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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 (2024) - 한 운동권 경세가의 간양록

동방박사님 2024. 3. 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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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치인과 정치 고관여층 입장에서 2024년 3월 초는 아마 시야(관심)가 가장 좁혀지고, 뇌는 말초적 자극을 갈구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관심의 초점은 압도적으로 공천일 것이다. 누가 공천 받고, 누가 탈락 또는 탈당하고, 누가 누구와 대결하는지 등등. 좀 더 나간다면 당대표들은 어떤 (비전이 아니라) 비난 메시지를 내놓는지, 한 표라도 더 얻고, 더 뺏는 공약이나 메시지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가 해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망조가 들었나?’, ‘대한민국 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개판이 됐나?’,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나?’ 등 비판적 시각 또는 비판적 해부를 통한 재구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과 정치 고관여층에 가장 본질적이고 심원(深遠)한 의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건국전쟁]은 정치 현안과 가장 먼 것 같으면서도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과 주류 보수우파에 대한 정치적 혐오와 증오의 원천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도 동일하다. 즉,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 또한 한 세대 넘게 한국 사회의 정치와 비전을 고민하며 정치적 혐오와 증오를 넘어 대안과 비전을 모색해 온 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인 저자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자유민주공화주의자들의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담아낸 경세서이자 우리 시대의 ‘간양록’이다.

목차

서문

1부 문제는 국정운영 플랫폼

1장. 기울어진 운동장?23
기사회생 안도가 비명횡사 우려로?23 | 오래된 우려?25 | 안이한 민생 대책?29

2장. 문재인·윤석열 지지율의 수수께끼?33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33 | 윤석열정부의 이례적인 현상?37 | 민주
당과 국힘당의 서사와 정체성?39

3장. 운동권정치와 공무원정치?46
운동권 현실 정치?46 | 왜 진보나 좌파가 아니라 운동권인가??50

4장. 100일 만에 꽉 찬 집, 대통령 프로젝트의 빈약함?56

5장. 윤정부 포석단계의 최대 패착?64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는 착각; 뇌를 축소하고 손발을 잘라내다?64 | 외치와 내치, 법치와 정치의 선후?71 | 망치-못 증후?75 | 잘 거론되지 않는 큰 실책 ?79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사는 운명?81

6장. 오케스트라 악보와 국정운영 플랫폼 ?84
흩어진 경험?지식과 전략?열정 등을 결합하는 지적 장치?84 |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플랫폼?87 | 국정운영 플랫폼 개념설계의 핵심 변수?91 |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95

7장. 시대인식 및 국제정세 인식과 시대적 소명?99
국제정세인식과 시대인식?99 |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103 |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의 시대인식과 시대적 소명?110 | 문재인정부의 시대인식과 시대적 소명?114 | 윤석열정부의 시대인식과 시대적 소명?118 | 시대인식과 시대적 소명 파악 오류의 뿌리?121

8장. 서사와 정체성?129
나와 우리는 누구인가?129 | 말 이상의 어떤 것?135 |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서사와 정체성?139 | 국힘당과 한반도 근대화 주도세력의 서사와 정체성?143 | 대한민국 서사의 방치와 훼손?149

9장. 너무 좁고 작게 설계된 오두막?154
건너 뛴 질문, 왜 이것을 해야 하는데??154 | 대통령 프로젝트, 경제 관점의 과잉?161 | 3대개혁 중간 결산?166 | 기본설계 혹은 개념설계의 실종?171 | 타산지석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정부?176

10장. 운동권 플랫폼과 직업공무원?182
운동권 컨센서스 vs 직업공무원 컨센서스, 그리고 1987년 컨센서스?182 | 직업 공무원 컨센서스와 비정상의 정상화?186 | 운동권 대통령-공무원 대통령-정치인 대통령-혁명가 대통령?193

2부 1987년 컨센서스와 대한민국의 자살

1장. 개화기, 건국기에 이어 세번째 맞는 국가 흥망의 갈림길?199 | 미네르바의 부엉이?199 | 미국 리버럴 컨센서스와 컨서버티브 컨센서스의 교차?202 | 프랑스 68혁명 컨센서스, 대한민국의 현재이자 미래?204

