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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년간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김겨울 작가의 첫 번째 책
새로운 매무새로 만나는 리커버 『독서의 기쁨』
“책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열렬한 러브레터를 쓰는지 궁금해하는 여러분에게
지금부터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이 책은 책과 함께 자라온 작가 김겨울이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책 제목 그대로 책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이가 독서의 기쁨을 오롯이 전하며 독서가 얼마나 재미있고 지적인 유희 활동인지 세상에 적극 전파하는 일종의 ‘책 영업서’이다. 한 해에만 수만 종의 책들이 탄생하지만, 책 읽는 인구는 줄고 있다는 뉴스는 매년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독서 욕구를 북돋우는 작가 김겨울과 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존재는 반갑고 고맙다. 아마 책을 읽어보려고 서점을 헤맨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책을 즐겨 읽는다면 ‘겨울서점’과 김겨울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리라.
작가 김겨울의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은 책의 물성과 정신성에 대해 논하고, 책을 고르고 사고 읽으면서 만나는 다양하고 시시콜콜한 주제(가령 굿즈, 택배, 책 냄새, 필사를 위한 만년필 등)에 대해 수다 떨고, 책과 연결되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을 어느새 책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만들어 책이 전하는 위로를 받고, 책과 친구가 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독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전파하는 기쁨은 물론 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점점 책에 흥미를 느끼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 역시, 더없이 크다고. 『독서의 기쁨』은 2018년 출간 이후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작가의 두 번째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와 함께 리커버 세트로 묶었다. 20대에 첫 책을 낸 작가의 설렘과 생각의 파편들을 느껴보시라.
새로운 매무새로 만나는 리커버 『독서의 기쁨』
“책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열렬한 러브레터를 쓰는지 궁금해하는 여러분에게
지금부터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이 책은 책과 함께 자라온 작가 김겨울이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책 제목 그대로 책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이가 독서의 기쁨을 오롯이 전하며 독서가 얼마나 재미있고 지적인 유희 활동인지 세상에 적극 전파하는 일종의 ‘책 영업서’이다. 한 해에만 수만 종의 책들이 탄생하지만, 책 읽는 인구는 줄고 있다는 뉴스는 매년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독서 욕구를 북돋우는 작가 김겨울과 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존재는 반갑고 고맙다. 아마 책을 읽어보려고 서점을 헤맨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책을 즐겨 읽는다면 ‘겨울서점’과 김겨울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리라.
작가 김겨울의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은 책의 물성과 정신성에 대해 논하고, 책을 고르고 사고 읽으면서 만나는 다양하고 시시콜콜한 주제(가령 굿즈, 택배, 책 냄새, 필사를 위한 만년필 등)에 대해 수다 떨고, 책과 연결되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을 어느새 책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만들어 책이 전하는 위로를 받고, 책과 친구가 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독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전파하는 기쁨은 물론 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점점 책에 흥미를 느끼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 역시, 더없이 크다고. 『독서의 기쁨』은 2018년 출간 이후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작가의 두 번째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와 함께 리커버 세트로 묶었다. 20대에 첫 책을 낸 작가의 설렘과 생각의 파편들을 느껴보시라.
