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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퇴임 2주년 첫 회고록 출간!
평양에서 워싱턴까지 결단의 순간들
3번의 남북정상회담, 58번의 순방외교, 선진국 공식 진입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긴박하고 숨 가빴던 5년의 기록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의 재임 기간 중 긴박하고 중요했던 외교안보 정책과 결정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다. 재임 60개월 대부분의 시기를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 남북미 판문점회동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에서 중재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도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의 순간들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진다. 또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힘썼던 국방, 보훈, 방산 정책에서 주요 결정 배경과 공개되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격변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희망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지도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트너였던 문제적 지도자들(김정은, 트럼프, 아베)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가 최초 공개된다.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해 외교안보의 교과서이자 사료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높였다.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을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게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평양에서 워싱턴까지 결단의 순간들
3번의 남북정상회담, 58번의 순방외교, 선진국 공식 진입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긴박하고 숨 가빴던 5년의 기록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의 재임 기간 중 긴박하고 중요했던 외교안보 정책과 결정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다. 재임 60개월 대부분의 시기를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 남북미 판문점회동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에서 중재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도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의 순간들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진다. 또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힘썼던 국방, 보훈, 방산 정책에서 주요 결정 배경과 공개되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격변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희망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지도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트너였던 문제적 지도자들(김정은, 트럼프, 아베)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가 최초 공개된다.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해 외교안보의 교과서이자 사료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높였다.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을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게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1부 결단의 순간, 운명의 그날
1. 미국의 손을 잡고
2. 균형외교
3. 평화 올림픽의 꿈을 이루다
4. 그리고 판문점
5. 결단의 번개회담
6. 드디어 북미 정상 마주 앉다
7. 평양, 능라도, 백두산
8. 아! 하노이
2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향해
9. 평화를 지키는 국방, 평화를 만드는 국방
10.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
11. 높아진 국격, 지역외교와 다자외교
12.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
13. 2017년 쾨르버재단 연설을 읽는다
대담자의 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주요 일지
1부 결단의 순간, 운명의 그날
1. 미국의 손을 잡고
2. 균형외교
3. 평화 올림픽의 꿈을 이루다
4. 그리고 판문점
5. 결단의 번개회담
6. 드디어 북미 정상 마주 앉다
7. 평양, 능라도, 백두산
8. 아! 하노이
2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향해
9. 평화를 지키는 국방, 평화를 만드는 국방
10.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
11. 높아진 국격, 지역외교와 다자외교
12.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
13. 2017년 쾨르버재단 연설을 읽는다
대담자의 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주요 일지
책 속으로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조건 때문에 균형외교가 더욱 중요합니다. 미·중·일·러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우리는 역사상 많은 외침을 받아왔죠. 지금의 남북분단도 외세에 의해 초래된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에게 균형외교는 안보를 위해서나 경제를 위해서나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역사에서, 또한 근래에 와서도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힌 편중외교 또는 사대외교로 국난을 초래하곤 한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죠.”
--- p.79
“내게 보여준 김 위원장의 모습은 우선은 매우 솔직했습니다. 그들의 고충도 솔직히 털어놓았고요. 그때 미국과 회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미국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어요. 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이 많았죠.”
--- p.116
“그런 게 알려져서 독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도 나한테 “어휴! 트럼프, 김정은 그 두 터프가이를 어떻게 서로 마주 앉혔어요? 비법이 뭡니까?”라고 묻기도 했어요.”
--- p.70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세계에서 찬탄을 받던 시기에 내가 외교무대에 나가면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트럼프와 김정은 두 터프가이를 설득해서 서로 대화하게 했느냐. 특히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 쪽 정상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하지만 우리로서는 분단 이후 북미 간에 처음으로 정상들을 마주 앉히는 것인데, 그 과정을 우리가 중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죠. 북한과 미국도 우리의 중재 노력을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였고요.”
