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생각의 힘 (독서>책소개)/2.한국사회비평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동방박사님 2022. 2. 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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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잡대’ ‘백수 저장소’ ‘시궁창’ ‘쓰레기 대학’……
지방대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
대학 이름이 계급장인 사회
과잉 능력주의가 낳은 ‘차별의 피라미드’
지방대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 어떻게 끊어야 하나?
학력과 학벌이 차별의 도구가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대안 모색

지방대 문제는 한국사회 모순의 축소판


현재 한국사회에서 지방대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지방대를 혐오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지잡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방에 있는 잡스러운 대학’의 줄임말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다. 원래 지방 소재 대학 중 제대로 된 교육과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일부 부실 대학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점차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대학 전체, 나아가 서울 소재 학교를 제외한 전체 대학을 뜻하는 말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외에도 지방대를 비하하는 말로 ‘시궁창’ ‘백수 저장소’ ‘쓰레기 대학’ ‘똥통 대학’ 등이 있다. 어느 나라나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대가 있기 하지만 한국처럼 지방대를 싸잡아 비하하는 곳은 드물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미국의 하버드대학도 지방에 있지만, 이들 학교를 ‘지방대’라고 폄훼하지는 않는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지방대 재학생·졸업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에 대해 말한다. ‘학벌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고, 경쟁과 승자독식에 짓눌린 교육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나아가 지방대 차별과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목차

추천사_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들어가는 글_ 대학 이름이 계급장인 사회

1부 | 지방 청년은 꿈조차 꿀 수 없나?

1장. ‘지잡대’ 혐오사회
대학 이름 밝히자 ‘핵인싸’가 ‘갑분싸’로 | ‘지잡대’ 표현은 ‘은폐된 형태의 심각한 폭력’ | 우리 학교가 ‘시궁창’ ‘백수 저장소’라고? | 과잉 능력주의가 낳은 ‘차별 피라미드’

2장. 불공정한 취업전쟁
청년 채용공고 80% 수도권 집중 | 임금·노동환경도 서울과 큰 격차 | 서울 사는 게 ‘스펙’, 지방엔 취업 인프라 부족 | 지역 공무원 되려고 서울로 ‘학원 유학’ | 공기업·은행도 은밀히 ‘학교 줄 세우기’ | ‘출신학교차별금지법’ 국민 10명 중 8명 찬성 | 취업 후에도 계속되는 소외와 배제 | 지방대와 명문대 출신 사이 ‘통계적 차별’ 존재

3장. 지방대 출신은 ‘2등 시민’
서울 친구의 ‘일상’이 지방 청년에겐 ‘꿈’ | ‘지역에서 문화 하기’의 어려움 | ‘실패해서 온 곳’ 열등감, ‘편입 탈출’ 행렬 | 또 다른 실패로 상처받을까 ‘적당히’ 도전 | “서울대, 고려대, 의전원이 아니라서”

4장. ‘들러리’ 입시교육
스카이 ‘몰아주고’ 하위권 ‘버리는’ 학교 | 성적에 따른 차별을 내면화하는 다수 | 정시·수시 조정해봐야 ‘그들만의 전쟁’ | ‘과정의 공정’에만 집착하는 한국사회 | 전문가도 못 푸는 ‘킬러 문항’ | ‘5지선다’ 시험으로는 사고력과 창의력 못 길러

5장. ‘승자독식’ 교육재정
서울대 한 곳에 132개 대학 몫 지원금 |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전국 대학 평균의 3배 | 지방대, ‘부익부 빈익빈’ 현실에 박탈감 | 대안은 OECD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 재정 늘리기

2부 |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6장. ‘서열 타파’ 대학개혁
‘지원’ ‘감독’ 함께 늘려 사학 공공성 제고 | 지역 대학 수준 높이고 일자리 늘려 인재 정착하게 | 전남·부산에서 서울대 학점 딸 수 있게 | 서울에 쏠린 ‘명문대’ 분산 효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 | “지방대 먼저 학비 없애 대학서열 완화” | 중장기적으로 ‘대학 무상교육’ 추진 필요

