인들이 담합 기업인들의 꿍꿍이를 거부하도록 허용한다.”
“청중들이… 묻는다.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때때로 질문자는 강연자의 공허한 둘러댐을 예상한 듯, “가급적이면 한 문장으로”라고 덧붙인다. 그런 경우 나는 답한다. ‘나는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기독교 신앙을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본질적으로 집합체(‘국민’, ‘소수’, ‘새로운 민족’)에만 관심이 있거나, 집합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침몰시키고 조작가능 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적 측면에나 몰두할 뿐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자기실현을 주로 개인의 독립성이라는 관점에서 인식하든, 아니면 공동체의 관점에서 인식하든 집단적 정체성이라는 이념적 개념들을 거부한다. 공동체가 주요한 개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조차 집합체라는 관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는 부분과 별개고,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무엇이며 초인적 특성을 지녔고 그에 걸맞은 능력들도 보유했다. 사회는 그 자체의 윤리적 철학적 세계에서 작동하며, 유한한 존재인 인간들이 전혀 모르는 별들의 안내를 받는다. 따라서 사회의 한 단위인 개인은 그 자신의 한계 탓에 사회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측량하는 기준들을 사회에 적용할 수도 없다. 물론 개인은 사회에 필요하지만 오직 기계 부품처럼 대체 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을 가부장적으로 염려하지만 개인들에 결코 의지하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 이후 영미의 전통을 계속 방어해야 했던 버크나 해밀턴 같은 사람들을 ‘최초의 보수주의자’로 그릇되게 주장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지키려던 전통을 그 자신들이 수립했다고 생각하려면 역사를 유별나게 왜곡해서 보아야 한다. 사실 그들이 내세웠던 원칙들이나 그 원칙을 보호하려던 주장들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들은 포테스큐, 코크, 셀던, 헤일 같은 정치인이나 사상가들의 책에서 그런 내용을 배우고 익혔다.”
“자유 민주주의는 영미의 전통적 헌정체제가 아니다. 신교(Protestant religion)와 영미의 국가적 전통에서 전면적으로 분리해 합리주의자가 재구축한 체제일 뿐이다. 오랜 세월 검증된 정부 형태가 아닌 이 자유-민주적 이상은 오직 20세기 중반에 시작됐으며 미국과 영국 모두에 전혀 새로운 체제다. 자유주의자들이 기꺼이 내다버린 보수적 원칙들 없이 이러한 종류의 자유-민주적 정권이 오래 유지된다는 주장은 이제부터 처음으로 검증되어야 할 가설이다. 이 실험의 결과가 … 바람직하리라는 … 증거는 아직 하나도 없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60년 전의 책을 왜 지금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이 출판되던 당시 미국은 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도약해 가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질서 전반은 민권 운동과 더불어 혼란의 극으로 치달아갔다. 국가, 사회, 정부는 무엇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 개인은 어떤 존재이고, 정치인에겐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지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모두가 혼돈에 빠졌다.
『보수의 뿌리』는 그런 의문을 끌어안고 고민하던 필자들이 보수주의란 정치철학적 기둥에 기대어 자신들만의 대답을 제시해 놓은 책이다. 필자들은 종교와 역사, 그리고 문명의 맥락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느냐는 실천적 물음에 각자 차분하게 또 격정적으로 설명한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이후 74년째를 맞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를 넘어섰으며 국내총생산규모로 세계 10위라는 경제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오늘날의 업적을 이룬 선배들의 피와 땀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우리에게 아직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남아 있다는 서슬 퍼런 구호만 난무한다. 민주화 세력으로 가장한 종북 또는 종중 세력들이 지난 수 십 년간 대한민국을 짓밟아왔기 때문이다.
경제적 풍요를 누려가면서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란으로 걸어 들어갔던 1960년대의 미국과 요즘의 대한민국은 그리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반세기가 넘는 시간적 간극에도 어쩌면 당시 미국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혼란이나 시대적 소명은 지금 우리의 그것들과 그대로 겹쳐져 보였다.
전통과 역사를 무시하는 인간의 이성은, 조상들의 피땀 어린 삶과 지혜를 무시하는 당대의 얄팍한 이성은 영겁의 해변 위에 잠시 쌓아올린 모래성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지상에 낙원을 짓겠다는 정치적 이상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스스로 신을 대리하겠다는 한 줌 헛똑똑이들의 오만에 불과하다. 과거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다수결이란 민주적 절차만 도입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소된다는 정치적 약속은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호도하는 얄팍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의 뿌리』에 기고한 필자들의 목소리들은 60년대의 도전에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외침이다. 그럼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 날 한국과 세계 각국의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소란의 근본적 의미를 더 선명하게 깨우쳐 준다. 그들의 목소리는 결국 유사 이래 정치학이 거듭 물어왔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출판되던 당시 미국은 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도약해 가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질서 전반은 민권 운동과 더불어 혼란의 극으로 치달아갔다. 국가, 사회, 정부는 무엇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 개인은 어떤 존재이고, 정치인에겐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지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모두가 혼돈에 빠졌다.
『보수의 뿌리』는 그런 의문을 끌어안고 고민하던 필자들이 보수주의란 정치철학적 기둥에 기대어 자신들만의 대답을 제시해 놓은 책이다. 필자들은 종교와 역사, 그리고 문명의 맥락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느냐는 실천적 물음에 각자 차분하게 또 격정적으로 설명한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이후 74년째를 맞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를 넘어섰으며 국내총생산규모로 세계 10위라는 경제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오늘날의 업적을 이룬 선배들의 피와 땀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우리에게 아직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남아 있다는 서슬 퍼런 구호만 난무한다. 민주화 세력으로 가장한 종북 또는 종중 세력들이 지난 수 십 년간 대한민국을 짓밟아왔기 때문이다.
경제적 풍요를 누려가면서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란으로 걸어 들어갔던 1960년대의 미국과 요즘의 대한민국은 그리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반세기가 넘는 시간적 간극에도 어쩌면 당시 미국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혼란이나 시대적 소명은 지금 우리의 그것들과 그대로 겹쳐져 보였다.
전통과 역사를 무시하는 인간의 이성은, 조상들의 피땀 어린 삶과 지혜를 무시하는 당대의 얄팍한 이성은 영겁의 해변 위에 잠시 쌓아올린 모래성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지상에 낙원을 짓겠다는 정치적 이상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스스로 신을 대리하겠다는 한 줌 헛똑똑이들의 오만에 불과하다. 과거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다수결이란 민주적 절차만 도입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소된다는 정치적 약속은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호도하는 얄팍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의 뿌리』에 기고한 필자들의 목소리들은 60년대의 도전에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외침이다. 그럼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 날 한국과 세계 각국의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소란의 근본적 의미를 더 선명하게 깨우쳐 준다. 그들의 목소리는 결국 유사 이래 정치학이 거듭 물어왔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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