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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팬덤의 시대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소속감의 심리학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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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케이팝 열풍, 정치 팬덤의 활약, 5060의 문화 소비 증가, 경제에서 정치에 이르기까지 ‘팬덤’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토록 다채로운 분야에서 팬덤 문화가 주류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 《팬덤의 시대: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소속감의 심리학》은 광범위하게 수집한 팬덤의 사례를 통해 집단에 대한 소속감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 인간의 심리 조건을 탐구한다. 나아가 이러한 심리가 어떻게 반정부 시위와 극우주의의 부활 같은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때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얼굴 없는 괴물을 만드는 팬덤의 힘을 이해해야 우리 앞의 격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21세기 팬덤의 지도를 훌륭하게 그려낸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목차

추천의 말

1장 우리에게 팬덤이란
혼자가 아니다 | 팬덤이라는 종족 | 열정을 공유할 때 일어나는 일들

2장 집단이 만드는 정체성
최소 집단 실험이 말해 주는 것 | 언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 증오 없는 집단행동 | 브라질 축구팀과 코르티솔 수치 | 팀의 승리는 나의 승리 | 지진 생존자들이 빠르게 회복한 이유 | 심리적 배당금

3장 현실을 움직이는 가상 세계
준사회적 관계에서 배우다 | 셜록은 나를 거절하지 않아 | 코스플레이어에 관한 의외의 연구 결과 | 팬픽, 주류의 서사 뒤집기

4장 우리가 스타를 만들고 살해한다
스타와 나 | 평범한 미국인 도널드 트럼프 | 4만 통의 팬레터에 담긴 환상 | 비틀즈가 돌아왔다 | 10대 여성의 반란 | 스타와 가깝다는 착각 | 사이코패스가 된 팬들 | 다르면서 닮은 팬덤들

5장 제인 오스틴이 내 인생을 바꿨어요
사랑해요 제인! | 나의 말에 지루해하지 않는 사람들 | 헌신적 기독교인에서 페미니스트 영웅까지 | 원작을 확장하기 | 문학 순례자들 | 놀라운 박물관 | 그녀가 이 책상에 앉아 있었다 | 전염되기 위한 비용 | 제인 오스틴의 트위터

6장 동물로 태어난 사람들
인간을 연기하는 동물들 | 존재하지 않는 꼬리를 감각하다 | 테리안이 마주하는 질문 | 인간 속 동물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 | 낙인을 공유하기 | 다수와의 싸움

7장 팬덤이 위기에 빠질 때
팬심은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 | 영웅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 리처드 3세는 폭군이 아니다 |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한 노력

8장 다크 팬덤 탐구
모방 범죄로 가는 길 | 괴물에 대한 집착

책 속으로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연구자들은 2018년 발표한 연구에서 스포츠 팬과 정치 지지자들은 팀이나 정당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이들은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라는 렌즈를 통해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팬들은 항상 자신이 속한 종족에 대해 끈질기고 때로는 비이성적인 충성심을 보여왔는데, 이는 정당 정치에서도 고질적 특성이 되었다.
--- 「1장 우리에게 팬덤이란」 중에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에 대한 좋은 느낌을 원한다. 역사, 목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의 일원이 되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팀이 승리하면 나도 승리한다. 더 많이 투자할수록 정서적 보상도 더 커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양날의 칼이다. 팀이 패배하면 열성 팬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혼비는 《피버 피치》에서 아스널의 불행에 대한 자신의 비참한 마음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수준”에 이를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 「2장 집단이 만드는 정체성」 중에서

비명은 집단적 행위이자 감정적 행위이며,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한 종족의 의식이다. 비명은 강력한 소속감을 전달한다. 누구도 혼자 비명을 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체스터대학교에서 대중음악 팬덤을 연구하는 마크 더핏은 이를 정치적 자유의 표현으로 인식한다. “소리를 지르는 여성 팬들은 자신의 영웅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집단적 권리를 소유한다.”
--- 「4장 우리가 스타를 만들고 살해한다」 중에서

사랑하거나 동일시하는 누군가에게 실망감을 느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트랜스젠더 운동이 시스젠더 여성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안전을 위협한다고 믿는 J. K. 롤링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견해를 공유한 후 그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해리 포터》 팬들은 다시는 롤링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들은 내키진 않지만 마지못해 안티 팬이 되었으며, 자신들에게 그토록 큰 의미가 있었던 세계를 잃었다는 데 상당한 슬픔을 느낀다.
--- 「7장 팬덤이 위기에 빠질 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임영웅, BTS,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이 정치와 경제를 움직인다?
현대 사회의 지각변동을 이해하기 위한 팬덤의 심리학


