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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인은 살기 위해 집을 사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집을 산다
√ 왜 우리는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라면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가 되는가?
√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매진하는 시대에 과연 투기꾼은 따로 있는가?
√ 집을 가진 자는 어떻게 한국사회의 주류가 되는가?
내 집 마련으로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한국인 특유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분석해 ‘집값불패’ 신화의 원인과 주거문제의 해법을 찾는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가 출간되었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똘똘한 한 채는 강남에’ …… 최근 1~2년 내에 자산증식을 염원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일상언어처럼 통용되기 시작한, 흡사 암호와도 같은 이 문구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 김명수는 ‘투기’가 결코 특정 소수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금껏 ‘내 집’이 생활 장소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배타적 생계수단으로 자리잡은 내력을 조명한다. 주거문제를 탐색한 기존 담론이 투기문제를 중산층이나 투기꾼 등 특정 주체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분석했다면,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책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영끌대출’을 하는 청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회사원, 재건축 보상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위에 녹아있는 복잡다단한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살아남기 위해 집을 산다
√ 왜 우리는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라면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가 되는가?
√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매진하는 시대에 과연 투기꾼은 따로 있는가?
√ 집을 가진 자는 어떻게 한국사회의 주류가 되는가?
내 집 마련으로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한국인 특유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분석해 ‘집값불패’ 신화의 원인과 주거문제의 해법을 찾는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가 출간되었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똘똘한 한 채는 강남에’ …… 최근 1~2년 내에 자산증식을 염원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일상언어처럼 통용되기 시작한, 흡사 암호와도 같은 이 문구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 김명수는 ‘투기’가 결코 특정 소수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금껏 ‘내 집’이 생활 장소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배타적 생계수단으로 자리잡은 내력을 조명한다. 주거문제를 탐색한 기존 담론이 투기문제를 중산층이나 투기꾼 등 특정 주체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분석했다면,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책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영끌대출’을 하는 청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회사원, 재건축 보상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위에 녹아있는 복잡다단한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목차
책머리에
1장 한국 주거문제의 고유성
1. 주택체계의 구조와 역사
2. 한국 주거문제의 특이성
3. 주거문제의 정치 분석을 위한 시기 구분
2장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형성과 도시가구의 적응
1. 수출주도형 성장의 뒤안길: 생계 불안과 주거난
2. 유신정권의 주택정책
3.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형성
4.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제도적 선택성
5. 가족들의 적응: 주택소유와 ‘중산층화’
3장 내 집 마련을 통한 타협과 주거문제의 순치
1. 1980년대 말의 주거문제와 분배갈등
2. 주거공간 형성을 둘러싼 사회쟁투
3. 주택공급연쇄의 재편
4. ‘내 집 마련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성공의 역설
5. 내 집 마련을 통한 타협과 공급연쇄의 안정화
4장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사회적 확산
1. 외환위기와 부채 의존적 수요관리의 등장
2. 자가소유 가구의 재무 지위 전환
3. 주택소유자들의 주거지 형성 행동과 주거문제의 귀환
4. 자가소유권 정치와 분배갈등의 역전
5.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착근
5장 임박한 죽음인가, 또다른 부활인가
1. 가정공간의 성격 고착
2. 생존주의 주거전략과 금융적 행동의 내면화
3. 중산층 시민의 사적 퇴장?
4. 임박한 죽음인가, 또다른 부활인가?
저자 소개
1장 한국 주거문제의 고유성
1. 주택체계의 구조와 역사
2. 한국 주거문제의 특이성
3. 주거문제의 정치 분석을 위한 시기 구분
2장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형성과 도시가구의 적응
1. 수출주도형 성장의 뒤안길: 생계 불안과 주거난
2. 유신정권의 주택정책
3.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형성
4. 민간자원을 동원한 주택공급연쇄의 제도적 선택성
5. 가족들의 적응: 주택소유와 ‘중산층화’
3장 내 집 마련을 통한 타협과 주거문제의 순치
1. 1980년대 말의 주거문제와 분배갈등
2. 주거공간 형성을 둘러싼 사회쟁투
3. 주택공급연쇄의 재편
4. ‘내 집 마련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성공의 역설
5. 내 집 마련을 통한 타협과 공급연쇄의 안정화
4장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사회적 확산
1. 외환위기와 부채 의존적 수요관리의 등장
2. 자가소유 가구의 재무 지위 전환
3. 주택소유자들의 주거지 형성 행동과 주거문제의 귀환
4. 자가소유권 정치와 분배갈등의 역전
5.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착근
5장 임박한 죽음인가, 또다른 부활인가
1. 가정공간의 성격 고착
2. 생존주의 주거전략과 금융적 행동의 내면화
3. 중산층 시민의 사적 퇴장?
4. 임박한 죽음인가, 또다른 부활인가?