7장. 다른 사회, 다른 교육
일자리 격차 줄어야 ‘학벌 집착’도 준다 | 대학서열 따라 생애임금 큰 격차 |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 ‘좋은 일자리’ 찾아 지역 떠나는 청년들 | 서울과 겨룰 ‘메가시티’를 지역거점에 | 불안·경쟁 줄이려면 ‘사회적 신뢰’ 높여야 | ‘공부’와 ‘교육’이 사회적 불안 요소 | 사회안전망 확충하고 협력과 연대 가르쳐야

8장. ‘공정’한 대학으로
‘각자도생’ 대신 ‘공적 지원·투명 경영’을 | 조선대.상지대.평택대… 공공성 강화 방안 | 학벌사회 극복과 지역 격차 해소 효과 기대 | 능력주의를 넘어, 경쟁에서 연대로 | 성숙하고 존엄한 인간 키우는 민주주의 교육

결산 좌담_ ‘승자독식’ 대신 ‘연대와 공존’으로
나가는 글_ 지방대생에게 ‘공정’한 교육을
출처 및 저자 소개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국내 유일의 실무 중심 언론대학원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기자·PD를 길러내는 교육자이자, 방송 인터뷰어 등으로 활동하는 언론인.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KBS, MBC 등에서 경제 해설을 맡고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했다. 2016년부터 SBSCNBC에서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

저 :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저널리즘, 미디어와 사회, 대중문화에 대해 연구하며, 비영리 독립매체 <단비뉴스>에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석사)에서 하나의 사안을 ‘깊고 넓게’ 사유하며 취재하는 방법, 중심에서 소외?배제된 사람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웠다. 저서로 돈과 권력 때문에 심각하게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민낯을 기록한 책 《거룩한 코미...
 

책 속으로

역설적이게도 지방대 혐오의 싹이 자라는 곳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 학교와 학원이다. 명문대 진학에 초점을 맞추는 입시 중심 교육 속에서 지방대는 ‘실패’ 혹은 ‘낙오’의 뜻으로 각인되고 있다.
--- p.25

대학입시 성적으로 ‘학벌 피라미드’의 아래 칸에 위치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가 당연시된다는 얘기다.
--- p.35

취업준비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 ‘스펙업’ 자유게시판에 2019년 3월 26일 [지방대생이 서울에서 취업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제목의 글에 달린 20여 개의 댓글은 약속이나 한 듯 ‘서울로 가라’고 추천했다. ‘서울 가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서울엔 기회가 더 많으니 아르바이트해서 금전적 부분을 준비해가라’ 등의 내용이었다.
--- p.50

학벌과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여러 연구를 보면 실력이 같아도 대학서열이 낮으면 입사·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출신 학교에 따른 ‘통계적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 p.74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은종 선임연구원은 “지방대생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다수의 지방대 출신이 취업할 때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에도 업무, 승진, 배치 등에서 지속적인 차별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서열에 따른 차별적인 프레임 자체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p.75

이씨의 말처럼 지방대생 다수는 민주시민으로서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도 차별과 소외를 느낀다. 사회 공론장에서 주된 논의가 지식과 학벌 자원을 가진 명문대 출신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방대 출신의 요구와 의견은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99

최근 대입 정시와 수시를 둘러싼 ‘입시 공정성’ 논란이 한창이지만, 수험생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위권 성적의 고등학생과 지방대생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입시 공정에 대한 논의가 이른바 ‘스카이’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져 ‘그들만의 전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p.115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해방 이후 70년 동안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자기 대학서열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치중하는 사립대 위주로 운영되면서 학벌사회가 만들어지고 엄청난 입시 경쟁과 막대한 사교육비가 발생하는 왜곡된 교육구조를 갖게 됐다.
--- p.158

