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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2025)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동방박사님 2025. 2.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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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나 변화해 왔는지,
지리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다!

· 최초의 주식이 네덜란드 청어 어장에서 비롯했다고?
· 화려한 메트로폴리스는 왜 불평등 양극화의 진원지가 되었나?
· 미국은 어떻게 대륙횡단철도로 세계 패권을 바꾸었을까?
· 베트남은 어쩌다 기후위기의 블랙홀이 되었나?
· 한국형 신자유주의는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2025년 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을 염려하는 가운데, 트럼플레이션(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초래하는 물가상승)이 다시금 고개를 들 것이라 예상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평균 원 달러 환율이 IMF 때 추세를 따라가면서 그때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우리가 시시각각 경제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른 나라 정치 상황을 살피는 것은 가격, 이자, 환율, 경기 등 자본주의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매우 깊숙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모르고선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으리라는 위기감도 느낄 터다.

전작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에서 지리학자 특유의 시선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안을 제공한 저자 이동민 교수가 이번에는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에서 ‘지리 문해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새롭게 살핀다. 

특히 최근 지리학계에서 주목하는 ‘다중스케일적 접근multiscalar approach(지표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다양한 스케일의 다층적이고도 상호 관련적 초점에서 파악하려는 지리적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전방위적으로 훑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를 바꿔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대항해시대에는 세상 거의 모든 부富가 에스파냐로 향했지만, 곧 네덜란드로 이동해 갔고 한 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변방의 섬나라였던 영국이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며 전 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던 대영제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그 지위를 미국에 넘겨준다. 

한번 종주국이 영원한 종주국은 아닌 셈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냉전시대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은 탈냉전시대인 오늘날 중국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유럽 여러 국가의 도전을 받고 있다. 

러시아도 과거에 비해 지리적으로는 축소되었을지언정 천연가스와 식량자원으로 유럽 사회를 압박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중심이 어디에서 어디로, 왜 이동했는지 파악함으로써 자연스레 경제 패권의 다음 향방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가 상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로, 또 수정자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변신을 거듭해 온 자본주의의 행보와 맞물려 있으며, 외형상으로는 성장을 이어가지만 다중스케일적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이 시스템이 결국은 세계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다중스케일적 속성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가 없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할 공정한 분배나 도덕적 정의란 공허한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경제와 부의 흐름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리적 질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차
들어가며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4

1. 지도와 나침반, 화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1장 에스파냐,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건넌 나라
이베리아반도는 왜 대륙을 등져야 했을까? · 19
뜻밖의 자원이 가져다준 막대한 부 · 24
은, 세계화를 열어젖힌 선구적 기축통화 · 26
에스파냐의 날갯짓이 아시아의 태풍이 되다 · 33

2장 네덜란드, 먼바다에서 불어온 신용경제의 바람
청어와 폭풍해일이 불러온 부의 재편 · 39
네덜란드 상인들은 왜 먼바다로 나갔을까? · 44
세계 최초의 주식거래소 탄생 · 47
신용의 탄생, 빚도 재산이 되다 · 52

3장 영국, 재정혁명을 산업혁명으로 이끈 섬나라의 힘
조세제도 개혁으로 해상무역 패권을 잡다 · 63
칠년전쟁, 재정혁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 69
산업혁명의 트라이앵글, 면직물과 철광석 그리고 석탄 · 71

4장 프랑스, 대평원의 대혁명이 퍼뜨린 자본의 자유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땅 · 81
상업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한 부르주아지 · 85
소빙하기, 신분제 모순을 폭발시키다 · 90
대혁명 이후, 시장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 · 94

다중스케일로 톺아보기 좋은 시절, 벨 에포크의 두 얼굴 · 98

2. 반反자본주의 확산으로 분열하는 지구

5장 러시아, 유럽을 반토막 낸 공산주의라는 유령
얼어붙은 바다에 갇힌 반쪽짜리 자본주의 · 118
그레이트 게임은 팽창주의의 패착이었을까? · 123
위로부터 개혁의 한계, 세계 최초 공산국가로 이어지다 · 130

