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심리학 연구 (독서)/8.정신분석학

신화와 정신분석 -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에 숨겨진 인간 정신의 기원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20. 03:41
728x90

책소개

매혹적인 이야기와 무수한 상징, 불멸의 존재들과 가혹한 운명에 맞서는 영웅들. 수천 년간 인류에게 마르지 않는 상상력을 제공해온 신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최고의 텍스트이다. 『신화와 정신분석』은 정신분석가 이창재가 전 세계 여러 민족의 주요 신화들을 정신분석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고 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프로이트, 융, 현대정신분석학 이론들을 활용해 수메르, 한국, 중국, 일본, 이집트, 그리스, 북유럽 각 민족의 창조신화 및 영웅신화 20편에 담겨 있는 상징 의미들을 풀어냄으로써 인간 정신의 심연에 접촉하는 ‘정신분석적 신화 해석’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정신분석학에만 그치지 않고 신화학, 인류학, 민속학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접근법을 통해 신화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로 신화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 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태곳적 무의식과 ‘지금 여기’에서 교류하는 경이적 사건”이다. 이 책은 수천 년 전 인류가 지녔던 욕망과 감정, 뿌리 깊은 상처와 재난의 흔적, 생존을 위해 유념해야 할 다중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신화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목차

개정판 서문
서문│정신분석적 신화 해석의 경이로움

I부 신화 해석을 위한 정신분석의 기초

1. 신화 속에서 역동하는 힘들의 의미
2. 신화를 해석하는 정신분석의 관점들
3. 신화를 창조한 무의식의 유형들
4. 원시 인류의 신화적 사고
5. 정신분석의 눈으로 읽는 영웅신화

II부 신화와 정신분석

1장 수메르 신화
1. 길가메시 _오만한 자가 현자로 변모하는 과정

2장 한국 신화
1. 창세신화 _태초 인류의 두려움과 소망
2. 환인, 환웅, 웅녀, 단군 _한민족 최초의 이상화 대상들
3. 주몽 _어머니 애착으로 고뇌한 건국 영웅
4. 바리데기 _버림받은 영혼이 치유자로 변환되는 과정

3장 중국 신화
1. 반고 _천지 사이에 우뚝 선 중국 민족의 자아도취감
2. 예 _끝내 행복해지지 못한 우울 자리 영웅의 인생
3. 순 _거짓자기가 참자기로 바뀌기 위한 조건

4장 일본 신화
1.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_갈등과 대립에서 균형과 안정으로
2. 스사노오 _반사회적 성격이 창조적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
3. 오오쿠니누시 _민중의 좌절된 욕망을 보충해주는 이상화 대상

5장 이집트 신화
1. 오시리스, 이시스, 호루스 _죽음에서 부활에 이르는 길

6장 그리스 신화
1. 창세신화 _지배자와 도전자의 끊임없는 투쟁
2. 오이디푸스 _억압된 인간 욕망의 진실
3. 페르세우스 _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
4. 테세우스 _미궁 탈출과 반복되는 파국의 정체
5. 헤라클레스 _박탈당한 모성성이 만들어낸 고통과 광기
6. 에로스와 프시케 _감각적 쾌락과 정신적 기쁨이 공존하는 삶의 환희
7. 나르키소스와 에코 _자기애 환상의 굴레에 갇힌 자의 비극

7장 북유럽 신화
1. 발드르 _빛의 신이 죽었다가 살아나야 하는 이유

III부 신화와 민족무의식

1. 원시 인류의 정신성과 ‘왕 살해’ 모티프
2. 창세신화와 동서양 세계관의 차이
3. 영웅신화와 민족무의식의 콤플렉스들
 

저자 소개

저 : 이창재 (LEE, CHANG JAE)
 
정신분석가, 꿈해석.신화분석가, 프로이트정신분석교육원 원장. 1993년 연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 후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분석에 관심 갖게 되었으며, 1997년 교육부 지원 포스트닥터로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원로 정신분석가 존 게도(John Gedo)의 수업을 통해 통합적인 정신분석 이론과 관점을 습득했다. 귀국 후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를 설립해 대학과 학술단체에서 정신분석 상담과 강의를 하며 정신분석의...

