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여행박사 (독서>책소개)/5.세계여행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 (2024) -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며 쓰다

동방박사님 2024. 12. 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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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안데스의 역사와 문화를 읽고, 그 맛과 향을 담아내다
마음 가는 대로, 온몸으로 안데스의 과거의 현재를 거닐다!

세 번째로 떠난 남미 여행이다. 은퇴 이후 다양한 분야의 책을 거침없이 읽고 유럽과 미국과 중남미를 돌아다니며 할일없는 

자유인으로서 또박또박 메모해둔 기록을 모은 뒤, 헤아릴 수 없는 밤을 새워 고르고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렇게 지독히 모질어서일까, 아니면 마음속 어딘가가 헛헛해서일까? 

아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정신은 지혜로워지니 ‘모질’이다. 

그 모질이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이 살아 꿈틀대고, 한때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안데스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읽고 생각했을까?

 이 책은 28일간의 여정에서 한 겹씩 펼쳐지는 남미의 맛과 향, 그리고 처참했던 역사와 함께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도 삶의 본연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달곰쌉쌀한 이야기다.

목차
○독자들에게

1 여행을 시작하며
2 페루의 사막과 나스카 라인과 쿠스코 광장
3 잉카는 놀랍고도 슬프다
4 볼리비아의 시간
5 우유니 소금사막과 알티플라노의 삶
6 라 체스코나에 네루다의 한국어 시가 있다
7 파타고니아의 카프리 호수와 모레노 빙하
8 우수아이아의 비글 해협과 땅끝마을
9 민중의 탱고와 권력자들의 탐진치
10 이구아수엔 소리와 시와 사랑이 어우러진다
11 미항 리우에는 볼거리도 많다
12 여행을 마치며

저자 소개 
저 : 오주섭 
현재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전문 교수이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대학 언론대학원에서 석사, 일반대학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부광약품의 브랜닥스 치약, 훼로바, 제일제당의 아이미, 다시다, 백설햄 등의 광고 캠페인을 담당했다. 코래드로 자리를 옮겨 동원산업의 동원참치, 매일유업의 매일우유,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깜찍이, 옐로콜라, 네버스탑, 차온 까만콩차 등의...

책 속으로
잉카 시대의 태양신을 위한 신전은 코리칸차다. 4~5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수많은 조각과 헤아릴 수 없는 잉카의 형상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신전의 황금 벽과 황금 천장과 황금 신상과 황금 조각품들은 뜯겨나갔다. 

야마의 등에 실려 피사로 졸개들의 감시를 받으며 아타우알파가 갇힌 방으로 운반되었다. 

지금도 뜯긴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후 피사로와 그 졸개들이 쿠스코에 왔을 때는 정복자들의 지휘부가 되었고, 알마그로와 피사로의 동생들이 번갈아 갇히는 감옥이 되기도 했다. 

스페인은 이 태양의 신전을 파괴하고 개조하여 도밍고 수도원으로도 사용했다. 

매표소에 들어서면 분수대를 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푸르다. 

건물은 사각형으로 지어졌다. (……) 나는 이런 장소, 이런 건물, 이런 상징물에서 종교의 이중성을 발견한다. 자비인가, 약탈인가? 사랑인가, 미움인가?
--- 「3.잉카는 놀랍고도 슬프다」 중에서

지프차 네 대가 하얀 소금사막 위를 달린다. 소금 먼지는 흩날리지 않는다. 

공기가 짭짤하다. 우기가 지나서 소금에 물기가 말라 있다. 5년 전에는 4월이었는데도 물이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장화를 신지 않으면 소금 위를 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3월인데도 물기가 말라 있다. 

그녀에게 물었다. 우긴데 왜 물이 없나요? 

스테파니가 답했다. 올해 우기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거울은? 염려 마세요! 손바닥보다 조금 큰 물웅덩이 한 곳에서 거울 놀이를 했다. 

더 큰 거울이 필요하다. 적어도 여의도보다 더 큰 거울이 필요하다. 

사진 찍으러 갑시다! 5년 전에도 착시를 이용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콜라 캔을 앞에 두고 10여 미터 떨어져 서 있으면 내가 콜라 캔 위에 서 있다든가, 장난감 공룡 앞에서 사람들이 손을 벌리고 놀라 도망가면 영락없는 공룡시대다. 

5년이 지났는데도 한 시간 동안의 사진 놀이가 재밌다. 공룡에 쫓기고, 콜라 캔 위에 서 있고, 남의 가랑이 속에서 즐거워하고…….
--- 「5.우유니 소금사막과 알티플라노의 삶」 중에서

거대한 유빙이 나타났다. 유빙의 형상이 달팽이를 닮았다. 

