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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의 묵시록 1차 세계대전史 (2024)

동방박사님 2024. 9. 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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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은 어떻게 세계전쟁이 되었나

이 책은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식민지 쟁탈전으로 시작하여, 종전 12년 후 베를린의 한 영화관에서 일어난 소동으로 끝난다. 당시 상영된 영화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작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반전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동명 영화였다. 당시 이 영화의 상영 방해를 주동한 사람이 저 유명한 괴벨스였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일화당 6쪽 내외의 에피소드 형식의 역사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저자의 이번 탐구 주제는 ‘1차 세계대전’이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성찰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이번에도 책의 주제의식을 관통한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 왜 ‘세계’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는가? ‘자본’이 발단이었고, 그 과정 또한 ‘자본주의’의 발전과 일치하였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 참전국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조직하여 참전하거나, 열강들이 전쟁에 사용할 전쟁물자 생산에 매달려야 했다. 미국 등 중립국들은 전쟁장사에 뛰어들어 큰 재미를 보았다. 자본주의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연결했고, 이로써 유럽의 패권 전쟁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여기에 저자는 ‘현대문명의 전쟁’이라는 두 번째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1차 세계대전에 첫선을 보인 탱크와 잠수함, 전투기, 기관총 등 최신 무기들은 당대의 기술을 총동원한 인류 최초의 ‘대량살상무기’들이었다. 일정한 열을 지어 격식에 따라 격돌하는 평원 전투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무조건 빨리, 많이 퍼붓는 쪽이 승리하게 되었다.

자본주의가 만든 시장은, 그리고 전쟁은 필연적으로 전쟁 역시 세계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다른 말로, 현대문명의 근본적 모순이다. 우리가 100년 전의 전쟁을 계속 기억하고 새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문명이 발명한 (자본과) 전쟁의 자학적·자멸적 성격에 우리가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머나먼 러시아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상황은 10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전쟁으로 평가받는 1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어, 결국 어떤 후과後果를 남겼는지··· 46개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쌓아 가다 보면 이 최악의 소모전으로 우리가 얻는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 덜 상처 입은 나무들은 있을지언정 전체 ‘숲’은 불타고, 채 꺼지지 않은 ‘잔불’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지 알게 된다.

목차

· 머리말 : 왜 세계대전인가?