저자 소개
출판사 리뷰
한국의 도시민은 왜 사익 실현에 골몰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었을까?
-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와 중산층의 등장
한국의 도시민은 어찌하여 맹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추구하는 ‘소유자 가구’가 되었을까? 공공자원 대부분이 성장산업에 집중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주택정책은 주택산업에 자원 배분이 크게 제한된 ‘수요제한형’ 정책이었다. 따라서 민간자원이 동원되는 형태로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으니, 한국의 주택체계는 수출주도형 성장에 따른 사회 투자의 제약 아래서 형성된 민간 의존적 공급 질서를 지녔다. 정부가 주택 생산비용을 사적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주택공급으로 생겨난 편익을 그들에게 편중 할당하는 이같은 자원동원 및 배분 기제를 저자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고 규정한다.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에서는 ‘비용-편익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가 연속성을 보장하는 관건이 된다. 문제는 자원동원형 연쇄가 상당한 편향을 만들어내며, 특유의 선별적 보상 기제를 통해 주택공급에 따른 편익을 대형 사업자에게는 이윤, 주택소유자에게는 (주거 필요의 충족과 함께) 자본이득의 형태로 집중시켰다는 점이다. 이 점이 두드러지는 사례로는 국영 부문의 엘리트에게 집중된 국민주택 특별분양, 일정 금액을 특정 기간 이상 예치한 이에게 1순위 자격이 부여되던 민영주택, 최고가 낙찰제를 통해 경제능력이 없는 청약 대기자를 분양 경쟁에서 도태시킨 채권입찰제 등이 있다.
자원동원형 연쇄가 가족의 경제적 생존을 좌우하는 기회구조가 된 현실에서, 주택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가족의 물질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생계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택에 담긴 재무 지위를 생계위험에 대한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특수한 가구 전략이 탄생하였으며, 이같은 전략에 의해 주택소유 가구는 자가소유권에 의존한 사회적 소득의 이전을 통해 성장 과실을 배분받을 수 있는 사회의 주류집단, 즉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거 민주화 요구의 퇴조, 그리고 다시 꿈꾸는 자가소유의 미래
그러나 자원동원형 연쇄에는 그 구조를 깨뜨리는 내부 모순 또한 존재했다. 편익 수혜에서 배제되고 주택소유를 통한 사적 재생산 경로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거생활의 안정마저 확보하기 어려웠던 다수의 외부자, 특히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치솟는 주거비용과 함께 공급연쇄 전체를 위협하는 긴장을 조성했다. 사당동, 신림동 등 서울 곳곳의 철거지역에서 벌어진 거주민 저항운동과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을 둘러싼 마찰에서, 분양가 통제와 아파트 시공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주거문제는 1980년대 말의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다.
이렇듯 1980년대 말의 ‘주거문제’는 거대한 불화를 만들어냈다. 산업 위기에 직면한 주택산업은 정부의 가격통제 정책과 개발 독점에 반발하는 한편 과점적 공급자 시장의 개편을 놓고 경쟁했으며, 생산비용을 공여하는데도 주택 배분에서 소외된 무주택 가구들 또한 소유 불평등의 해소와 주택 분양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위기에 대한 정치적 조정과정은 비용-편익 구조의 제한적 합리화를 통해 공급연쇄의 안정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행위자 간의 자원 의존관계에 기초한 공급연쇄의 기틀을 유지하면서, 장기 무주택자의 배분 순위 상향 조정, 분양 당첨자의 1순위 배제 등 주택공급규칙의 점진적 개정을 통해 편익 배분의 선별성이 대폭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산업, 주택소유자 간의 제도적 타협을 이룬 ‘조정의 정치’는 주거문제를 순치하는 효과를 냈다. 대재벌과 일부 계층의 ‘독점적 소유’에 저항하던 무주택 도시 가구들이 ‘소유를 통한 타협’을 문제의 해법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유의 민주’를 추구하던 범계급적 운동은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과 맞물려 자가소유의 확대라는 결실을 거뒀다. 이렇게 체제 순응적 해법이 중간계급과 상층 노동계급으로 확대되었고 지배적 점유형태로서 내 집 마련의 위상 역시 공고해졌다.
