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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4년,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탄신 200주년을 맞아 서학(기독교)인들이 동학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공동 저술이다.
차이와 반목이 아닌 공동과 공통의 접점에 서서 그 사이-너머로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제1부에서 동학의 독창적 차원과 역사적인 응전에 대한 유학과 서학 관점에서의 이해를 통해 신학(神學) 이후의 신학(信學)을 모색한다.
제2부에서 내재적 초월주의로서의 동학과 서학의 종교적 신비주의 전통을 비교-탐색한다.
제3부에서 내재적 신비주의가 오늘의 삶에서 전복적이고 사회 해방적인 실천과 수행의 원리가 되는 과정을 살핀다.
제4부에서는 동학과 서학의 만남을 “개벽 신학”이란 언어로 재구성하고 현재의 동학-기독교 이해를 넘어서는 새로운 ‘空-公-共’의 신학을 제시한다.
이처럼 동학과 서학의 대화를 통해 한편으로 동학을 재조명하고,
그 반대편에서 한국적 신학의 새 지평을 모색하며, 인류의 새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구 생명공동체의 희망찬 미래를 염원한다.
목차
서문
제1부
참 인류세를 위한 동학(東學)과 서학(西學), 그리고 신학(信學) / 이은선
1. 시작하는 말―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 더불어 살펴본 한국 사회와 인류 문명의 위기
2. 서구 ‘근대성(modernity)’ 논의와 유학(儒學) 그리고 동학(東學)
3. 근대 서학(西學)의 힘과 그 사각지대는 무엇이었는가?
4. ‘다시 개벽’의 동학(東學), 그 혁명적 힘과 새로움에 대하여
5. 서학의 ‘신학’(神學)과 동학의 ‘천학’(天學)에서 지구 ‘신학(信學)’으로
6. 짧은 마무리―한국 여성영학(靈學)으로서의 한국 신학(信學)
제2부
동학의 수행과 기독교 영성의 전위적 만남 / 최대광
1. 들어가는 말
2. 수운의 다시 개벽(開闢)―개벽의 영성적 현재화
3.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다바르의 전위적 해석과 영혼 속 그리스도의 탄생
4. 다시 개벽, 시천주를 일상으로―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통한 양천주의 전위적 해석
5. 나오는 말―기독교적 만트라와 일상의 수행을 향하여
구원 신학으로서의 초월적 휴머니즘 / 김정숙
1. 여는 말
2. 동학과 하시디즘, 그 태동의 자리―19세기 수운 최제우와 18세기 바알 셈 토브
3. 수운 최제우의 구원 신학과 바알 셈 토브의 구원 신학
4. 초월적 휴머니즘―현세적·내재적 메시아들의 계속되는 개벽의 역사
5. 닫는 말
‘내면의 빛’과 ‘시천주’ / 정경일
1. 여는 말―인간의 위기와 종교의 위기
2. 왜 퀘이커와 동학인가?
3. 조지 폭스와 수운 최제우의 삶과 종교체험
4. 종교체험의 사회화
5. 제도 종교를 넘어―일상의 성화
6. 맺는말―모두를 위한 퀘이커와 동학
제3부
동아시아 문학이 보는 ‘가족’, 그리고 동학과 기독교 / 김응교
1. 가족에 대한 인식
2. 나쓰메 소세키가 본 천황 중심 가족국가
3. 식인사회와 루쉰
4. 동학의 시천주, 사인여천, 한울님 가족
5. 예수의 하나님 가족, 오이케이오스
6. 전근대를 극복하는 영적 가족관
명멸하는 개벽과 신국 / 이찬수
1. 들어가는 말
2. 개벽 개념의 역사와 신국
3. 두 용어의 관계, ‘다시 개벽 ≤ 후천개벽’
4. 개벽과 신국을 경험하는 방식
5. 일본적 개벽의 흔적, 다나카 쇼조의 경우
6. 개벽과 신국의 양면성, 디지털 세계의 경우
7. 물질개벽에 종속된 정신개벽
8. 인류세 시대, 개벽을 개벽하기
9. 비인간 존재들의 신국론, 지구 중심적 개벽론
10. 명멸하는 개벽
오심과 모심 / 이찬석
1. 시작하는 말
2. 오심―몰트만의 오심의 종말론
3. 모심―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의 모심의 종말론
4. ‘오심의 종말론’과 ‘모심의 종말론’의 상호적 대화
5. 나오는 말―‘오심-모심’의 종말론을 꿈꾸며
제4부
동학과 개벽 신학 / 이정배
1. 들어가는 글
2. 동학 개벽사상의 연구 추세와 상호 논쟁점
3. ‘다시 개벽’의 오리지널리티―선진 유학을 넘어 ‘단군신화’에로
4. 『천부경』의 삼재론과 역사 유비를 통한 ‘개벽 신학’의 틀 짜기
5. 기독교의 동학적 재구성과 개벽 신학의 세 토대―공(空)·공(公)·공(共)
6. 짧은 마무리
저자 소개
저 : 이은선
한국 여성통합학문(Korean Feminist Integral Studies for Faith) 연구가이다.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대화를 통해서 인류세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한국적 신학(信學)과 인학(仁學)의 구성을 위해 ‘신학(神學)에서 신학(信學)으로’라는 모토와 함께 종교와 정치(性), 교육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글쓰기를 한다.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신학박사,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으로 철학박사...