--- p.221
“당시 북한은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가장 원했고, 나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설득했죠.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는데, 결국은 참모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어요.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는 바람에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은 중국에 신세를 지게 됐죠. 그전까지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조금 뜨악했는데, 북한을 다시 중국에 밀착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 p.247
“하노이 노딜 이후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런 국면에서 우리가 좀 더 뭔가 상황을 타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물론 남아요. 한편으로는 북한 역시 그 시기에 비핵화 부분을 오로지 미국만 붙잡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그리고 남북관계까지 스톱시켜버리는 태도가 남북 간에 더 진전을 하지 못했던 한 원인이기도 하고요. 북한이 매번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면서도 북미대화에만 매달리면서 남북관계를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죠.”
--- p.329
“미중관계가 나빠지면 한반도 문제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강요를 받게 되죠. 그러면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해도 안보와 오랜 동맹관계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 쪽에 치우치는 외교를 하기가 쉽죠. 우리 외교가 이념에 치우치면 더 편중외교를 하는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중국도 남북 사이에서 등거리에 있었던 입장에서 더 북한과 밀착하는 쪽으로 가게 되고, 심지어 북중러-한미일 간 일종의 새로운 냉전 구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남북화해정책을 펼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취했던 스탠스가 ‘전략적 모호함’이었어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것이죠. ‘전략적 모호함’은 비겁한 태도가 아닙니다. G2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될 경우 여타 국가들이 취해야 하는 외교적 현명함이죠”.
--- p.354
“지금 남북 사이에 감정적인 대립이 너무 커져서 당장 대화하기가 쉽진 않겠지요. 북한이 고도화된 핵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대화의 해법을 찾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전쟁 중에도 대화하듯이, 대화는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죠. 지금 남북관계는 6·25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대로 가면 충돌할 수 있으니 대화로 충돌을 피해야 합니다.”
--- p.358
“군이 정치적으로 항상 중립을 지켜야 된다는 것, 이제는 평화를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죠. 지금 정부가 바뀌고 나니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데, (…) 이번에 보듯이 육사 교정에서 독립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다든지, 또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에 대한 수사 개입에 군이 휘둘린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 정치적 중립 면에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낍니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이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전통이 확립되어야죠.”
--- p.393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이 그럴듯하죠. 그러나 일본과 한국 사이에 깊은 상처와 원한을 남긴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어요. 그 상처와 원한을 성의 있게 치유하지 않고 미봉해버리면 진정한 화해가 어렵죠.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러나 우리 정부 때 한일 간에 논의되었고, 한때 미국이 관여하기도 한 해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급하게 서둘지 않았다면 서로 양보하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봐요. 또 어떤 해법이든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죠. 그런데 현 정부는 피해자들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어버렸어요. 그것이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되나요? 당장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가 더 강해지고 노골화됐죠.”
--- p.79
“내게 보여준 김 위원장의 모습은 우선은 매우 솔직했습니다. 그들의 고충도 솔직히 털어놓았고요. 그때 미국과 회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미국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어요. 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이 많았죠.”
--- p.116
“그런 게 알려져서 독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도 나한테 “어휴! 트럼프, 김정은 그 두 터프가이를 어떻게 서로 마주 앉혔어요? 비법이 뭡니까?”라고 묻기도 했어요.”
--- p.70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세계에서 찬탄을 받던 시기에 내가 외교무대에 나가면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트럼프와 김정은 두 터프가이를 설득해서 서로 대화하게 했느냐. 특히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 쪽 정상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하지만 우리로서는 분단 이후 북미 간에 처음으로 정상들을 마주 앉히는 것인데, 그 과정을 우리가 중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죠. 북한과 미국도 우리의 중재 노력을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였고요.”
--- p.221
“당시 북한은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가장 원했고, 나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설득했죠.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는데, 결국은 참모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어요.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는 바람에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은 중국에 신세를 지게 됐죠. 그전까지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조금 뜨악했는데, 북한을 다시 중국에 밀착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 p.247
“하노이 노딜 이후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런 국면에서 우리가 좀 더 뭔가 상황을 타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물론 남아요. 한편으로는 북한 역시 그 시기에 비핵화 부분을 오로지 미국만 붙잡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그리고 남북관계까지 스톱시켜버리는 태도가 남북 간에 더 진전을 하지 못했던 한 원인이기도 하고요. 북한이 매번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면서도 북미대화에만 매달리면서 남북관계를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죠.”