‘투기적 가계금융 지위’의 내도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득세
1997년 외환위기는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의 종식이 아닌, 재조직을 통한 심화의 계기를 제 공했다. 이후의 특징적인 변화는 부채 의존적 수요 관리와 그 수단으로서 주택금융의 부상이었다. 이를 계기로 자가소유 주택이 가구에 부여하는 재무 지위가 ‘위험회피적 가계재무 지위’에서 ‘투기적 가계금융 지위’로 변모하였다. 금융조달의 비중이 커지면서 가구 경제의 재무적 건전성이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적 재생산에서 자가소유권이 지니는 의미 역시 변모했다. 이제 자가소유권은 미래 안전의 수단을 넘어, 금융 관계의 형성을 통해 가구(경제)의 존속을 보장하고 생활수준의 강화를 가능케 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한국의 도시 가구는 주택의 의제자본화와 소유권의 정치적 동원을 통해 ‘소유의 전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서 대중들의 주거실천 또한 크게 변화하여, 가족의 사적 재생산과 자가소유권의 확보 및 행사에 몰두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착근하였다.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의 기회구조 안에서 일어난 가구경제의 변형이 주거문제에 대한 가구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자가소유권이 가족 생존의 ‘기능적 등가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지배적 생활전략으로 자리잡은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저자는 “자가소유권에 깃든 사회적 힘, 곧 자본이득의 형성과 타인 소득의 전유를 통해 가족의 안전과 사회적 생존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가구 정향 및 실천”(232~33면)으로 규정한다.
생존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주거전략의 등장을 위하여
이렇게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내력을 파악하면 너도나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라면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생존주의 전략의 모태는 ‘경쟁적 생계 지위’로서 자가소유권이 지닌 압도적 금융 역량에 있다. 내 집 마련은 사회적 지위 형성과 경제적 안전의 획득이라는 이중의 가족 사업을 완수하는 토대가 되었다. 한국의 자가소유 가구는 생존주의 전략을 통해 자신의 생계위험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재생산 경합 끝에 안녕을 보장받은 ‘생존자’로 거듭났다.
결과적으로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장기 진화 과정은 주거의 계층화를 심화하는 한편, 사적 재생산 기제로서 자가소유권의 배제적 성격 역시 강화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가 자가소유권에 의존한 배제적 사회통합 방식인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확산을 불러온 것이다. 개별 가구의 관점에서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생활전략일 수 있지만, 생존주의는 그 배타적 성격으로 인해 사회의 균열을 조장하고 연대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소유자들이 구축한 생활세계의 이 강고한 ‘성채’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사적 생활세계를 지키려는 중산층 자가소유자들의 주거실천 과정을 돌아보면서 독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공공성 확장을 위한 개혁에 저항하고 팽창적 통화정책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의 성향을 내면화했는지 이해하는 한편 오늘날 필요한 대안적인 주거전략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심심치 않게 정치인들의 투기문제가 논란이 되고, 너도나도 투기적인 활동에 뛰어들어 주거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이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물어야 할 책임이 생긴 우리 사회에 시의적절하게 당도한 책이다.
-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와 중산층의 등장
한국의 도시민은 어찌하여 맹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추구하는 ‘소유자 가구’가 되었을까? 공공자원 대부분이 성장산업에 집중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주택정책은 주택산업에 자원 배분이 크게 제한된 ‘수요제한형’ 정책이었다. 따라서 민간자원이 동원되는 형태로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으니, 한국의 주택체계는 수출주도형 성장에 따른 사회 투자의 제약 아래서 형성된 민간 의존적 공급 질서를 지녔다. 정부가 주택 생산비용을 사적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주택공급으로 생겨난 편익을 그들에게 편중 할당하는 이같은 자원동원 및 배분 기제를 저자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고 규정한다.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에서는 ‘비용-편익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가 연속성을 보장하는 관건이 된다. 문제는 자원동원형 연쇄가 상당한 편향을 만들어내며, 특유의 선별적 보상 기제를 통해 주택공급에 따른 편익을 대형 사업자에게는 이윤, 주택소유자에게는 (주거 필요의 충족과 함께) 자본이득의 형태로 집중시켰다는 점이다. 이 점이 두드러지는 사례로는 국영 부문의 엘리트에게 집중된 국민주택 특별분양, 일정 금액을 특정 기간 이상 예치한 이에게 1순위 자격이 부여되던 민영주택, 최고가 낙찰제를 통해 경제능력이 없는 청약 대기자를 분양 경쟁에서 도태시킨 채권입찰제 등이 있다.
자원동원형 연쇄가 가족의 경제적 생존을 좌우하는 기회구조가 된 현실에서, 주택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가족의 물질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생계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택에 담긴 재무 지위를 생계위험에 대한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특수한 가구 전략이 탄생하였으며, 이같은 전략에 의해 주택소유 가구는 자가소유권에 의존한 사회적 소득의 이전을 통해 성장 과실을 배분받을 수 있는 사회의 주류집단, 즉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거 민주화 요구의 퇴조, 그리고 다시 꿈꾸는 자가소유의 미래
그러나 자원동원형 연쇄에는 그 구조를 깨뜨리는 내부 모순 또한 존재했다. 편익 수혜에서 배제되고 주택소유를 통한 사적 재생산 경로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거생활의 안정마저 확보하기 어려웠던 다수의 외부자, 특히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치솟는 주거비용과 함께 공급연쇄 전체를 위협하는 긴장을 조성했다. 사당동, 신림동 등 서울 곳곳의 철거지역에서 벌어진 거주민 저항운동과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을 둘러싼 마찰에서, 분양가 통제와 아파트 시공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주거문제는 1980년대 말의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다.
