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대한민국 현대사 (독서>책소개)/3.민주화운동

6월 항쟁

동방박사님 2022. 9. 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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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월 항쟁 25주년이 되는 2012년을 앞두고,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생생히 복원하고 그 역사적 의미와 유산(遺産)를 현재적 시점에서 평가하려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 저자는 서문을 통해 “수십 년 싸워서 얻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가 너무 쉽게 훼손되고 후퇴”하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개탄하면서, 시위와 투쟁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했던 선배들의 헌신성을 젊은 세대들이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목차

들어가면서

제1장 박종철 고문사망과 동시다발 시위의 등장
1. 박종철 고문사망
2. 전두환의 초강경 밀어붙이기가 부른 예기된 죽음
3. 새로운 사태 추모·항의의 물결과 어머니들의 분노
4. 동시다발 시위 2·7추도대회와 3·3평화대행진

제2장 호헌철폐투쟁으로의 전환과 학생운동 방향의 변화
1. 전두환의 성급한 4·13호헌조치
2. 호헌철폐투쟁의 배경 1 본격적 시민운동의 대두
3. 호헌철폐투쟁의 배경 2 직선제 개헌에 달아오른 민심
4. 호헌철폐투쟁
5. 학생운동 노선의 변화 야당 비판에서 민주대연합으로
6. 박종철 고문사망 은폐조작 폭로의 파장

제3장 6·10국민대회에서 6월 항쟁으로
1.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의 발족
2. 아아! 이한열
3. 6·10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
4. 명동성당농성투쟁과 넥타이부대
5. 명동성당농성투쟁의 파장

제4장 항쟁의 격화 기로에 선 전두환·신군부체제
1. 군부권력 궁지로 몬 ‘공권력 부재’
2. 6·18최루탄추방대회
3. 대규모 시위 호남지방으로 옮겨가
4. 국본의 고민과 여야 영수회담

제5장 무릎 꿇은 전두환·신군부체제 6·26대행진에서 6·29선언으로
1. 6·26국민평화대행진
2. 노태우의 6·29선언과 김영삼·김대중의 반응
3. 왜 군은 출동하지 않았나
4. 6·29선언의 주역은 존재하는가
5. 야당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6·29선언이 나왔을까

제6장 6월 항쟁 탐구
1. 6월 항쟁의 주요 동력과 성향
2. 아무도 예상 못한 장엄한 파노라마
3. 자유의 나라, 민주주의의 나라로


저자 소개
저자 : 서중석
194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사 기자로 재직했으며, 6월 항쟁 당시 [신동아] 취재기자로 역사적 현장에서 그날의 사건들을 생생히 목격하고 기록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80년대 민중의 삶과 ...
 

출판사 리뷰

6월 항쟁은 한국인이 맞은 세 번째 ‘해방’
한국 근현대사 대표 역사학자가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6월 항쟁의 의미와 유산(遺産)


6월 항쟁 25주년이 되는 2012년을 앞두고,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생생히 복원하고 그 역사적 의미와 유산(遺産)를 현재적 시점에서 평가하려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 저자는 서문을 통해 “수십 년 싸워서 얻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가 너무 쉽게 훼손되고 후퇴”하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개탄하면서, 시위와 투쟁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했던 선배들의 헌신성을 젊은 세대들이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6월 항쟁은 박정희 때부터 이어진 30년간의 독재시대를 끝내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끌어낸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이정표적인 사건이었다. 저자는 6월 항쟁을 1945년 8?15해방, 1960년 4·19혁명에 이어 한국인이 맞은 세 번째 ‘해방’이라고 강조한다. 30년간 줄기차게 전개해온 민주화운동의 정점에 6월 항쟁이 ‘우람찬 봉우리’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6월 항쟁으로 남북화해와 평화의 길이 열렸고, 오늘날 우리 시대가 경험하는 자유?인권과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바로 이 점이 저자가 6월 항쟁을 1945년 해방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역사적 위상을 높이는 이유다.

6월 항쟁의 전 과정 한눈에 담아

이 책은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훌륭한 역사 교본이다. 저자는 6월 항쟁 기간에 벌어졌던 주요 시위와 농성을 시간적 경과에 따라 꼼꼼히 기술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민중의 분노가 6·29선언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6월 항쟁의 전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전두환 정권의 4?13호헌조치 이후 불붙기 시작한 민중시위가 명동성당농성투쟁, 6·10항쟁, 6·23평화대행진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순간들을 현장감 있게 담아낸 것은 이 책의 백미다. 지역별·시간대별·사건별로 시위 전개 과정을 박진감 있게 기술해 글의 생동감을 더했다. 시위대별 구성 주체와 시민들의 반응 등 당시 자료를 참고하여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6월 항쟁에 대응하는 전두환 정권 측의 반응과 동향까지 더해 6월 항쟁이라는 큰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또한 이 책은 서울에서 벌어진 시위 못지않게 지방에서 벌어졌던 시민·학생 시위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 원주와 순천 등 중·소도시에서 벌어졌던 지방의 동시다발적 시위가 전두환 정권의 공권력 한계를 드러내게 한 것이 6월 항쟁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서다.

