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동양철학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철학사상

함석헌 수필선집

동방박사님 2021. 12. 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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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함석헌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독재와 군사 정권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시기 내내 ‘씨?’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자와 외래어 문체를 거부하고 우리의 정신이 깃든 특유의 구어체 문장들을 사용한 ‘씨?의 언어’를 통해 드러난 ‘씨?의 사상’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같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목차

異端者가 되기까지
씨알의 설움
들사람 얼(野人精神)
젊은 女性에게 주고 싶은 말
5·16을 어떻게 볼까
저항의 철학
내가 겪은 關東 大震災
나의 어머니(그건 사람이 아니냐)
씨?의 소리 씨?의 思想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저자 소개 

저 : 함석헌 (咸錫憲)
 
1958년 「사상계」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써서 당시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사상가이자 사회운동의 지도자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인물이다. 그는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오산학교에서 역사와 수신을 가르치면서 동인지 '성서조선'에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연재하는 등의 저술활동을 펼쳤으며 1979년, 1985년 두차례에 걸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

 

편자 : 남승원
문학 평론가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 근대시의 물신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문학 계간지 ≪시인동네≫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현재 ≪포지션≫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책 속으로

어느 늦어 가는 가을날 궁금한 생각에 채마밭에 들어가니 다 늙어 가는 넝쿨 밑에 오이가 하나 달렸는데 아직 어려서 먹을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래 며칠 기다렸다 따 먹으리라 하고 보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만한 날이 되어서 가보니 없습니다. 우리 집에 불문율로 당연히 내 차지인 것을 감히 누가 먹었을까? 알아보니 내 바로 밑의 여동생이 따 먹었다는 것입니다. 그 여동생은 우리 5남매 중에서도 좀 못난 편이어서 모든 것에 남한테 뒤지기를 싫어하시는 어머니가 그 때문에 속도 적잖이 썩혔습니다.
물론 내가 언제 내 것이다 선언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특권 의식에서 나온 횡포였습니다. 그래서 그 불쌍한 것을 나는 구박을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도 당연 내 편을 들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어머니는 부드럽고 미는 듯하면서도 단연한 목소리로 “얘 그건 사람이 아니냐?” 했습니다.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어머니의 모습을 나는 못 잊습니다.
“그건 사람이 아니냐?” 그 음성은 늘 살아 있어 내 속에 몇 번을 부르짖어졌는지 모릅니다. 나는 이제 자유와 평등사상을 내놓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씨알 사상을 부르짖고, 스스로 타고난 민주주의자라 하기도 합니다마는 나는 그 밑바닥의 반석은 어머니가 놓아 주셨다고 합니다.
---「나의 어머니(그건 사람이 아니냐)」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국수필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주요 수필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함석헌의 저작 활동을 한 편의 글로 개괄해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1983년 생전 한길사에서 발간된 전집이 이미 20권에 이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그가 남긴 글들의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글에 역사, 종교, 철학을 비롯해서 중국 고전이나 힌두교 경전에까지 이르는 사상적·학문적 넓이와 깊이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그의 글들을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조차 함석헌을 민족 운동가, 역사가, 종교 사상가, 평화·인권 운동가 그리고 언론인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헌신하면서 살아온 행동하는 지성인이기도 했다. 따라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함석헌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입체적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글은 동시대에 강한 파급력을 보여 주고 그 운명을 다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기도 한다. 월남한 이후 여러 모임과 강연을 지속하면서 신앙 잡지들에 글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아직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함석헌은 『사상계』에 발표한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단숨에 한국 지성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각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 보아도 그가 지적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들에 대한 지적은 마치 최근에 쓴 글처럼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그것은 어찌 보면 반성과 변화가 더딘 우리 사회의 불행한 단면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의 관점이 지난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항상 사회 이면의 본질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