이렇듯 1980년대 말의 ‘주거문제’는 거대한 불화를 만들어냈다. 산업 위기에 직면한 주택산업은 정부의 가격통제 정책과 개발 독점에 반발하는 한편 과점적 공급자 시장의 개편을 놓고 경쟁했으며, 생산비용을 공여하는데도 주택 배분에서 소외된 무주택 가구들 또한 소유 불평등의 해소와 주택 분양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위기에 대한 정치적 조정과정은 비용-편익 구조의 제한적 합리화를 통해 공급연쇄의 안정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행위자 간의 자원 의존관계에 기초한 공급연쇄의 기틀을 유지하면서, 장기 무주택자의 배분 순위 상향 조정, 분양 당첨자의 1순위 배제 등 주택공급규칙의 점진적 개정을 통해 편익 배분의 선별성이 대폭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산업, 주택소유자 간의 제도적 타협을 이룬 ‘조정의 정치’는 주거문제를 순치하는 효과를 냈다. 대재벌과 일부 계층의 ‘독점적 소유’에 저항하던 무주택 도시 가구들이 ‘소유를 통한 타협’을 문제의 해법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유의 민주’를 추구하던 범계급적 운동은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과 맞물려 자가소유의 확대라는 결실을 거뒀다. 이렇게 체제 순응적 해법이 중간계급과 상층 노동계급으로 확대되었고 지배적 점유형태로서 내 집 마련의 위상 역시 공고해졌다.
‘투기적 가계금융 지위’의 내도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득세
1997년 외환위기는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의 종식이 아닌, 재조직을 통한 심화의 계기를 제 공했다. 이후의 특징적인 변화는 부채 의존적 수요 관리와 그 수단으로서 주택금융의 부상이었다. 이를 계기로 자가소유 주택이 가구에 부여하는 재무 지위가 ‘위험회피적 가계재무 지위’에서 ‘투기적 가계금융 지위’로 변모하였다. 금융조달의 비중이 커지면서 가구 경제의 재무적 건전성이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적 재생산에서 자가소유권이 지니는 의미 역시 변모했다. 이제 자가소유권은 미래 안전의 수단을 넘어, 금융 관계의 형성을 통해 가구(경제)의 존속을 보장하고 생활수준의 강화를 가능케 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한국의 도시 가구는 주택의 의제자본화와 소유권의 정치적 동원을 통해 ‘소유의 전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서 대중들의 주거실천 또한 크게 변화하여, 가족의 사적 재생산과 자가소유권의 확보 및 행사에 몰두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착근하였다. 자원동원형 공급연쇄의 기회구조 안에서 일어난 가구경제의 변형이 주거문제에 대한 가구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자가소유권이 가족 생존의 ‘기능적 등가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지배적 생활전략으로 자리잡은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저자는 “자가소유권에 깃든 사회적 힘, 곧 자본이득의 형성과 타인 소득의 전유를 통해 가족의 안전과 사회적 생존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가구 정향 및 실천”(232~33면)으로 규정한다.
생존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주거전략의 등장을 위하여
이렇게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내력을 파악하면 너도나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라면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생존주의 전략의 모태는 ‘경쟁적 생계 지위’로서 자가소유권이 지닌 압도적 금융 역량에 있다. 내 집 마련은 사회적 지위 형성과 경제적 안전의 획득이라는 이중의 가족 사업을 완수하는 토대가 되었다. 한국의 자가소유 가구는 생존주의 전략을 통해 자신의 생계위험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재생산 경합 끝에 안녕을 보장받은 ‘생존자’로 거듭났다.
결과적으로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장기 진화 과정은 주거의 계층화를 심화하는 한편, 사적 재생산 기제로서 자가소유권의 배제적 성격 역시 강화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가 자가소유권에 의존한 배제적 사회통합 방식인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확산을 불러온 것이다. 개별 가구의 관점에서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생활전략일 수 있지만, 생존주의는 그 배타적 성격으로 인해 사회의 균열을 조장하고 연대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소유자들이 구축한 생활세계의 이 강고한 ‘성채’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사적 생활세계를 지키려는 중산층 자가소유자들의 주거실천 과정을 돌아보면서 독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공공성 확장을 위한 개혁에 저항하고 팽창적 통화정책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의 성향을 내면화했는지 이해하는 한편 오늘날 필요한 대안적인 주거전략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심심치 않게 정치인들의 투기문제가 논란이 되고, 너도나도 투기적인 활동에 뛰어들어 주거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이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물어야 할 책임이 생긴 우리 사회에 시의적절하게 당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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