목차
리커버판 서문
서문
첫 번째 노트 _ 물성과 정신성
〈물성〉
외양
내지
무게
독서대, 책갈피, 띠지와 가름끈
〈정신성〉
가장 즐거운 유희 활동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
교양서 읽기
소설과 시 읽기
두 번째 노트 _ 만남과 동거
〈만남〉
책과의 시간
책을 고르는 방법
책을 사는 과정
책을 사는 행위
책을 처음 만나는 공간
〈동거〉
다독과 속독
책을 듣기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책 냄새
독서 환경
필사하기
세 번째 노트 _ 책과 세계
〈책의 세계〉
세계가 된 책 《바벨의 도서관》
발견된 책 《하얀 성》
소실된 책 《장미의 이름》
파괴된 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
다시, 세계가 된 책 《은유가 된 독자》
〈세계 속 책〉
책을 다루는 매체들
책에 주어지는 상
책에서 빌려간 이야기들
북튜브, 북튜버
에필로그; 12살의 독후감
서문
첫 번째 노트 _ 물성과 정신성
〈물성〉
외양
내지
무게
독서대, 책갈피, 띠지와 가름끈
〈정신성〉
가장 즐거운 유희 활동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
교양서 읽기
소설과 시 읽기
두 번째 노트 _ 만남과 동거
〈만남〉
책과의 시간
책을 고르는 방법
책을 사는 과정
책을 사는 행위
책을 처음 만나는 공간
〈동거〉
다독과 속독
책을 듣기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책 냄새
독서 환경
필사하기
세 번째 노트 _ 책과 세계
〈책의 세계〉
세계가 된 책 《바벨의 도서관》
발견된 책 《하얀 성》
소실된 책 《장미의 이름》
파괴된 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
다시, 세계가 된 책 《은유가 된 독자》
〈세계 속 책〉
책을 다루는 매체들
책에 주어지는 상
책에서 빌려간 이야기들
북튜브, 북튜버
에필로그; 12살의 독후감
책 속으로
책을 쓰는 것은 못내 부끄러운 일이다. 책에 저자의 결함이 행간에 묻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결함을 알면서도 사람들에게 끝내 책을 위한 시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결함이 묻어 있든지 말든지 간에 책만 내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쓰는 자의 첫 번째 미덕이 성실함이라면 두 번째 미덕은 부끄러움이라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은 20대에 연달아 책을 낼 수 있었던 기쁨인 동시에 20대의 부족한 글이 박제된 부끄러움이다. 하지만 그때만 가질 수 있었던 당당함과 간절함이 결함을 슬쩍 가려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여전히 그 모든 책에 존경과 사랑을 바친다. 2024년 봄 김겨울
--- p.8~9
책이 존재의 부질없음을 논하는 내용이라면 그만큼 가볍게 구겨질 수 있는 책. 우울이 뼛속까지 파고든다면 뼈대가 드러나는 책. 실현되지 않을 상상이겠지만 만약 소실된 책을 다루는 책이 바람에 풍화되는 종이로 되어있다면, 나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짜릿한 기분으로 그 책을 사서 바람에 날려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사랑해 온 사람이 책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책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되, 다른 책들보다 먼저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책들을 단단히 뒷받침해 주는 책으로 만들어달라고. 물론 표지는 예뻐야 한다. 여러분이 어떤 표지와 질감으로 된 책을 들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 p.29
이 모든 유희에 더하여, 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유희 활동도 제공할 수 없는 유희가 하나 있다. 그것은 추상적인 관념을 다루는 즐거움이다. 오로지 언어만이 관념을 규정하고 설명하며 전달한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 때부터 폭발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유희 활동은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게 해주지만, 그 감정을 규정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는 언어뿐이다. 직접 체험되는 감정은 언어로 그 형태를 갖출 때만 사유의 계기가 된다. 언어만이 다룰 수 있는 고도의 추상성은, 도달하기 어려운 만큼 그에 값하는 큰 재미를 선사해 준다.
--- p.54
맛에 대한 취향이 학습의 결과이듯이, 책에 대한 취향도 학습의 결과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형성되어온 호오가 쌓여 지금의 취향을 만들었다. 이건 정말로 탐식의 과정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처음 읽은 남미 소설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는,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단 말이야? 왜 나에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어!’
--- p.81
그렇다면 정신성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소유는, 언제든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든 그 세계가 나를 재구성함을 허락하는 행위다. 여기에서의 세계는 단순히 지금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이 파악해 온 역사 전체, 탐구해 온 우주 전체, 서로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사건들, 그 사건을 체험한 서로 다른 기억 모두를 의미한다. 이 모든 기억과 사건과 원리가 세상을 굴려 갔음을 잊지 않고, 언제든 나를 침범할 수 있도록 늘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책에서 필요한 정보만 파악하고 말 거라면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사는 내내 책의 영향을 허락할 셈이라면 가지고 있는 수밖에는 없다. 가지고 있다면, 읽었던 책의 책등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떤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데에 책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그저 책장에서 책을 뽑아서 펼치면 된다.
