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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동방박사님 2021. 12.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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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홍준의 입담으로 되살려낸 조선 제일의 천재 추사 김정희
200년 전 중국과 일본을 사로잡은 ‘한류의 원조’ 유럽에 다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겐 추사 김정희가 있다!


한국 인문서를 대표하는 독보적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방대한 자료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담은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를 펴냈다. 그동안 우리 문화유산만큼이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한국 문화사의 거인 추사 김정희를 재조명하기 위해서다. 추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쏟아지고, 그의 작품들이 줄줄이 보물로 지정되며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단편적인 수준에서 논의되는 추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역작이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간 파편적으로 이해되어온 추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의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예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지는 한편, 그 속에 녹아든 추사 학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여느 학술서 못지않게 탄탄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전공자가 읽으면 학술이 되고 일반 독자가 읽으면 문학이 되는’ 잘 쓰인 교양서다. 책에 실린 280여 점의 도판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세한도』,『불이선란』 등 기존의 대표작뿐 아니라 『침계』,『대팽고회』,『차호호공』 등 최근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들과 그 제작 경위까지 상세히 실려 있어 도판만 따라 읽어도 추사 예술세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추사체의 변천을 비롯한 추사 예술의 흐름까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혹은 학자로, 혹은 예술가로, 혹은 정치인으로, 다양한 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불세출의 천재 추사 김정희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사적 지평을 넘어 조선 후기의 문화와 격동의 역사까지 함께 들어온다.

‘세한도’와 ‘추사체’를 넘어 추사 학예의 실상과 마주하다
추사 김정희 하면 흔히 추사체를 떠올리지만 추사체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추사체라고 불리는 글씨들의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네 살배기 아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쓴 글씨는 더없이 반듯하지만 노년의 외로움을 담은 시축에는 처연한 감성과 허허로움이 넘쳐난다. 같은 글자임에도 유배 직전에 쓴 대둔사 『무량수전』 현판은 ‘난자완스’처럼 기름기가 넘치고 유배 시절에 쓴 은해사 『무량수전』 현판은 ‘칼국수 국숫발’처럼 뼛골의 힘이 살아 있다. 따라서 추사의 개성적인 글씨, 즉 추사체를 이해하려면 먼저 추사가 어떤 삶의 경험과 조건 속에서 그 글씨를 썼는지 알아야 한다. 이는 비단 서예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추사와 연경학계의 교유를 모르고서는 추사 학문의 기반이 왜 경학과 고증학, 금석학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추사가 겪은 삶의 고난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예술세계가 어째서 그토록 급격하게 바뀌었는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전기 문학의 형식을 통해 추사의 인간상과 작가상을 강조한 이 책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역사적 사실에 재미와 감동을 버무리는 유홍준 교수의 탁월한 필력은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하여, 지난한 삶의 기복 속에서 추사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저자의 안내대로 추사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추사 학예의 실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까칠한 천재는 어떻게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나?
이 책은 추사의 생애를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장에서는 왕가의 사돈집인 월성위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나 신동으로 촉망받던 어린 시절이 그려지고, 2장에는 갓 생원시에 합격한 추사가 아버지를 따라 연경을 방문하여 옹방강, 완원 등 당대의 명사들과 교유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담았다. 3장 ‘학예의 연찬’은 추사가 연경에서 귀국한 이후부터 대과에 합격하기 직전까지의 내용으로 연경학계와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청나라 학문의 신사조였던 고증학, 금석학을 들여와 조선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여기서는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무장사비 등 추사가 조선의 옛 비문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내는 경위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4장과 5장에는 추사가 서른넷 젊은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고 빼어난 기량으로 학문과 예술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며 ‘완당바람’의 주역으로 서는 모습을 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오만으로 비칠 만큼 자신만만한 성격과 날카로운 독설로 미움을 사는 일이 많았고, 예술이나 학문 면에서도 중국의 것을 답습하거나 조금 변형하는 수준에 그쳤다. 추사가 인생관의 대반전을 이루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계기가 된 것은 9년간의 제주도 유배였다. 6장 ‘세한도를 그리며’와 7장 ‘수선화를 노래하다’는 이때의 이야기로, 탱자나무 울타리에 고립된 채 끊임없는 질병의 고통과 싸우던 추사의 외로운 나날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8장에서는 유배에서 풀려난 추사가 오늘날의 용산 근처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수많은 명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강상시절을 다룬다. 추사 글씨의 최고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잔서완석루』와 거의 신품의 경지로 평가받는 『불이선란』 등이 모두 이 시절의 소산이다. 이처럼 궁핍한 처지에도 독서와 서화로 유어예(遊於藝)하던 추사에게 날벼락 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오랜 벗 권돈인을 둘러싼 정쟁에 휘말려 차디찬 북청 땅으로 유배된 것이다. 9장에서는 북청 유배시절 자작나무 굴피집에 살면서도 벗들과 어울리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유적지를 답사하고 시와 글씨를 지으며 마음을 잃지 않았던 추사의 일상을 차분히 추적한다. 마지막 10장에는 해배되어 과천의 한 초당으로 들어간 추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성과 보편성의 가치와 관용의 미덕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과 예술 모두를 원숙한 경지로 마무리해가는 과정이 담겼다. 결국 추사는 고된 삶의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하고, 이로써 우리 문화사를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 문화사의 자랑, 추사 김정희
추사는 단순히 유명한 서예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서예뿐만 아니라 경학·금석학·고증학·시문·다도·미술품 감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 국제적인 학예인이었다. 학문 면에서 추사는 당시 학문의 신사조이던 청나라의 고증학과 금석학을 들여와 조선의 현실에 적용했고, 치열한 자기화 · 토착화 작업을 통해 조선에서 이룩한 성과를 다시 연경에 전함으로써 조선과 중국 학계를 아우르는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경성제대 교수를 지낸 일본의 대표적인 동양철학자 후지쓰카 지카시(藤塚?)는 “청조학 연구의 제1인자는 추사 김정희”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예술 면에서 당시 추사가 차지했던 국내외적 위상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200년 전 중국과 일본에 첫 한류를 일으킨 그의 글씨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림에 있어서도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와 비견될 만큼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조선·청나라·일본 할 것 없이 추사의 글과 글씨를 갖고자 하는 문인·학자들이 줄을 이었다. 청나라 문인 정조경이 추사를 만나 인사드리는 장면을 상상해 그린 〈문복도〉는 당시 추사의 국제적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처럼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를 무대로 학문과 예술을 전개하여 높은 성과와 인기를 얻은 추사의 삶은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랑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답사기’ 시리즈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워왔듯, 이 책 『추사 김정희』역시 한국 문화사를 대표하는 위인 추사 김정희를 제대로 알게 하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답사기’ 유홍준 교수의 30년 추사 공부를 담다
추사 김정희는 조선시대 서화 연구자로서 유홍준이 오랫동안 넘고자 했던 산이었다. 1988년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추사 김정희론을 연구 주제로 삼은 그는 2002년 그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완당평전』(전3권)을 펴냈고, 그 후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사를 주제로 강의하며 대중에게 추사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을 전파해왔다. 그리고 2018년, 추사 김정희에 대한 30년간의 도전을 갈무리하며 저자는 2006년 절판시켰던 『완당평전』을 다시 꺼내들었다. 출간 후 논란을 낳았던 오류들을 모두 수정하고 새롭게 발견된 작품이나 내용들도 추가했다. 전문적·학술적인 이야기는 과감하게 덜어내 분량을 대폭 줄이고, 특유의 편안하고 유쾌한 입담을 더해 가벼운 대중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 『추사 김정희』는 탄생부터 만년까지, 파란 많은 일대기를 중심으로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역작이다. “명작은 명작으로, 대가는 대가로 통한다”는 말처럼 유홍준이 풀어내는 추사 김정희는 분명 다르게 읽힌다.