1 제국주의 _ 식민지 쟁탈전 = 시장 쟁탈전!
더 멀리, 더 많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전 세계를 식민지로
2 벨 에포크 _ 평화 속에 깃든 불안
힘의 균형이 가져다준 평화│물랭루즈, 몽마르트, 샹젤리제의 예술가들│뭉크의 [절규]에 담긴 불안
3 현대전 _ 산업혁명이 바꾼 전쟁의 양상
군인도 무기도 대량생산-대량소모│평화 지키지 못한 만국평화회의
4 3국동맹 vs 3국협상 _ 전쟁 끌어들인 위험한 동맹
동맹 확대의 노림수│무조건 참전이 키운 전쟁 위험│모로코에서 충돌한 독일과 프랑스
5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_ 강대국 오스트리아의 몰락
프로이센에 주도권을 빼앗기고│발칸반도로 영향력을 확대했으나│황실 뒤흔든 문제적 결혼
6 사라예보 사건 _ 전쟁의 시작을 알린 총성
“조피, 내 사랑, 죽지 말아요.”│세르비아를 향한 선전포고
7 러시아 _ 니콜라이 2세의 위험한 선택
개혁군주 아버지의 뒤를 이었으나│나라보다는 가족을 사랑한 황제│혁명과 전쟁 사이에서
8 독일 _ 유럽의 악동, 빌헬름 2세
비스마르크와의 대립│팽창정책의 대명사‘3B 정책’
9 영국 _ 하노버 왕조에서 윈저 왕조로
입헌군주제 원칙 세운 하노버 왕조│몸을 낮추고 전쟁에 헌신한 조지 5세
10 프랑스 _ 반독일로 똘똘 뭉치다
3공화국 흔든 드레퓌스 사건│푸앵카레를 향한 전 국가적 지지│‘닥치고 공격’, 드 그랑메종
11 독일 사회민주당 _ 계급이냐 민족이냐
사회민주주의와 스탈린주의의 분화│사민당의 딜레마│전쟁에 휩쓸려 간 마르크스주의
12 일본 _ 아무도 바라지 않은 참전
유명무실한 천황│제국주의로 나아가다
13 이슬람 세계 _ 청년튀르크당과 세 명의 파샤
길을 잃은 개혁│독일의 동맹군이 되다
14 슐리펜 계획 _ 독일의 필승 전략
회전문을 강하게 밀어라│독일, 초반 승기를 잡다
15 마른 전투 _ 참호전의 시작
슐리펜 계획이 실패한 두 가지 이유│교착상태에 빠진 전선
16 철조망 _ 1차 세계대전의 상징
유럽 대륙을 휘감은 가시덤불│기관총, 대포, 탱크…, 철조망 돌파에 동원된 무기들
17 기관총과 대포 _ 신무기의 잔인한 위력
자동발사, 맥심 기관총의 놀라운 능력│참호 박살 낸 ‘뚱보 베르타’│조각 난 병사들
18 참호 _ 웅크린 병사들
빈대, 벼룩, 이, 쥐 … 지하 공간의 주인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19 프리츠 하버 _ 독가스의 아버지
염소가스 앞세운 이프르 전투│불붙은 독가스 개발 경쟁│국가 영웅의 비참한 최후
20 이탈리아 _ 빈손뿐인 승전국
도시국가에서 통일국가로│한 발 늦은 참전│카포레토 전투의 참패
21 무솔리니 _ 검은 셔츠의 파시스트
반제국주의 투사의 좌절과 변신│전투파쇼의 등장과 파시스트당 건설│로마로 진격한 검은 셔츠의 시위대
22 베르됭 전투 ① _ 프랑스의 마지막 보루
난공불락의 요새│두오몽에 쏟아진 무차별 포격│‘뉴 히어로’ 페탱의 승부수
23 베르됭 전투 ② _ 소모전의 수렁에 빠지다
독일의 6월 총공세│동부전선에서 날아온 구원 요청│10개월, 100만 명의 사상자
24 필리프 페탱 _ 프랑스를 구한 이단아
낙오자에서 병사들의 영웅으로│페탱은 왜 괴뢰정부를 선택했을까?
25 탱크 _ 육상 전투의 왕
프랑스의 ‘CA-1’, 영국의 ‘마더’│탱크 데뷔전, 솜 전투│최악의 대량살상무기
26 조지 패튼 _ 탱크전의 대명사
독일의 탱크 개발 이끈 구데리안│2차 세계대전에서 빛난 패튼의 진가│평화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파괴적 인물
27 전투기 _ 공중전의 낭만
체펠린, 정찰 임무를 맡다│정찰선에서 전투기로│전설로 남은 조종사들의 1대1 결투
28 헤르만 괴링 _ 독일 공군의 ‘에이스’
히틀러와의 운명적 만남│2차 세계대전에서의 실패│고도화되는 공중전의 그늘
29 전함 _ 군비경쟁의 최전선
장갑함의 등장, 더 크게 더 무겁게│최강 드레드노트 전함│유틀란트 해전, 봉쇄 뚫지 못한 독일│항공모함의 시대로
30 윈스턴 처칠 _ 전쟁 지휘에 최적화된 지도자
제국주의자 해군장관│반노동·반좌파이면서 반파시스트│전쟁으로 나아가다
31 잠수함 _ 바다 밑으로 확대된 전선
현실이 된 상상│영국의 잠수함 사냥│폐기된 독일의 유보트
32 총력전 _ 전쟁 뒷받침한 ‘스파르타의 어머니들’
후방 지킨 여성들│애국심, 선전선동, 단결, 인내…
33 히틀러 _ 전쟁이 낳은 괴물
서부전선의 전령병│‘배신자를 처단하라’, 나치스의 등장│독일의 선택이 남긴 교훈
34 간디 _ 제국주의의 급소를 찌르다
인도 친영파의 분열│독립을 위해 전쟁터로 간 인도 청년들│참전 독려에서 독립운동 지도자로│영국 굴복시킨 간디의 길
35 후세인-맥마흔 서신 _ 기나긴 중동 갈등의 씨앗
오스만군의 거듭된 패배│아랍 민족운동 이용한 영국의 양동작전
36 중국 _ 너무 더딘 근대화의 길
위안스카이, 다시 황제정으로│1차 세계대전이 중국에 끼친 영향
37 우드로 윌슨 _ 어정쩡한 중립
이상한 선거, 어부지리 당선│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하여│흔들리는 고립주의
38 루시타니아호 사건 _ 호화 여객선의 마지막 항해
내부 폭발? 정당한 군사작전이었나│재선 앞둔 윌슨의 고민│미국의 선전포고 이끌어 낸 치머만 각서
39 미국 참전 _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
미국이 쏟아부은 물자와 병력│“I Want You For U.S. Army”│백인은 백인부대로, 흑인은 흑인부대로
40 동부전선 _ 독일, 러시아를 압도하다
우왕좌왕 고전하는 러시아군│전선으로 달려간 니콜라이 2세
41 러시아혁명 _ 레닌, 겨울궁전을 장악하다
라스푸틴 제거 작전│거리를 점령한 어머니들│3월혁명에서 11월혁명까지│실패로 돌아간 제정복고운동
42 브레스트-리토스프크 조약 _ 내전에 휩싸인 러시아
항복 선택한 레닌│백군 vs 적군│내전 이후, 사회주의가 걸었던 길│러시아혁명이 남긴 것
43 스페인독감 _ 1차 세계대전의 사생아
병사들과 함께 전 세계로 퍼진 바이러스│마스크를 쓴 사람들│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44 에곤 실레 _ 전쟁 속 예술가들
참전파와 도피파의 엇갈린 운명│전쟁 중에도 예술 활동을 이어 갔으나
45 종전 _ 독일은 왜 항복했을까?
독일의 마지막 공격, 춘계 대공세│높아지는 반전 여론│무조건 휴전 택한 사민당
46 《서부 전선 이상 없다》 _ 인간의 얼굴을 한 전쟁은 없다
괴벨스가 감추고 싶었던 것│반성 없는 종전이 남긴 것│증오와 원망에 휩싸인 독일│쫓겨난 평화주의자들