대학의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고등교육을 민간에 맡기고 수익자 부담 원칙을 밀어붙인 정부 정책 때문이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등록금 인상 한도 규제를 폐지하고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를 시행한 후, 사립대 등록금은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3배 정도 올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서 2010년 사이 10여 년간 사립대 등록금은 연평균 410만 원에서 753만 원으로 폭등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산업대 등록금 자율화, 2003년 노무현 정부의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로 국공립대 학비도 날개를 달았다.
--- p.178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문서희 기획팀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따져보면 그 격차가 너무나도 벌어져 있다”며 “대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하면서 취업 재·삼수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출발선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걸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임금체계를 비롯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p.195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능력주의’입니다. 학교에서부터 자기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다는 원리를 가르치고, 시험을 통해 서열 높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며, 그에 맞춰 지위와 재화를 얻는 게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여기서 능력이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소질과 소양, 또는 천재성이라기보다는 한국 시험체제에 잘 적응하는 것을 말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거의 비례합니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사회를 정의롭고 공정하게 만들기보다 불의를 정당화, 영속화하는 논리로 쓰이고 있습니다.”
--- p.243~244

그러므로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게임’ 그 자체이다. 즉 전쟁 같은 학력·학벌, 일자리 경쟁을 그대로 두고 입시제도 같은 것을 이리저리 바꾸는 게 아니라, 현실 그 너머의 교육 시스템을 상상하고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과 평등, 정의의 가치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교육 기회와 자원 배분 원리를 다원화하고 누구도 소외받거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지방대생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다.
--- p.287
 

출판사 리뷰

무엇보다 이 책은 지방대 혐오가 지위권력 독점(대학), 지역불균형발전(지방 소멸, 공간), 줄 세우기 평가(시험, 교육 문제), 교육을 통한 세습(계급), 일자리 격차(직업) 등이 모두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스카이 대학 등 상위권 대학을 나올수록 더 많은 특권을 가진다. 상대적으로 대학서열이 낮은 대학이나 지방대를 나온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다. 특히 대학서열에 따라 일자리 질과 생애임금이 달라지므로 경제적 불평등의 피라미드에서 한 칸이라도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계급 유지를 위해 학력·학벌에 집착하게 된다.

“명문대 입학을 성공으로 보는 입시지상주의는 전국의 대학을 1등부터 꼴찌까지 피라미드로 만들어 세웠고, 피라미드의 중하위에 있는 지방대에는 차별과 혐오가 쏟아지게 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면 교육의 품질과 상관없이 ‘지잡대’로 싸잡아 멸시하고, ‘백수 저장소’ ‘시궁창’ 등으로 비하하는 표현들이 인터넷에 넘실댄다.”(11쪽)

정부의 재정지원사업비만 해도 스카이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을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지방대에는 지원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대학서열이 낮은 대학은 교육환경이 더 악화되고, 대학서열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또 책은 1960년대 이후 서울 등 수도권에 모든 자원을 몰아준 불균형발전 전략이 지방 소멸과 지방대 소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수도권에 모든 인구와 자원이 쏠리는 불균형이 심한 나라다. 지역에는 청년들이 일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이고, 설사 일자리가 있더라도 수도권에 비해 질이 좋지 않다. 그래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이렇게 됨으로써 지역과 지방의 대학들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지방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서열 자체가 중요하지 않도록 교육 자체의 개혁뿐 아니라 일자리 격차 해소, 증세·복지 확충 등의 경제적 불평등 완화 정책과 국토균형발전 전략 등 지역적 불평등 완화 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그 어디에 살고 어느 학교를 나왔건 이 책을 통해 지방과 지방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란다.”(7쪽, 강준만 추천사) 지방대 차별 문제는 이처럼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

1장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사이버 폭력 수준으로 일어나는 지방대 비하와 이로 인한 지방대생들의 상처, ‘과도한 능력주의’가 낳은 차별의 피라미드 등 ‘지방대 혐오사회’를 조명했다. 2장에서는 채용과 배치, 임금 등 노동시장에서 지방대생들이 받는 불이익, 즉 ‘불공정한 취업전쟁’을 다뤘다.