거북이를 닮았다. 아니다. 용이 물을 박차고 비상하려는 모습이다. 

아니다. 잠룡이다. 아직은 물속에 잠긴 용이다. 양어깨에 흙이 묻어 있다. 

물에 가까운 쪽은 옥색을 머금은 파란빛을 내고 있다. 가이드가 설명한다. 

몇 년 전에는 저 유빙 위에 퓨마가 살고 있었다. 유빙이 빙하에서 떨어져 나올 때 아마 그 위에 있었던 모양이다. 공원 측에서 그 퓨마를 구출해 자연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그녀가 묻는다. 유빙 위는 하얗고 아랫부분은 파란색으로 보인다. 

색깔이 다른 이유는? 유빙 어깨에 흙이 묻었다. 그건 맞다. 하지만 동문서답! 그녀가 설명한다. 

수천수만 년 동안 눈과 얼음의 무게로 인해 수분 속의 산소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얼음 속 산소의 양이 얼음의 색깔을 다르게 한다!
--- 「7.파타고니아의 카프리 호수와 모레노 빙하」 중에서

강물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파라과이를 거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플라타 강을 지나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브라질 땅에서 보는 이구아수는 그 모양과 생김이 다양하고, 보는 장소와 때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느릿느릿 혼자 걷는다면 몇 날 며칠을 음미해도 좋을 듯한 풍광이다. 

그중 최고는 역시 「악마의 목구멍」 아래서 거대한 물의 소리와 비말(飛沫)을 듣고 보는 것이리라. 

이곳 이구아수에는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장자는 소리를 셋으로 나눈다. 

천둥 번개 치는 소리, 소리 없는 소리(天命)를 일러 「하늘의 피리 소리(天?)」라 하고 바람이 나무 흔드는 소리, 물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소리 등을 「땅이 내는 피리 소리(地?)」라 하며 사람들의 말, 악기 소리 등을 「사람의 피리 소리(人?)」라 한다. 이구아수에서는 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0.이구아수엔 소리와 시와 사랑이 어우러진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안데스에서 세상과 교감하고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잊지 못할 감각의 향연과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의 혼란 속을 걷다

여행의 묘미란 무엇일까? 물론 유서 깊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거나 낯섦에 따른 호기심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만족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밥벌이의 굴레에서 벗어나니, 그리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니 삶이 이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가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연암을 읽고 ??장자??와 ??주역??, 그리고 불교의 경전을 되새김질하고 문학과 철학과 역사 속으로 무작정 빠져든다. 그리고 국내외의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계획을 세우고, 네이버와 구글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는다. 

볼거리와 먹거리도 결정하고, 세상을 보며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하고 상상한다. 

거대한 자연이 빚어낸 풍광을 직접 보고, 그 소리와 사람들이 흩뿌리는 아우성을 듣는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성찰하며 또 하나의 세상을 마음속에 품는다.

이 책의 여정은 동해의 촛대바위와 해돋이에서 시작된다. 2023년 3월 15일. 인천을 떠나 페루를, 볼리비아를, 칠레를, 파타고니아를, 아르헨티나를, 이구아수 폭포를 거쳐 돌아오는 여정이다. 

글은 모질(??)이가 쓰고, 사진은 소심(素心)이 찍었다. 

그런데 왜 굳이 음력을 표기하고, 양력 15일에 출발했느냐고? 

우유니 소금사막과 고산지대에서 크고 작은 별들의 향연을 보기 위해서다. 

어느덧 세 번째로 떠나는 남미 여행이지만, 그곳에 가려면 여전히 불편하고 고되다. 

오랜 비행시간에 잦은 입출국 절차와 환승, 촉박한 시간, 기다림…… 비몽사몽, 덩달아 이리저리 혼을 쏙 빼놓는다. 남반구에 해가 솟구치고 붉은 기운이 온 세상을 뒤덮을 즈음, 드디어 태평양의 하얀 파도가 출렁이는 공항에 내려앉았다.

일정은 빡빡하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눈치껏 따라 다녀야 한다. 

버스는 아득한 절벽을 끼고 거침없이 달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솟구치는 경비행기는 롤러코스터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창밖으로 보이는, 놓치기 아까운 경관을 눈에 담지 못할 뿐더러 카메라로 찍지도 못한다.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고 긴장감의 연속이다. 

5개국의 국경을 넘나들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일행을 다독이고, 호텔 방에서 생수 한 병으로 토끼 세수를 한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자리한 역사의 현장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즐겁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반갑다.

이 책은 남미 특유의 짙은 색채만큼이나 화려하고 놀라웠던 역사를 현지에서 생생하게 읽어낸다. 