--- p.117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책 냄새를 맡았을 때 곧바로 연상되는 분위기, 책의 신비로움, 책만이 가지는 따뜻함이 책 냄새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을. 책 냄새는 단순히 책 한 권의 냄새로 남지 않는다. 책을 꽂은 책장과 그 책장의 주인, 책에 들어간 사람들의 정성과 시간, 이 책을 읽었을 사람들과 읽을 사람들, 지금 책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이 허락된 환경 모두가 책 냄새를 책 냄새로 만든다. 우리가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세계가 이 냄새에 남아있는 것만 같다. 책에 기록된 글자는 모두 다를지라도 우리에게는 약속된 향이 있다.
--- p.156
이 엄청난 양의 책이 모인 전능한 도서관은 책을 읽다 눈이 먼 보르헤스가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모습이란 책이 빽빽이 들어찬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을 한 신 혹은 신이 만든 우아한 건축물이다. 도서관이 안에 품은 인간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책들이 수런대며 인간을 지켜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도서관은 은유로 남을 때 아름답다.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해석한다고 해서 도서관과 같은 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결코 현실 세계에서 그와 같은 ‘실제’ 바벨의 도서관을 완공할 수 없다. 완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평생 도서관 속을 헤메다 결국 그 안에서 아무런 진리도 얻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것, 무한한 책에 둘러싸여 세계의 미스터리를 궁금해하는 것, 그 궁금함으로 사람들과 마주치고, 싸우고, 신화를 전해 듣고, 책을 읽는 것, 그것이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무지의 기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84
우리는 왜 진실에 집착하는가. 이것은 소설의, 나아가 책의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모든 책은 언어의 한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말의 거짓을 내포한다. 이 책 역시 명확히 판정할 수 없는 정도의 거짓, 행간에 도사리고 있는 거짓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하면서 책을 읽는가. 그것은 삶의 진실이 때로 가상에, 거짓에, 행간에 있기 때문이다. 가상은 책 넘어 현실에 유출되어 현실의 일부분을 이룬다. 우주를 이 잡듯이 뒤져보면 정말로 책에 나온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책이 들려주는 가상으로부터 우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그로부터 변화한 태도와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실천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 발견된 책이 세상에 존재하게 됨으로써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 p.190
책은 유일하게 우리가 두 번 이상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활자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 의미를 뒤에 가서 깨달을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한번 앞에서부터 살아볼 수도 있다. 세상의 의미를 앞장 뒷장 넘기며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우울의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것은 ‘회한’일 것이다.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상실감, 저지른 일을 쓸어 담을 수 없다는 패배감, 지금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그리고 모든 결과를 책임지고서라도 계속 살아 나가지 않을 수는 없다는 아득함, 이 모두가 한데 얽힌 회한은 시간에 귀속된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다. 영원한 신은 이런 감정을 결코 겪지 않으나 태어나 죽는 방향만이 허락된 인간은 이 약점을 피해 갈 수 없다. 그것이 《바벨의 도서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예언서를 찾으러 떠난 이유이리라.
--- p.208
내가 생각하는 북튜브 채널의 가장 큰 역할은 독서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다. 독서는 원래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하더라도 좌절하며 읽기를 그만 두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책이란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침내 장벽을 넘어설 때까지 꾸준히 흥미를 북돋워주고 유지시켜주는 것이 북튜버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는 채널에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하고 배경지식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영상은 본질적으로 자극제라고 생각한다. 책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책으로 흥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 독서 욕구를 청소년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 p.8~9
책이 존재의 부질없음을 논하는 내용이라면 그만큼 가볍게 구겨질 수 있는 책. 우울이 뼛속까지 파고든다면 뼈대가 드러나는 책. 실현되지 않을 상상이겠지만 만약 소실된 책을 다루는 책이 바람에 풍화되는 종이로 되어있다면, 나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짜릿한 기분으로 그 책을 사서 바람에 날려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사랑해 온 사람이 책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책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되, 다른 책들보다 먼저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책들을 단단히 뒷받침해 주는 책으로 만들어달라고. 물론 표지는 예뻐야 한다. 여러분이 어떤 표지와 질감으로 된 책을 들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 p.29
이 모든 유희에 더하여, 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유희 활동도 제공할 수 없는 유희가 하나 있다. 그것은 추상적인 관념을 다루는 즐거움이다. 오로지 언어만이 관념을 규정하고 설명하며 전달한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 때부터 폭발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유희 활동은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게 해주지만, 그 감정을 규정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는 언어뿐이다. 직접 체험되는 감정은 언어로 그 형태를 갖출 때만 사유의 계기가 된다. 언어만이 다룰 수 있는 고도의 추상성은, 도달하기 어려운 만큼 그에 값하는 큰 재미를 선사해 준다.
