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한국역사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사일반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동방박사님 2021. 12. 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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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3·1의 함성에 촛불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만세’ 이후 100년의 기억과 현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정부주도의 100주년 기념사업 및 각종 단체의 학술대회가 작년(2018)부터 성대하게 준비되면서 전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발굴해야 할 3?1운동의 정신보다는 100주년이라는 가시적인 기념성 혹은 정치적 의도가 부각되는 방식으로 3·1운동이 기념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각계의 학자들이 모여 3·1운동의 실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그것이 100년 후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치열하게 토론하며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로 엮어냈다. 촛불혁명을 이루어내고 한반도가 대전환의 국면에 접어든 오늘날, 3?1운동은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100년 전 한반도를 가득 메운 만세의 함성은 촛불혁명 당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과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촛불혁명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과 3·1운동의 ‘내가 대표다’라는 선언 사이에는 100년의 차이가 있지만, 3·1운동은 공화와 주체의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시초이고, 촛불은 그 정치원리의 구현이자 정점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는 역사학뿐만 아니라 문학, 종교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3?1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모색한 학문적 시도의 일환이며, 3?1운동을 둘러싼 논쟁적인 이슈들을 균형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목차

기획의 말

0. [좌담] 3·1운동 100주년이 말하는 것들
3·1운동과 촛불의 마주보기 / 3·1운동인가, 3·1혁명인가 / 임시정부 100주년의 정치성 / 3·1운동은 남과 북의 공유자원이 될 수 있을까 / 3·1운동의 세계사적 의미에 대하여 / 민족자결과 공화의 정신 / 3·1운동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1. 3·1운동과 깃발: 만세시위의 미디어 -이기훈
3·1운동 풍경의 역사적 의미 / 선언서 네트워크와 깃발/격문 네트워크 / 만세시위의 양상과 미디어의 유형 / 운동자들과 정체성의 구현: 깃발의 선언성 / 3·1운동과 미디어

2.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3·1운동 기억’: 4·19혁명에서 6월항쟁까지 -오제연
기억을 통한 3·1운동의 현재화 / 4·19혁명과 ‘3·1운동 기억’ / 5·16쿠데타 이후 ‘3·1운동 기억’의 경합 / 1980년대 ‘3·1운동 기억’의 연속과 단절 / 촛불혁명 후 ‘3·1운동 기억’의 재구성을 위하여

3. 3·1운동과 감옥에 갇힌 여성 지식인들: 최은희의 자기서사와 여성사 쓰기 -장영은
여성의 몫과 글쓰기 / 여성이 여성의 투쟁사를 수집 / 여성은 전진하고 있는가

4. 3·1절과 ‘태극기 집회’: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 -김진호
극우 개신교, 2018년 3·1절 광장예배를 준비하다 / 망각의 역사와 근본주의 신앙 / ‘3·1절’의 재기억화와 반공주의 / 광장예배 실패, 그 이후: 공적 기억의 쇠락과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 소환

5.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 미당 퍼즐 -강경석
새로운 주인공 / 3·1운동과 점진혁명 / 문학의 ‘자율성’과 ‘자치’의 역설 / 다시, 미당 근처 / 미당 바깥

6. 3·1운동의 한세기: 20세기의 비전과 한반도 평화 -김학재
3·1운동의 국제적 맥락 / 지구적 순간들과 지정학적 배경 / 세계사와 민족사의 결정적 조우 / 미완의 과제 3·1운동

 

저자 소개 

공저 : 강경석
 
문학평론가,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주요 평론으로 「묵시록과 계급: 백민석의 ‘폭민’과 최진영의 여자들」 「단지 조금 다르게: 김현의 근작들과 시대전환」 등이 있다.
공저 :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후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과 한백교회 담임목사를 지냈고,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리부팅 바울』 『권력과 교회』(공저) 등이 있다.

공저 : 김학재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사회학과에서 「한국전쟁과 자유주의 평화기획」(2013)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글로벌 히스토리 프로젝트 연구원과 동아시아대학원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동아시아 평화체제 수립, 지역 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의 대표 저작으로는 「복합갈등 시대의 신뢰와 평화프로세스」(2021), 「...
 

