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격차』는 유엔 『인간개발보고서』 통계자문위원, 유럽 그린뉴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진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의 대표 저작으로 제국주의부터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모습으로 진화해온 빈곤과 불평등(거대한 ‘격차’)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대담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거나 사회적 진보를 달성하는 것이 아닌 이윤 극대화와 축적, 무한 증식과 성장만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는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지속적 착취를 통해 오늘날과 같은 빈곤과 기아, 불평등, 기후 위기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의 입맛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 개발기구들은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으며,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개발 원조 프로그램 등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닌 현상의 가장자리만을 떼우려 한다.
저자는 단단하고 풍부한 역사적, 사회적, 지리적 맥락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삼아 오늘날의 ‘거대한 격차’를 만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벼려낸다. 제국주의적 수탈의 역사, 신자유주의의 탄생과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부패와 반민주주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더 큰 진실을 볼 수 있게 하며, 탈성장의 해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면서도 더 정의로운 사회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격차』는 장하준(런던대 교수), 케이트 레이워스(『도넛 경제학』 저자) 같은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여러 대학과 교육기관, 유서 깊은 북클럽 등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 만들어진 격차
1부 거대한 격차
1장 개발이라는 이름의 속임수
2장 빈곤의 종식은… 연기되었다
2부 폭력의 역사
3장 빈곤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4장 식민주의에서 쿠데타로
3부 새로운 식민주의
5장 부채, 그리고 계획된 비참함의 경제학
6장 자유무역과 가상 원로원의 부상
7장 21세기의 약탈
4부 격차를 닫기
8장 자선에서 정의로
9장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조금은 미쳐야 한다
감사의 글
한국어판 후기
해제
자본주의의 민낯과 불평등의 메커니즘을 관통하는 표준적인 저작 _홍기빈
책 속으로
이것은 우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특정한 종류의 경제 체제가 일으키는 결과이며, 그 체제는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곧바로 혼동을 일으키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를 들으면 비즈니스, 시장, 교역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생산하고 서로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 말이죠. 여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시장, 교역은 자본주의가 생기기 수천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겨우 500년 전에 서구 유럽에서 생겨난, 비교적 최근의 체제입니다. 이 특정한 경제 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하나만 꼽으라면,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인 체제’라는 점일 것입니다.
--- p.12-13
전례 없이 극단적인 불평등, 데마고그--- p.거짓되고 자극적인 연설로 대중을 선동하는 사람]의 부상, 산업 문명에 대한 기후의 복수로 점철된, 인류 역사상 가장 두려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필요하다. 실제로 효과를 낼 진짜 해법을 찾고 미래를 향한 길을 상상할 수 있으려면 세상이 왜 지금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근원을 살펴봐야 한다.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정말로 글로벌 빈곤과 불평등, 기아, 환경 붕괴와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거라면, 내일의 세상은 오늘의 세상과 매우 다른 모습이어야 하리라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역사의 궤적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절로 그렇게 구부러지지는 않는다.
--- p.23
분석에 ‘역사’라는 차원을 다시 가지고 오면 글로벌 불평등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해지고 굉장히 심각한 함의까지 갖게 된다.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의 구원자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그저 순진한 생각인 정도가 아니라 중대한 문제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발전의 사다리를 잘 오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발전의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국제개발 분야는 ‘상태’를 묘사하는 형용사 형태를 사용해 가난한 나라들을 ‘저개발된/저발전된’ 국가라고 묘사하곤 하는데, 스스로 진행하려는 개발과 발전이 외부의 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꺾이고 무력화되는 데다 그나마 성취한 약간의 발전마저 강제로 되돌려지고 있는 것을 표현하려면 타동사의 형태를 써서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저개발시켰다’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 p.49-50
국제개발 분야는 우리를 짧은 시간 단위에서 사고하도록 길들였다. 오늘날 빈곤에 대한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MDG 기준년인 1990년까지만 거슬러 올라가고, 가장 이른 때라고 해봐야 세계은행이 최초로 세계 빈곤 통계를 낸 1981년으로 올라갈 뿐이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역사적 시각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개발 이야기가 생겨난 이래로 내내 이 이야기의 핵심 특징이었다.
트루먼의 1949년 연설도 기이할 정도로 몰역사적이다. 그는 “세계의 절반 이상이 비참함에 가까운 조건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와 같은 비참함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또한 그 밖의 서구 세계가) 어쩌다 멀리서 어떤 장소를 우연히 접하고서 세계에는 가난한 나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갑자기 발견한 줄 알았을 것이다. 지배적인 내러티브를 받아들이면, 가난한 나라들은 늘 가난했고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도 늘 지금처럼 존재했으리라고 믿게 된다.
