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한반도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1.한반도평화

평화와 반평화

동방박사님 2021. 12.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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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의 저자들은 평화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다. 내 속에서 잠재해 있는 막연한 불안이 평화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불안이 세계의 곳곳에, 역사의 곳곳에 존재했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래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인류보편적 본성처럼 된 배경을 가르쳐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재화처럼 평화가 희소하게된 것 역시 우리 속에 있는 욕망과 공격성과 같은 본성의 일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평화도 반평화도 모두가 다 “내탓이요, 내 큰 탓이로다”를 되뇌게 한다. 그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의 삶을 통해, 평화를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도 그 행렬 뒤에 어디서 따라가라고 종용한다. 그들이 가진 특성을 내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기는 하지만.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따라가기라도 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내일이 더 평화로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목차

PART 01
평화와 반(反)평화에 대한 성찰


01 반(反)평화의 개념과 구조 이해 3
_김선욱

02 폭력의 내면적 원인과 평화의 내면적 토양 31
_이해완

03 ‘이웃사랑’의 철학 79
_서경석 _한양대 국문과

04 ‘모방 욕망’의 창으로 본 우리 안의 폭력과 예수를 모방한다는 것 99
_심혜영

05 폭력과 휴머니티: 인류에게 폭력 극복의 희망은 있는가? 135
김선욱

PART 02
한반도의 평화와 반(反)평화


06 인간의 공격성과 한반도의 평화 157
_전우택

07 권력?자유?헌법 201
_이국운

08 자치분권의 이념과 헌법개정의 당위 225
_이국운

PART 03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평화와 반(反)평화


09 기독교의 ‘반­유대주의’ 담론과 평화의 문제 259
_박정수

10 역대기서의 민족화해 신학 299
_김회권

1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기원과 해결 전망 349
_김회권

12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특징 401
_전우택

찾아보기 _443
저자소개 _451
 

저자 소개

저 : 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인문사회의학교실,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회정신의학자로서 통일, 북한, 남남갈등, 사회통합에 대한 연구를 하여 왔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연세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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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김선욱 (金善郁)
철학 박사. 현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철학회 사무총장 및 제22차 세계철학대회조직위사무총장, 뉴스쿨에서 풀브라이트 연구 교수, 베어드학부대학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서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현재의 관심사는 이행기 정의, 용서, 자유, 판단, 그리고 정치와 종교 등이다. 저서로 『정치...
 

출판사 리뷰

2016년 9월. 필자는 요르단 제라쉬의 전통시장 낡은 건물 2층, 좁고 허름한 창고방 속에 앉아 있었다.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가 난민 임시 진료소로 급히 지정된 그 건물 속에서도 가장 작은 방이 정신과 진료실로 배정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필자와 통역을 맡을, 그 해 요르단 간호대학을 막 졸업한 아흘람(아랍어로 “꿈”이라는 뜻의 이름이었다)이 앉을 작은 의자가 들어오고 그 앞에 아주 조그만 책상이 하나 들어오자, 환자가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놓기에도 빡빡한 그런 진료실이 드디어 마련되었다. 이미 건물 앞에는 시리아 난민들 백여 명이 앉아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의 진료를 받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난민들이 계속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첫 진료가 시작되었다.

