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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 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사원이거나 정규직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고용 신분을 배당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지위, 서열 등에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에 어째서 이런 신분제가 부활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는 말: 지금은 고용 신분 사회
1장 신분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2장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파견 노동자의 눈물
3장 시간제 노동은 차별받는 고용의 대명사
4장 정규직은 사라질 것인가
5장 기업은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
6장 왜 정부는 빈곤 개선에 게으를까?
7장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가기 위하여
나오는 말: 변화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해제: 고용 신분 사회를 깨기 위한 역설?김종진
옮긴이의 말
주요 참고문헌
들어가는 말: 지금은 고용 신분 사회
1장 신분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2장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파견 노동자의 눈물
3장 시간제 노동은 차별받는 고용의 대명사
4장 정규직은 사라질 것인가
5장 기업은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
6장 왜 정부는 빈곤 개선에 게으를까?
7장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가기 위하여
나오는 말: 변화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해제: 고용 신분 사회를 깨기 위한 역설?김종진
옮긴이의 말
주요 참고문헌
책 속으로
지금은 시간제 노동자, 아르바이트, 파견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0퍼센트에 달하고, 15세부터 24세 사이의 젊은 층에 속한 아르바이트 학생과 시간제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셈이다. 그만큼 고용의 비정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신할 인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상황이 노동자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긴다. 경쟁의 압박과 세계화의 압력이 상호 작용하여 정사원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고 노동기준법마저 무시한 채 노동자를 혹사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p.25~26
일본 자본주의의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결코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노예처럼 부려먹는 노동 방식도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1980년대 후반 이래 고용과 노동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법에 의한 보호와 권리가 점차 약화되면서 전전의 암흑 공장을 연상시키는 가혹한 노동 형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되살아났다. --- p.77~78
파견 노동은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에서 영어로 ‘temporary work’라고 표현한다. 파견이라는 참담한 노동 방식을 나타낼 때에는 ‘temporary slave’(파견 노예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원래 일하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면서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업무를 맡는 제도로서 파견 노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점차 파견 상태가 지속되면서 반복적으로 일하는 노동 방식으로 변했다.--- p.95
남성 정사원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회사에 바쳐야 하는 노동 방식에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대다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일시적일망정 전업주부가 되어 가사에 전념하거나 시간제 노동자로 취업해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수밖에 없다. … 기업은 이렇게 고정된 성역할을 전제로 여성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쓰고 내다버리는 고용 관리 전략을 선택해왔다.--- p.125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정규직은 이전보다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블랙 기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듯,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젊은 정사원의 노동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졌고, 과한 업무량과 가혹한 해고 방식이 사회에 퍼져 나갔다. 그 가운데 직장 내 따돌림, 괴롭힘, 갑질의 증가가 문제로 부상했다. 이런 문제들은 우울증이나 과로 자살 등 젊은이들의 정신 장애를 발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p.157
주주 자본주의는 배당금과 주가를 올리기 위해 비용을 삭감하여 이윤을 증대시키라고 기업 측에 요구한다. 그래서 정리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의 연장 등을 촉구하는 경향이 있다. … 이러한 압력을 느낀 대기업은 미국에서든 일본에서든 경쟁하듯 인원을 감축하고 임금을 낮추며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한편, 배당금이나 내부유보 및 임원의 보수는 늘렸다. 근래 일본 대기업에서 정사원의 목을 조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는 것도 주주 자본주의의 대두와 무관하지 않다.(p.194
고용 형태 다양화의 최대 목적은 인건비 삭감과 노동시장 유동화(또는 고용의 탄력화였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정사원을, 고용 기간을 정해놓은 비정사원으로 치환하여 가능한 한 고용의 유기화有期化를 꾀할 필요가 있었다--- p.210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여러 해 동안 지속된 노동자의 임금 인하가 디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 스스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p.228
국가도 그렇고 지방도 그렇고, 비상근 직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간접 고용이나 외부 고용의 형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체가 직접적인 고용주라면 최저임금을 밑도는 저임금을 강요하기 꺼리겠지만, 민간의 파견 노동이나 업무 위탁을 이용한다면 아무리 가혹한 노동 조건일지라도 책임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p.232~233