--- p.101-102
대학의 경제학 수업 대부분에서 학생들은 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의 경제적 차이가 비교 우위 법칙과 수요 공급 법칙으로 설명된다고 배운다. 표준적인 이론에 따르면 가격과 임금은 각 국가가 지닌 생산 요소의 부존량에 따라 시장에 의해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가난한 나라는 자연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그들의 임금은 낮다. 따라서 그들은 노동 집약적인 생산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 1차 산업인 광업과 농업, 나중에는 경공업 같은 부문이 그렇다. 부유한 국가들은 자연적으로 자본이 풍부하다. 따라서 임금이 더 높고 자본 집약적인 고도 상품 생산에 특화할 것이다. 정통 경제학에서 이것은 자연적인 질서로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를 다시 불러오면 이 이론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왜 애초에 가난한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더 풍부했는가? 수백 년간의 식민 통치로 인해 생계 경제가 파괴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터전에서 밀려나 노동 시장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업률을 밀어 올렸고 임금을 끌어 내렸다. 그리고 19세기까지 내내 노예제가 유지되면서 임금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노동자들이 공짜 노동력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왜 애초에 가난한 나라들은 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었는가?
한편으로는 귀금속을 약탈당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주의자들이 지역 산업을 강제로 파괴해서 사람들이 서구에서 수출하는 물품을 소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통 경제 이론은 마치 국제 불평등이 늘 그렇게 존재했던 것처럼 가정하지만 역사적 기록은 그것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루과이의 저널리스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말했듯이 “식민주의 경제는 유럽 시장의 입장에서 유럽 시장에 복무하기 위해 지어졌다.”
--- p.146-147
세계은행의 조건부 대출이 가진 기발한 점은 채권자에게 사실상 아무런 리스크를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계은행은 월가에 채권을 판매해 은행과 민간 투자자들이 글로벌 남부 국가들의 부채를 살 수 있게 한다. 이 ‘혁신적인 부채 상품innovative debt products’(세계은행은 이렇게 부른다)은 안전하면서(보통 트리플A 등급이다) 동시에 15%에까지 달하는 큰 수익을 준다. 세계은행은 어떻게 해서 고수익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었을까? 채무자에게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달도록 강제함으로써 세계은행은 채무국이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원천에서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 부채 상환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서 그 돈으로 부채를 갚으라고 채무국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실패 가능성이 없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채무국의 시장을 외국 투자자에게 개방하는 추가적인 이득도 있었다.
--- p.212-213
신자유주의의 영향은 화폐의 흐름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흐름도 바꾸었다. 발전의 핵심 신조 중 하나는 발전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더 잘 행사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자체도 발전을 “경제적, 정치적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별해본 역사는 이와 정반대를 암시하는 듯하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발전의 이름으로 행한 개입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사결정 기구들로부터 정치권력을 떼어내서 먼 곳에 있는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정치적 자유의 이름으로 공격받았다. 구조조정은 이 역설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은 더 은밀하고 사악한 또 다른 방식으로도 자행되었다.
--- p.244
쉬운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증상이 아니라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접했을 때 그 고통을 가능한 한 빨리 멈추어주기 위해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내게 이 두 접근법의 차이는 스와질란드에서 부모님이 일하셨던 진료소를 떠올리면 분명해진다. 그곳에는 늘 문밖으로 환자들의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한 현명한 노인이 장난기 어린 눈으로 건넨 이야기를 종종 회상했다. 그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이 환자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줄의 엉뚱한 쪽 끝에서 일하고 계신 게 아닐까요?” 고통받는 사람에게서 되도록 즉각적으로 고통을 없애주고 싶다는 바로 그 본성이 우리를 그 사람의 불행에 대한 가장 뻔한 설명에 고착되게 만들기도 한다.