저 : 최대광
공덕감리교회 담임목사, 감신대 객원교수. 저서로 『하나님의 창조안에 머물다』, 『종교개혁 500년 이후의 신학』(공저) 등이 있다.
저 : 김정숙
신학을 통해 교회 안과 교회 밖을 연결하고. 신학의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지평으로 문학과 철학을 연결하여 신학의 지평을 넓히는 학문을 시도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 사상사, 여성해방신학과 정치사회 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한나 아렌트와 시몬 베이유, 르네 지라르,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중세 여성신비가들 관련한 세미나 강의와 글을 쓰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책 속으로
이와 같은 한국 사회 현실과 범인류 문명적 위기 상황과 대면하면서 [동학(東學)과 서학(西學)의 만남]이라는 주제 아래서 그 가능한 타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주변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범사회적이고 인류 문명적인 차원에서 비관적인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서 지구 위기 차원에서 이제까지 인류 문명이 저지른 탐욕과 죄악으로 지구 생태계 멸절 위기가 온 것이니 거기서 인간종만 사라지면 다른 생명 종들에게는 오히려 살 기회가 되는 것일 테니 더는 걱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도 들리고,
또는 지구 혹성 탈출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이곳 지구 집의 상황과 그 안에서의 살림보다는 먼 우주 개발에 몰두하고자 한다.
즉 오늘 크게 회자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위기 대응 방식에서 ‘지구 소외’와 ‘인간 소외’가 큰 것을 말하며,
그에 대해서 본 성찰은 우리 지구 집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동쪽에서 나온 대안과 성찰을 ‘동학’이라고 하고, 서쪽의 것을 ‘서학’이라고 우선 명명하면서
그 둘을 서로 대면시키고, 대화하게 하고, 서로 간의 비판과 조정, 화합과 새로운 구성을 통해서 인간 생명과 지구도 포함해서 온전한 우주 생명 공동체를 위한 어떤 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지를 성찰해 보려는 것이다.
인간 없는 지구, 지구 없는 우주는 우리에게 의미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 허구라고 보기 때문이다.
--- p.20
동학 역시 주자학적 세계관을 그 중심에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수운은 한울님을 신앙하면서 이를 21자 주문으로 재구성하였다.
여기서 출발하여 해월의 양천주까지 나아가면서, 한울님 내재의 일상화,
곧 에크하르트적 언어를 빌려 말하자면 ‘영혼 속 그리스도의 탄생’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학과 기독교 특히 에크하르트의 신학이 전위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발생한 기독교의 숙제는 과연 기독교가 동학처럼 짧은 만트라적 기도문으로 하느님의 내재와 그 은혜로 인한 일상의 삶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기도문은 하느님을 전제로 인간의 ‘바람’을 기원하는 것이다.
에크하르트처럼, 하느님에 의한 창조와 말씀의 내재, 그리고 영혼 속 그리스도의 탄생을 구체화한 기도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래서 시천주와 양천주로 인해 자연과 이웃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의 개념 중심의 신학이 지배하는 종교에서 체험적 일상이 새로운 영성 운동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p.136
본 논문은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개벽 신학과 하시디즘의 창시자 바알 셈 토브의 메시아 신학과의 상호교류적인 대화를 통해 두 종교의 구원 신학을 초월적 휴머니즘으로 규정하며 글을 전개했다.