일반적으로 임금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최대 비용에 속한다. 임금을 삭감하면 기업의 이윤은 증대한다. 다른 한편 임금이 내려가면 개인 소비는 얼어붙어 그만큼 내수가 축소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p.243
이래서는 디센트, 즉 제대로 된 노동시간이 실현될 리 없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이란 ILO 발행물에 의하면 “건강하고, 가정을 배려하고, 성평등을 추진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자가 근무 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다. 이 정의에 비추어보면 과로사를 낳는 노동시간은 도저히 제대로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일본 자본주의의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결코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노예처럼 부려먹는 노동 방식도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1980년대 후반 이래 고용과 노동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법에 의한 보호와 권리가 점차 약화되면서 전전의 암흑 공장을 연상시키는 가혹한 노동 형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되살아났다. --- p.77~78
파견 노동은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에서 영어로 ‘temporary work’라고 표현한다. 파견이라는 참담한 노동 방식을 나타낼 때에는 ‘temporary slave’(파견 노예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원래 일하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면서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업무를 맡는 제도로서 파견 노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점차 파견 상태가 지속되면서 반복적으로 일하는 노동 방식으로 변했다.--- p.95
남성 정사원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회사에 바쳐야 하는 노동 방식에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대다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일시적일망정 전업주부가 되어 가사에 전념하거나 시간제 노동자로 취업해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수밖에 없다. … 기업은 이렇게 고정된 성역할을 전제로 여성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쓰고 내다버리는 고용 관리 전략을 선택해왔다.--- p.125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정규직은 이전보다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블랙 기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듯,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젊은 정사원의 노동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졌고, 과한 업무량과 가혹한 해고 방식이 사회에 퍼져 나갔다. 그 가운데 직장 내 따돌림, 괴롭힘, 갑질의 증가가 문제로 부상했다. 이런 문제들은 우울증이나 과로 자살 등 젊은이들의 정신 장애를 발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p.157
주주 자본주의는 배당금과 주가를 올리기 위해 비용을 삭감하여 이윤을 증대시키라고 기업 측에 요구한다. 그래서 정리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의 연장 등을 촉구하는 경향이 있다. … 이러한 압력을 느낀 대기업은 미국에서든 일본에서든 경쟁하듯 인원을 감축하고 임금을 낮추며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한편, 배당금이나 내부유보 및 임원의 보수는 늘렸다. 근래 일본 대기업에서 정사원의 목을 조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는 것도 주주 자본주의의 대두와 무관하지 않다.(p.194
고용 형태 다양화의 최대 목적은 인건비 삭감과 노동시장 유동화(또는 고용의 탄력화였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정사원을, 고용 기간을 정해놓은 비정사원으로 치환하여 가능한 한 고용의 유기화有期化를 꾀할 필요가 있었다--- p.210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여러 해 동안 지속된 노동자의 임금 인하가 디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 스스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p.228
국가도 그렇고 지방도 그렇고, 비상근 직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간접 고용이나 외부 고용의 형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체가 직접적인 고용주라면 최저임금을 밑도는 저임금을 강요하기 꺼리겠지만, 민간의 파견 노동이나 업무 위탁을 이용한다면 아무리 가혹한 노동 조건일지라도 책임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p.232~233
일반적으로 임금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최대 비용에 속한다. 임금을 삭감하면 기업의 이윤은 증대한다. 다른 한편 임금이 내려가면 개인 소비는 얼어붙어 그만큼 내수가 축소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p.243
이래서는 디센트, 즉 제대로 된 노동시간이 실현될 리 없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이란 ILO 발행물에 의하면 “건강하고, 가정을 배려하고, 성평등을 추진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자가 근무 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다. 이 정의에 비추어보면 과로사를 낳는 노동시간은 도저히 제대로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 p.253
출판사 리뷰
당신은 지금 어떤 고용 신분 상태입니까?
정규직, 파견직, 시간제 등 고용 신분에 따라 죽어서도 차별받는 고용 신분 사회의 도래!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 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사원이거나 정규직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고용 신분을 배당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지위, 서열 등에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에 어째서 이런 신분제가 부활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고용 신분’의 본질이 ‘차별’임을 생각할 때 불안정한 고용 상태인 시간제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탁기가 빨래를 해주고 전기밥솥이 밥을 해주니까 살기 편해지고 시간이 남아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나온다고? 흠,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것이 ‘남자는 잔업, 여자는 시간제’라는 고용의 신분화를 정당화시키려는 통념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비정규직인가요?”
