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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연암 박지원. 우리 역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이름 석 자는 알고 있는 인물이다. 연암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걸고 조선의 부흥을 꾀한 대표적인 실학자 중의 한 명이다. 연암은 그때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호방한 문장과 통렬한 풍자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암의 모습이다. 그러나 뛰어난 두 가지 업적이 오히려 연암의 실체를 커튼 저편으로 감추었다.
이 소설에서는 실학자로서, 문장가로서의 연암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쉰다섯의 나이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백성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민관으로서의 연암의 고민과 노력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 소설에서는 실학자로서, 문장가로서의 연암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쉰다섯의 나이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백성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민관으로서의 연암의 고민과 노력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꽃과 열매를 맺은 땅을 그리며
오랜 구악(舊惡)을 일거에 없애다
작은 도둑, 큰 도둑 모두 잡아들이다
상림과 화림 풍류에 취하다
조선의 여인들
물레방아를 만들고 개간을 시작하다
궁벽한 고장의 가난한 제후(諸侯)
벗들을 목 놓아 부르다
공자님도 비천한 일에 능했고 나 역시 그러하다
송덕비도 뿌리치고 홀로 떠나는 길
오랜 구악(舊惡)을 일거에 없애다
작은 도둑, 큰 도둑 모두 잡아들이다
상림과 화림 풍류에 취하다
조선의 여인들
물레방아를 만들고 개간을 시작하다
궁벽한 고장의 가난한 제후(諸侯)
벗들을 목 놓아 부르다
공자님도 비천한 일에 능했고 나 역시 그러하다
송덕비도 뿌리치고 홀로 떠나는 길
책 속으로
군자와 소인은 원래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군자란 지금의 양반이고, 소인이란 그 옛날의 곤궁한 백성으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소인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양반들이 가장 먼저 보살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소인을 보살피지 않고 오히려 괴롭히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군자가 아니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백성이 없으면 군자 또한 먹고살 수가 없으며, 나라도 백성이 많은 것이 득이 되지 군자가 많은 것이 득이 되지는 않는다. 이 점은 공자님을 비롯한 옛 성현들이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한 말씀이다. 그런데 지금은 백성을 보살필 능력이 안 되는 양반의 수가 늘어 앞으로 백 년 안에 이 땅은 모든 백성이 양반이 될 형편이다. 나라의 법이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은 소인, 즉 백성이 아니라 양반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양반들은 두려운 것을 모르니 참으로 큰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너와 같은 백성들이 곧 나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이 나라 조선이 옳게 설 것이다. ---p. 89
내가 관복을 벗는 일이 있더라도 궁상을 떠는 일은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한양 재상의 팔다리 역할을 하라는 말이 아닌가.
“허허허. 제가 지금에 이르러 말단 한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암골에서 직접 농토를 일구며 살 때도 가난의 ‘가’ 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소이다. 또한 파당을 짓는 것이 싫어 과거마저 포기한 것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재상의 심부름을 온 자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공이 보신 것처럼 궁벽한 외진 고을이 맞습니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마치 중국 어느 시대의 제후가 된 기분입니다. 이 고장에는 제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구가 오천 호나 됩니다. 이 고을에는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도 있고 창고만 해도 도합 다섯 곳입니다. 이만한 고을을 경영하는 것은 그 옛날 중국의 제나라나 초나라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 낀 작은 제후국 정도는 된다고 할 것입니다. 넉넉한 것은 덜어 부족한 것을 채우고, 부족한 것은 궁리하고 갈고닦아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단 말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도 감히 제후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후가 부럽지 않은 사람이 어찌하여 궁상을 떨고 신병을 탓하여 동정을 얻으려 하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앞에 앉은 자는 내 말에서 반박할 대꾸거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p. 216
질서 있게 구휼이 실시됐다. 백성들은 주린 배를 죽 한 사발로 채우면 만족해했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저 많은 백성들이 한 끼를 때우지 못해 추운 산과 들을 헤매야 하다니. 조선은 언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나 절망할 일은 아니었다. 아직은 조선의 힘이 미약하나 후대, 후대가 아니면 그 후대에 이르러 청나라를 능가하는 부강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자들은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대에 오는 선각자들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밝혀 이 나라, 이 백성의 위용을 만천하에 휘날릴 것이다.
많은 벗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 살아생전에는 그날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뿌린 씨앗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먼 훗날에 후대가 밝힐 것이다. 그뿐, 더 이상 명성이나 사적인 부를 추구하는 것은 살아가는 목표가 될 수 없다. 나의 다짐이자 벗들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백성들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을 훗날로 미루는 변명거리이기도 했다. 진실로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훌훌 죽을 들이마시는 백성들에게 위민관 행세를 한 내가 스스로 죄를 고하는 마음뿐이다.
내가 관복을 벗는 일이 있더라도 궁상을 떠는 일은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한양 재상의 팔다리 역할을 하라는 말이 아닌가.