2장. 1987년 컨센서스와 대한민국의 자살?209
1987년 컨센서스와 숨은 신?209 | 경제?공공 부문의 변화?212 | 고용노동 부문의 변화 ?216 | 정신문화 부문의 변화?220 | 정치와 정부의 통합조정 기능 약화?221

3장. 1987년 컨센서스의 4대 가치?227
1987년 컨센서스가 수렴하는 지점?227 | 공포?혐오와 분노?증오가 만든 컨센서스?231

4장. 다수 지배의 공고화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축소?236
소제왕?소황제 권력에 대한 무관심?240 | 대의제와 내각제 불신-직선제와 대통령제 옹호?242 | 선거 경시, 국민항쟁 중시, 기강과 질서 파괴?243 | 운동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244

5장. 내 권익 쟁취-기본권상향-약자보호?247
민주주의 담론을 샛길로 빠지게 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담론?247 | 모두가 약자 되고, 모두가 데모대 되기?248 | 번지수 착오 경제민주화?250 | 대한민국의 말기암 환자화?252

6장. 역사정의와 억눌린 민족적 자존심 회복?254
역사 정의로 대한민국 근간을 허물다?254 | 탈미반일 친북친중 외교?255 | 시간이 해결할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258

7장. 민주공화국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262
사회와 지방의 특성?264 | 시장의 특성?267 | 국가의 특성?268 | 민주공화국의 소프트웨어?270

8장. 구시대의 황혼, 새시대의 새벽 ?277
운동권?문재인정부의 불멸의 공적과 과오?277

3부 근대화 완성의 레일, 2024년 컨센서스

1장. 향후 수십 년의 설계도, 최소 10년은 걸릴 일?287

2장. 3대개혁?291
연금개혁?291 | 노동개혁?296 | 교육개혁?304

3장 공공개혁?310

4장 자유개혁과 규제개혁?319

5장 지방시대?321

6장 불평등 양극화 해법?328

7장 저출산 해법?335

8장 정치·민주주의 위기 대책?352
반지성주의의 중요도 시급도?352 | 1987년 민주화가 완벽히 비껴간 정당?356

4부 운동권정치 청산

1장. 자부심에서 자괴감으로, 또 책임감으로?363

2장. 민주당 정체성의 변화, 중도개혁에서 운동권으로?367
진보?중도?개혁?좌파는 어디로 갔나?367 | 운동권과 김대중?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370

3장. 1980년대 재야·운동권 컨센서스?376
반전반핵가의 부끄러움?376 | 1990년대 초 주류 운동권(전국연합)의 노선?378 | 운동권 정체성의 모태, 역사인식?382

4장 1987년 컨센서스와 운동권 컨센서스?387
영남만인소와 민주화운동?387 |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391

5장 운동권정치 청산은 낡고 썩은 구시대 청산과 새시대 개막 담론?394
운동권정치의 3대 패악?394 | 운동권정치의 경제?사회적 패악?398 | 운동권정치의 정치?문화적 패악?401 | 군정종식과 운동권 청산 ?403 | 청산과 개막의 메신저?405

에필로그·405

저자 소개

저 : 김대호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20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30대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40대 초반(2006년)부터는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국가, 정당, 지자체, 이념·정책 혁신 운동을 해왔다. 대한민국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쉬지 않고 고민하고 실천

책 속으로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저울질해야 할 가치, 가늠해야 할 정세 전체에 대한 고민의 총화가 바로, 국정운영 플랫폼, 즉 국정철학?국가비전?국정과제로 집약된다. 사실 한국 정치의 혼미, 무능, 본말전도는 압도적으로 국정운영 플랫폼의 부실에서 온다.
--- p.18