--- p.329
“미중관계가 나빠지면 한반도 문제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강요를 받게 되죠. 그러면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해도 안보와 오랜 동맹관계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 쪽에 치우치는 외교를 하기가 쉽죠. 우리 외교가 이념에 치우치면 더 편중외교를 하는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중국도 남북 사이에서 등거리에 있었던 입장에서 더 북한과 밀착하는 쪽으로 가게 되고, 심지어 북중러-한미일 간 일종의 새로운 냉전 구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남북화해정책을 펼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취했던 스탠스가 ‘전략적 모호함’이었어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것이죠. ‘전략적 모호함’은 비겁한 태도가 아닙니다. G2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될 경우 여타 국가들이 취해야 하는 외교적 현명함이죠”.
--- p.354
“지금 남북 사이에 감정적인 대립이 너무 커져서 당장 대화하기가 쉽진 않겠지요. 북한이 고도화된 핵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대화의 해법을 찾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전쟁 중에도 대화하듯이, 대화는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죠. 지금 남북관계는 6·25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대로 가면 충돌할 수 있으니 대화로 충돌을 피해야 합니다.”
--- p.358
“군이 정치적으로 항상 중립을 지켜야 된다는 것, 이제는 평화를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죠. 지금 정부가 바뀌고 나니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데, (…) 이번에 보듯이 육사 교정에서 독립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다든지, 또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에 대한 수사 개입에 군이 휘둘린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 정치적 중립 면에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낍니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이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전통이 확립되어야죠.”
--- p.393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이 그럴듯하죠. 그러나 일본과 한국 사이에 깊은 상처와 원한을 남긴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어요. 그 상처와 원한을 성의 있게 치유하지 않고 미봉해버리면 진정한 화해가 어렵죠.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러나 우리 정부 때 한일 간에 논의되었고, 한때 미국이 관여하기도 한 해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급하게 서둘지 않았다면 서로 양보하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봐요. 또 어떤 해법이든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죠. 그런데 현 정부는 피해자들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어버렸어요. 그것이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되나요? 당장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가 더 강해지고 노골화됐죠.”
--- p.606
출판사 리뷰
퇴임 2주년 첫 회고록 출간!
평양에서 워싱턴까지 결단의 순간들
3번의 남북정상회담, 58번의 순방외교, 선진국 진입까지
‘정상’의 문턱까지 올라섰던 긴박하고 숨 가빴던 순간의 기록
최초 육성으로 전하는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와 후일담! 마침내 공개!
“우리가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상을 봤죠. 정상을 봤고… 언젠가 다시 또 그 노력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정상에 오를 거라고 믿습니다.”_〈1장〉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첫 회고록을 ‘외교안보 편’(김영사 刊)으로 출간했다. 그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최고 통치자로 재임한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년간의 주요한 외교안보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당시 급박했던 국제 정세와 내부 사정, 비로소 공개하는 소회와 후일담을 처음으로 전하는 책이다. 세계 열강들의 패권 다툼 속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의 중재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도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의 순간들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진다. 재임 60개월 대부분의 시기 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현 연세대 교수)이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했다. 각 시기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함께 실렸다.
저자는 책의 집필 계기를 〈들어가며〉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백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는 (…)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 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외교의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고, “거기에 더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 “남북관계의 위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절실함을 담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최고도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회고록이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에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담았다.
외교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야 함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일약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이끌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외교와 안보, 국방, 보훈, 방산에서 쟁점 이슈를 돌파하며 펼쳤던 정책적 결단과 공과의 여정은 다음 도약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되새겨야 할 주요한 역사적 성과이자 징비로서 가치가 클 것이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대한민국의 운명의 ‘그날들’!
