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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현대 문제적 인물들의
묘지를 찾아 떠난 역사 기행
“묘지”라는 키워드로 여행 인문학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작가 이희인이 우리나라 근현대 인물들의 묘지를 답사하며 정치와 문화의 역사를 살핀다. 2019년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해외편)을 통해 ‘인문학 여행 에세이’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저자는 우리나라 곳곳의 묘지를 돌아보며 근대 이후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인들의 죽음과 삶을,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정리한다.
시기적으로 조선 후기와 구한말, 일제강점기,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를 큰 줄기로 삼아 구성된 이 책은 전봉준과 정약용부터 김수영과 노무현까지, 김정희와 김홍도부터 이중섭과 유재하까지 실학자,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들을 비롯해 시인, 문학가, 대중 예술인 등 70여 명 인물의 묘지를 답사한다. 묘지라는 키워드로 우리 근현대사의 정치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더듬어볼 수 있는 사색의 책이자 역사서인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근대로의 꿈과 좌절
01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짧은 글 1: 중세 질서로부터의 탈출 ─ 이익, 홍대용, 박지원
02 글씨 속으로,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 김정희, 김홍도
03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는 어마어마한 말 ─ 최제우, 최시형
04 빈 무덤들 ─ 김옥균, 전봉준
05 을씨년스러운, 너무나 을씨년스러운 ─ 고종, 명성황후, 엄비
짧은 글 2: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절두산 성지
2부 친일과 항일의 갈림길에서
06 3 · 1 만세운동 이후의 길 ? 망우리 묘지 ─ 유관순,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조봉암
07 도심 속 두 공원묘지 ─ 김구,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안창호
08 금지된 이름들, 영남의 반골들 ─ 권오설, 김재봉, 이육사, 김원봉, 이상화
09 아무르 강가에서 울었다 ─ 조명희, 최재형, 이상설, 김알렉산드라
짧은 글 3: 해외에 묻힌 한인들 ─ 주세죽, 김규면, 홍범도, 윤이상
10 감옥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 ─ 안중근, 신채호, 이회영
3부 시인과 작가들의 내면 풍경 1
11 동주의 두만강에서 백석의 압록강으로 ─ 윤동주, 백석
짧은 글 4: 지안에서 만난 고구려의 묘지들
12 식민지 시대에 리얼리스트로 사는 법 ─ 염상섭, 채만식, 최남선, 현진건
짧은 글 5: 남한만의 문학이 탄생한 자리 ─ 김동리, 서정주, 황순원, 조지훈
13 1950년대가 묻힌 자리 ? 망우리 묘지 2 ─ 이인성, 이중섭, 채동선, 차중락, 함세덕, 박인환
4부 나라를 세우는 일, 바로 세우는 일
14 중도 혹은 사잇길의 무덤들 ─ 이준, 김병로, 이시영, 신익희, 여운형
15 국립묘지에는 누가 잠들어야 하는가 ─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힌 이들
짧은 글 6: 파주 적성면 북한군묘지에서
16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전태일, 이소선, 조영래, 김근태, 백기완, 문익환, 박종철
17 어떻게 살 것인가, 물으러 묘지에 갔다 ─ 김수환, 법정, 장일순, 김종철, 권정생
5부 시인과 작가들의 내면 풍경 2
18 당신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만 나는 왜 쓰는지 알아 ─ 신동엽, 김남주, 김수영
19 사마천의 천형을 짊어지고 살다 ─ 박경리, 이청준, 최인호, 박완서, 전혜린, 최인훈
20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기형도, 박영근, 천상병, 박정만
21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 유재하, 김현식, 이영훈, 최헌
에필로그 ●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그곳에 잠든 게 아니라오 ? 노회찬, 신영복, 노무현
저자 소개
저 : 이희인
젊은 날 많은 영감과 가르침을 준 인물들이 망자가 되어 누운 자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각 분야 거장들의 묘지를 책처럼 읽음으로써 그들이 이 세상에 던진 위대한 생각과 인간적 온기를 곱씹고 싶었다. 하여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가와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무덤 앞에 섰다. 묘지에서 그들의 저서나 작품을 다시 읽으며 사색과 명상에 잠기는, 일종의 ‘묘지인문학 여행’을 한 것이다.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가 ...