국정운영 플랫폼이 집이라면, 그 초석, 기둥, 대들보, 외벽, 지붕 등 골조 에 해당되는 것은 서사와 정체성, 시대인식(국내정세인식)과 국제정세인식, 그리고 이들을 종합한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이다. 수백 개의 국정과제는 이 집의 방이나 가구나 소품 쯤 될 것이다. 서사와 정체성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고, 시대인식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어 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도정에서 주된 극복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국제정세 인식은 지구촌(자연환경)과 동북아가 어디로 가는 지, 대한민국에 어떤 도전이 밀려오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 p.100

등산에 비유하면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올라야 할 주요한 산들에 대한 얘기라면, 시대적 소명은 그중에서 자신의 가치?이념, 처지?조건?역량 등을 종합하여 오르기로 결단한 산들에 대한 얘기다.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는 그 산을 오르는 자세와 경로에 대한 얘기다. 그림으로 서사?정체성과 시대(국내정세) 인식 및 국제정세 인식과 시대정신 및 시대적 소명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윤정부의 국정운영 플랫폼을 논하기 위해 국힘당 강령(2020.9.2), 정책공약집(2022.2), 인수위 백서(2022.6), 120대 국정과제(2022.7),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2022.6.16)과 2023년 경제정책 방향(2022.12.21), 다시 대한민국(2023.3), 윤정부의 실질적인 첫 예산인 2024년 예산안(2023.8.29.)을 찬찬히 살폈다. 또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 주요 공직 인사와 대통령실 및 정부 조직과 운영도 살폈다. 결론은 이렇다.
--- p.105~106

윤정부가 타고 있는 국정운영 플랫폼의 토대는 반듯한 직업공무원 컨센서스다. 직업적 소명과 양심이 살아있고, 법과 원칙을 또렷히 의식하며 국가관이 확고한 직업 공무원 컨센서스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직업 공무원의 시각에서 문제와 해법으로 보이는 것을 대부분 국정 과제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직업공무원의 안목과 이해관계상 문제나 해법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국정 과제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 p.187

‘윤석열정부는 어떤 정부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치 관련 국정운영 플랫폼을 재건축 수준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특히 관심 방향을 외치에서 내치로, 법치에서 (진짜) 정치로, 경제에서 경세로, 관료적 정책에서 정무로 틀지 않으면 틀림없이 이재명 집권 저지가 가장 큰 치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기치하에 외치노선을 정상화 시킨 것이다. 세 번째는 절반의 법치 회복이고, 네 번째는 건전재정 수호를 위해 문정부가 주도한 방만?팽창 재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 p.82

윤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한민국이라는 환자의 질환이 대수술과 복합치료를 해야 할 중질환인지, 간단히 치료 가능한 경질환인지를 분별하는 데 달려있다. 넘어야 할 산이 겨울 히말라야 준령인지 서울 남산인지를 분별하는 데 달려 있다.
--- p.83

국정운영 플랫폼에 주목하면 문재인은 운동권 대통령, 윤석열은 공무원 대통령이다. 이명박은 전문경영인 대통령이고,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는 정치인 대통령이고, 이승만, 박정희는 혁명가 대통령이다. 노무현은 운동권, 정치인, 문화혁명가적 속성을 다 가지고 있고, 전두환, 노태우는 군인이자 혁명가적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 p.194

윤대통령은 애국 공무원 대통령에서 자유?보수?우파 정치인 대통령으로 진화발전해 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하지만 시대가 윤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같은 혁명가 대통령이다. 최소한 혁명의 초석을 놓는 대통령이다. 공무원과 혁명가는 상극이지만, 시대가 그것을 너무나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 혁명가는 피바람을 부르는 급진적인 변화를 즐겨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긴 호흡과 확고한 방향성과 굳센 의지로 철학, 가치, 제도, 정책, 문화, 리더십을 바꾸는 사람이다. 윤대통령이 어디까지 진화발전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2부는 “1987년 컨센서스와 대한민국의 자살”이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역대정부와 양대 정당의 한계와 오류의 근원인 시대인식을 80여 쪽에 걸쳐 논했다. 추천사를 쓴 김병준은 제2부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단다.
--- p.195~196