조선 말기 수운 최제우의 직접적인 신비체험을 계기로 창시된 동학과 유대교 카발라 신비주의의 한 분파인 하시디즘은 동·서의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구원 신학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두 종교의 구원 신학의 특징은 한반도와 유대민족이라는 두 약소국의 백성들이 운명처럼 겪어야만 했던 강대국의 침략과 식민지배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고난과 수난의 역사적 배경 가운데 생겨난 구원 신학의 특성을 갖는다.
전통적인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 신학의 특징은 군사적·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구원자가 위기에 빠진 개인이나 민족과 국가를 적과 위기의 상황으로부터 구하고 승리를 안겨준다는 서사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전통적인 구원 신앙을 가진 신앙인들은 언젠가 강력한 메시아가 나타나 기적처럼 구원을 이루어주기를 기다리는가 하면, 강한 힘을 가진 외세의 힘을 구원자처럼 의지하기도 하였다.
--- p.193
수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천도교도 내부적으로는 교세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천도교 바깥에서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과 영성을 탐구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동학 연구는 질과 양 두 측면 모두에서 돋보인다. 철학자 김용옥은 이분법적 서구 신관을 전복하기 위해 동학을 탐구했고,
신학자 김경재도 동학 신관을 범재신론(汎在神論)으로 해석하면서 서구 유일신관을 보완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철학자 김상일은 그리스도교 신학이 동학과의 대화를 통해 ‘신서학(新西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작고한 그리스도인 종교학자 길희성도 해월 최시형을 ‘영적 휴머니스트’로 부르며 높이 평가했다.
문화신학자 이정배도 동학사상, 특히 지기(至氣) 사상을 ‘한국적 생명 신학’의 중요한 전거로 제시한 바 있고, 최근에도 동학과의 대화를 통한 ‘기독교의 개벽적 전회’를 시도하고 있다.
모두 동학사상과 영성을 배우면서 그리스도교의 한계를 조명하고 극복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 p.223
동학에서 얼마나 여성과 어린이를 중요하게 보는지,
여성과 어린이를 왜 한울님의 존재로 보는지 살펴보았다.
기독교에서 예수가 말한 ‘하나님 가족’을 살펴보고,
다시 이 가족은 ‘순례자-하나님 가족’과 ‘거주자-하나님 가족’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근대를 지향하는 운동, 가령 1911~1912년 쑨원의 신해혁명 이후 잡지 『신청년』을 중심으로 한 혁명운동의 가족 문제가 중요한 문제였다. 조선에서 《독립신문》, 『개벽』, 『신여성』 등의 잡지가 가족 문제, 위생문제에 집중한 것은 ‘가족의 개념’이 바로 근대로 넘어가는 핵심 문제였기 때문이다.
--- p.257
한국학 연구자들이 ‘개벽’을 주제로 책을 쓰면서 근대 한국은 근대에 적응하면서 근대를 극복하는 이중과제에 놓여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두 과제를 단일하고 동시적으로 수행하는 “이중적인 단일기획”이 근대 한국의 과제였다는 것이다.
구조는 비슷하다. 오늘의 개벽은 인류세에 적응하면서 인류세를 극복해야 하는 이중과제에 마주하고 있다.
인류세를 극복하려면 인간이 사물의 자리, 미생물과 퇴비의 자리에 서야 한다. 그것이 인간 본연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러웨이의 표현처럼,
인간끼리만이 아니라 미생물과도 ‘친족 맺기(making kin)’가 인류세에 적응하면서 인류세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 이런 관점에서 개벽론을 다시 써야 한다. 해월의 사상을 응용하면, ‘인류세(人類世)’를 감내하면서 ‘경물세(敬物世)’로 전환해 가는 것이 인류세 안에서 인류세를 극복하는 개벽과 신국의 길이다.
--- p.292
기독교의 종말론은 인간의 몫을 강조해야만 하기에 ‘오심’은 ‘모심’이 되어야 한다.
오심의 종말론은 궁극적 새로움을 가져오지만 신(神) 중심적이면서 종말론의 주체가 하나님에게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모심의 종말론은 인간을 종말의 주체로 설정하여 인간의 몫을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심의 종말론은 모심의 종말론이 되어야 한다.