3장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당하는 지방대생들의 처지를, 4장은 대학입시 때문에 왜곡된 고등학교 교육 현장을, 5장은 서울대 한 곳에 하위권 132개 대학 몫의 지원금이 집중되고 있는 ‘승자독식’ 교육재정 문제를 조명했다. 이어 6장에서는 대학서열 타파와 교육 수준 상향 평준화를 위한 ‘대학통합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의 대안을, 7장에서는 일자리 격차 완화와 ‘메가 시티’ 구상, 지역균형발전 등의 개혁 과제를 다뤘다. 그리고 8, 9장에서는 ‘경쟁’ 대신 ‘연대와 공존’을 가르치는 교육 등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

지방대 출신은 ‘2등 시민’, 모든 면에서 차별받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지방대가 소외당하고 교육 불평등이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실제로 지방대 학생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채용시장에서, 취업을 한 뒤에도 차별을 받고 있었다. 우선 취업 준비 과정을 보자. 지방에는 서울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 질 좋은 일자리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설사 지방에서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임금과 노동환경이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좋지 않다. 지방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부족한 취업 인프라’ 때문에도 설움을 겪는다.

서울에 비해 취업박람회도 빈약하고, 시험 대비 학원의 다양성과 수준에도 차이가 있으며, 함께 공부할 스터디 모임을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런 현실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서울에 사는 게 스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족한 취업 기회 때문에 지역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많이 하는데, 그마저도 서울 학원가에서 이뤄진다. 서울에 훨씬 많은 정보가 있고, 좋은 학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대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한다. 이런 문제는 지방 소멸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채용시장에서는 어떨까?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지방대를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방대 학생들은 지방대를 차별할 것 같은 기업에는 아예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 ‘간판’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부끄럽고 낯 뜨거운, 야만적인 상황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인종, 남녀, 종교, 연령과 같은 엄연한 인간 차별 행위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입니다.”(63쪽)

이런 채용 과정의 차별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면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출신에 대한 차별과 소외는 채용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입사 이후에도 이어졌다. 임금, 배치, 승진, 이직은 물론 사내 인간관계 등 직장생활 전반에 걸쳐 ‘출신 학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차별 피라미드’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방대와 소위 명문대 출신 사이에는 통계적 차별도 존재했다. 지방대 졸업생은 취업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나쁜 일자리’로 밀려나고, 그에 따라 낮은 임금과 처우를 받으며, 이것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양한 통계에서 확인되었다. 실력이 같아도 대학서열이 낮으면 승진?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들러리 입시교육, 스카이 몰아주고 하위권 버리는 학교

한국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국 학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고, 1등을 비롯한 상위권에게 모든 걸 몰아주는 방식에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사들은 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아 수능과 내신점수, 상장, 동아리, 생활기록부 등 소위 ‘스펙’ 관리를 해준다. 그렇게 관리받은 학생들이 또 서열 높은 학교에 진학한다. 이들 학교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이 학생들의 경쟁력은 더 향상된다. 나중에는 이들이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소득도 더 많이 받는다. 사회적 제도가 소수 상위권 학생들이 더더욱 발전하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은 갈수록 소외·배제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공정을 배워야 할 교육 현장에서 상위권 학생에게 모든 기회를 몰아주는 불공정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빈부 격차와 지역 격차에 따라 학력 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입시 공정 논란은 한국사회에서 ‘공정 개념’의 한계를 드러낸다. 공정은 보상을 위해 선별하는 기준과 절차가 합리적인가를 따지는 ‘과정의 공정’과 출신·배경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서 사후 보정을 해야 한다는 ‘결과의 정의’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사회는 전자에 집착하고 후자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과의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수능은 부유층과 수도권 학생에게 유리하고 학종이 경제적·지역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에게 덜 불리한 전형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의 교육은 조건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위 20% 집단에 유리한 제도가 되어버렸고, 실제로 스카이 대학에는 고소득층의 자녀가 많은 걸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더 나은 교육을 향한 경쟁은 항상 사회적 강자 계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되며, 사회적 약자 계층은 이 구조적 불공정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호가 낮은 교육 기회에 머물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 교육재정, 또 다른 불평등을 부른다