6장 독일, 파시즘의 불쏘시개가 된 자본주의 후발국의 비극
분열에서 하나로, 통일 제국의 탄생 · 141
‘레벤스라움’ 쟁탈전, 전 세계를 전쟁에 몰아넣다 · 147
반공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엉킨 괴물의 질주 · 153
이탈리아·독일·일본을 휩쓴 파시즘의 공통점은? · 157

7장 미국,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아우른 새로운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인들은 왜 차 상자를 바다에 던졌을까? · 165
곱절이 된 영토를 하나로 연결해 준 대하천 · 169
동서는 대륙횡단철도로, 남북은 파나마운하로 잇다 · 173
광란의 1920년대, 종주국을 무너뜨린 대공황 · 182

다중스케일로 톺아보기 수정자본주의와 함께 점점 불어난 전쟁 스케일 · 185

3. 이상한 나라의 자본주의가 그려낸 새로운 세계지도

8장 중국, 대륙과 대양을 관통하는 ‘일대일로’의 거대한 그림
문화대혁명, 역사상 최악의 광기 · 209
대국굴기,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다 · 213
유라시아와 인도양을 잇는 현대판 실크로드 · 216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은 어디로? · 222

9장 베트남,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 천혜의 지리 자원
유리한 입지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 229
글로벌 가치사슬, 위태로운 사다리 올라가기 · 232
도이머이,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블랙홀이 되다 · 236

10장 대한민국, 토건 위에 세운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운명
냉전의 다중스케일이 낳은 ‘한강의 기적’ · 243
토건주의, 부동산 불패 신화의 뿌리 · 248
한국형 신자유주의는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 253

다중스케일로 톺아보기 신자유주의는 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가 · 258

나가며 세계경제에 미래는 있을까? · 270


저자 소개
저 : 이동민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리교육과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진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이자, SSCI에 등재된 국제적인 학술지 《Journal of Geography》의 편집위원이다. 지리학의 시각으로 지구사, 문명사, 전쟁사를 해석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초한전쟁》(2022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가 있고, 역서...

책 속으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탄생은 15~16세기 오스만제국의 팽창과 이에 따른 실크로드 무역로의 봉쇄와 관계가 깊다. 

자본을 투자해 더 큰 이윤을 남기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적 메커니즘이니 무역은 당연히 자본주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데, 무역로 봉쇄가 자본주의 발달로 이어졌다니 어찌 보면 크나큰 역설이다.
---「1부 지도와 나침반, 화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중에서

에스파냐는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져온 은으로 은화 ‘페소 데 오초Peso de Ocho’를 주조했고, 이 은화는 대항해시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은과 은화가 화폐로 중요하게 쓰이던 차에 아메리카대륙에서 고품질의 은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생산되었고, 그것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무역선을 따라 전 세계에 유통되면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화폐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었다.
---「1장 에스파냐,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건넌 나라」중에서

네덜란드가 가장 적극적 · 공격적으로 청어잡이와 가공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청어 어획량과 청어 가공품 생산량은 유럽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 덕분에 큰돈을 벌게 된 네덜란드는 유럽 변방의 간척지에서 부강한 산업 중심지로 거듭난다. 

훗날 해양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조선술과 항해술에 관한 지식 역시 이때 축적되었다.
---「2장 네덜란드, 먼바다에서 불어온 신용경제의 바람」중에서

산업혁명은 산업생산성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인류에게 전에 없는 물질적 풍요를 선사했다. 

그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와 시장을 실현해 본격적인 근현대 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가 태동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산업자본주의는 이전의 상업자본주의와 달리 확실한 자본주의, 즉 ‘고전’자본주의로 분명한 지위를 획득한다. 