책 속으로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각 민족의 옛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라는 독특한 문화와 생활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우리가 오늘날의 사유 체계(과학적 합리성)와 전혀 다른 체계에 접속하여 인생의 본질과 목적, 현실의 곤경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등의 주제를 거시적으로 음미하는 작업이다.

불교-유교-기독교 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지난 수천 년간 지녀온 세계관은 수억 년의 생명체 진화사와 수백만 년 인류사의 거시적 틀과 비교한다면 매우 짧은 시기에 해당하는 특수 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의식(지성)은 자신을 형성시킨 그 오래된 배경들의 정체와 힘을 결코 있는 그대로 의식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원시 인류가 남긴 유전자와 문화유산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뿌리와 소통하려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신화는 그것에 이르는 핵심 매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신분석학의 관점 및 개념으로 그동안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신화의 무의식적 의미를 드러내려 시도했다. 인류와 개인 내부의 초시간적 무의식을 ‘지금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정신분석학적 사고는 원시 인류의 신화적 사고와 신기할 정도로 잘 공명한다.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신화 속에 투사되고 반영된 각 민족의 무의식, 즉 억압된 소망, 분열된 정신 요소, 불안과 방어 유형, 무의식적 환상, 대상관계 양태, 자기 상태를 생생히 지각하고 밝혀낼 수 있다. 신화의 주제 및 서술 관점이 어떻게 반복되고 변화되어왔는지 인류사의 거시적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면 현재 우리가 지녀온 ‘신 관념’과 ‘인간 이해’가 어떠한 시대적-사회적 특수성과 한계를 반영하고 인류 차원의 공통성을 재현하는 것인지 조망할 수 있게 된다.
--- pp.10~11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는 꿈에 대한 이해와 대부분 동일하다. 가령 꿈해석 지식을 습득한 독자는 신화의 발생 구조를 고려하면서 표면 내용으로부터 신화의 발생 과정을 역으로 추적하여 그것의 이면적 의미에 접속할 수 있다. 거기에는 오래 외면해온 그림자와 콤플렉스를 대면하여 현재 정신의 균형을 이루고픈 욕구도 있고, 오랜 세월 억압해온 무의식의 금지된 소망을 초자아 불안 없이 충족하려는 욕망도 있다.

신화는 개인의 사적인 꿈이 아닌, 민족과 인류가 꾸는 꿈이다. 금지-억압된 소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충족하고자 무의식이 의식과 타협하여 창조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신화와 꿈은 동일한 발생 구조와 원리를 지닌다. 단지 개인이 지각하는 꿈보다 집단이 기억하는 신화에 의식 활동의 반영 비율이 더 높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 권력 주체와 신화 전달자들에 의한 의도적 내용 검열과 변형이 다중으로 이루어졌을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꿈에서 변형을 많이 거쳐 괴상하고 모호하며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느낌을 주는 요소일수록 무의식의 단서를 많이 내포한다. 신화 내용 역시 꿈에서처럼 압축, 전치, 상징화, 2차 가공, 반대로 대체, 모순의 병존, 동일시, 검열 등을 거쳐 형성된다. 정신분석가는 의식의 검열을 거친 결과물 속에서 아주 사소한 단서를 찾아내어 무의식의 본래 의미를 추적해가는 전문가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과정을 고고학적 복원 작업에 비유한다. 정신분석이 130여 년간 축적해온 ‘원상태 복원’ 비법을 신화 해석에 활용한다면 황당하고 유치해 보이는 신화 속에서 각 민족의 깊은 심리적 현실을 밝혀낼 수 있다.
--- pp.90~91