종말은 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 변혁을 지향해야 하지만 변혁은 현재의 역사와 우주와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종말로 다가온 세상이 현재의 세상과 연속성만이 지배적이라면 새로움은 불투명하고,
현재 고난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종말의 새로운 세상이 현재의 세상과의 관계에서 불연속적 차원이 지배적이면 현세의 삶은 종말에 있어서 의미를 상실한다.
수운의 모심의 종말론은 해월의 양천주와 의암의 인내천을 거치면서 내재화와 동일화의 성격을 보인다.
그러나 몰트만의 오심의 종말론은 십자가와 부활의 변증법으로 종말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창조와 역사(우주)와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심-모심의 종말론’은 오심이 모심이 되는 것을 넘어서 모심은 오심이 되어야 한다.
--- p.325
본 논문은 수운 탄생 200주년을 맞아 쓴 글이다.
이 글의 의미를 다음처럼 정리해 본다.
동학을 통해서 우리는 잃어버린 신을 다시 발견했다.
주체성의 상실과 더불어 잊힌 신이 개벽 신학을 통해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무위이화’의 하느님, 곧 없이 계신 하느님은 세상 안에서 세상을 통해서 일하기에 인간의 바탈을 떠날 수 없고 일하는 하?님으로만 현존한다.
그럴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수심정기(守心正氣)이다.
하늘이 주신 것을 잘 지켜 만인은 물론 만물과 소통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상 속에 있되 필시 세상 이상의 힘이 요구된다.
지켜야 할 마음[守心] 속에 이기(理氣)의 양면이 함께하기에 가능하다.
이를 일컬어 만민과 만물이 아우르는 탈(脫)인본주의 정치라 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천주의 깨침과 인내천의 자각이 새 세상을 열 수 있다.
수운은 서구가 초래한 종교·경제·정치의 파국, 곧 자본세와 맞섬으로 인류세의 위기를 극복할 희망을 선사했다.
그가 선포한 종교 해방이 여타 모든 것을 해방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이 그랬듯이. 개벽 신학을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394
출판사 리뷰
2024년은 한반도의 자생적 종교인 동학(東學)을 창명한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 선생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동학과 인연 깊은 서학(기독교) 신학자, 연구자들이 동학과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동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크게 끓어오르는 시대 환경에 더하여, 130년 전의 동학농민혁명 시기와 같은 ‘혁명적 상황’이 연출되는 한반도의 격동의 시기에 이러한 ‘동학과 서학의 만남’을 새삼스럽게 시도하고 그 의미를 살피는 일은 의미 깊다.
특히 동학은 오늘 한국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어선 ‘촛불 혁명 대중’의 ‘직접 민주주의’ 행동의 역사적 원천이며 원점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이미 이러한 유의 과업을 여러 차례 수행해 본 분들이 다수인 관계로, 동학에 대한 서학적 관점의 수립과 점검 과정은 동학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나아가 서학(기독교)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인식의 전환, 관점의 변환은 단지 사변적인 데에 머물지 않고 동학(천도교)와 서학(기독교) 자체의 존재론적 변신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지 종교 간 대화일 뿐만 아니라, 오늘 인류세의 위기 상황에서 인류와 생물권, 지구에 구원(救援)을 제안하고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전히 완전 불식되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많이 사라진, 동학과 서학의 관계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 즉 동학이 서학에 반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종교라는 인식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동학과 서학은 엄연히 그 토대로 하는 사상적 기반이 다르지만, 그 둘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둘 사이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과 유사성이 훨씬 더 많고, 본질적인 측면이라는 것이 지금은 주류이다.
물론 현실 역사에서의 기독교 진영의 성장, 그리고 동학(천도교) 진역의 쇠락 과정은 동학(천도교)와 서학(기독교)의 무조건적인 화해와 연대를 막아 세우는 중요한 역사적 실재이다.
즉,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서구화, 기독교화는 그 반대급부로 동학(천도교)을 비롯한 민족적, 자주적 진영의 몰락을 전제로 한 것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끊임없이 원점(원형)을 추구하고 기구하는 종교 및 종교연구(신학, 동학)와 별개의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러한 비본질적인 것의 득세를 고발하고,
처음 마음으로 회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종교적인 행위-방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동학(천도교)와 서학(기독교)의 차이와 반목이 아닌 공동과 공통의 접점에 서서 상호 이해의 심화와 새로운 지평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제1부에서 이은선은 「참 인류세를 위한 동학(東學)과 서학(西學) 그리고 신학(信學)」이라는 글로,
동학 창명의 사상적 역사적 배경이 되는 유학의 재조명, 거기에 대한 동학의 ‘다시 개벽’의 응전, 그리고 오늘 21세기에서의 신학(信學)으로의 전위라는 히스토리를 구성한다.