길에서 노숙인을 보면 그의 불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가장 쉽다.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서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직장에서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강 상류의 원인을 생각하려면 이와는 다른 수준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는 대형 은행들이 일으킨 무분별한 주택 시장 투기로 집을 잃었을지 모른다. 금융 위기로 연금이 증발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노동자 보호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당한 해고의 희생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고용주가 더 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빈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나라의 불행이 그 나라 탓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쉬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잘 생각해본다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 p.332-333
기후 변화에 대한 해법은 살아 있는 지구를 인간의 의지에 맞게 구부려 끼워 맞추는 방식의 최첨단 버전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해법은 현실에 더 천착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의존하고 있는 토양에서 시작되는 돌봄과 치유의 윤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재생 농경은 휘황찬란한 새 테크놀로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첫 번째 해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20만 년에 걸쳐 인간 종이 이어온 고대의 지혜를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 인간 종이 20만 년 더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고대의 지혜란 인간 존재가 물고기부터, 나무, 벌, 종자까지, 그리고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토양을 이루는 미생물까지, 다른 모든 살아 있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바로 이와 관련해 우리는 세계 체제의 주변부 지역, 즉 우리 정부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저발전’ 또는 ‘저개발’ 지역이라고 불렀던 곳에서 아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이제는 1%를 위한 자본주의를 끝내야 할 때!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
★세계적 경제 석학 장하준 교수 강력 추천★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대한 당신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책이다.”
폭발력 있는 데이터, 독창적인 접근, 대담하고 근본적인 해법
‘성장’이 답이라는 오래된 생각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책!
“우리의 꿈은 빈곤이 없는 세상입니다.” 유엔 협력기구이자 국제 금융기관으로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계은행 본부의 로비에 붙어 있는 슬로건이다. 세계은행과 함께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공식적인 임무도 “세계의 경제적 불안정을 줄이는” 것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을 비롯한 이 국제기구들이 펴내는 연례 보고서에는 ‘개발’, ‘발전’, ‘원조’, ‘성장’ 같은 표현이 각종 통계 데이터들과 함께 들어 차 있고 “선진국의 개발 노력 덕분에 빈곤과 기아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언론과 학자, 유명 인사 들을 통해서 ‘안심이 되게 하는 뉴스’로 대중에게 전파된다. 그들의 말처럼 세상은 정말 나아지고 있을까? 빈곤과 기아 인구가 줄어들고, 불평등은 해소되고 있을까?
유엔 『인간개발보고서』 통계자문위원, 유럽 그린뉴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진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격차』(The Divide)에서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입맛에 맞게(대표적으로 국제 빈곤선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식으로) 가공된 신화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세계 인구의 60%가 넘는 약 43억 명이 인간의 역량이 훼손될 정도의 빈곤 속에서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가는 반면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단 8명의 부는 하위 인구 절반이 소유한 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이것이 진실이며, 이러한 극단적 불평등은 우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특정한 종류의 경제 체제, 즉 ‘자본주의’가 일으킨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겨우 500년 전에 서구 유럽에서 생겨난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 문명은 극심한 환경 파괴와 기후의 복수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오늘날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직면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전례 없는 극단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 앞에서 “실제로 효과를 낼 진짜 해법을 찾고 미래를 향한 길을 상상”하려면 세상이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 그 근원을 살펴봐야 한다. 이에 『격차』는 단단한 역사적, 지리적 맥락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삼아 풍부한 데이터와 여러 담론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벼려냄으로써 대담하면서도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빈곤과 불평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민낯을 파헤치다
누군가의 불행이나 실패의 원인이 그 사람 자신에게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가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며 자신의 일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금융 위기 때문에 직장을 잃었을 수도 있고 노동자 보호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당한 해고의 희생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대형 은행의 무분별한 주택 시장 투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의 고용주가 더 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그의 불행의 원인은 그 자신에게 내재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제된 것일 수도 있다. 글로벌 빈곤과 불평등을 바라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나라들은 왜 가난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가 그 나라의 한계 때문이라고 답하곤 한다.
