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소개
유재용의 <관계>는 단편소설이 가지고 있는 단일성을 잘 지키고 있으면서도, 폭넓게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나 작가 의식이 장편 못지않은 심원함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작품의 내면에 흐르는 전통적 삶의 의식이나 사고가 불교적 인연설에까지 뿌리가 닿을 수 있도록, 은연중 배어 나오는 고독한 작가적 역량과 간결한 문장도 손색이 없다.
목차
- 대상 수상작
<관계> 유재용
- 추천우수작
<우상의 눈물> 전상국
<새와 나무> 이청준
<모자> 김원일
<마지막 징소리> 문순태
<어둠의 집> 오정희
<엄마의 말뚝> 박완서
<그 겨울> 이문열
- 심사평
- 수상소감
<관계> 유재용
- 추천우수작
<우상의 눈물> 전상국
<새와 나무> 이청준
<모자> 김원일
<마지막 징소리> 문순태
<어둠의 집> 오정희
<엄마의 말뚝> 박완서
<그 겨울> 이문열
- 심사평
- 수상소감
책 속으로
'이러다가 탄로나면 어떡합니까?'
내 목소리는 떨려 나왔다.
'그렇게 겁낼 것 없어요. 만복씨 마음 속으루 나는 이만복이가 아니라 장현삼이다, 이렇게
만 생각하시오. 약혼식을 하든 결혼식을 하든 그보다 더 한 것을 하든 이만복이가 아니라
장현삼이가 하구 있는 것이라구 말이오. 자 내 눈을 보시오.'
장현삼씨가 내 눈을 뚫어져라 쏘아보며 말했다. 나도 그 눈을 맞받아 바라보았다.
문득 내 몸이 장현삼씨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장현삼씨의 몸과 하나로 합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 목소리는 떨려 나왔다.
'그렇게 겁낼 것 없어요. 만복씨 마음 속으루 나는 이만복이가 아니라 장현삼이다, 이렇게
만 생각하시오. 약혼식을 하든 결혼식을 하든 그보다 더 한 것을 하든 이만복이가 아니라
장현삼이가 하구 있는 것이라구 말이오. 자 내 눈을 보시오.'
장현삼씨가 내 눈을 뚫어져라 쏘아보며 말했다. 나도 그 눈을 맞받아 바라보았다.
문득 내 몸이 장현삼씨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장현삼씨의 몸과 하나로 합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33p~34p <관계>중에서
나만큼 일자리를 많이 옮겨다닌 사람도 드물 것이다.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합해 가지고도 그 수를 다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자니 이상한 일, 어처구니 없는 일, 엉뚱한 일을 적지 않게 겪어 보았다. 장현삼씨 집에 들어가서 겪은 일만 해도 그랬다.
그해 여름 또 일자리를 잃고 빈들거리는 내 꼬락서니가 보기에 딱했던지 동네 복덕방 영감님이 손가락을 까딱까딱해 나를 불렀다.
"만복이, 자네 놀구먹느니 다문 며칠 밥 얻어먹을 자리라두 들어가 보려나?"
"식구들이 피서여행 떠나서 비어 있는 집 봐주는 일인가요?"
"지레짐작으루 아는 척 말구 생각 있는지 없는지나 말하게."
나는 며칠동안 밥 얻어먹을 자리라도 들어가 보겠노라고 대답했다.
그해 여름 또 일자리를 잃고 빈들거리는 내 꼬락서니가 보기에 딱했던지 동네 복덕방 영감님이 손가락을 까딱까딱해 나를 불렀다.
"만복이, 자네 놀구먹느니 다문 며칠 밥 얻어먹을 자리라두 들어가 보려나?"
"식구들이 피서여행 떠나서 비어 있는 집 봐주는 일인가요?"
"지레짐작으루 아는 척 말구 생각 있는지 없는지나 말하게."
나는 며칠동안 밥 얻어먹을 자리라도 들어가 보겠노라고 대답했다.
--- p.21
'53.문학의 이해 (독서>책소개) > 3.한국문학(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와 나비 (2003: 김인숙) (0) | 2022.02.13 |
---|---|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0) | 2022.02.13 |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1980~90년대 :최윤) (0) | 2022.02.13 |
겨울의 환 (1989: 김채원) : 밥상을 차리는 여자 (0) | 2022.02.13 |
고등어 (1994: 공지영 장편소설 ) (0) | 2022.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