보르헤스와 마르케스의 저작을 밑거름 삼아 과거에 저질러진 식민 지배의 흔적과 정치를 짚는다. 

애잔한 쿠바의 음악을 들으며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를 떠올리고, 성스럽고 웅장한 마추픽추를 바라보며 네루다의 시를 읊는다. 

침략자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황금으로 가득 채우려 한 잉카 황제의 방, 전쟁터로 변한 태양의 신전, 자국 공군기에 대통령궁이 폭격당해 사망한 칠레의 대통령,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 국가 부도에 이른 아르헨티나의 현실…… 안데스의 유적은 여전히 여행객의 눈길을 잡아끌지만, 

현지인들의 고된 삶에 드리운 그늘은 어떻게 지워질 수 있을까?

여행 도중 들려주는 재미있는 일화들과 오랫동안 동양 고전을 탐독해온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 또한 이 책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자??에 나오는 대붕의 날개를 붙들어 소요유하고, 일행에게는 연암의 글에서 빌려온 별칭을 붙인다. 

이는 곧 대붕처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스스로를 자각하고, 스스로의 내면도 깊숙이 성찰하고픈 바람의 표현일 터이다. 어둠 속에서 감성에 흠뻑 젖어들기도 한다. 

잠이 오지 않는 라파스의 밤에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사무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달과 파타고니아의 단풍을 보며 가라뫼를 떠올린다.

이 책의 소제목에 붙인 ‘여시아견’, ‘여시아관’, ‘여시아문’ 등은 『금강경』에서 빌려온 것으로, 저자는 ‘내가 보았고(如是我見), 내가 찬찬히 살폈고(如是我觀), 내가 들었고(如是我聞), 내가 읽었던 것(如是我讀)과 내가 잠을 잘 때 헤맨 꿈(如是我夢)을 내 머릿속의 뉴런이 얽히고설키면서 일궈낸 생각이라는 것(如是我思)을 글로 옮겼을 뿐이다’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자연스러운 흐름을 잇는 시구와 인용문, 재치 넘치는 비유, 은근한 유머, 속도감 있는 전개 등도 이 책의 매력을 배가해준다.

네루다의 집에는 파도가 출렁거리고,
에비타의 묘에는 꽃이 시들고 있다!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과 상징은 사람들을 향해 손짓한다

이야기가 깃들지 않은 여행지는 제아무리 아름답고 감탄사가 터져도 밍밍하고 무언가 허전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 자연의 멋스러움도 있지만, 

이 책에서 더욱더 인상적으로 가닿는 지점은 열정적인 삶의 순간이 마음 깊이 읽히는 곳을 방문할 때이다. 그중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본다.

시인 네루다는 칠레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이 된 살바도르 아옌데를 지지했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가 사망하고 네루다는 앰뷸런스에 실려 산타마리아 병원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그날 밤 그는 죽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는 왜 죽었고, 비 오는 날 몰래 묻혔을까? 시인 네루다가 살았던, 태평양의 파도가 일렁이는 이슬라 네그라의 집으로 간다. 차선이 없는 길, 인도이자 차도인 평범한 골목이다. 

하얀 처마 밑 파란 담벼락 창틀에 철사로 만든 하얀 장식물이 앙증스럽게 대롱거린다. 

언덕 위 2층 양옥집의 벽은 온통 바다다. 젊은 시절 네루다는 이 유리창을 통해 산티아고를, 칠레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네루다의 집에는 파도가 출렁거리고, 그의 시는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속에 간직되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가출 소녀에서 연예인, 그리고 영부인이 되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다가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에비타가 곳곳에 있다. 

그녀가 건물 베란다에서 미니스커트에 양장 차림, 이마가 훤하도록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으로 손을 흔든다. 

살아생전 그녀는 많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추문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안내 표지판조차 없는데도 대통령보다 더 인기 있는 영부인의 묘. 그곳의 생화는 시드는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그녀에게 열광할까?

이 책은 사람과 삶, 자연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깨닫게 해주는 합주곡과도 같은 여행 일기다.

그 풍경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고, 그 동상 앞에 선다고 그것들과 하나가 되거나 그 아픔과 굴욕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여행을 계획하고, 미리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반면 여행을 떠나기 전의 막연한 불안감도 여기저기 달라붙게 마련이다.

굳이 남미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빼곡한 듯 흐트러지게, 빠른 듯 느리게, 달콤한 듯 쌉쌀하게 써내려간 이 책을 통해 그곳에 가는 길만 알려주는 지도 위에서 머뭇대지 말고 모질이의 작은 지혜와 눈이라도 한번 빌려보시길 권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93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