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 : 생활을 위한 학문
실학은 궁경치용(窮經致用) , 즉 경전(經典) 을 연구해서 생활에 이바지하는 것을 학문의 목표로 삼았다. 그런 학문정신은 조선후기의 실학에만 특유한 것이 아니라 유교일반의 학문정신이라 할 수 있으나, 실학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대 유교 경전에 관한 종합연구를 학문의 큰 뜻으로 삼아 후대의 해석에 의존하는 학문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런 학문태도는, 조선후기의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강력하게 의식했던 결과이며, 이제 조선 유학의 발달이 유교경전에 관한 종합연구의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둘째, 학문 대상의 범위가 국정(國政) 에 한정되지 않고, 지연현상이나 백성들의 생활에 까지 확대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탐구범위의 확대는 조선후기 상품경제의 발전으로 백성들의 개별경영이 국가경제로 부터 자립하려는 경향을 반영했다.
결국 실학은 조선후기의 새로운 시대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의 유교 경전을 새로운 시대요청에 부응하도록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이러한 실학은 14세기 서양의 문에부흥과 맞먹는다. 서양의 문예부흥이 자기 시대 문제 해결의 길을 찿기 위해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면, 실학도 자기 시대문제 해결의 길을 찿기 위해 중국고전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
실학의 형성
16세기 중엽이후 서양문물이 동양으로 전해지면서 한. 중. 일의 삼국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된다. 일본은 오다노부나가 가 전국을 통일하고, 명나라는 새로운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결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조선은 양란으로 국토가 황페화 되었고,국가를 재건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조선 정부는 이런 시대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가지 개혁을 서두르지 않을수 없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부세제도의 개혁이었다. 조선의 부세는 전세, 공물 및 요역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백성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된 것은 공물이었다. 이공물을 전결의 부담으로 돌려 단일 품목인 쌀로 징수한 것이 대동법(大同法)이다. 그리고 정부는 인신(人身)을 대상으로 부과하던 균역도 전결의 부담으로 돌렸는데 이것이 균역법(均役法)이다.
대동법과 균역법은 복잡한 과세대상과 과세물종을 전결대상으로 쌀로 통일함으로써 수취제도의 획기적인 개혁이 되었다. 그결과 백성들의 생활은 상대적으로 넉넉해지고 이때문에 정기 시인 장시場市를 중심으로 상품경제가 발전 하였다. 하지만 당시 학문세계는 아직도 현실생활과 동떨어진 이기론 理氣論이나 사장학 詞章學이 아니면 형식적인 예학 禮學이 매몰되어 있었다. 이러한 학풍에 대한 반성으로 17세기 중반무터 학문의 목적은 인간생활의 필요에 이바지하는데 있다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실학의 선구이다.
실학형성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 내부에서 추진된 각종개혁의 전개와 서양으로부터 자연과학의 전래였다. 개혁의 전개는 토지제도 및 군신관계와 같은 제도의 개혁과 상공업의 진흥 및 기술개발을 촉진했고 자연과학의 전래는 천문학과 지리학의 발전늘 자극하여 여기서 실학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실학이라는 학풍의 대두로 이제 학문의 대상은 제도개혁론, 상업진흥론 및 천문학 지리학 등으로 서서히 옮아가게 되었다.
정치 사회의 변화
조선후기의 변화는 크게 중앙 정치 운영원리의 변동과 사회경제적 발전늘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17세기 중앙 붕당 朋黨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림정치의 질서는 격화되었던 정쟁으로 인해 부정당했고, 영조와 정조시대 탕평정치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였다. 또한 경제적으로 조선전기에 볼수 없었던 상품경제가 활발하게 발전하였다. 전란의 복구과정에서 농업 생산력의 증대로 인한 잉여농산물의 유통, 대동법의 실시로 종래 현물로 수취하던 것을 시장에서 구입 하므로서 상품경제의 발전에 자극을 주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사회의 신분 질서가 흔들리는 원이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은 수도 한양과 경기 지역이었다. 급속한 정치 사회적 변동은 종래 정치행정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을 물류유통의 중심지로 변화시켰고 도시의 발전을 견인 하였다.
사회적으로 서당 교육이 보급되었고 서민사회. 경제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서민문화가 성장 하였다. 조선후기 사회와 변화 속에서 시중에서 파는 책 (방각본)이 나왔고 이에따라 장서가 등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