그러니 영국의 산업혁명은 인류사의 대전환점인 동시에 온전한 자본주의를 가져온 자본주의의 대전환점이기도 하다.
---「3장 영국, 재정혁명을 산업혁명으로 이끈 섬나라의 힘」중에서

프랑스대혁명이 남긴 성과는 민주주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혁명에서 말한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절대왕정과 특권층이 독점하던 자본과 경제의 자유와 평등도 함께 의미했다. 

그 결과 상공업자들이 신분에 따른 불이익이나 사유재산 침탈에 시달리지 않으며 활동을 보장받을 길, 농민들이 귀족 지주들에 사실상 예속되다시피 한 소작농 신세에서 자영농으로 독립할 길이 열렸다.
---「4장 프랑스, 대평원의 대혁명이 퍼뜨린 자본의 자유」중에서

제1차 세계대전과 두 차례의 혁명, 그리고 내전까지 겪은 소련의 경제는 큰 폭으로 후퇴했다. 

경제체제는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식 계획경제로 노선을 지향했다. 

서유럽과 달리 전제적 성격이 다분했던 황실과 강력한 특권을 누리는 귀족층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반쪽짜리’ 자본주의 혁명이 이루어졌던 러시아에서, 제대로 된 시민계급의 성장과 온전한 자유시장경제의 발달이라는 경험 없이 일어난 공산혁명의 결과였다.
---「5장 러시아, 유럽을 반토막 낸 공산주의라는 유령」중에서

1919년에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이탈리아 역시 독일처럼 수백 년 이상 분열을 이어오다 19세기 후반에 통일을 이룩하고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후발주자로 대두한 터였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달리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지만, 전후 처리 과정에서 영국 · 프랑스 등으로부터 배제되었다. 유럽 제국주의 열강, 자본주의 선진국 간에도 존재했던 지리적 차별성은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였고 오랫동안 분열을 이어온 탓에 통일과 부국강병에 대한 열망도 강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큰 손해까지 본 나라에 극단적 사상이 발흥할 밑거름을 뿌린 격이었다.
---「6장 독일, 파시즘의 불쏘시개가 된 자본주의 후발국의 비극」중에서

미시시피강, 미주리강, 오하이오강 등 대평원을 흐르는 유량이 풍부한 대하천은 농업용수 공급원은 물론 미국 각지를 잇는 교통로로 기능했다. 

철도와 도로교통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이들 하천은 새롭게 편입된 루이지애나를 기존 영토와 효과적으로 연결해 주었다. 또한 물자의 효율적인 운송이 가능해지면서 오대호 연안의 철강업과 석탄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며, 훗날 미국이 병합할 서쪽 땅과의 지리적 연결고리까지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루이지애나 식민지의 중심지였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는 무역 발달에 큰 도움을 주며 미국이 자본주의 강국으로 대두할 잠재력을 더한층 증대시켰다.
---「7장 미국,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아우른 새로운 자본주의 종주국」중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근현대적 자본주의경제 체제와 거리를 두다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에서 자본주의, 그중에서도 신국제분업 체제로 편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 세계의 지리적 질서가 변하던 흐름에 발맞춰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공산당 일당독재가 금융과 기업마저 공고히 지배하는 중국 스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한 자본주의국가가 되어버렸다.
---「8장 중국, 대륙과 대양을 관통하는 ‘일대일로’의 거대한 그림」중에서

신국제분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베트남은 세계의 공장 입지를 점하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에 치중한 경제성장은 신자유주의와 신국제분업이라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경제질서 속에서 베트남 경제는 물론 사회와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조차 위협하고 있다. 