영웅의 임무는 이전 지도자(아버지)의 결함이나 부조리한 특성을 제거하여 집단의 막히고 위축된 생명 에너지를 순환하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영웅은 태어날 때부터 기존 사회와 부모의 문제를 고통스레 짊어지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대의 부정적 환경과 치열하게 대결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제 주몽의 무의식에 남은 소망 내지 마지막 과업이 있다면 자신이 겪었던 부당한 핍박과 부정적 부자 관계를 집단 차원에서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40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어제의 영웅은 오늘 자기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내일의 폭군이 되거나 새 영웅에게 비참하게 거세당한다. 그래서 현명한 “아버지는 아들(신세대 도전자)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한 집단의 생명력은 영웅의 희생적 죽음과 새 영웅의 등장이 순환됨으로써 유지된다. 이것이 바로 인류 정신의 자율적 균형과 발달을 지향하는 집단무의식의 움직임이며, 집단이 스스로 균형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비밀 원리다.
--- p.177

오이디푸스는 과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제대로 푼 것인가? 그는 ‘인간’의 비밀을 과연 충분히 깨달았는가? 훗날 오이디푸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자기 눈을 찌르게 된 것은 집단무의식의 거대한 지혜와 힘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징표다. 의식의 한계와 무의식의 힘을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오만해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운명(무의식)의 힘을 외면했다. 그 결과 무의식의 진실을 갑작스레 대면하게 되자 공황 상태에 빠져 스스로 파멸한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신탁의 힘이란 곧 거부할 수 없는 ‘그것’(집단무의식)의 힘이다.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핑크스의 물음은 오이디푸스가 기존 인류의 무반성적 생활 태도와 분열된 부분지각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의 전체성 통합(자기실현 과정)으로 나아갈 사람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결혼은 집단무의식과의 심층 접촉을 의미하며, 모성적인 아니마와의 결합 없이는 인격의 변화나 궁극적 자기실현은 불가능하다. 결혼과 근친상간은 금지된 쾌락 행위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는 자아의 무능 상태가 아니라 서로 소통되지 못한 채 소외되고 분열되어 있던 요소들 사이의 전면적인 연결-통합을 의미한다.
--- pp.411~412
 

출판사 리뷰

“신화는 개인과 민족, 인류의 정신에 각인된
태초 흔적을 담고 있는 지혜의 보물창고다”

수메르, 이집트, 동아시아(한국-중국-일본)를 거쳐 그리스, 북유럽 신화까지
전 세계 신화를 정신분석학, 인류학, 민속학으로 해석한 국내 최초의 시도


매혹적인 이야기와 무수한 상징, 불멸의 존재들과 가혹한 운명에 맞서는 영웅들. 수천 년간 인류에게 마르지 않는 상상력을 제공해온 신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최고의 텍스트이다. 신화가 품고 있는 복합적인 상징과 은유는 종교, 철학, 예술, 과학 등의 학문에 깊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이는 정신분석학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가 창안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비롯해 정신분석학의 핵심 이론과 은유에는 신화 속 등장인물인 프시케와 에로스, 나르키소스 등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신화와 정신분석』은 정신분석가 이창재가 전 세계 여러 민족의 주요 신화들을 정신분석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고 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프로이트, 융, 현대정신분석학(라캉, 클라인 등) 이론들을 활용해 수메르, 한국, 중국, 일본, 이집트, 그리스, 북유럽 각 민족의 창조신화 및 영웅신화 20편에 담겨 있는 상징 의미들을 풀어냄으로써 인간 정신의 심연에 접촉하는 ‘정신분석적 신화 해석’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정신분석학에만 그치지 않고 신화학, 인류학, 민속학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접근법을 통해 신화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실, 서양의 경우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은 꾸준히 시도되어왔지만 국내의 경우 정신분석을 환자의 병 치료가 아닌 개인과 민족의 내면세계를 밝히는 도구로 수용한 역사는 매우 짧다. 게다가 고전적 정신분석학과 그 이후 여러 갈래의 이론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화와 정신분석』은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각 민족의 특수한 정신성과 인류 보편 정신에 가라앉아 있는 ‘초시간적 무의식’을 ‘지금 여기’에서 밝혀내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고대의 신화적 사고와 현재의 삶이 공명하는 체험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대’라는 독특한 문화와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을 둔 사고 체계와 전혀 다른 체계에 접속하여 인생의 본질과 목적, 현실의 곤경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거시적으로 음미하는 작업이다. 신화 속에는 수천 년 전 인류의 정신에 각인된 강렬한 체험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것은 민족마다 다른 정신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현대인이 겪는 복잡다단한 심리적-정신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화에 저장되어 있는 인간 정신의 심연(인류무의식)과 접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의식과의 접촉을 통해서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와 융이 제공한 이론적 틀, 즉 꿈을 해석하고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 고대인의 신화적 사고와 현재가 공명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신화 속에 투사되고 반영된 각 민족의 무의식, 즉 억압된 소망, 분열된 정신 요소, 불안과 방어 유형, 무의식적 환상, 대상관계 양태, 자기 상태를 생생히 지각하고 밝혀낼 수 있다. 신화의 주제 및 서술 관점이 어떻게 반복되고 변화되어왔는지 인류사의 거시적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면 현재 우리가 지녀온 ‘신 관념’과 ‘인간 이해’가 어떠한 시대적-사회적 특수성과 한계를 반영하고 인류 차원의 공통성을 재현하는 것인지 조망할 수 있게 된다.”(10-11쪽)