책 속으로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이는 마치 삶이 죽음 위에 마련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조상의 살과 뼈가 썩은 흙에서 자라난 작물을 먹으며 산 사람이 삶을 연명하고, 그 역시 한 줌 흙으로 화해 후손들을 살찌우는 거대한 순환 속에 우리는 살아왔다. …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며, 죽음은 삶을 살아가는 가장 훌륭한 푯대이자 교사가 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타인들과 공유하는 한 방편으로, 앞선 유럽 묘지 기행과 함께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1866년 병인양요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그해, 조정은 죄 없는 천주교인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어 이곳에서 수많은 교인을 처형했다. 병인박해로 무고한 신자 8000여 명이 이곳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확인된 희생자 수는 29명뿐이다. 곳곳에 적힌 여러 기록과 김대건, 이승훈의 상, 그리고 소박하게 표현된 예수 그리스도 석상을 마주하다가 한강의 저녁놀을 바라보았다. 근대는 그 넘실대는 물길을 따라 나침반과 성경, 학문뿐만 아니라, 피와 눈물, 박해와 탄압의 역사를 싣고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리라.
---「짧은 글 2: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절두산 성지」중에서
큰길을 따라 대략 500여 미터를 오르니 길가 우측에 염상섭 묘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샛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야트막한 산비탈 앞쪽에 작가의 묘지가 보였다. 둔덕으로 올라서서 묘지를 등지고 내려다보니 연둣빛 버드나무와 분홍빛 벚꽃이 온 산에 난만했다. 긴 겨울 지나 새롭게 돋아나는 대지의 빛깔은 몽롱하게 사람을 흥분시켰다. 연두는 초록보다 강했고, 분홍은 빨강보다 진했다. 봄물이 오른 공동묘지의 수풀 너머로 빽빽한 아파트촌이 우뚝 솟아 있었다.
---「12 식민지 시대에 리얼리스트로 사는 법」중에서
모란공원은 1966년에 묘지로 조성되기 시작해, 1969년부터 안장이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약 1만 3000기의 무덤이 들어섰다. 모란공원이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지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며 당신의 한 몸을 불사른 청년 전태일(1948-1970)이 이곳에 묻히면서부터였다. 그 뒤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열사들이 멸한 육신으로 이 묘지를 찾았다. 여기 묻힌 민주, 노동, 인권운동 관련 열사들 묘지가 대략 150여 기라고 한다.
---「16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중에서
온몸으로 시를 밀고 나가고, 온몸으로 자유를 외쳤던 시인의 묘비 앞에서 말 없는 대화를 나눈다. 나는 얼마나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며 큰 마음을 갖지 못했던가. 나는 얼마나 작은가. 그의 시에서 ‘나’를 읽는다.
---「18 당신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만 나는 왜 쓰는지 알아」중에서
메모리얼파크에서 발견한 최헌의 묘지는 주변 묘지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대리석 한 기의 묘지였다. 최헌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까?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하던 그의 노래 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까? 하얀 대리석 위에 최헌의 캐리커처와 함께 그의 대표곡 〈가을비 우산 속〉의 가사가 적혀 있었다.
---「21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중에서
이런 깊이 없음의 시대에도 우리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기며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인물들은 늘 곁에 있었다. 그들은 생전의 업적이나 작품 때문에 위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잠든 자리에서마저 우리에게 끊임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오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을 길을 물으러 나는 묘지에 갔다”
역사의 발자취에 남겨진 인물의 묘지에서
발견한 죽음 그리고 삶의 기록
2019년 전작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해외편)를 통해 “묘지”라는 키워드로 여행 인문학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작가 이희인이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묘지를 답사했다. 20여 년 전부터 해외여행을 떠날 때마다 유명인들의 묘지를 찾은 저자는 그만큼 자주 우리나라 곳곳의 묘지와 무덤을 찾았고, 이번에 그동안 답사한 우리나라 묘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 책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국내편)은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묘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가지만, 그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전작이 근대 이래 세계사의 중심 자리를 꿰찬 서양 문화의 뿌리를 좇는 학문, 예술 기행에 가까웠다면, 이번 책은 다분히 “근현대 인물사”의 성격이 강하다. 서구와의 만남과 식민 경험,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격랑의 근현대사 속에 첨예하게 대립한 가치들이 명멸해온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해온 수많은 유명인의 묘지를 찾아 서울 망우리 묘지부터 제주, 전남 땅끝을 넘어 만주와 러시아 하바롭스키까지 오갔다.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도 다양하다. 추사 김정희, 정약용 형제와 전봉준, 최제우 등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수놓은 인물부터 유관순과 김구, 권오설, 김알렉산드라, 안중근 등 독립운동에 몸 바친 열사들, 이준, 여운형, 전태일, 조영래, 문익환, 김종철, 권정생 등 한국전쟁 이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헌신한 인물, 그리고 윤동주와 백석, 한용운, 염상섭, 황순원, 이중섭부터 신동엽, 박경리, 이청준, 기형도, 그리고 유재하와 김현식까지 글과 그림, 음악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 작가들의 내면 풍경까지 담았다.
