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당시 ‘좌익 사회민주주의’라 불리면서 사회민주주의로 포섭되어갔던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흐름의 일부를 서구와 일본사회주의 운동의 흐름과 연관시켜 살펴본 것이다. 이 책은 일제하에서 해방 직후 사회주의 운동을 공산주의 운동 범주만으로 전일화시켜 살펴보는 기존의 이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한 식민지 조선은 서구나 일본과 달리 사회주의 이념이 민족주의의 영향하에 미분화되었다는 인식을 부정하기 위해 쓰였다.”
‘한국 사회주의사상·문화사’ 총서 출간
―한국 근현대사에서 사회주의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공상에서 과학으로―한국 사회주의의 기원』, 『민족과 혁명―식민지 사회주의의 이념과 실천』, 『또 다른 사회주의―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원』, 『카프를 넘어서―사회주의와 식민지 조선문학』 등 총 4권으로 구성된 “한국 사회주의사상·문화사” 총서 중 첫 번째 성과로 『또 다른 사회주의―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원』이 출간되었다.
이 총서는 남북분단의 내적 요인을 고찰하기 위한 모색의 일환으로, 한국 사회주의의 기원과 형성의 문제를 사상적으로 해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가 본격적으로 수용되던 1910년대 중반부터 한반도에 두 개의 체제가 현실화된 1948년까지의 시기를 통시적으로 검토하여, 식민지 조선과 한국에 수용된 사회주의 사상의 내용과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발생과 전개의 내적 논리를 밝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사회주의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이며, 사회주의 사상 수용과 사회주의 운동 전개의 한국적 특징은 무엇인가? 이 총서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운동과 사상으로서의 ‘사회주의’를 바로 자리매김하여, 한국의 ‘근대’ 그 자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차
‘한국 사회주의사상·문화사’ 총서를 출간하며
책머리에
서론 1. 사회주의의 또 다른 길,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적 사회주의
2. 제국 일본에서 사회민주주의의 형성
3. 일제하 한국 사회주의 연구 시각 검토와 사회주의 운동의 분화
4. 책의 구성과 내용
1장 1920년대 전반 물산장려운동에 나타난 ‘국내 상해파’의 사회운동론
1. ‘국내 상해파’와 조선청년회연합회의 초기 조선물산장려운동 주도
2. 영국과 독일에서의 사회민주주의의 흐름
3. 국가의 역할과 사회주의로의 이행에 대한 인식 비교
4. 민주주의 인식의 비교 및 단계론적 인식
2장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논쟁과 사회주의 단일 대중정당론
1. 일본 합법적 무산정당운동의 등장과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제기
2.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의 결성을 둘러싼 논란, 관련자들
3. 일본과 조선에서의 무산 대중정당론의 확산과 한계
3장 신간회 초기 사회주의 세력의 민족통일전선 정책 변화와 그와 다른 생각들
1. 코민테른 민족통일전선 정책의 변화와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 전취론’
2. 코민테른과 다른 생각들
3. 다른 생각의 대표적 인물, 신일용
4장 1930년대 초반 ‘좌익 사회민주주의’와 신간회·청총 해소 반대론
1. 국제노선을 거부한 사회주의자들의 ‘합법운동론’ 주장
2. ‘합법운동론’ 비판과 논쟁
3. 해소론 제기의 국제적 배경
4. 신간회와 청총의 성격과 해소 반대론
5장 해방 직후 한국민주당에 참여한 사회민주주의자들
1. 한국민주당의 결성 과정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참여
2. 한국민주당의 초기 활동과 진보적 사회경제 정책의 배경
3. 흩어지는 사회민주주의자들
결론: 정통적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의 다양성으로
1. 일제하에서 해방 직후 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흐름
2. 한국 사회민주주의 역사적 기원의 특징
저자 소개
저 : 윤덕영
연세대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세기 동아시아사의 맥락에서 한국 근현대 정치사상사를 전공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퇴직했다
. 일제하에서 해방직후 시기를 넘나들며 동아일보계열을 비롯한 민족주의세력, 한국민주당, 비주류 사회주의세력 등 좌우 정치세력의 민족운동과 정치활동 및 사상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일제하 협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
출판사 리뷰
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특성 ①
― 우파 사민주의의 부재
일제하에서 해방 직후까지 나타난 한국의 사회민주주의 또는 민주적 사회주의 경향은 일관된 흐름이 아니었고, 단일한 세력이나 개인에 의해 주도되지도 않았다.
1920년대 전반부터 해방 후까지 다양한 흐름이 있었고, 그 내부에서도 시기에 따라 변화의 폭이 컸다.
그럼에도 거칠게나마 정리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서구나 일본 사회민주주의와 달리 식민지 조선의 경우는 일제하 공산주의 운동 경험자가 다수이고, 사회민주주의 내의 우파 그룹이 사실상 없었다.