부패한 독재자, 선천적으로 게으른 민족성, 후진적인 문화, 부실한 거버넌스와 제도, 심지어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에 부적합한 기후를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는 놀랍게도 저자가 대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서 들은 대답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간 서구 선진국이 펼쳐온 ‘개발/발전’의 논리에 따라 가난한 나라들은 늘 가난했고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도 늘 지금처럼 존재해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보의 위대한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 위에 먼저 올라 탄 유럽과 북미의 부유한 나라들이 저개발/저발전 상태에 있는 나라들에게 희망의 횃불이 되어 풍요로움을 나누어줄 것이라는 ‘개발 이야기’는 기이할 정도로 ‘몰역사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상은 정반대인데도 유엔을 비롯한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기구는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이른바 ‘좋은 소식 내러티브’를 계속해서 설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현재의 경제 질서를 정당화하고 사람들이 그 경제 질서에 대해 계속 동의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강력한 정치적 도구”이기도 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올바른 경로 위에 있다고 믿게 한다. 저자는 이것을 ‘좋은 소식 내러티브’라고 부르는데, 이 좋은 소식 내러티브는 “이 세상에서 고통을 없애고 싶다면 급진적인 변화를 삼가고 현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만을 분석한다면 ‘가난한 나라들은 원래 가난해서 가난한 것이다’라는 답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빈곤과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선진국의 막대한 원조 예산 및 호혜적인 개발 노력에 의해 극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역시 현실과 무관하게(또는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무한 반복될 것이다. 제이슨 히켈은 그 이야기들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더 큰 진실’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역사’라는 차원을 가져온다. 그럼으로써 훨씬 더 방대하고 복잡하며 심각한 함의마저 지닌 빈곤과 불평등의 기원, 그 이면에서 드러내놓고 때로는 은밀하게 작동해온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서구는 어떻게 주변부 국가들을 탈발전시켰나?
식민지, 임금 노동자, 그리고 빈곤 개념의 탄생
자본의 최우선 목적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거나 사회적 진보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의 한계 안에서는 이것이 오래 지속될 수 없으므로 자신을 더 팽창시킬 ‘외부’를 필요로 하게 된다. 15세기에 제국주의 열강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피해를 외부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이렇게 자본주의의 본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탄생했다.
유럽 식민주의자들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이른바 주변부 국가들의 전통적, 자족적 산업을 파괴한 뒤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그들의 산업을 재조직했다. 이들은 선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뒤처진’ 나라들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또다시 추출했다. 식민지화된 나라들은 극심한 박탈 상태에 내몰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는 동안 유럽은 글로벌 남부에서 추출한 막대한 자원을 토대로 산업혁명(단지 영국이 과학 기술에서 혁신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다)을 이루었고,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막대한 축적만으로는 유럽의 산업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자본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축적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바로 ‘임노동자’다. 15세기 전까지 땅을 경작해 자신의 생계를 일구며 살아오던 잉글랜드의 소농민이 ‘인클로저’ 운동에 의해 공유지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당하고 생계 시스템을 파괴당한 뒤 임노동자가 되었을 때 산업혁명은 그 자신이 꼭 필요로 했던 연료를 얻었다. 그와 동시에, 농민들이 땅에서 내몰리고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 외에는 생계를 유지할 방도가 없게 된 이 상황은 ‘빈곤(poverty)’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양차 세계 대전의 냉각기를 거친 뒤 20세기 중반이 되자 식민주의로부터 독립을 이룬 글로벌 남부 국가들이 처음으로 그들 자신의 경제 정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이 유럽과 미국에서 잘 작동하는 것을 본 그들은 국가 주도 개발, 각종 사회적 지출,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임금 등을 포함한 케인스주의적 기본 원칙을 빠르게 도입했다. 이를 ‘발전주의’ 시대라 부른다. 그러나 몇백 년간 저개발된 국가들을 ‘발전’시킨다는 명목하에 그들을 수탈해왔던 서구 국가들은 정작 그 ‘발전’이 달갑지 않았다. 글로벌 남부 국가들에서 발전주의가 부상한다는 말은 그전까지 손쉽게 가져다 쓰던 노동, 자원, 소비재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서구는 이제 직접적인 침략이나 폭력에 의한 수탈이 아니라 좀 더 은밀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바로 그들 국가에 ‘신자유주의적 반혁명(쿠데타)’을 일으켜 서구에 유리한 쪽으로 경제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었다.
총과 칼, 군사 개입과 쿠데타보다 위협적인 것-
부채, 구조조정, 그리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서구는 글로벌 남부 국가들에서 발전주의적인 입법을 되돌리기 위해 발전주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해당 국가의 지배층을 지원하며 개입했다. 이란, 과테말라, 브라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가나,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수많은 나라들에서 서구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그 나라들을 발전주의 이전 시기로 되돌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67년에 발발한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과 그에 따른 석유파동을 계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얻게 된 막대한 석유 달러가 미국 월가로 들어왔다. 미국 은행들은 이 돈으로 당시 국가 경제를 부흥하는 데 돈이 필요한 글로벌 남부 국가들에 ‘대출’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총과 칼, 군사 개입과 쿠데타 사주가 수탈의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회색 양복에 서류 가방을 든’ 사람들이 내미는 ‘부채 포트폴리오’가 수탈의 수단이 되었다. 저자는 이것이 “글로벌 역사의 경로를 영원히 바꾸게 된 사건”이라고 말한다.