수많은 묘지를 기행하고, 그 주인들을 되짚어보면서 저자가 찾으려 한 것은 그들의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다.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무수한 인물들의 묘지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성찰하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 묘지가 멀리하고 기피할 장소만은 아닌, 삶의 의미와 가치관의 혼돈을 느낄 때 찾아가 마음을 여미고 올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무덤의 역사, 역사의 무덤을 만나는 새로운 여행”
묘지를 통해 만나는 우리나라 근현대 인물사
전북 정읍에는 전봉준의 묘가 있다. 물론 그의 시신은 행방이 묘연하기에 그곳에 있는 묘는 시신이 없는 허묘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으나 그와 다른 길을 선택한 김옥균의 묘(충남 아산 영인면)도 허묘다. 저자는 두 사람의 빈 무덤을 돌아보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의 묘를 찾아나선 김에 광주 천진암에 가고, 《자산어보》가 탄생한 흑산도에 가고, 다시 남양주에 간다. 김정희의 삶을 추적하며 유배지인 제주와 그의 묘가 있는 충남 예산으로 향한다. 명성황후가 잠든 영휘원에서 엘리스 루스벨트(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가 올라탄 석수를 찾으러 홍릉으로 떠나면서 구한말의 외교 상황과 고종의 삶을 살핀다.
또한 저자는 효창공원에서 기묘한 역사를 이야기한다. 효창공원은 해방 후 김구가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의 유해를 모신 곳이고, 안중근의 허묘가 있는 곳이며, 훗날 김구 자신이 몸을 누인 곳이다. 현충원이 없던 시절 효창원은 국가 묘원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효창원을 의식해 출입자를 불시검문할 정도였고, 급기야 맞은편에 거대한 운동장을 지었다. 박정희 정권은 김구의 묘역 바로 위에 반공투사위령탑을 세우더니 육영수 여사 공덕비도 세웠다. 그 뒤 효창공원은 명칭도, 관리 주체도 몇 차례 바뀌었고, 밤마다 거대한 조명등이 켜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사람들의 함성이 울리는 기묘한 공간이 되었다.
이렇듯 이 책은 묘지를 통해 근현대 인물의 역사을 추적하는 책답게, 단순히 유명인의 묘지만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인물과 관련한 기념관이나 문학관, 생가, 역사적 현장 등 유관한 장소들도 함께 안내한다. 아울러 해당 인물이 살았던 시대적 환경 등을 더듬어 우리가 익히 아는 도시, 장소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단순히 풍광과 맛만을 즐기는 소비적인 여행을 넘어, 학문과 사색의 여행을 제공한다.
잊히지 않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묘지의 사잇길에서 마주치는 역사와 예술, 그 영원의 길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며, 죽음은 삶을 살아가는 가장 훌륭한 푯대이자 교사”이다. 묘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순환”이라는 삶의 키워드에 맞닿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조상의 살과 뼈가 썩은 흙에서 자라난 작물을 먹으며 산 사람이 삶을 연명하고, 그 역시 한 줌 흙으로 화해 후손들을 살찌우는 거대한 순환” 속에 우리는 살아가기 때문이다.
묘지가 말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영원이다. 육신은 비록 한 기 묘지에 담길지라도 그 주인이 남긴 역사와 예술은 새로운 생명을 얻고 새로운 역사를 따라 살아간다. 묘지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마주치는 모든 순간과 묘지와 묘지를 잇는 사잇길에서 마주치는 역사는 결코 사라지고 잊힌 것이 아니다. 그 길의 끝에 있는 묘지와 그 주인을 둘러싼 삶의 궤적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역사는 다시 살아나고 예술은 영원의 빛을 발한다.
충남 예산 신암면에는 추사 김정희의 생가와 그의 묘지가 함께 있다. 그곳의 추사고택에 가면 나무 기둥마다 세로로 써 붙인 그의 글씨를 볼 수 있다. 김정희의 삶은 그 글씨를 통해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경주시 현곡면 구미산 동쪽 능선에 자리한 최제우의 묘 일대는 천도교 용담성지가 되어 평등 세상을 꿈꾼 그의 사상이 이어지고 있다. 망우리 묘지의 사잇길을 걷노라면 한용운과 오세창, 방정환, 조봉암 등의 묘지가 처연하게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 어느 공설묘지에 잠들어 있는 천상병의 묘지 곁에 놓인 묘비에는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귀천〉의 한 구절이 생전의 천진한 웃음처럼 가뿐한 서체로 새겨져 있다.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있는 작곡가 이영훈의 묘지에는 “광화문 연가”라 적힌 검정 대리석이 눈길을 끈다. 그가 생전 자신의 페르소나였던 가수 이문세에게 했다던 “문세 씨, 우리가 만든 발라드가 후세에 남을 수 있게 해줘요. 우리가 젊었을 때 몸 바쳐서 만든 거잖아”라는 말처럼, 그의 음악은 영원의 길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있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6219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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