한 시대를 풍미한 다수가 옳다고 믿는 생각(세계관, 역사관, 가치관)과 이를 토대로 한 가치?이념?법?제도?정책?리더십의 모순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시기가 바로 시대의 황혼이다. 한반도 150년 역사에서 이런 시기는 3번 있었다. 한번은 1876년 개항 이후부터 조선의 운명이 사실상 결정된 1905년 러일전쟁까지 대략 30년이고, 또 한번은 건국 시기(1945~1953년)이고, 세번째가 바로 지금이다. 대한민국은 개화기, 건국기에, 세 번째 맞는 국가?민족?정파의 흥망의 갈림길이다.
--- p.199~200

토크빌은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가 인류 역사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에릭제무르는 68혁명의 결과(컨센서스)가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나는 1987년 컨센서스의 결과는 대한민국의 자살이라는 것을 역설하려 한다. 대한민국이 (미래에도) 여전히 살 만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수명이 다한 1987년 컨센서스라는 영혼과 1987년 체제라는 육체를 재건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01

주류·지배적인 컨센서스는 강력한 자기장과 같아서, 그 컨센서스에 반대 투쟁을 했던 정치세력이 집권해도, 주류·지배적인 컨센서스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못하게 만든다.
--- p.203

1987년 이후 2023년까지 36년은 민주화의 이름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발전동력을 소진하고, 발전체제를 해체하는 과정이었다. 아니 대한민국이 자살하는 과정이었다. 1987년 컨센서스는 민주공화국의 작동?발전 조건, 즉 세계와 더불어 공존 공영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번영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통합 가능하고, 환경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이념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 반대, 파괴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자는 1987년 헌법 및 1987년 체제와 1987년 컨센서스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p.226

1987년 헌법이 1987년 체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1987년 컨센서스가 1987년 헌법과 1987년 체제를 만들었다. 사실 1987년 체제의 핵심 특성은 헌법 조문이 아니라, 지배적인 정신문화와 가치이념정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지형(정치세력 간 역관계 등)에 있다.

저자는 4대 1987년 컨센서스를 유전자(DNA)를 구성하는 핵염기 시토신(C),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에 비유하면서, 역사와 현실(위기와 부조리 등)을 설명한다.
--- p.228

4개의 핵염기의 결합과 연쇄에 의해 수많은 생물종이 만들어졌듯이, 1987년 컨센서스들의 결합과 환경에 대한 적응과 정치적 변형에 의해, 수많은 변화와 개혁 혹은 위기와 부조리가 만들어졌다.

1789년 13개 주에서 비준된 미국 헌법이 인간과 민주정의 약점에 대한 통찰 등 이성과 지성으로 만들어졌다면 1987년 컨센서스는 독재, 재벌, 외세 등 힘센 존재에 대한 공포, 분노, 혐오, 반대, 부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선-악, 정-사, 노동-자본, 진보-보수 등 수많은 대립과 갈등의 이분법은 여기서 발원한다.저자는 1987년 컨센서스의 패악을 크게 4가지로 집약했다.
--- p.232

첫째, 민주화의 이름으로 국가?시장?사회 전반에 대한 조정?통제 기능을 허문 것이다. 둘째, 기본권 상향(OECD평균 수준 도달)과 약자보호의 이름으로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 혜택과 부담, 이익과 위험 등 가치 간 조화와 균형을 잡아주던 제도적?이념적?문화적 장치를 허문 것이다. 기본권 상향, 억강부약, 공공성 강화 등의 미명 하에 이해상충 집단 간의 상호 선택권 및 거부권(무기)의 대등성을 훼손한 것이다.

셋째, 역사정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준거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허문 것이다. 이른바 ‘해전사’, 아니 ‘조선력사’식 역사인식을 민주진보가 적극 수용하고, 자유보수는 역사(진실과 해석)전쟁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넷째, 우물 안 개구리식 국제인식에 따라 동맹보다 민족의 이름 혹은 국가의 자주?자존?실리(안미경중)의 이름으로 대외 관계를 허문 것이다. 역사정의와 탈미외교 컨센서스는 급성질환, 즉 외인(外因)에 의한 국가 사고사(事故死)나 국가의 내파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해결이 될 문제다. 그런데 반독재 민주화와 권리?이익?혜택의 쟁취와 상향 컨센서스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실사구시와 교육선전을 통해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총체적 노화(만성질환)와 말기암 환자로 만든다.