“한반도의 평화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 몽상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나 (…) 어둠이 짙을수록 어둠이 끝난 후 찾아올 여명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해요. 전쟁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그 위기를 끝낼 결단이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것이 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나는 우리 국민들을 믿었어요.”_〈13장〉
이 책은 전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첫 7일의 외교 일정부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선거 다음 날 당선일 오전에 약식 취임식을 치르고 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에 대해 최대압박 정책을 구사한 미국, 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 사드 배치로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던 중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논란 이후 소녀상 철거 요구로 냉랭했던 일본까지, 탄핵으로 인해 모든 외교적 문제가 산적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전쟁의 위협 속에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이던 2017년,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몽상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을 중재를 통해 이끌어낸다. 판문점에서의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 한 달 후 다시 만난 판문점 번개회담(2018년 5월), 세 번째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능라도5·1경기장 연설, 백두산 천지 방문(2018년 9월)까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역사적 장면과 진전을 남긴다. 동시에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굳건히 다진 한미신뢰를 통해 중재자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회담(2018년 6월)과 하노이회담(2019년 2월), 그리고 마침내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회동(2019년)까지,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운명의 주체로서 판을 만들고 주도해갔다.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서울에서 워싱턴으로,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거쳐 다시 판문점으로 숨가쁘게 이어졌던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몽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남북 간 군사적·우발적 충돌을 막고 장병들의 희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가시적인 평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역사적 전환을 이뤄낸 남북미 관계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거쳐 다시 평양까지!
“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어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고요.”_〈4장〉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당사자이자 주도자로서 행동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 국면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성사된 남북 간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가 등장한 1차 판문점회담의 성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처음 만나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되었다. 전 세계인이 주목했던 도보다리 산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누었던 대화가 책에 공개된다.
이후 한 달 만에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2차 번개 판문점회담을 통해 결렬될 뻔했던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회담을 결정적으로 다시 이어붙인 내막, 이어서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과 제주도 답방 논의, 백두산 등정에 숨은 이야기 등이 최초로 소개된다. 그리고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회담의 노딜 이후 그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VIP 라운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회동 제안부터 다음 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하기까지 급박하게 전개되었던 막전막후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법
한미 신뢰와 건강한 동맹을 위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죠. 동맹 간에도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을 우선에 두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요.”_〈1장〉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미국의 지지 없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로드맵을 추진할 수 없었다. 이 과정은 미국과의 동맹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국제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어려운 줄타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지만, 동맹국 미국과도 현안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당시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사드 추가 배치 등 어려운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압박을 넘기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크나큰 숙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일정 중 첫 번째 방문지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선택한다. 전사한 미군 장병 기념비를 참배하면서 미국과 대한민국이 혈맹관계임을 자연스럽게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관계에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줄 수 있었다. 건강한 한미동맹의 기조 아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었고, 한미 FTA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사드 추가 배치 역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국익을 위한 균형외교와 파트너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조건
왜 균형외교가 우리의 생존전략인가? 미·중·일·러 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대한민국으로서는 기존과 같은 강대국 중심의 외교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의 다각화는 안보를 위해서나 경제를 위해서나 생존 전략으로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다자외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으로 가시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이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러시아, 유럽, 동남아, 중앙아시아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국제사회의 우방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현 정부 들어 동남아국가들의 호응을 얻었던 신남방정책의 폐지와 부산엑스포의 실패를 지적하면서 국익을 위해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외교 정책을 정파적 이익에 따라 이용하는 근시안적 행태에 목소리를 높인다.
“신남방정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성과도 컸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외교 브랜드가 됐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현 정부가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죠. 국가 간 신뢰의 면에서 생각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죠. 우리가 최근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죠. 국제기구의 수장이나 이사국이 되기 위해서 또는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거나 세계대회를 유치하려면 경쟁해야 하고 투표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때 든든한 지지 세력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_〈2장〉
G7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되고 UN과 APEC, ASEAN 등 다자기구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등 문재인 정부가 이뤄낸 외교적 성과는 다자외교와 함께 정상 간의 개인적인 신뢰가 매우 중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동안 만났던 정상 파트너들-트럼프, 바이든, 김정은, 아베-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케미’를 유지했던 비결도 공개한다. 그 밖에도 아프라시아브 벽화 속 고구려 사신을 토킹 포인트로 활용한 일화와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 조끼 선물을 받고,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에게 사적으로 형님으로 불린 일화들을 소개한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죠.”_〈1장〉
“아베 총리 쪽은 요지부동이었어요.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죠.”_〈12장〉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
국가의 격, 외교의 힘
재임 후반기 최대 외교 문제였던 일본의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하여, 막후에서 벌어진 치열한 정보전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을 준비해왔다는 사실과 적극적으로 여러 해결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일본 총리실에서 모든 방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한다.