자본 축적과 기술 혁신이 부재한 가운데 저임금 노동력 위주로만 이루어진 경제성장에는 뚜렷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베트남은 캄보디아 같은 주변 후진국에 발목 잡히며 ‘먹고살 수는 있는 나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9장 베트남,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 천혜의 지리 자원」중에서

그렇다고 한국식 신자유주의를 오직 IMF의 산물이라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그 기저에는 ‘한강의 기적’이라 은유되는 1960~1980년대 초고속 압축 경제성장기에 대대적인 토목건설 사업이 행해지면서 태동한 토건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토와 자연환경을 착취에 가깝게 이용하고 개발하는 토목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국정과 경제정책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여러 경제적 ·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10장 대한민국, 토건 위에 세운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운명」중에서

세계경제는 양적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정규직 · 실업 · 빈부격차 문제는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까지 기업 논리와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비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찌 보면 벨에포크 시대의 모순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는 인간의 합리적 이기심에 전제한 경제사상이자 체제인데, 자본의 축적이 흘러넘치는 물처럼 소수자나 약자, 비정규직 등에도 자연스레 혜택을 주리라는 전제 자체가 다분히 자본주의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다.
---「다중스케일로 톺아보기 신자유주의는 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본주의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입체적 역사 독법, 지리

이 책은 총 10개 국가(에스파냐,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미국, 중국, 베트남, 한국)를 꼽아 지형?자원?기후 등 지리적 측면을 톺아보면서, 분절된 것으로 보이던 역사적 사건들의 연결고리와 흐름을 추적한다. 

과거를 추적하다 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이 마주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경제를 훑는다고 하면 대부분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15세기 에스파냐를 시작점으로 잡는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초석을 마련한 나라는 사실상 에스파냐이기 때문이다. 

15세기 유럽 서쪽의 이베리아반도에 있던 에스파냐는 대륙 동쪽의 무역로가 오스만제국에 가로막히자 서쪽 대양으로 이어지는 신항로 개척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식민지로 삼은 아메리카대륙에서 고품질의 막대한 양의 은이 발굴되었고, 그 은으로 제작한 화폐 페소 데 오초는 오늘날 달러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 덕분에 에스파냐는 16세기 세계 해상무역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패권국가로 군림한다. 

에스파냐의 항해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잇는 해상무역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 네트워크를 따라 대륙 간 인력·상품, 자원 등이 더욱 활발하게 이동했으며, 무역에서 페소 데 오초가 통용되면서 본격 세계화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에스파냐는 해상무역을 통해 번 돈으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고, 왕실과 귀족층의 사치, 잦은 전쟁 등으로 국가재정을 소진하며 16세기 중후반에는 제노바의 은행들로부터 전체 GDP의 60퍼센트에 달하는 빚을 끌어 쓴 끝에 네 번이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결국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획득하고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몰락한 에스파냐를 대신하며 17세기의 네덜란드가 새로운 해양 대국으로 두각을 드러낸다. 

그 성장 배경에도 ‘무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인의 주식이었던 청어 산업으로 큰 부를 마련한 네덜란드는 원양 무역을 통해 더 큰 부를 획득하고자 한다. 

문제는 원양 무역은 막대한 초기비용이 드는 데다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민간 자본을 출자하는 주식회사가 탄생하고 증권은 부가가치가 높은 교환수단으로 떠오른다. 

오늘날 경제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주식회사·증권·보험 등 자본주의 신용의 기틀이 이때 마련된 셈이다. 이때의 경제적 변화를 ‘재정혁명’이라고 한다.

재정혁명의 바람은 섬나라 영국에까지 불어닥쳤고 현금과 현물 중심의 경제는 금융과 신용 중심의 경제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상업자본주의’의 신호탄이었다. 

재정혁명으로 재정이 건전한 데다 다른 유럽 국가보다 신용도가 훨씬 높았던 영국은 비교적 적은 이자만 내고 막대한 전비를 빌려 쓸 수 있게 된 덕분에 당시 최강국이자 국력 면에서 월등했던 프랑스와의 칠년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

현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신용등급이 18세기에도 국력 차이를 뒤집을 만큼 영향력이 컸던 것이다. 한편 칠년전쟁 패배와 무리한 영토 팽창 등이 빚어낸 뿌리 깊은 프랑스의 재정난은 18세기에 불어닥친 소빙하기와 맞물리며 더욱 악화된다. 