정규직, 파견직, 시간제 등 고용 신분에 따라 죽어서도 차별받는 지금은 고용 신분 사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교사들 중 두 사람이 여전히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은 업무를 했어도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라는 직위 때문에 순직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난해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작업을 하다 숨진 김 군도 보상 문제에 난항을 겪었다. 그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차별받는다는 사람들의 절박한 외침은 이러한 사례들에서 들려온다.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 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사원이거나 정규직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고용 신분을 배당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지위, 서열 등에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에 어째서 이런 신분제가 부활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간사이대학교 명예교수인 모리오카 고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학자다. 지난 2012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 ‘노동시간 단축 국제심포지엄’에서 일본의 사례를 발표했고, 2015년 9월에는 ‘과로사 방지법’ 문제로 서울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또한 일본의 노동현실에 대해 학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적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학자다. 이 책에서 그는 전전 시대부터 아베 정권까지 약 100년 간의 시대적 노동 문제를 짚어낸다. 산업화 초기의 노동 착취부터, 차별받는 파견 노동과 시간제 노동의 등장 그리고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과로사까지 살펴본다. 특히 일본 사회가 자본의 요구와 정부의 방관 속에 고용 신분 사회로 고착화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격차와 빈곤이 심화되었음을 지적한다.
차별받는 고용의 대명사, 파견·시간제 노동자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다
20세기 초 일본의 방적공장에서는 모집인을 통해 여공을 고용했다. 노동자를 모집하는 수고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와 계약을 맺는 ‘직접 고용’보다는 공급업자가 제공해주는 ‘간접 고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공들은 팔리듯이 공장에 들어와 12시간 넘게 일하며 혹사당했지만 공장은 언제든 여공을 자를 수 있었다. 이후 노동법으로 금지되었던 위법적인 노동자 공급 사업이 노동자 파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부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견 노동자는 기업이 아닌 파견 회사에 고용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배려하거나 복리후생을 챙길 필요가 없다. 그래서 파견 노동자는 파견 나간 기업의 구내 식당이나 엘리베이터조차 이용하지 못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걸려도 출근해야 하고 결근하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또한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 해고당할 위험도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44만 명이 넘는 파견 노동자들이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이 그 예다.
시간제 노동자는 기업 입장에서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이므로 주요한 노동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도리어 과중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통 시간제 노동이 단시간 노동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풀타임 못지않게 장시간 일하며 월 170시간 이상 잔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제 노동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데,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남성은 일, 여성은 가사노동이라는 성별분업 인식을 이용하여 여성을 시간제 노동자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종래의 정사원을 피라미드식 고용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했다. 장기 고용하는 정사원은 소수만 뽑고, 나머지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파견직, 시간제로 노동자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이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를 아십니까?
살인적인 노동시간, 그로 인한 과로사
비정규직은 상여금, 유급휴가, 승진, 퇴직금도 없이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규직이 되기를 원지만 저자는 정규직이 안정적인 고용 신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라는 말이 있다.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와 구로디지털단지의 기업 빌딩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과로사한 시스템 엔지니어는 하루 평균 11시간 52분을 일했으며, 어떤 때는 37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도 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 때문에 과로사와 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은 잔업 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는 연장 근무를 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는 경총의 주장에 한국 정부에서도 검토했던 ‘화이트칼라 이그잼션(White Collar Exemption)’과 같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종신 고용이 정사원의 특징이라 보고,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하거나 노동시간이 긴 것을 이에 대한 대가라고 여긴다. 이러한 정사원을 무한정 정사원이라 칭하고, 직종이나 근무지, 노동시간을 한정한 정사원인 ‘한정 정사원’을 보급하여 비정규직을 감소시키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을 가리키는 이른바 ‘중규직(中規職)’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정사원을 임금이 적고 해고하기 쉬운 한정 정사원으로 치환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정사원으로 남으려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한다. 저자는 이것이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기업만 행복한 나라!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또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결과 국가 재정은 거액의 누적 채무에 허덕이는 한편, 대기업은 사내유보금을 그득 쌓아놓고 있다. 15세부터 24세 사이의 젊은이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는 일본은 선진 17개국 중 미국에 이어 빈곤율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 저소득층은 확대되었고 중간 소득층은 몰락했으며 고소득층은 줄어들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이 책의 해제에서 일본 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변화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노동 소득 분배율은 낮은 반면 기업의 이익잉여금이나 주주 배당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노동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왔는데, 이는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가를 지원하고 정책을 유도하는 대기업의 정치 헌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용의 신분화와 소득 분포의 계층화를 진척시킨 것에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희망이나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디센트 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일자리, 괜찮은 일자리 등으로 번역되는 이 말을 저자는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이라고 번역한다. 그리고 디센트 워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파견 노동의 재고, 비정규직 노동 비율의 저하, 규제 완화 폐지, 최저임금 현실화, 성별 임금 격차 해소, 8시간 노동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가 어쩐지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또한 비정규직 증가와 저임금 노동, 고용 및 성별 임금 격차, 과로사 문제 등이 IMF 구제금융 이후 지난 20년 사이 일본 사회를 그대로 뒤쫓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길은 참담한 노동 현실을 바로잡자고 외치는 우리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제 저자가 던진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의 실현’을 고심해 볼 때다
정규직, 파견직, 시간제 등 고용 신분에 따라 죽어서도 차별받는 고용 신분 사회의 도래!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 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사원이거나 정규직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고용 신분을 배당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지위, 서열 등에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에 어째서 이런 신분제가 부활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고용 신분’의 본질이 ‘차별’임을 생각할 때 불안정한 고용 상태인 시간제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탁기가 빨래를 해주고 전기밥솥이 밥을 해주니까 살기 편해지고 시간이 남아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나온다고? 흠,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것이 ‘남자는 잔업, 여자는 시간제’라는 고용의 신분화를 정당화시키려는 통념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비정규직인가요?”