정치적 자유가 억압된 식민지라는 조건에서 ‘계급협조’와 ‘폭력투쟁 및 비합법운동 배격’, ‘의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우파 사회민주주의 그룹이 존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계급협조와 민족협동을 주장한 김규식, 조소앙, 이순탁, 서상일 등의 민족적 사회주의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사회주의 운동에서 활동하지 않았고 민족주의 그룹 내에 있었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룬 인물들은 대부분 북풍파, 상해파, 서울파 등에 속해 조선공산당운동을 경험한 인물들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주의 운동 범주에서 활동했다.
일제하에서는 이들을 ‘좌익 사회민주주의’라고 일컬었다.
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특성 ②
―민족부르주아지와의 협력, 민족통일전선 추구
이들은 식민지 조선의 낙후된 사회경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산력 발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민족부르주아지와의 협력이 일정하게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이는 국내 상해파의 물산장려운동 주도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1920년대 중반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가 확산되어 관철되는 시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저변에 남아 민족부르주아지 및 민족주의 세력과의 민족통일전선 결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민족주의 세력을 비판하면서도 당면의 혁명 과정에서 이들과 협력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겼다.
민족주의 세력과의 협력 필요성은 해방 후에도 지속되었다. 상당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한민당에 참여했고, 여러 정당에서 민족주의자들과 협력했다. 좌우합작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특성 ③
―코민테른의 조직 노선 부정, 합법운동 중시
이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소수의 비합법적 볼셰비키 전위정당이 노동계급의 전위로서 혁명운동을 전일적으로 지도한다는 코민테른과 공산주의자들의 일반적 조직 노선을 사실상 부정했다.
식민지 조선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없었고 참정권과 자치권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법적 정치 조직이나 대중 정당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문화정치’의 조그만 합법 공간을 비집고 합법적 정치 조직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었다. 신간회는 그 최대의 성과였다.
이들은 또한 비합법적 수단과 방법에 기반한 투쟁보다는 합법적 수단과 방법에 기반한 합법운동과 합법투쟁을 중시했다.
이들이 주도하거나 참가한 물산장려운동,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신간회, ‘단일전선당’과 ‘민족당’, 해방 후 정당 활동과 좌우합작운동 모두 합법적 수단과 방법으로 진행되거나 주장되었다.
운동에 광범한 대중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비합법적 운동 방식이나 혁명적 투쟁으로서만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한국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특성 ④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민주주의를 옹호
이들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제반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대중의 일상적이고 경제적인 제반 권리를 위한 운동과 투쟁, 민족적 차별 철폐 등 민주주의 민족운동을 중시했다.
카우츠키를 포함해서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사회주의와 동일한 가치와 목표로 여겼다.
이에 반해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제반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를 종종 부르주아민주주의로 규정하여 그 의미에 제한을 둔다.
프롤레타리아독재에 따른 공산당의 일당지배, 공산당의 전 사회 통제를 위해 언론·출판·집회·결사 및 정치의 자유와 제반 민주주의적 권리는 당연히 유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상해파는 1920년대 초반 『동아일보』의 논지를 주도했는데, 논설을 통해 식민지 조선에서의 언론·출판·집회·결사 및 정치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족주의자들과 협력하여 운동을 전개했다. 1930년 ‘합법운동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자치론자라고 비난함에도 불구하고 ‘공민권 획득’을 당면의 과제와 목표로 제시했다.
그 내용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조선인에 대한 차별 철폐였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겼다.
정통적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의 다양성으로
―코민테른의 조직 노선 부정, 합법운동 중시
노동계급 전위 조직과 그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사는 사회주의 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전체 사회주의 운동사의 일부분이다.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 사회운동은 조선공산당의 지도에서만 진행되지 않았다.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극히 짧은 시간에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 역시 소련의 영향이나 재건된 조선공산당과 박헌영 지도부, 북한 김일성 지도부의 역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를 포함해서 그보다 훨씬 넓은 일제하 각종 대중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광범한 저변이 있었다.
20세기 전반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과 공산주의 체제는 80년도 되지 못해 20세기 후반 몰락했다.
사회민주주의는 사상과 이론에서 유효성을 상실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세계와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존속하고 재생산되는 한 사회주의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주의의 실험은 이제 갓 백여 년을 넘었을 뿐이다.
그 속에는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경험, 더 나아가 반인류적 범죄들도 여럿 있다.
동시에 다시 돌아보고 여전히 계승해야 할 경험들도 적지 않다.
사회주의를 돌이켜보고 반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정통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역사에서 나타났던 사회주의의 다양한 갈래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현재 세계와 우리 사회에 유용한 경험과 교훈을 다양하게 찾아보고 조합해보아야 한다.
역사의 유물처럼 박제화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현실 세계 및 우리의 삶과 소통하는 사회주의가 되기 위해서 과거와 역사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1186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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