결국 상업자본주의 발전에 힘입어 경제적 부와 전문 경제 지식을 갖춘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시민혁명, 즉 프랑스대혁명을 일으킨다. 

그들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사유재산의 보장을 법제화했고, 자본주의의 뿌리를 더더욱 공고히 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19세기에 경제와 시장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키웠고 자본주의는 본격적인 ‘산업자본주의’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이때 자본주의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가 마련되었다.

이처럼 저자는 산맥·하천·지형·자원·기후·교통·산업·인구·도시 같은 지리 요소를 통해 자본주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서, 기존 역사책을 읽으며 물음표로 가득했던 경제사의 행간을 꼼꼼히 채워준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전 지구적 질서로 자리매김했을까?”
세계를 통합했다가 또 분열시키며 변신을 거듭해 온 자본주의

유럽에서 싹을 틔워낸 자본주의는 대서양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만개한다. 

당시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의 지정학적 질서를 이용해 영토 매입과 병합에 성공한 미국은 대서양 동부 13개 주에서 출발해 태평양에 연한 캘리포니아를 손에 넣는 데까지 성공한다. 

이로써 태평양과 대서양에 동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다시피 한 지정학적·경제지리적 이점을 획득한다. 

이는 러시아나 중국·인도의 통일왕조, 그리고 영국(대영제국)과 같은 다른 대제국조차도 갖지 못한 미국만의 독보적인 이점이었다. 게다가 당시 부설되기 시작한 철도는 거대한 미국 국토를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해 주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지속해서 부설된 대륙횡단철도는 서부와 태평양 연안, 중동부를 경제적으로 통합했다. 

또한 파나마운하 건설로 세계의 해운과 해상무역을 주도할 수 있는 지리적 힘을 확실하게 얻은 미국은 북아메리카의 대국 수준을 넘어 자본주의 세계의 새로운 종주국 자리를 확고히 해나간다.

 이러한 산업자본주의는 19세기 미국의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지리적으로 세력을 넓혀가며 질적으로도 확장을 꾀하면서 더욱더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경제를 통합하는 듯 보였던 산업자본주의는 크나큰 위기를 마주한다. 

우랄산맥을 넘어 러시아로 이식된 자본주의가 시민계급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러시아의 국내 스케일과 맞물리며 공산주의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져 유럽을 반토막 낸다. 

나아가 새로운 자본주의 종주국으로 부상한 러시아는 미국과의 힘겨루기로 전 지구를 분열시킨 냉전체제를 가져온다.

한편 독일로 이식된 자본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대공황으로 인한 극심한 초인플레이션과 맞물리며 파시즘으로 치닫는다. 

독일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제국주의·산업혁명의 후발주자인 이탈리아와 일본 또한 레벤스라움 지정학(국가나 민족의 번영이 인구 부양과 산업 발전에 필요한 지리적 영역인 레벤스라움Lebensraum의 확보 여부와 직결된다는 이론)에 영향을 받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자본주의 세계는 물론 공산국가 소련마저도 완전히 집어삼킬 듯 보였던 파시즘 국가의 연승 행진은 1942년 후반에서 1943년을 기점으로 꺾인다.

 이 시기부터 패색이 짙어지더니 1945년 모조리 패망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끝이 난다. 

이로써 자본주의를 위협하던 파시즘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2부에서는 이처럼 산업자본주의에서 수정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변천사를 러시아,독일, 미국의 지정학적·경제적 층위들의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살펴본다.

“자본주의는 기후위기와 세계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자본주의가 그려낸 새로운 세계지도 읽는 법

승승장구하던 자본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던 사상이나 국가가 아니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29년 미국발 대공황이었다.