“허허허. 제가 지금에 이르러 말단 한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암골에서 직접 농토를 일구며 살 때도 가난의 ‘가’ 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소이다. 또한 파당을 짓는 것이 싫어 과거마저 포기한 것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재상의 심부름을 온 자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공이 보신 것처럼 궁벽한 외진 고을이 맞습니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마치 중국 어느 시대의 제후가 된 기분입니다. 이 고장에는 제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구가 오천 호나 됩니다. 이 고을에는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도 있고 창고만 해도 도합 다섯 곳입니다. 이만한 고을을 경영하는 것은 그 옛날 중국의 제나라나 초나라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 낀 작은 제후국 정도는 된다고 할 것입니다. 넉넉한 것은 덜어 부족한 것을 채우고, 부족한 것은 궁리하고 갈고닦아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단 말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도 감히 제후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후가 부럽지 않은 사람이 어찌하여 궁상을 떨고 신병을 탓하여 동정을 얻으려 하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앞에 앉은 자는 내 말에서 반박할 대꾸거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p. 216
질서 있게 구휼이 실시됐다. 백성들은 주린 배를 죽 한 사발로 채우면 만족해했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저 많은 백성들이 한 끼를 때우지 못해 추운 산과 들을 헤매야 하다니. 조선은 언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나 절망할 일은 아니었다. 아직은 조선의 힘이 미약하나 후대, 후대가 아니면 그 후대에 이르러 청나라를 능가하는 부강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자들은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대에 오는 선각자들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밝혀 이 나라, 이 백성의 위용을 만천하에 휘날릴 것이다.
많은 벗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 살아생전에는 그날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뿌린 씨앗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먼 훗날에 후대가 밝힐 것이다. 그뿐, 더 이상 명성이나 사적인 부를 추구하는 것은 살아가는 목표가 될 수 없다. 나의 다짐이자 벗들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백성들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을 훗날로 미루는 변명거리이기도 했다. 진실로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훌훌 죽을 들이마시는 백성들에게 위민관 행세를 한 내가 스스로 죄를 고하는 마음뿐이다.
---p. 318
출판사 리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휴머니스트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 연암 박지원을 통해 보다!
연암 박지원.
우리 역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이름 석 자는 알고 있는 인물이다. 연암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걸고 조선의 부흥을 꾀한 대표적인 실학자 중의 한 명이다. 연암은 그때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호방한 문장과 통렬한 풍자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암의 모습이다. 그러나 뛰어난 두 가지 업적이 오히려 연암의 실체를 커튼 저편으로 감추었다.
이 소설에서는 실학자로서, 문장가로서의 연암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쉰다섯의 나이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백성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민관으로서의 연암의 고민과 노력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백성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에게 연암과 같은 목민관이 있는가
연암의 눈길은 언제나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향했다. 연암은 서얼 출신, 중용되지 못한 몰락한 가문 출신, 사회적으로 비천한 계급에 속했던 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는 수준을 벗어나 이용후생(利用厚生)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연암은 선정을 베푸는 수준을 넘어 차별 받는 고단한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안을 찾아낸 뛰어난 행정가였다.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했던 연암 박지원. 백성을 평안하게 만들고, 나라의 안녕과 부강을 강구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이 나라의 목민관이었던 그는 뛰어난 사상가이자 사랑을 실천하는 활동가였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상과 고을 행정을 조화롭게 성공시킨 최고의 지도자였다. 이것이 20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그를 다시 찾는 이유이다. 자신의 이익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백성의 편에 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지도자. 진정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연암 박지원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또 한 번 되새긴다.
“우리와 뜻이 같은 사람들이 각자 있는 곳에서
조금씩 바꾸고 공력을 기울이면당장은 눈에 띄는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달라진 세상을 보게 될 걸세.
길게, 넓게 보도록 하세. 혹시 아는가, 이백 년쯤 후에는
우리들이 그리던 세상이 와 있을지도 모르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 연암 박지원을 통해 보다!
연암 박지원.
우리 역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이름 석 자는 알고 있는 인물이다. 연암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걸고 조선의 부흥을 꾀한 대표적인 실학자 중의 한 명이다. 연암은 그때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호방한 문장과 통렬한 풍자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암의 모습이다. 그러나 뛰어난 두 가지 업적이 오히려 연암의 실체를 커튼 저편으로 감추었다.
이 소설에서는 실학자로서, 문장가로서의 연암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쉰다섯의 나이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백성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민관으로서의 연암의 고민과 노력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백성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에게 연암과 같은 목민관이 있는가
연암의 눈길은 언제나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향했다. 연암은 서얼 출신, 중용되지 못한 몰락한 가문 출신, 사회적으로 비천한 계급에 속했던 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는 수준을 벗어나 이용후생(利用厚生)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연암은 선정을 베푸는 수준을 넘어 차별 받는 고단한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안을 찾아낸 뛰어난 행정가였다.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했던 연암 박지원. 백성을 평안하게 만들고, 나라의 안녕과 부강을 강구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이 나라의 목민관이었던 그는 뛰어난 사상가이자 사랑을 실천하는 활동가였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상과 고을 행정을 조화롭게 성공시킨 최고의 지도자였다. 이것이 20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그를 다시 찾는 이유이다. 자신의 이익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백성의 편에 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지도자. 진정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연암 박지원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또 한 번 되새긴다.
“우리와 뜻이 같은 사람들이 각자 있는 곳에서
조금씩 바꾸고 공력을 기울이면당장은 눈에 띄는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달라진 세상을 보게 될 걸세.
길게, 넓게 보도록 하세. 혹시 아는가, 이백 년쯤 후에는
우리들이 그리던 세상이 와 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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