·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 : 표학렬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다. 어릴 적 위인전을 옆에 끼고 살고, 허구한 날 TV 사극을 시청하며, 국사 교과서로 공부에 찌든 머리를 식힌 끝에 연세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이 서른에 한양여고(현 한양사대부고)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하며 느꼈던 설렘과 여학생들에 대한 환상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 났지만, ‘알을 깨고 ...

책 속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한탕 하러 식민지로 갔다. 《소공녀》, 《제인 에어》 같은 당시 작품에는 인도에서 큰돈을 번 친척이 등장한다. 마음만 먹으면 미지의 세계로 나가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유와 도전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가 하면 산업혁명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심해지면서 마르크스주의가 유행했다. 마르크스주의자나 노조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여 거리에 사상자가 즐비하게 널려 있는 상황이 흔히 발생했다.
--- p.25

“어떻게 된 거야? 직진했어야 한다구. 빨리 차를 후진시켜.” 대공 부부의 경호를 위해 쾌속으로 달리던 차가 멈췄다. 차는 천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에는 차를 놓치고 황당해하던 프린치프Gavrilo Princip라는 청년이 권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대공 부부의 차를 보고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으리라.
--- p.47

나폴레옹 시대 이후 가장 호전적인 프랑스 군대를 지배한 정신은 ‘드 그랑메종De Grandmaison’이다. 일종의 ‘닥공’(닥치고 공격하기) 전술로 총검을 들고 무조건 돌격하는 것이다. 마치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공격을 연상시키는 전술이다. 프랑스 참모부는 드 그랑메종에 입각하여 ‘제17계획’을 만들었다. 독일과 전쟁이 일어나면 80만 대군이 라인강을 향해 돌격한다는 계획으로, 독일을 정신 못 차리게 밀어붙여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 p.70

청년튀르크당을 주도한 핵심 인물은 세 명의 ‘파샤Pa?’(탈라트 파샤, 제말 파샤, 엔베르 파샤)였다. 파샤는 장군의 의미도 있지만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이 중 제말 파샤는 영국과의 연합을 추진했는데 영국과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른 두 파샤가 독일과의 동맹을 지지하여 결국 제말도 독일과의 동맹에 찬성했다.
--- p.86

이탈리아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은 참전했던 전직 노동자들이었다. 패전국 대접을 받은 무능한 정부 때문에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방치된 그들은 전쟁 중 후방에서 자신들을 비판한 이들, 즉 전쟁을 비판한 사회주의자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불만은 기존의 사상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사상이 요구되었다. 1919년부터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움을 상징하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사내들이 이탈리아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 p.128

패튼은 독일의 구데리안처럼 일찍부터 탱크의 파괴력에 주목하고 전술을 연구했다. 2차 세계대전 탱크 전투의 영웅인 독일의 롬멜Erwin Rommel이나 영국의 몽고메리Bernard Law Montgomery가 보병부대 지휘관에서 탱크부대 지휘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 비해, 패튼은 일찍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의 주요 고비마다 전투를 승리를 이끌었고 탱크전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