 대공황으로 GDP의 30~40퍼센트가 증발한 미국 경제는 파탄 났고, 그 여파는 자본주의 세계 전체로 이어졌다.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미국이 이 지경에 빠지니, 다른 자본주의국가들 역시 또다시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공황이 불거지기 전부터 경제학자들은 이미 산업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간파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이때 탄생한 자본주의가 바로 ‘수정자본주의’다.

수정자본주의 노선을 달리던 자본주의는 1970년대 들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이한다. 

OPEC의 중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서방 세계를 압박하기 위해 석유 감산을 단행하면서 석유 공급을 교란당한 자본주의 세계는 치명타를 입는다. 

석탄을 대신해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른 석유를 통해 외적으로 팽창해 가던 자본주의 세계는 자원전쟁으로 치명타를 얻어맞고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좌초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서방 경제학계에서는 자본주의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경제질서로 자리 잡는다.

1990년대에는 소련 몰락과 사회주의권 붕괴로 미국 주도의 단극 패권 구도로 나아가는 양상 속에서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장악하면서, 사회주의를 채택한 중국과 베트남조차 경제구조를 자본주의적으로 개혁하며 신자유주의 물결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자본주의국가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장으로 변모한다. 

이른바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후진국으로 이전되고 선진국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고부가가치산업만을 담당하는 형태로 경제 분업 구조, 즉 신국제분업 질서가 마련된 것이다.

 3부에서는 이처럼 신국제분업의 파트너로 주요한 역할을 한 국가들, 즉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 한국의 토건주의 같은 지리적 프레임으로 자본주의 세계화의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선진국들이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자연환경을 훼손했고,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을 불러왔다. 문제는 이러한 재앙이 이제 막 발전을 꾀하는 나라들을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아프리카 등지 저소득국가에 유독성 폐기물을 헐값에 투기함으로써, 가뜩이나 환경문제에 취약한 이들 지역의 경제·사회 지속가능성을 더한층 퇴보하게 만들고 있다.(268쪽)

신자유주의는 사회주의 국가들조차 거스를 수 없는 세계경제의 지향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주의 위기론이 부상한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가 이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제정책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신자유주의는 생명력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그로부터 15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문제를 유발시킴으로써 인류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의미 있게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되거나 악화한다면, 

자본주의는 파시즘과 공산주의와도 차원이 다른 반작용을 불러일으키며 사상 최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신국제분업 체제와 글로벌 가치사슬은 얼핏 보면 개발도상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듯하나, 실제로는 개발도상국의 자본과 기술 축적을 저해하고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를 유지·확대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남반구의 옛 식민지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식민제국이었던 북반구의 미국과 유럽 열강들은 선진국의 위상을 고수하는 남북격차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한층 심해지고 있다. (…) 

개발도상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선진국에서 다양한 차별에 노출되며 빈민가나 슬럼가로 내몰리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이주자에 의한 일탈 행위나 범죄행위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선진국에서 반이민 정서나 제노포비아, 다시 말해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261~263쪽)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전 지구적 경제·환경 불평등은 자원의 불공정한 배분과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문제를 범지구적 스케일로 더욱 악화시켜 놓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메소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운동은 신자유주의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에 봉착했고, 탈신자유주의 성향이던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주면서 이는 2024년 트럼프 재집권의 역풍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거대하고 복잡한 자본주의의 속성을 직시해 이와 같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절실한 이유를 많은 독자가 이 책에서 발견해 주기를 기대한다.

신자유주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외형상으로만 성장을 이어갈 뿐 다중스케일적 불평등을 계속해서 확대·재생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선진국 스케일의 경제와 환경마저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 위험성이 크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지리적 다중스케일적 안목과 이해를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세계경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272쪽)

추천평
세상의 모든 역사는 지리라는 배경에서 탄생했다. 

특히 경제사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지리적 조건과 환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중스케일적 사고가 필수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지리로 조망한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김이재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지리적상상력연구소장)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37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