“우리 정부가 강하게 대응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요. 우리가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강한 선택을 했다고 할 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강한 선택을 한 적이 없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우리가 한 것은 단지 굽히지 않았던 것뿐이죠.”_〈12장〉
“당시 양국의 경제계와 의원연맹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가 양국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선의에서 양국 기업들이 반씩 돈을 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준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그 해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실무자 선에서는 긍정적인 논의와 의견 접근을 보이다가도 결국 총리실로 올라가면 요지부동 완강하게 거부한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그만큼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우경화된 시각으로 다루고 있었던 거죠.”_〈12장〉
남북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국방력에 힘을 써 미사일 개발의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고, 방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시킨 자주국방 정책의 결정 과정과 배경도 들려준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생각을 밝히면서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힘썼던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보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나 미사일 지침 완전 종료까지 간 속도를 보면, 우리 전 정부에서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거였고, 그때도 요구했었더라면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 없이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말로만 안보를 이야기했을 뿐 실제로는 등한시한 것이었죠.”_〈9장〉
“보수는 사실 퇴행적인 것이 아니거든요. 보수는 민족을 중시하고 공동체를 중시하고 애국을 중시하는 건데, 그런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 홍범도 장군이에요. 이런 분들을 예우하지 않고 도리어 폄훼하고, 세워져 있는 동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일 때문에 우리의 보수세력이 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혐의를 자꾸 받게 되는 거예요. 아마도 뉴라이트라는 극우적이고 진정한 보수가 아닌 세력에 오염이 되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싶어요.”_〈10장〉
아쉬움, 미완의 등정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기간 이룬 성과뿐 아니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배경,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하여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게 남겼다. 중재자이자 협상가로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미국의 강경파에 막혀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회담의 아쉬움과 원인을 분석하고, 마지막까지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공개한다.
“그때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인데,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에 이번에는 내가 거꾸로 그런 제안을 해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아요.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서도 계속 오가고, 나중에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고요. 그랬기 때문에 북미 간에 3차 정상회담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대로 회담 없이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어요. 실기한 것이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있습니다.”_〈5장〉
“9 · 19 남북군사합의가 폐기되어 한반도에 군사적 안전핀이 사라졌습니다. 평화가 정말 위태로워졌습니다. (…) 또다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해내야 합니다. 적대적이고 신뢰가 부족한 관계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평화,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도 평화가 올 리는 없을 것입니다.”_〈13장〉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격변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희망으로, 대립에서 번영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지도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또한, 현재의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게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다시 시작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외교안보의 교과서이자 사료로 역사적 · 학술적 가치가 높다.
평양에서 워싱턴까지 결단의 순간들
3번의 남북정상회담, 58번의 순방외교, 선진국 진입까지
‘정상’의 문턱까지 올라섰던 긴박하고 숨 가빴던 순간의 기록
최초 육성으로 전하는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와 후일담! 마침내 공개!
“우리가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상을 봤죠. 정상을 봤고… 언젠가 다시 또 그 노력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정상에 오를 거라고 믿습니다.”_〈1장〉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첫 회고록을 ‘외교안보 편’(김영사 刊)으로 출간했다. 그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최고 통치자로 재임한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년간의 주요한 외교안보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당시 급박했던 국제 정세와 내부 사정, 비로소 공개하는 소회와 후일담을 처음으로 전하는 책이다. 세계 열강들의 패권 다툼 속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적 사건의 막전막후의 중재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도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의 순간들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진다. 재임 60개월 대부분의 시기 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현 연세대 교수)이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했다. 각 시기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함께 실렸다.