필자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43세 여인의 두 눈 뿐이었다. 검은 색 부르카가 온 몸과 얼굴을 다 덮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에서는 눈물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3년 전, 6명의 자녀와 함께 부부가 시리아를 탈출하여 요르단에 난민이 되어 들어왔다고 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남편은 다른 여자와 도망을 가버렸다. 여섯 자녀를 데리고 살아남아야 했던 것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었다. 캐나다에 난민 이주 신청을 하였고 2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허가가 나왔다. 그러나 21살 난 맏아들이 문제였다. 허가를 기다리던 2년 사이에 20살이 넘어버렸기 때문에, 규정 상 이 아들에게만은 캐나다 이주 허가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아들만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기에, 결국 모든 가족이 다시 요르단에 남기로 하였다. 극한적 가난 속에 하루하루가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홉 살 난 다섯째 아들아이를 진료실에 같이 데리고 왔다. 시리아 고향 마을에 비행기 폭격이 있었을 때, 아이는 너무도 놀라 극단적으로 과호흡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부터 아이는 늘 불안해하였고, 아예 식사를 하려 들지 않았다고 하였다.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것 정도를 먹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하는 그 아이가 큰 눈망울로 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난민촌 정신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시리아에서 포격 속에 무너지는 집 밖으로 뛰쳐나온 이후, 다시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보이는 딸아이를 억지로라도 학교에 보내려 하는 일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젊은 엄마, 음식 냄비를 불 위에 올려놓고, 멍한 상태에서 그것을 기억 못한 채 다른 곳으로 갔다가 불을 낼 뻔했던 일이 반복되면서 심한 건망증을 호소하는 54세 여자, 난민으로 들어 온 이후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소리를 계속 질러대는 32세 남자와, 그런 남편을 옆에서 바라보며 너무도 무서워하는 가냘픈 24세의 부인 등.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모든 이야기들은 정신과 의사인 필자를 한없이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짧은 진료 기간과 제한된 약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그 고통의 무게가 너무도 거대하였기 때문 이었다. 이상의 시리아 난민 진료 이야기는 필가가 쓴 『요르단 이야기』 (한국누가회. 누가들의 세계. 2017년 봄호. pp.46-49)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인간의 삶을 그 뿌리부터 흔들면서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는 이 반(反)평화적 상황 속에서, 평화에 대한 생각은 관념과 개념의 문제가 아닌, 현실 속의 절박한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시리아 난민촌에서만의 상황이 아니었다. 여전히 내전 중인 남수단과 예멘에서, 민주화 투쟁 과정 속에 있는 동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가 더 치열해 지고 있는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그리고 그 어디보다도 더 안보적, 사회적, 이념적 갈등과 긴장이 높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서, 우리는 ‘평화’를 ‘보통명사’가 아닌, 마치 어느 딴 행성 속 현상인 것 같은 ‘특수 고유명사’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평화에 대하여 냉소적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그런 확신 아닌 확신이, 우리 사회와 우리 마음속을 점령하고 있다. 평화를 이야기할수록 반(反)평화적 상태가 되는 그런 모순과 딜레마가 우리를 휘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이 책은 2013년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아홉 번째 총서로 나왔던 『평화와 반평화-평화인문학적 고찰』의 개정증보판이다. 당시, 이 책은 평화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여러 학문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구성하여, 관련 연구자들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도전을 주었던 바 있었다. 이제, 7년의 시간이 지나고, 이 책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져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개정증보판을 준비하게 되었다. 저자는 초판의 저자 8명이 그대로 다시 저자가 되었다. 초판은 각 저자들이 1장씩을 집필하여 총 8장으로 구성되었었는데,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기존 원고들을 크게 손보아 더 충실하게 다듬었고, 거기에 4명의 저자들이 새로 한 장씩을 더 추가로 실어 총 12장으로 구성되게 되었다, 새로 추가된 장은 5장 폭력과 휴머니티-인류에게 폭력 극복의 희망은 있는가?(김선욱), 7장 권력, 자유, 헌법(이국운), 11장 아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기원과 해결 전망(김회권), 12장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특징(전우택)이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7년 전 원고들을 다시 정성스레 수정하시고, 또 새로운 원고들을 써주신 모든 저자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초판을 만들 때는 숭실대 철학과의 김선욱 교수님께서 대표편저자로 수고하여 주셨다. 그리고 당시 서문에 이 책의 전체 정신과 구성 내용을 정리해 주신 바 있다. 그 정신과 구성은 지금 개정증보판에서도 그대로 유효하기에, 초판 서문을 같이 싣는다. 이번에 이 책은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열여섯 번째 총서로 나오게 되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교 싱크탱크로서 그 역할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된 한반도평화연구원을 통하여, 향후 차세대 연구자들이 더 많이 양성되고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15년 동안 한결 같이 한반도평화연구원을 섬겨주신 김지철 이사장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대표님과 안상준 대표님, 조성호 이사님과 전채린 과장님, 그리고 이미연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제라쉬의 그 구석진 방에서 바짝 마른 큰 눈망울로 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그 아홉 살짜리 아이는 이제 15세의 사춘기 남자 소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시리아 사태는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마도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을 엄마와 가족들과 함께 제라쉬에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의 나이가 되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 민족, 국가가 놓인 상황에 대한 어떤 생각을 주입받기도 하고, 또 스스로 어떤 생각을 시작하기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소년이 평화에 대한 깊은 확신을 가지고 당당히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커가기를 바란다. 가장 큰 반(反)평화의 공간 속에서 자라났기에,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더 평화를 깊이 생각하고 결심 속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조건도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런 소년들과 함께 나누어지는 책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1년 1월
이 땅에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기를 기원하면서
저자들을 대표하여
전우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