--- p.54
맛에 대한 취향이 학습의 결과이듯이, 책에 대한 취향도 학습의 결과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형성되어온 호오가 쌓여 지금의 취향을 만들었다. 이건 정말로 탐식의 과정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처음 읽은 남미 소설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는,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단 말이야? 왜 나에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어!’
--- p.81
그렇다면 정신성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소유는, 언제든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든 그 세계가 나를 재구성함을 허락하는 행위다. 여기에서의 세계는 단순히 지금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이 파악해 온 역사 전체, 탐구해 온 우주 전체, 서로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사건들, 그 사건을 체험한 서로 다른 기억 모두를 의미한다. 이 모든 기억과 사건과 원리가 세상을 굴려 갔음을 잊지 않고, 언제든 나를 침범할 수 있도록 늘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책에서 필요한 정보만 파악하고 말 거라면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사는 내내 책의 영향을 허락할 셈이라면 가지고 있는 수밖에는 없다. 가지고 있다면, 읽었던 책의 책등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떤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데에 책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그저 책장에서 책을 뽑아서 펼치면 된다.
--- p.117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책 냄새를 맡았을 때 곧바로 연상되는 분위기, 책의 신비로움, 책만이 가지는 따뜻함이 책 냄새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을. 책 냄새는 단순히 책 한 권의 냄새로 남지 않는다. 책을 꽂은 책장과 그 책장의 주인, 책에 들어간 사람들의 정성과 시간, 이 책을 읽었을 사람들과 읽을 사람들, 지금 책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이 허락된 환경 모두가 책 냄새를 책 냄새로 만든다. 우리가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세계가 이 냄새에 남아있는 것만 같다. 책에 기록된 글자는 모두 다를지라도 우리에게는 약속된 향이 있다.
--- p.156
이 엄청난 양의 책이 모인 전능한 도서관은 책을 읽다 눈이 먼 보르헤스가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모습이란 책이 빽빽이 들어찬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을 한 신 혹은 신이 만든 우아한 건축물이다. 도서관이 안에 품은 인간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책들이 수런대며 인간을 지켜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도서관은 은유로 남을 때 아름답다.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해석한다고 해서 도서관과 같은 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결코 현실 세계에서 그와 같은 ‘실제’ 바벨의 도서관을 완공할 수 없다. 완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평생 도서관 속을 헤메다 결국 그 안에서 아무런 진리도 얻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것, 무한한 책에 둘러싸여 세계의 미스터리를 궁금해하는 것, 그 궁금함으로 사람들과 마주치고, 싸우고, 신화를 전해 듣고, 책을 읽는 것, 그것이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무지의 기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84
우리는 왜 진실에 집착하는가. 이것은 소설의, 나아가 책의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모든 책은 언어의 한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말의 거짓을 내포한다. 이 책 역시 명확히 판정할 수 없는 정도의 거짓, 행간에 도사리고 있는 거짓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하면서 책을 읽는가. 그것은 삶의 진실이 때로 가상에, 거짓에, 행간에 있기 때문이다. 가상은 책 넘어 현실에 유출되어 현실의 일부분을 이룬다. 우주를 이 잡듯이 뒤져보면 정말로 책에 나온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책이 들려주는 가상으로부터 우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그로부터 변화한 태도와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실천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 발견된 책이 세상에 존재하게 됨으로써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 p.190
책은 유일하게 우리가 두 번 이상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활자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 의미를 뒤에 가서 깨달을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한번 앞에서부터 살아볼 수도 있다. 세상의 의미를 앞장 뒷장 넘기며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우울의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것은 ‘회한’일 것이다.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상실감, 저지른 일을 쓸어 담을 수 없다는 패배감, 지금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그리고 모든 결과를 책임지고서라도 계속 살아 나가지 않을 수는 없다는 아득함, 이 모두가 한데 얽힌 회한은 시간에 귀속된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다. 영원한 신은 이런 감정을 결코 겪지 않으나 태어나 죽는 방향만이 허락된 인간은 이 약점을 피해 갈 수 없다. 그것이 《바벨의 도서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예언서를 찾으러 떠난 이유이리라.