저자는 책의 집필 계기를 〈들어가며〉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백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는 (…)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 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외교의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고, “거기에 더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 “남북관계의 위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절실함을 담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최고도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회고록이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에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담았다.
외교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야 함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일약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이끌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외교와 안보, 국방, 보훈, 방산에서 쟁점 이슈를 돌파하며 펼쳤던 정책적 결단과 공과의 여정은 다음 도약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되새겨야 할 주요한 역사적 성과이자 징비로서 가치가 클 것이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대한민국의 운명의 ‘그날들’!
“한반도의 평화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 몽상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나 (…) 어둠이 짙을수록 어둠이 끝난 후 찾아올 여명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해요. 전쟁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그 위기를 끝낼 결단이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것이 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나는 우리 국민들을 믿었어요.”_〈13장〉
이 책은 전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첫 7일의 외교 일정부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선거 다음 날 당선일 오전에 약식 취임식을 치르고 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에 대해 최대압박 정책을 구사한 미국, 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 사드 배치로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던 중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논란 이후 소녀상 철거 요구로 냉랭했던 일본까지, 탄핵으로 인해 모든 외교적 문제가 산적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전쟁의 위협 속에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이던 2017년,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몽상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을 중재를 통해 이끌어낸다. 판문점에서의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 한 달 후 다시 만난 판문점 번개회담(2018년 5월), 세 번째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능라도5·1경기장 연설, 백두산 천지 방문(2018년 9월)까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역사적 장면과 진전을 남긴다. 동시에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굳건히 다진 한미신뢰를 통해 중재자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회담(2018년 6월)과 하노이회담(2019년 2월), 그리고 마침내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회동(2019년)까지,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운명의 주체로서 판을 만들고 주도해갔다.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서울에서 워싱턴으로,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거쳐 다시 판문점으로 숨가쁘게 이어졌던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몽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남북 간 군사적·우발적 충돌을 막고 장병들의 희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가시적인 평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역사적 전환을 이뤄낸 남북미 관계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거쳐 다시 평양까지!
“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어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고요.”_〈4장〉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당사자이자 주도자로서 행동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 국면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성사된 남북 간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가 등장한 1차 판문점회담의 성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처음 만나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되었다. 전 세계인이 주목했던 도보다리 산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누었던 대화가 책에 공개된다.
이후 한 달 만에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2차 번개 판문점회담을 통해 결렬될 뻔했던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회담을 결정적으로 다시 이어붙인 내막, 이어서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과 제주도 답방 논의, 백두산 등정에 숨은 이야기 등이 최초로 소개된다. 그리고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회담의 노딜 이후 그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VIP 라운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회동 제안부터 다음 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하기까지 급박하게 전개되었던 막전막후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법
한미 신뢰와 건강한 동맹을 위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죠. 동맹 간에도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을 우선에 두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요.”_〈1장〉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미국의 지지 없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로드맵을 추진할 수 없었다. 이 과정은 미국과의 동맹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국제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어려운 줄타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지만, 동맹국 미국과도 현안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당시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사드 추가 배치 등 어려운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압박을 넘기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크나큰 숙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일정 중 첫 번째 방문지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선택한다. 전사한 미군 장병 기념비를 참배하면서 미국과 대한민국이 혈맹관계임을 자연스럽게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관계에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줄 수 있었다. 건강한 한미동맹의 기조 아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었고, 한미 FTA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사드 추가 배치 역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국익을 위한 균형외교와 파트너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조건
왜 균형외교가 우리의 생존전략인가? 미·중·일·러 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대한민국으로서는 기존과 같은 강대국 중심의 외교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의 다각화는 안보를 위해서나 경제를 위해서나 생존 전략으로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다자외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으로 가시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이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러시아, 유럽, 동남아, 중앙아시아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국제사회의 우방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현 정부 들어 동남아국가들의 호응을 얻었던 신남방정책의 폐지와 부산엑스포의 실패를 지적하면서 국익을 위해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외교 정책을 정파적 이익에 따라 이용하는 근시안적 행태에 목소리를 높인다.