개발 도상 국가들의 부채는 애초에 상환이 불가능했다. 복리에 미국 달러와 연동된 변동 금리 때문에 미국에서 금리를 높이자 원금을 몇 번이나 갚고도 남을 만한 이자가 다시 쌓였고 이는 곧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제3세계 부채 위기’다. G7 국가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어떻게든 빚을 갚도록 강제해야 했고, 방법을 찾아냈다. 국제통화기금을 ‘글로벌 빚쟁이’로 사용하고자 한 것이다. 원래 국제통화기금은 케인스의 개념에 입각해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국제통화기금 자체가 가진 자금으로 대출해주기 위해 세워진 기구’였다.
그 나라들이 정부 지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서 또다시 대공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국제통화기금의 고위층들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이들은 국제통화기금이 빚 독촉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긴축, 민영화, 자유화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다. 개도국은 부채를 갚기 위해 의료, 교육, 농업, 식품 등에 들어가는 보조금과 유치산업 보조금 등을 줄여야 했고 통신이나 철도와 같은 공기업을 매각해 공공 자산을 민영화하도록 강제되었다. 무역 장벽을 없애고 시장을 외국 경쟁자들에게 개방하고 자본 통제를 철폐하고 가격 통제를 없애고 노동 규제와 환경 규제를 없애서 경제가 ‘외국인 직접 투자에 매력적’이고 더 ‘효율적’이 되게 해야 했다.
“빚은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밀어붙이는 강력한 메커니즘이었다.” 1980년대가 되면 세계은행도 이 대열에 합류해 개도국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출할 때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걸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에 G7 국가의 목적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이용해 글로벌 남부에서 경제 혁명의 성과를 훼손하고 서구가 그곳의 자원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새로이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부상,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인한 교역 장벽 완화를 보면서 부유한 국가들은 자본의 흐름을 더욱 용이하게 해줄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를 설립했다. 빚을 갚느라 더욱 가난해진 국가들은 구조조정에 더해 관세를 낮추고, 자국 산업에 보조를 중단하고, 해외로부터의 자본 흐름에 대해 규제를 없애고, 외국 기업이 현지 기업과 차별 없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구조조정이 자유시장 정책을 한 국가씩 개별적으로 강제했다면, 세계무역기구는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을 글로벌 남부 전체에 걸쳐 일거에 확대하고 표준화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따르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이슨 히켈은 ‘잘사는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이 잘사는 나라들을 발전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제국주의부터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핀다면,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제 권력이 그들 자신이 가진 것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지난 수백 년간 지속되어온 가난한 나라들로부터의 추출과 수탈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저자는 점차 악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가 자본주의의 무한 성장 논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개발기구들은 우리 경제 시스템의 가장자리를 땜질해서 글로벌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 해왔다. 자본주의의 기본 논리인 기하급수적 성장 개념은 건드리지 않고 자본주의가 아주 약간만 덜 파괴적이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라는 위기는 우리가 이러한 접근 방식을 버리고 자본주의의 논리를 진지하게 다시 사고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부채 탕감, 보편 기본소득, 글로벌 최저임금, 기후행동...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제 체제를 위한 근본적 해법
“지구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역량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빈곤을 근절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려면 우리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 모델을, 우리의 부를 훨씬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느냐는 여기에 달려 있다.” 『격차』의 4부에서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고 기후 붕괴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담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을 제안한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첫째, 채무국의 부채 부담을 없앤다. 이자 더미뿐인 부채를 탕감하되 ‘구조조정’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세계은행과 같은 현 채권자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신개발은행과 같은 대안 기관을 통해서 기존 채권자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둘째, 국제 거버넌스 기관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이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투표권이라든가 소수의 강력한 국가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린룸 회의’ 대신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모든 나라에 모든 권한과 절차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셋째, 현재의 교역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 특허 보호 기간을 줄이고 이미 알려져 있는 지식을 기업이 함부로 가져다가 특허를 내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의 분쟁 조정 체제, 자유무역협정도 조정과 재협상이 필요하다.