이은선은 동학의 독창적 차원과 역사적인 응전에 대한 유학과 서학 관점에서의 이해를 통해 신학(神學) 이후의 신학(信學)을 모색한다.
제2부에서는 동서의 내재적 초월주의로서 동서 종교의 신비주의적 전통을 탐색한다.
첫째, 최대광은 「동학의 수행과 기독교 여성의 전위적 만남」라는 글에서 서학 전통의 마이스터 에크라르트 신비주의 영성과 동학 전통의 수운 최제우 - 해월 최시형의 영성적 삶을 비교함으로써 그 신비주의적 전통과 사유의 고찰과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기독교적 만트라’를 전망한다.
둘째, 김정숙은 「구원 신학으로서의 초월적 휴머니즘」이라는 글로 유대교 카발라 신비주의 전통하의 바알 셈 토브와 수운 최제우의 신비체험을 비교하면서 ‘초월적 휴머니즘’이라는 구원 신학을 전망한다. 셋째, 정경일은 「‘내면의 빛’과 ‘시천주’」라는 글로 17세기 중반 영국 퀘이커교 창시자 조지 폭스와 수운 최제우를 연결하여 눈물과 고통에 찬 삶으로부터 얻어진 종교체험의 자리에서 꽃핀 사회적 영성을 살핀다.
제3부에서는 앞서 살핀 내재적 신비주의가 어떻게 오늘의 삶에서 전복적이고 사회 해방적인 실천과 수행의 원리가 되는지를 살핀다.
첫째, 김응교는 「동아시아 문학이 보는 ‘가족’, 그리고 동학과 기독교」라는 글로 오늘날 동아시아의 가족주의가 여성과 사회 공동체에 대해 가하는 폭력을 살피고, 동학과 예수 가족의 전복적이고 여성해방적인 측면을 “전 근대를 극복하는 영적 가족관”으로 개념화한다.
둘째, 이찬수는 「명멸하는 개벽과 신국-인류세의 개벽론, 비인간 존재들의 신국론에 대하여」라는 글로 오늘 인류세의 위기를 다시 조명하고, 그 대안이 될 동학의 ‘개벽’은 기독교의 ‘신국’과 마찬가지로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비인간 존재들과 선한 관계를 맺는 지속적인 노력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짐을 살핀다.
셋째, 이찬석은 「모심과 오심」이라는 글에서 동학과 서학의 종말론을 성찰한다. 기독교 신학 중 몰트만의 종말론은 파국적인 종말론이 아니라 하느님 ‘오심’으로서 해석되는 ‘이 세상 중심적’인 것으로 이것은 수운의 동학의 ‘모심’의 종말론이 이 세계 안에서 무극대도의 실현을 추구하는 것과 유사함을 밝힌다.
제4부에서 이정배는 「동학과 개벽 신학-多夕의 ‘바탈’과 ‘역사 유비’에 근거하여」라는 긴 글로 동학과 서학의 만남을 “개벽 신학”이란 상호 통섭적인 언어로 재구성하고, 이를 한국 고(古) 사상의 원점 혹은 반영이라고 할 ??천부경??을 통해 재조명하여, 김용옥의 기학적 동학 이해를 극복하고자 한다.
도 다석 유영모의 바탈(空) 의식과 신학자 이신(李信)의 묵시문학 이해를 관통하면서 ‘역사 유비’를 통해 현재의 동학-기독교 이해를 넘어서는 새로운 ‘空-公-共’의 신학을 제시한다.
동학과 대화를 거듭 시도해 오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한국의 기독교가 새롭게 태어나고,
한국의 개벽종교 천도교(동학)도 다시 큰 역동성을 회복해서 서로 자극하고 이끌어주면서 새로운 후천개벽의 인류세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것을 통해서 온 만물이 큰 우주적 생명 공동체 안에 함께 거할 수 있는 여지를 얻기를 기대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839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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