--- p.208
내가 생각하는 북튜브 채널의 가장 큰 역할은 독서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다. 독서는 원래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하더라도 좌절하며 읽기를 그만 두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책이란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침내 장벽을 넘어설 때까지 꾸준히 흥미를 북돋워주고 유지시켜주는 것이 북튜버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는 채널에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하고 배경지식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영상은 본질적으로 자극제라고 생각한다. 책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책으로 흥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 독서 욕구를 청소년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 p.240
출판사 리뷰
"쓰는 자의 첫 번째 미덕이 성실함이라면 두 번째 미덕은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이 두 권의 책은 20대에 연달아 책을 낼 수 있었던 기쁨인 동시에 20대의 부족한 글이 박제된 부끄러움이다."
* 알림: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책이 서점의 매대를 채우는 때에 나름의 끈질긴 역사를 통과해 온 《독서의 기쁨》과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를 한데 묶어 리커버 세트로 세상에 내놓는다. 두 권 모두 꾸준히 읽힌 덕에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새로운 매무새로 인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읽고 싶어지는 책’
책은 유희였다가 위로였다가 친구였다가 한다
새로운 매무새로 만나는 김겨울 작가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
리커버 초판 한정 김겨울 작가 사인본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곤조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유튜브 ‘겨울서점’ 채널의 북튜버, 김겨울 작가의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여전히 활자의 힘을 믿는 구닥다리 독자의 시시콜콜한 잡담이라지만 이 책은 책과 함께 자라온 작가가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를 받기 위해 5만 원에 맞추어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던가, 북페스티벌 현장에 가서 그 생생함을 전하고, 독서대 챔피언 결정전을 하고, 책 읽을 때 좋은 차나 아이템을 소개하고, 무작정 책의 32페이지 5번째 줄을 읽어보거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재미지게 설파하는 등 그간 김겨울 작가가 해왔던 사람들을 책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고 책 덕력을 상승시키는 나름의 즐거움을 책에 담았다.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때로는 신이 난 작가의 모습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손만 뻗는다면
작가 김겨울이 들려주는
‘책을 사랑한 이들이 쓴 책에 대한 책’
1부. ‘물성과 정신성’에서는 책의 모습과 물적 속성, 그리고 그 안에 든 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책의 외양, 내지, 무게, 독서대나 가름끈과 같은 물성과 책 안에 든 깃든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 깨알같이 설명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의 재미를 설득할 때 논거로 사용하라고 ‘영업(?)’을 부추긴다. 그래야 출판계가 살아나고,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질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우리가 더욱 즐거운 독서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2부. ‘만남과 동거’에서는 책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즉 책을 고르고, 사고, 곁에 두고, 냄새 맡고, 읽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사는 과정, 사는 행위, 다독과 속독, 독서환경, 책 냄새, 필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자가 책에 가지는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또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왜 정당한지 구구절절 변명하고, 심지어 그것이 가장 우아한 소유욕이란 주장을 진지하게 펼친다.
3부. ‘책과 세계’에서는 ‘책의 세계’와 ‘세계 속 책’로 주제를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책의 세계’에서는 한 권의 책이 세계가 되었다가 발견되었다가 소실되었다가 파괴되었다가 다시 세계가 된 책들, 《바벨의 도서관》, 《하얀 성》, 《장미의 이름》,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은유가 된 독자》를 소개하고 이에 관한, 즉 ‘책에 관한 책을 읽고 쓴 서평’이 펼쳐진다.