한국 교육에서 승자가 자원을 독식하고 그로 인해 더 강력한 승자가 되는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소수 상위권 대학과 학생들에게 각종 재정지원을 몰아주어 더욱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사이, 대학서열이 낮은 대학은 지원에서 소외돼 교육환경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대학서열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이 더욱 강해지고 지방대 등 하위권 대학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노골화하고 있다.

일례로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대학에 지원한 재정지원사업비를 살펴보자. 총 49조 6749억 원 가운데 서울대에 지원된 금액은 4조 6175억 원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서울대 재학생 수는 2만 8000여 명으로 조사 대상 전국 4년제 대학의 전체 학생 수 194만여 명 중 1.4%에 불과하다. 또 연세대에 지원된 금액은 2조 4479억 원으로 전체의 4.9%, 고려대는 1조 8258억 원으로 전체 3.7%를 차지했다. 스카이 세 대학의 재정지원사업비 총합은 8조 8912억 원으로 전체의 17.9%에 달했다. 조사 대상인 전체 대학의 재학생 수 194만 명 중 5% 정도(분교 포함)만을 차지하는 세 대학이 전체 사업비의 5분의 1 가까이를 가져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스카이 대학과 나머지 대학의 재정지원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2018년 하위 132개 대학의 지원비를 모두 합친 금액은 5451억 원으로 서울대 한 곳의 지원비(5403억 원)와 비슷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봐도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격차는 크다.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2008~2018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이공계 특성화대학 제외) 220여 곳의 학생 교육비를 분석한 결과, 전국 대학의 연간 1인당 교육비는 평균 1124만 원이었던 반면 서울대는 3858만 원으로 3.43배였다. 또 연세대는 2593만 원(2.31배), 고려대는 1941만 원(1.73배)에 달했다.

스카이 대학에 대한 집중 지원은 교육여건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이들 대학 재학생들은 국비지원금을 편중 지원받음으로써 다른 대학생보다 우월한 교육여건에서 공부하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 방안, ‘공영형 사립대’와 ‘대학통합네트워크’

지금 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능력주의’와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승리자로 판명된 서울 주요 대학과 재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집중해주고, 패배자로 판명된 지방대와 학생에게는 턱없이 적은 몫을 나눠주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제기돼온 대표적 대학구조개혁 방안이 ‘공영형 사립대’와 ‘대학통합네트워크’다. 공영형 사립대는 이사진 절반 정도를 외부 공익 이사로 선임하는 등 대학 운영의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모델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지역거점국립대, 지역국립대, 공영형 사립대와 독립형 사립대가 참여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입시·교육·학위 수여를 하자는 구상이다. 이들 정책의 공통점은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이 득세하는 고등교육 현장을 공공적 시스템으로 관리함으로써 연대와 협력, 격차 완화와 자원 분산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대학이 공공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했을 때, 공영형 사립대와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학통합네트워크도 대학 간 연합을 통해 고등교육을 상향 평준화하면 서열을 완화할 수 있고, 극심한 입시 경쟁도 느슨하게 하는 효과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대학생이 선호하는 양질의 교육 기회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고르게 퍼지게 되므로 지역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경쟁력과 기득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서울대의 저항, 명문 사립대의 낮은 참여 가능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갈수록 대학체제가 위기에 빠질 텐데, 소위 명문대들은 이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그토록 서열 높은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교육 문제와 일자리 격차, 지역불균형발전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서열 높은 대학에 가려는 이유도 결국에는 돈을 더 많이 주고 고용안정도 보장하는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다. 한국에는 아직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차별하는 분위기가 있고, 고졸과 대졸, 또 대학서열 간 임금 격차가 분명히 있다. 좋은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으니 지역 인재들이 대거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 방안이 추진돼도 노동·지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역불균형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 일자리 절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청년들은 20대 초반에는 대학 때문에 수도권으로 가고, 20대 중후반~30대 초반에는 취업 때문에 수도권으로 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에 취직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 문화, 보육, 교통 등 양호한 정주 여건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방거점 지역에 정치·경제·문화적 기능이 집적된 대도시를 조성하자는 ‘메가시티’ 아이디어는 의미가 있다. 부산·울산·경남이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러 곳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지역대학 역시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고, 인서울 대학 못지않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 혐오사회, 과잉 능력주의가 낳은 ‘차별 피라미드’