목차

서장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제1장 월성위 집안의 봉사손
제2장 감격의 연경 60일
제3장 학예의 연찬
제4장 출세와 가화
제5장 일세를 풍미하는 완당바람
제6장 세한도를 그리며
제7장 수선화를 노래하다
제8장 강상의 칠십이구초당에서
제9장 북청의 찬 하늘 아래
제10장 과지초당과 봉은사를 오가며

종장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후기 『완당평전』에서 『추사 김정희』로
 

추천평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나라 안팎으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자신은 늘 한국미술사 연구자로 자칭하며 자부해왔다. 일찍부터 추사를 연구하여 드디어 『추사 김정희』를 완성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추사가 단지 미술가가 아니고 한국과 동아시아의 지성사에 우뚝한 위인이듯이, 유홍준의 전기 역시 미술사의 국한을 훌쩍 넘는다. 온갖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의 궁금증을 탁탁 짚어내는 ‘답사기’ 저자의 공감능력도 여전하고 그 이야기 솜씨는 장편서사의 규모를 얻었다. 한국 전기문학의 몇 안 되는 고전으로 남으리라 믿는다. -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예전에 내가 우전 신호열 선생께 직접 들은 말이 있다. “추사가 등장한 이후 우리나라 서화 값은 추사가 기준이 되었다.” 추사는 고품질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한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위당 정인보 선생의 『완당전집』 서문에서 눈여겨본 대목이 있다. 세상이 추사를 높이 아는 것은 오직 서예이고 좀 나아가면 고증학을 말하는 정도라 한다. “서예와 고증학에 대해서도 피상적으로 중시할 뿐 그 ‘참’을 터득한 자 과연 몇이나 될까-” 유홍준 교수는 이 문제를 놓고 고심하면서 『완당평전』을 세 권으로 엮어냈고 16년이 지났다. 그사이 공부를 더 깊게 하고 정수를 뽑아 한 권으로 이 책을 간행하니 실로 기대되는 바 크다. - 임형택(성균관대 명예교수)

인문학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평전이다. 노성한 학자의 경지에 이르러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추사 김정희』는 종잡기 힘든 추사의 생애와 예술과 학문을 삶의 경로에 따라 요령있게 안내하였다. 거장 추사의 세계를 한 권의 평전에 농축하여 쓴 수락석출(水落石出)의 저술로 평전의 모범으로 기억될 것이다. - 안대회(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