제3부는 ”근대화 완성의 레일, 2024년 컨센서스“라는 제목으로 대안적 시론을 얘기했다. 실은 합쳐서 1천쪽이 넘는 저자의 2020년 작 『7공화국이 온다』(2020)와 『왜 7공화국인가』(2020)에도 자세히 나와있는데, 이번 책에는 지난 4년 간 새로이 천착한 내용(공공개혁과 저출산 대책 등)을 주로 담았다. 윤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인 3대개혁 관련한 비판과 대안도 담았다. 저자는 이 작업은 최소 10년 이상 걸릴 작업이라고 말한다.
--- p.257~260

지난 30~40년간 풍미한 1987년 컨센서스의 폐허 위에 건설해야 할 2024년 컨센서스의 골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다. 제3부에서 제시할 시론, 즉 정책의 기본?개념 설계는 근대화완성으로 가는 레일인 2024년 컨센서스 중에서 내가 비교적 오랫동안 천착한 것들이다. 당연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법, 조세?재정, 주택?부동산 분야 등은 다른 사람이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새시대의 종합설계도는 자유?보수?우파 경세지성과 보편지성의 경험과 지혜를 총화하여 최소 10년은 정련하고 연단해야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 p.288

정치 개혁 혹은 민주주의 위기 대응책만큼 기본·개념설계가 필요한 것은 없다. 사실 지금 밀어닥치는 거의 모든 위기의 근원은 본말이 전도된 정치다. 정치가 영혼이나 소프트웨어라면, 육체나 하드웨어는 너무 많은 곳에 손을 뻗쳐 쥐락펴락하는 정부(법령, 예산, 조직, 사람)다. 위대한 영혼이 건장한 육체를 지배할 때는 영웅이 되지만, 낡고 썩은 영혼이 육체와 몸을 지배할 때 악당이 되듯이, 위대한 정치가 정부를 지배하면, 위대한 역사가 창조되고, 낡고 썩은 정치가 정부를 지배하면 망국으로 간다.

제4부는 2023년 6~7월 중순 (운동권이 아니라) ‘운동권정치 청산’을 개념화?이론화하여, 민주화운동동지회의 산파 역할을 한 사람답게, 이 담론을 아마 가장 종합적,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았을까 한다.
--- p.350

운동권정치 청산론은 원래 구시대 청산=파괴와 새시대(제2중흥시대) 건설=창조 담론이다. 운동권정치는 2009년 이후 급속히 자라난 독초이고, 1987년 체제와 가치정책 패러다임은 독초가 자라기 좋은 토양 혹은 환경이다. 구시대 청산은 운동권정치라는 독초 제거와 토양?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둘 다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안으로서 7공화국의 비전이 필요하다. 대안이 있어야 희망이 있고, 희망을 틀어막는 것에 대한 분노로부터 투지와 자부심이 생기는 법이다.”
--- p.403

운동권정치의 핵심 문제는 (도덕적 허물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패악과 정치?문화적 패악이다. 패악의 현상?증상과 이를 만든 정책?운동과 그 근저에 흐르는 철학?가치 간의 상호관계를 규명해야 운동권정치 청산 담론이 탄탄하게 정립되고, 더 나아가 2024년 총선 이후 창조할 새시대 비전도 도출된다. 이에 따라 50~60쪽이 넘는 주장을 398쪽의 단 한장의 표로 집약하였다.
--- p.394