이 책은 일차적으로 프로이트의 개인무의식, 융의 집단무의식, 현대정신분석의 여러 관점들을 상호 보완하면서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을 시도한다. 그러나 신화와 정신분석학을 일대일로 호응시켜 평면적인 해석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정신분석학의 관점 외에도 신화 속 영웅들의 정신 발달 과정을 구조화(분리-입문-귀환)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관점,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주술적 사고’와 ‘왕 살해’, 심리학자 줄리언 제인스의 ‘양원적 정신’(신의 목소리를 듣는 뇌) 등과 같은 개념들을 활용해 신화 속 상징을 더욱 깊이 읽어내고 고대 인류의 세계관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신화 속에 숨겨진 인간 정신의 본질에 접촉하다

신화 속 영웅들의 일대기는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인간 유형의 본질을 드러내는 보편 상징이자 거울이다.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2부 ‘신화와 정신분석’에서는 수메르, 한국, 중국, 일본, 이집트, 그리스, 북유럽 각 민족의 창조신화를 포함해 20개의 영웅신화를 다룬다. 신화마다 등장하는 수많은 상징들, 신과 영웅의 일거수일투족을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들이 솟아난다. 가령 각 민족의 창세신화를 통해서는 동서양 세계관의 차이(조화로운 우주 대 경쟁과 살해)나 한-중-일 세 나라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신성에 대한 거시적 이해가 가능하다. 반면에 불행한 정신 상태에서 가혹한 시련과 통과의례를 거친 뒤 성숙한 정신성을 갖추게 되는 영웅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개인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태도를 배울 수 있다.

“꿈을 통해 억압된 무의식에 접속할 때마다 ‘잠재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강렬한 체험을 하듯이, 이 책은 전 세계의 독창적 신화를 매개로 각 민족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민족정신의 섬뜩한 시련과 치열한 발달 흔적을 마주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를 통해 각 민족의 바탕에 있는 자부심과 콤플렉스가 무엇인지 온전히 교감하게 되면 그때마다 독자의 정신 영역은 드넓게 확장될 것이다.”(4-5쪽)

신화는 각 민족 구성원들에게 위기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인간의 본질과 삶의 목표 등을 안내하고 흐트러진 정신을 응집시켜주는 최고의 ‘치유적 서사’였다. 저자는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로 신화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 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태곳적 무의식과 ‘지금 여기’에서 교류하는 경이적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신화와 정신분석』은 수천 년 전 인류가 지녔던 욕망과 감정, 뿌리 깊은 상처와 재난의 흔적, 생존을 위해 유념해야 할 다중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신화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 이 책은 2015년 ‘학술연구지원사업 교육부장관상’,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신화와 정신분석』(아카넷, 2014)의 구성과 내용을 전면 수정-보완한 개정증보판이다. 기존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을 새롭게 교열했으며, 일부 신화에 대한 해석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