‘세계 속 책’에서는 책을 다루는 온갖 매체들에 대해서, 책에게 주어지는 상들에 대해서, 책에서 이야기를 빌려간 영화에 관해서, 그리고 저자가 몸 담고 있는 유튜브 속 책 세상에 대해서 소개한다. 책의 세계뿐만 아니라 책과 연결된 세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책이 어떻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었는지, 세계는 어떻게 책이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 속에서 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책에 대한 소유욕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소유욕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독서 욕구를 선사했기를
작가는 책에 인생의 진리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책은 사유를 확장하고, 자신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여러 의견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설파한다. 책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열렬한 러브레터를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보자. 이 책이 바로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 세상에 적극 전파하기를 선동하는 일종의 ‘책 영업서’가 아니던가. 그리고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 알림: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책이 서점의 매대를 채우는 때에 나름의 끈질긴 역사를 통과해 온 《독서의 기쁨》과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를 한데 묶어 리커버 세트로 세상에 내놓는다. 두 권 모두 꾸준히 읽힌 덕에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새로운 매무새로 인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읽고 싶어지는 책’
책은 유희였다가 위로였다가 친구였다가 한다
새로운 매무새로 만나는 김겨울 작가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
리커버 초판 한정 김겨울 작가 사인본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곤조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유튜브 ‘겨울서점’ 채널의 북튜버, 김겨울 작가의 인생 첫 책 《독서의 기쁨》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여전히 활자의 힘을 믿는 구닥다리 독자의 시시콜콜한 잡담이라지만 이 책은 책과 함께 자라온 작가가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를 받기 위해 5만 원에 맞추어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던가, 북페스티벌 현장에 가서 그 생생함을 전하고, 독서대 챔피언 결정전을 하고, 책 읽을 때 좋은 차나 아이템을 소개하고, 무작정 책의 32페이지 5번째 줄을 읽어보거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재미지게 설파하는 등 그간 김겨울 작가가 해왔던 사람들을 책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고 책 덕력을 상승시키는 나름의 즐거움을 책에 담았다.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때로는 신이 난 작가의 모습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손만 뻗는다면
작가 김겨울이 들려주는
‘책을 사랑한 이들이 쓴 책에 대한 책’
1부. ‘물성과 정신성’에서는 책의 모습과 물적 속성, 그리고 그 안에 든 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책의 외양, 내지, 무게, 독서대나 가름끈과 같은 물성과 책 안에 든 깃든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 깨알같이 설명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의 재미를 설득할 때 논거로 사용하라고 ‘영업(?)’을 부추긴다. 그래야 출판계가 살아나고,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질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우리가 더욱 즐거운 독서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2부. ‘만남과 동거’에서는 책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즉 책을 고르고, 사고, 곁에 두고, 냄새 맡고, 읽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사는 과정, 사는 행위, 다독과 속독, 독서환경, 책 냄새, 필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자가 책에 가지는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또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왜 정당한지 구구절절 변명하고, 심지어 그것이 가장 우아한 소유욕이란 주장을 진지하게 펼친다.
3부. ‘책과 세계’에서는 ‘책의 세계’와 ‘세계 속 책’로 주제를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책의 세계’에서는 한 권의 책이 세계가 되었다가 발견되었다가 소실되었다가 파괴되었다가 다시 세계가 된 책들, 《바벨의 도서관》, 《하얀 성》, 《장미의 이름》,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은유가 된 독자》를 소개하고 이에 관한, 즉 ‘책에 관한 책을 읽고 쓴 서평’이 펼쳐진다.
‘세계 속 책’에서는 책을 다루는 온갖 매체들에 대해서, 책에게 주어지는 상들에 대해서, 책에서 이야기를 빌려간 영화에 관해서, 그리고 저자가 몸 담고 있는 유튜브 속 책 세상에 대해서 소개한다. 책의 세계뿐만 아니라 책과 연결된 세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책이 어떻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었는지, 세계는 어떻게 책이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 속에서 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책에 대한 소유욕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소유욕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독서 욕구를 선사했기를
작가는 책에 인생의 진리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책은 사유를 확장하고, 자신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여러 의견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설파한다. 책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열렬한 러브레터를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보자. 이 책이 바로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 세상에 적극 전파하기를 선동하는 일종의 ‘책 영업서’가 아니던가. 그리고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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