운동권정치는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시대를 개막하는 데 가로 놓인 거대한 장애물이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구시대에서 새시대로 건너가는 다리를 가로막는 구시대의 핵심 방위군이다. 나는 2차대전을 소재로 한 미군과 독일군의 철교를 둘러싼 전쟁영화를 떠올렸다.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와 ‘레마겐의 철교’가 생각났다. ‘어제의 용사’들의 역할은 본대가 진격할 다리를 확보하는 특공대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권정치 청산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 몇 십명 청산이 아니라, 백낙청?문재인?이해찬?유시민?이재명?김어준부터 그 20년 아래 김남국과 그 아래 20대 좌파 청년을 한데 묶는 어떤 역사관, 세계관, 정의관의 재건축과 정책?운동 노선의 혁신이었다. 다시말해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점점 높여온 운동권 철학?가치?정책 패러다임 청산이었다. 사람은 나이들면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지만, 철학?가치?정책 패러다임은 종교처럼 불멸이기 때문이다.
--- p.405

출판사 리뷰

윤석열 정부 성공의 열쇠 ‘국정운영 플랫폼’

저자가 집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8월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즈음이었고, 실제 집필을 시작한 것은 그 1년 뒤인 2023년 9월 초였다. 당초 출간 목표일은 늦어도 2023년 11월 말이었다. 혼신을 기울였으나 2024년 2월 말에서야 탈고할 수 있었다. 저자 외에 누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히 23년 저자 공력의 총화라고 고백한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정치 그리고 국가 정책 담론의 수준을 약간이나마 높이지 않을까 한다.

집필 초기, 저자가 생각한 책 제목은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부로 기억될 것인가’였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냉엄한 역사적 평가를 화두로 삼았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포석 내지 달려갈 레일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출범 100일 무렵부터 저자가 머리에 이고 있던 화두다. 책의 부제로 삼아도 좋을 만큼, 책의 절반 넘게 이 화두를 천착하였다.

역대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체로 임기 말쯤 하는데, 총선 같은 중간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차기 대선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 2022년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경악과 공포가 중첩되어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선 승패, 즉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가 끝이 아니다.
영화 〈건국전쟁〉(The birth of Korea)은 64년 전(1960년 4월)에 물러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핵심 주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에 치러진 지방선거(2018년)와 총선(2020년)에서 압승하고, 막판 지지율도 40% 내외로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역사는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고 팔아먹은 ‘조선 고종과 더불어 천고에 길이 남을 혼군’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렇듯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부의 임기보다 훨씬 긴 세월 행해진다. 성공하는 정부가 되려면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들이 잠자다가 후대의 엄혹한 평가를 접하는 악몽을 몇 번은 꾸면서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자나 깨나 역사적 평가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와 추천사를 쓴 김병준의 지론이다.

흔히 하는 말로 밭고랑이 가지런하려면 쟁기를 잡은 농부가 멀리 밭 끝을 봐야 한다고 한다. 한눈을 팔거나 바로 앞에 뒤집히는 흙만 보면 밭고랑은 비뚤비뚤해진단다. 국정운영은 쟁기로 밭을 가는 것보다 훨씬 교란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도 정부·여당이라는 농부가 눈을 어디에 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가 난제다. 게다가 농부나 소가 한눈을 팔게 하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 밭 여기저기에는 우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돌부리나 바위도 많다. 세계사에서 이승만의 대한민국과 김일성의 북한만큼 정치지도자의 방향감이 만든 극명한 명암(明暗)도 드물 것이다.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 이행 성적표에 달려 있다. 무수히 많은 국가적 과제 중에서 선택, 집중할 대통령 프로젝트로 무엇을 선정했는지, 그 성과가 어떠한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자기 자신(정체성)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적 소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시공간 확장(역사적 비교와 국제적 비교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 제1부에서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정부가 인식한 정권의 정체성과 시대 인식과 시대적 소명, 이행 전략인 국정철학 및 국정과제의 총체를 ‘국정운영 플랫폼’이라 규정하고 그 적실성에 대해 길게 논했다. ‘국정운영 플랫폼’이라는 개념과 그 얼개는 저자의 독창적 분석 중의 하나다. 저자는 역대 정부의 실패와 좌절, 한계와 오류의 뿌리에는 국정운영 플랫폼의 부재 혹은 부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는 한 세대 넘게 한국 사회의 정치와 비전을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해 온 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자유민주공화주의자들의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담아낸 경세서이자 우리 시대의 ‘간양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