모두가 개인의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눈앞에서는 지금 온갖 분야의 팬덤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맹활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팬덤 확보가 곧 정치적 자산이 되었으며, 임영웅의 5060 팬덤은 문화 소비 지형을 변화시켰다. 취향과 신념을 토대로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취향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더욱 똘똘 뭉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영국심리학회 저술상 수상자이자 《타인의 영향력》,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등의 저서에서 인간 행동의 비밀을 탐구했던 마이클 본드는 신간 《팬덤의 시대: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소속감의 심리학》에서 21세기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가 바로 ‘팬덤’과 ‘소속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케이팝 열풍에서 극우주의의 부활까지, 지난 몇 년간 세계는 팬덤에 의해 움직였다. 변화를 이끄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야흐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구성원들이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시대이다.

〈스타트렉〉, 제인 오스틴, 《해리 포터》, 마이클 잭슨, 리처드 3세, 총기 난사범 에릭과 딜런, 다채로운 대상의 팬덤이 등장하는 이 책은 광범위하게 수집한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21세기 팬덤의 지도를 훌륭하게 그려낸다. 나아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조건인 동시에 사회 변화의 동력이라는 걸 보여준다. 때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얼굴 없는 괴물을 만드는 팬덤이 우리 앞에 어떤 격변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파헤쳐보자.

우리는 같은 그림을 좋아하는 이에게 더 많은 돈을 준다
집단의 경계를 그어야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인간 정체성 탐구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째, 그 집단이 다른 집단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즉 자기 집단만의 고유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독특한 색상의 유니폼을 입거나, 신비로운 의식을 행하거나, 특정 세계관을 옹호하는 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두 번째, 지위를 추구한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최대한 성공하거나 명성을 얻기를 원하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한다.”(41쪽)

《팬덤의 시대》에 등장하는 심리 실험들은 인간에게 같은 편을 만들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사춘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타지펠은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그림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학생을 한 명씩 칸막이에 들여보내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나눠주라고 시켰다. 집단 간의 경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기준이었는데도 학생들은 같은 그림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돈을 주었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계기만 있어도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눈다. 자신에게 내집단이 있다고 믿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덤 집단은 위기에 몰린 이들에게 구원이 된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던 수많은 청소년이 자신처럼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거나 《해리 포터》의 세계에 빠진 이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속 집단의 경계가 그어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할 수 있는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체성은 우리에게 동료애, 안정감, 목적의식을 부여하며 혼자일 때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라는 감각이 있어야 ‘나’라는 감각도 형성된다.

이처럼 집단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에 힘을 얻는 우리는 초연결사회를 통해 나와 닮은 이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편지를 통해 간신히 존재만을 확인하는 것이 팬과 팬 사이의 유일한 소통이었지만, 이제는 SNS에 검색만 하면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팬 수백만 명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위안에서 우리가 옳다는 확신으로 치닫는 것도 순식간이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위로를 얻었던 이들은 이제 마이클 잭슨의 무죄를 주장하는 캠페인에 앞장선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시절이라면 시도할 수 없었을 일이다.

진보와 퇴보를 동시에 부르는 강력한 힘
팬덤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국가가 특정 공동체를 다른 공동체보다 선호하거나(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분쟁 당시의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점령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제한된 자원을 놓고 서로 다른 집단이 경쟁하거나(오늘날의 수단과 콩고), 정치 지도자가 인종 또는 이념적 분열을 조작해 내면(1930년대의 히틀러) 내집단에 대한 충성은 더욱 강해지고 외집단은 적으로 변한다.”(46쪽)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은 개인과 개인이 모여 놀라운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백인 보수주의자들이 혐오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하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데 능숙한 케이팝 팬들은 해당 해시태그를 케이팝 가수의 영상에 달아 혐오의 움직임을 무력화시켰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투표를 독려하자 18~29세 연령대의 유권자 등록이 급증했다. 정치사회적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팬덤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팬덤의 움직임이 사회적 진보를 부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팬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국회의사당을 점거해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을 초래했다. 게임 개발자 조이 퀸은 기존 게임의 폭력적 형식을 파괴했다는 이유로 남성 게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살해 협박, 강간 위협, 사이버 불링을 당해야 했다. 이러한 남성 게임 팬들의 폭력적인 움직임은 게임 업계의 여성들을 찾아내 공격하는 게이머게이트로 번지기도 했다.

소속감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이 되는 동시에 집단에 대한 비이성적인 충성심이 되기도 한다.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우리의 존재 조건이고, 나와 닮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뭉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조건이라면 소속감의 활용법은 앞으로도 계속 미래 사회의 화두가 될 것이다. 소속감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촉매가 될까, 아니면 소통 불능의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까?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의 해답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