지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담론은 ‘과잉 능력주의’이다.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그 학생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여기에 미치지 못한 사람은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런 ‘과잉 능력주의’는 자연스레 지방대 혐오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지방대 혐오 현상이 작용하는 이유는 한국이 지독한 학벌사회이기 때문이다. ‘스카이 대학’, ‘인서울 대학’을 나와야 소위 출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대학 간판만으로도 생애임금이 결정되는 모순적인 사회이기도 하다. 지방대 출신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대학서열이 뒤지기 때문에 이 차별의 피라미드를 쉽사리 뚫지 못한다.

이 능력주의는 슬프게도 지방대생의 내면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놀란 점은 내면에 패배주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지방대생 상당수는 소위 ‘스카이(서울·고려·연세)’라 불리는 대학에 정부의 지원과 혜택이 몰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재를 키우려면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지원을 몰아주는 것이 맞다고 여기고, 지방대생들에게 돌아갈 몫이 서울 상위권 대학교로 가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는 것이다.”(260쪽)

능력주의는 개인이 자신의 온전한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믿지만, 이는 세습·차별·행운 등의 우연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상에 불과하다. 보상의 차등을 강조한 나머지 승자와 패자의 불평등을 정당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맹점이다. 지방대 차별과 소외는 이러한 능력주의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적용된 현상이라고 책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능력주의가 팽배하고 경쟁교육이 극심해진 이유는 뭘까? 김누리 교수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일제강점기 사회진화론과 해방 후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이데올로기, 그리고 군사독재 정권의 권위주의가 결합하면서 적자생존·약육강식을 강조하는 경쟁지상주의가 자리 잡은 것이다. 둘째는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불평등이 심할수록 각축이 치열해진다’는 원리에 따라 경쟁이 격화한 것이다. 셋째는 근대화 과정에서 양반과 같은 기성 지배집단이 완전히 와해되면서 역설적으로 새로운 신분으로서 학벌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추천평

돈줄을 쥔 중앙정부의 ‘지방대 죽이기’를 비판하는 글에 달린 댓글들엔 ‘지잡대’의 한심한 실태를 거론하면서 “지잡대는 죽어도 싸다”는 비난과 욕설이 많다. 이들은 지방대가 자격도 없는 떼쓰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무지와 무식이 힘인가? 이른바 ‘구조맹’에 ‘역사맹’이 되기로 작정한 걸까? ‘거대한 불공정’의 문제를 그렇게 오도해도 되는 걸까? 이들은 자신이 직접 더럽고 잔인한 불공정의 피해자가 되어봐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체념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평온하게 지내던 상황에서 단비뉴스의 ‘지방대 위기와 혁신’ 시리즈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동시에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젊은 언론인들이 차분하면서도 치열한 탐사 취재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말 걸기를 하는 게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김남주 시인의 말마따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네가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이 책의 출간에 축하와 더불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 어디에 살고 어느 학교를 나왔건 이 책을 통해 지방과 지방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란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