“신남방정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성과도 컸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외교 브랜드가 됐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현 정부가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죠. 국가 간 신뢰의 면에서 생각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죠. 우리가 최근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죠. 국제기구의 수장이나 이사국이 되기 위해서 또는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거나 세계대회를 유치하려면 경쟁해야 하고 투표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때 든든한 지지 세력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_〈2장〉
G7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되고 UN과 APEC, ASEAN 등 다자기구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등 문재인 정부가 이뤄낸 외교적 성과는 다자외교와 함께 정상 간의 개인적인 신뢰가 매우 중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동안 만났던 정상 파트너들-트럼프, 바이든, 김정은, 아베-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케미’를 유지했던 비결도 공개한다. 그 밖에도 아프라시아브 벽화 속 고구려 사신을 토킹 포인트로 활용한 일화와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 조끼 선물을 받고,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에게 사적으로 형님으로 불린 일화들을 소개한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죠.”_〈1장〉
“아베 총리 쪽은 요지부동이었어요.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죠.”_〈12장〉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
국가의 격, 외교의 힘
재임 후반기 최대 외교 문제였던 일본의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하여, 막후에서 벌어진 치열한 정보전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을 준비해왔다는 사실과 적극적으로 여러 해결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일본 총리실에서 모든 방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한다.
“우리 정부가 강하게 대응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요. 우리가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강한 선택을 했다고 할 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강한 선택을 한 적이 없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우리가 한 것은 단지 굽히지 않았던 것뿐이죠.”_〈12장〉
“당시 양국의 경제계와 의원연맹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가 양국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선의에서 양국 기업들이 반씩 돈을 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준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그 해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실무자 선에서는 긍정적인 논의와 의견 접근을 보이다가도 결국 총리실로 올라가면 요지부동 완강하게 거부한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그만큼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우경화된 시각으로 다루고 있었던 거죠.”_〈12장〉
남북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국방력에 힘을 써 미사일 개발의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고, 방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시킨 자주국방 정책의 결정 과정과 배경도 들려준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생각을 밝히면서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힘썼던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보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나 미사일 지침 완전 종료까지 간 속도를 보면, 우리 전 정부에서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거였고, 그때도 요구했었더라면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 없이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말로만 안보를 이야기했을 뿐 실제로는 등한시한 것이었죠.”_〈9장〉
“보수는 사실 퇴행적인 것이 아니거든요. 보수는 민족을 중시하고 공동체를 중시하고 애국을 중시하는 건데, 그런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 홍범도 장군이에요. 이런 분들을 예우하지 않고 도리어 폄훼하고, 세워져 있는 동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일 때문에 우리의 보수세력이 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혐의를 자꾸 받게 되는 거예요. 아마도 뉴라이트라는 극우적이고 진정한 보수가 아닌 세력에 오염이 되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싶어요.”_〈10장〉
아쉬움, 미완의 등정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기간 이룬 성과뿐 아니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배경,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하여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게 남겼다. 중재자이자 협상가로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미국의 강경파에 막혀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회담의 아쉬움과 원인을 분석하고, 마지막까지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공개한다.
“그때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인데,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에 이번에는 내가 거꾸로 그런 제안을 해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아요.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서도 계속 오가고, 나중에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고요. 그랬기 때문에 북미 간에 3차 정상회담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대로 회담 없이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어요. 실기한 것이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있습니다.”_〈5장〉
“9 · 19 남북군사합의가 폐기되어 한반도에 군사적 안전핀이 사라졌습니다. 평화가 정말 위태로워졌습니다. (…) 또다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해내야 합니다. 적대적이고 신뢰가 부족한 관계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평화,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도 평화가 올 리는 없을 것입니다.”_〈13장〉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격변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희망으로, 대립에서 번영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지도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또한, 현재의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게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다시 시작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외교안보의 교과서이자 사료로 역사적 · 학술적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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