넷째, 기업들이 싼 노동력을 찾아 전 세계를 훑고 있으므로 ‘글로벌 최저 임금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여 각 국가 임금 중앙값의 50%를 최저 임금으로 설정하여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최저 임금은 서구 소비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공정 무역’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가게에 가서 ‘공정 무역’ 라벨이 붙은 제품을 볼 때마다 나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놀라곤 한다. 나머지 일반적인 제품들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공정한 제품과 공정하지 않은 제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누리고 지탱하기 위해 무언가를 살 때, 우리는 그것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는 데 공모하는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빈곤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는 정부가 소득 수준이나 고용 상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는 현금 이전을 하는 ‘보편 기본소득’이다. 그리고 그 재원은 공공재 수입과 연동할 수도 있고, 토지 가치세, 탄소세 등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다.
여섯째, 조세 회피로 매년 개도국에서 새어나가는 돈만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조세 체제를 고쳐서 빈곤 타파와 발전을 위해 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 금융 투명성을 강제하는 것도 페이퍼 컴퍼니와 익명 계좌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모든 회사와 재단이 실소유자를 드러내게 하면 그들의 소득과 부에 본국이 과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소농민의 소유였거나 중요한 생태적 서비스를 제공하던 토지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넘어가지 못하도록 모든 거래를 중지해야 한다. 즉 토지 탈취를 막고 토지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더해 식품 가격 상승이 토지 탈취를 부추기므로 금융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식품에 무분별하게 투기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여덟째, 기후행동. 기후 변화와 관련해 진정한 진전을 이루려면 전 지구적으로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화석 연료 산업을 타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동시에, 개도국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받아야 한다. 탄소 배출 저감 목표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하지만 차등적인’ 책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거대한 격차를 닫기, 공정한 세상을 과감하게 상상하기
우리 시대 가장 근본적이고도 절박한 질문에 답하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 장하준(런던대) 교수는 『격차』에서 제시하는 제도 개혁과 지식의 재구성 방안이 “미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역사에는 미친 생각이 결국에는 인정받는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해제를 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이 책을 모두가 읽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들었다. “자본주의라는 게 적나라한 권력 관계요, 무자비한 수탈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19세기의 카를 마르크스가 16세기의 영국 농촌으로 돌아가야 했듯이, 21세기의 우리들 또한 ‘못사는 나라들’이 왜 못살 수밖에 없는지, 거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지금 여기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제대로 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 책이 “21세기 전 지구상의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는 생태 위기와 ‘성장의 한계’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미래를 모색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절박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슨 히켈은 자신의 주저 『격차』의 한국어판 출간을 위해 한국어판 서문뿐 아니라 후기까지 새롭게 덧붙였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각별함이 느껴진다. 한국어판 후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저는 탈성장이 생태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경제적 정의의 문제이고 탈식민화의 문제이며, 긴급히 탈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변화는 개혁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것입니다. 혁명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현 상태의 경제가 부과하는 제약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생각해야 하고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를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혁명에는 조직화와 투쟁의 힘든 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고 탈성장과 경제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깊은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책이 지금 우리 곁에 도착했다.
근본적이고 독창적인 접근. (…) 세계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설득력 있고 정신이 번쩍 드는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
글로벌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요인들을 해부하면서, 부자와 빈자 사이의 균열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개념을 깨부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세계의 부와 빈곤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해 비참함을 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히켈의 주장은 독자들 중 신자유주의자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겠지만, 경제 정의라는 대의를 위한 개혁이 필요함을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역설한다.
-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히켈은 물질적 소비보다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개발 전략을 주창한다. 모든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쓰여진 이 책에서, 때로는 분노와 함께 우리의 눈을 띄워주는 히켈의 비판은 세계 경제의 불평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도록 자극을 준다.
-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urnal』
이 대담한 책에는 놀라운 팩트와 통념을 깨뜨리는 주장이 가득하다.
- 《지오그래피컬Geographical》
추천평
- 장하준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저자)
- 피로즈 만지 (《아프리카의 각성African Awakening》 저자)
- 대니 돌링 (《불평등과 1%Inequality and the 1%》 저자)
- 라울 마르티네즈 (《자유의 창조Creating Freedom》 저자)
- 앤토니 로웬스틴 (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 저자)
- 조나단 바틀리 (전 영국 녹색당 공동 대표)
- 프랜체스카 마르티네즈 (저술가, 정치활동가)
- 대니얼 핀치벡Daniel Pinchbeck (《지금은 얼마나 ‘곧’인가How Soon is Now?》 저자)
- 앤 페티포 (《화폐의 생산The Production of Money》 저자)
- 알누르 라다 (정치활동가)
- 콤 리건 (아일랜드의 국제개발 교육활동가)
- 오픈 데모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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