전두환 정권 측 자료 활용한 균형 잡힌 평가 시도

이 책의 특징은 그동안 6월 항쟁에 대한 연구가 주로 민주화운동 쪽의 자료에 의존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전두환 정권 측의 자료들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6월 항쟁의 주요 기폭제가 된 4?13호헌조치가 나오게 된 요인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민주화운동권과 야당 쪽 시각에 머물지 않고, 전두환 측 인물들의 증언 기록을 함께 참고하고 있다(107~109쪽). 또 6·10항쟁 이후 시위가 확산되자 민주화 진영에서는 전두환 정권이 군을 출동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저자는 비상조치설의 진위논란을 당시 전두환, 노태우와 릴리 주한 미대사의 증언 등을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429~431, 549~562쪽). 전두환 정권 쪽의 자료들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기존 민주화운동의 것과 비교?결합시킨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6월 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저자의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과대평가되어 온 6월 항쟁에서의 미국 역할

이 책에서 저자는 6월 항쟁을 둘러싼 논쟁들에 대해 기존의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나름의 분석과 견해를 제시한다. 저자의 견해는 자신이 활용하고 있는 풍부한 역사적 자료로 설득력을 갖는다. 예컨대 6월 항쟁의 성격 논쟁에서 저자는 여느 시위 주체들 못지않게 민중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명동성당농성투쟁이 길게 이어지면서 6월 항쟁의 불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는데, 저자는 활동가와 학생 운동권들의 조기 해산 주장에 반발하여 명동투쟁을 계속했던 민중들의 역할이 6월 항쟁에서 결정적이었음을 강조한다(614~618쪽).
저자는 또 다른 논란인 비상조치를 둘러싼 6월 항쟁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지금까지 과대평가되어왔다고 주장한다. “야당 지도자나 일부 개신교 측은 미국이 군이 나오는 것을 막아 민주주의를 구한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민족?민주 운동권의 다수가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다고 믿고 있”지만 저자가 보기엔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저자는 직선제 개헌을 주장했던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던 것처럼 6월 19일 전두환의 비상조치를 막은 것은 주한 미대사 릴리가 아니라 전두환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은 6월 항쟁 과정에서 대체로 한국 상황을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괜히 말려들기보다 한국 정세에 따라 전두환 정권 또는 민주화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뒷북 외교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미국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556~568쪽).
그 밖에 저자는 6?29선언의 주역에 대한 논란, 민주화운동 세력의 시위투쟁 과정에서의 폭력과 비폭력 논쟁 등 6월 항쟁을 둘러싼 논쟁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정권교체기를 맞으며 입장이 갈렸던 전두환과 노태우

저자는 6월 항쟁이 일어난 1987년이 새 대통령을 뽑는 정권교체기였다는 것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이미 1986년부터 전두환 정권은 새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건국대에 모인 학생들을 건물로 몰아넣어 ‘육·해·공’ 작전을 펼쳤고(건국대 사태), 면책특권이 보장된 유성환 의원을 국회 발언을 문제 삼아 구속시켜버렸다. 1980년 5·17쿠데타 직후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처럼 이듬해까지 전두환은 정국 운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밟고 있었다. 참고인에 불과했던 박종철을 고문사망케 한 사건도 전두환 정권의 초강경 정국 운영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한 저자는 새 대통령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서, 전두환과 노태우·민정당의 입장이 갈리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두환으로서는 퇴임 후 자신의 안전보장이 우선이었지만, 노태우·민정당은 자신들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민심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5·18박종철 고문사망 은폐조작이 폭로되면서 전두환 정권의 내각은 강경파들이 물러나고 노태우 중심의 온건파들로 채워졌다(5?26개각). 여전히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전두환이었지만 후계자 노태우와 민정당 간부들의 발언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권 내 구도가 6월 항쟁의 전개과정에서 여러 국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취재기자로서 목격한 흥분과 감동 담아내다

6월 항쟁은 저자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 책에는 역사학자이기 이전에 6월 항쟁 당시 취재기자로서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했던 흥분과 감동이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상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시장 골목 이곳저곳에서 숨바꼭질하며 싸우는 시위대의 모습,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 (……) 최루탄을 쏘지 말라며 전경 앞으로 다가가 꽃을 달아주는 어머니들, 물 떠다주고 음료수 나르느라 분주한 상인들, 수천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자도 사무원도 농민도 리어카 끄는 막노동꾼도 한마디씩 하던 시국토론회를 비롯한 대중집회, 그 대중집회에서 마당극을 하며 해방춤을 추는 대학생들, 화형식, 스프레이나 물감, 매직펜으로 버스 차창, 건물 벽, 시멘트 바닥 위에 써놓은 구호들, 곳곳에 나붙은 대자보, 그 대자보를 보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 이러한 모습은 아름답고 웅혼한 화음을 이루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의 세계로 도도히 흘러갔다.
(본문 670~671쪽)

우리나라의 20대는 6월 항쟁이 가져온 자유와 민주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지만 정작 태반은 그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가 우리 사회에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시 꺼내든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이 냉혹한 신자유주의의 파도에 휩쓸려 점점 파편화·개인화고 있는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전(前) 세대가 피와 땀으로 획득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우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