출판사 리뷰

3·1운동 100주년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 3·1운동과 촛불의 마주보기


3·1운동과 관련된 최근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3·1혁명론’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주요인사들도 3·1운동이 아니라 3·1혁명으로 명칭을 바꿀 것을 제안하며 3·1운동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책의 좌담 「3·1운동 100주년이 말하는 것들」에서는 3·1혁명론을 둘러싼 학술적 맥락과 정치적 함의 등을 두루 살피며 각 연구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치열한 토론이 펼쳐진다. 혁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에서부터 ‘미완의 혁명’ ‘현재진행 중인 혁명’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까지 폭넓은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역사를 당대의 맥락 속에서 파악할 것인가 혹은 그것의 현재적·지속적 의미를 적극 발견할 것인가’라는 역사학의 오래된 과제이자 본질적인 쟁점을 3·1혁명 논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교과서적 서술에서 3·1운동은 ‘거족적 항일투쟁’으로 평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3·1운동을 ‘대한독립만세’, 즉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었던 민족적 항일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3·1운동은 그 결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민족운동만이 아니라 공화정을 추구한 민주주의운동이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기훈은 「3·1운동과 깃발」을 통해 만세시위 당시 민중들의 움직임에서 어떻게 공화의 정신이 싹텄는지 탐색한다. 특히 당시 시위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깃발과 격문, 선언서 등의 구체적인 매체(미디어)를 통해 당대인의 의식 속에서 국가, 민족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자리잡았고 자신들의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실증적으로 살핀다. 또한 ‘만세’라는 축하의 행위가 고종의 국장 당시 수행되었다는 점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이러한 수행이 어떻게 군주정의 종식, 공화정의 탄생과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당시 깃발과 격문에서 자주 발견되는 ‘내가 대표다’라는 언술은 민중 스스로 인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한국근대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3·1운동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탐색은 비단 오늘뿐만 아니라 한국현대사에서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시도되었다. 오제연의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3·1운동 기억’」은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3·1운동의 기억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전유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민주화운동 세력과 각 정권이 주요 정치국면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3·1운동을 전유하고 경합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러한 논의는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고민하는 한국사회가 100년 전 3·1운동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학문적 모색의 일환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을 복원하다
: 3·1운동과 촛불의 헤테로토피아적 외침


3·1운동과 촛불혁명의 연관성을 파악할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운동의 현장에 다양한 주체들의 염원, 새로운 시대에 대한 지향이나 욕망이 있었다는 점이다. 촛불혁명 이후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등장, 미투 운동 등이 이어진 것처럼 촛불이 지핀 변혁의 움직임은 이 사회에서 억압받아온 목소리들이 터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장영은은 「3·1운동과 감옥에 갇힌 여성 지식인들」에서 3·1운동에 직접 참여한 당대의 여성 지식인이 그 경험을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로 구축해나가려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장영은은 3·1운동이 교육받은 여성이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첫번째 경험으로 평가하며, 이들에게는 3·1운동이 독립운동의 의미를 넘어 역사의 ‘지분’을 확보하고자 했던 권리투쟁이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언론인이자 여성운동가였던 최은희의 역사서술 작업을 통해 식민지와 해방, 국민국가의 설립 등 정치적 격랑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공적 역사로 만들어가는 일련의 투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핀다.

김진호는 「3·1절과 ‘태극기 집회’」에서 다양한 민중의 목소리, 억압받은 자의 목소리를 ‘헤테로토피아적 외침’으로 규정하며 3·1운동의 기억투쟁 과정에서 헤테로토피아적 외침이 억압당해온 이유를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신앙에서 탐색한다. 3·1운동의 공적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한국 개신교에서 근본주의 신앙이 압도하게 된 배경, 3·1운동의 재기억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기억투쟁에서 반공주의가 승리한 이유, 근본주의와 반공주의가 결합한 이데올로기가 한국현대사에 미친 영향력 등을 검토한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진행 중인 ‘태극기 집회’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맥락을 제공한다.

3·1운동은 민족해방에 이르지 못했지만 한국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결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획기가 되었고, 이는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문학운동’이 근대문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한편, 대다수의 문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친일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경석은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에서 민족문학을 거론할 때 피해갈 수 없는 예민한 퍼즐인 친일문학을 미당 서정주의 작품을 경유해 검토한다. 미당 서정주의 ‘좋은’ 작품들과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평가라는 이중의 과제가 섬세하고 신중한 독법을 통해 그 교착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세계질서의 변동 속에서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 민족사와 세계사의 결정적 조우 3·1운동


3·1운동은 한국인에게 대단히 민족적인 사건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것은 세계사적 흐름과 조응하면서 발생한 사건이기도 했다. 1919년 2월과 5월 사이에 한국, 중국, 인도, 이집트에서 줄지어 독립운동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 방증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베르사유체제와 윌슨의 민족자결 원칙은 전세계의 피식민국가에게 독립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해주었고, 당시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동은 동시다발적 독립운동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었다. 김학재는 「3·1운동의 한세기」에서 이를 ‘민족사와 세계사의 결정적 조우’라는 말로 표현한다. 또한 그는 3·1운동을 ‘미완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3·1운동의 과제(공화주의, 평화로운 국제질서, 균등한 사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3·1운동은 ‘한반도 차원의 독립국가’를 염원한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분단과 냉전체제를 해소하고 평화를 향해가는 현재의 남한과 북한에게 공통의 기억과 자원이 되어준다. 3·1운동이 세계질서의 변동을 관찰하고 기회를 포착한 능동적 대응이었듯이, 3·1운동 100주년이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금 3·1운동을 발판으로 삼아 남북의 시민들이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이 책이 길잡이가 되리라 기대한다.

역사학, 문학, 종교학, 사회학 등 3·1운동의 깊이를 재는 데는 다양한 학문의 도움이 필요하다. 각각의 학문적 견해와 연구방법론 앞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며 의견을 나눈 좌담에서부터 3·1운동 100주년에 앞서 다듬어온 연구성과를 담은 여섯편의 글까지 한권에 담은 이 책은 100년이 지난 현재 3·1운동을 새롭게 기억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들의 서로 다른 시각을 살펴봄으로써 3·1운동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러한 토론의 과정은 3·1운동의 현재성에 대한 열띤 논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