정규직, 파견직, 시간제 등 고용 신분에 따라 죽어서도 차별받는 지금은 고용 신분 사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교사들 중 두 사람이 여전히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은 업무를 했어도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라는 직위 때문에 순직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난해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작업을 하다 숨진 김 군도 보상 문제에 난항을 겪었다. 그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차별받는다는 사람들의 절박한 외침은 이러한 사례들에서 들려온다.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 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사원이거나 정규직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직, 계약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고용 신분을 배당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지위, 서열 등에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에 어째서 이런 신분제가 부활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간사이대학교 명예교수인 모리오카 고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학자다. 지난 2012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 ‘노동시간 단축 국제심포지엄’에서 일본의 사례를 발표했고, 2015년 9월에는 ‘과로사 방지법’ 문제로 서울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또한 일본의 노동현실에 대해 학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적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학자다. 이 책에서 그는 전전 시대부터 아베 정권까지 약 100년 간의 시대적 노동 문제를 짚어낸다. 산업화 초기의 노동 착취부터, 차별받는 파견 노동과 시간제 노동의 등장 그리고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과로사까지 살펴본다. 특히 일본 사회가 자본의 요구와 정부의 방관 속에 고용 신분 사회로 고착화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격차와 빈곤이 심화되었음을 지적한다.
차별받는 고용의 대명사, 파견·시간제 노동자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다
20세기 초 일본의 방적공장에서는 모집인을 통해 여공을 고용했다. 노동자를 모집하는 수고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와 계약을 맺는 ‘직접 고용’보다는 공급업자가 제공해주는 ‘간접 고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공들은 팔리듯이 공장에 들어와 12시간 넘게 일하며 혹사당했지만 공장은 언제든 여공을 자를 수 있었다. 이후 노동법으로 금지되었던 위법적인 노동자 공급 사업이 노동자 파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부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견 노동자는 기업이 아닌 파견 회사에 고용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배려하거나 복리후생을 챙길 필요가 없다. 그래서 파견 노동자는 파견 나간 기업의 구내 식당이나 엘리베이터조차 이용하지 못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걸려도 출근해야 하고 결근하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또한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 해고당할 위험도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44만 명이 넘는 파견 노동자들이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이 그 예다.
시간제 노동자는 기업 입장에서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이므로 주요한 노동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도리어 과중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통 시간제 노동이 단시간 노동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풀타임 못지않게 장시간 일하며 월 170시간 이상 잔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제 노동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데,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남성은 일, 여성은 가사노동이라는 성별분업 인식을 이용하여 여성을 시간제 노동자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종래의 정사원을 피라미드식 고용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했다. 장기 고용하는 정사원은 소수만 뽑고, 나머지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파견직, 시간제로 노동자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이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를 아십니까?
살인적인 노동시간, 그로 인한 과로사
비정규직은 상여금, 유급휴가, 승진, 퇴직금도 없이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규직이 되기를 원지만 저자는 정규직이 안정적인 고용 신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라는 말이 있다.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와 구로디지털단지의 기업 빌딩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과로사한 시스템 엔지니어는 하루 평균 11시간 52분을 일했으며, 어떤 때는 37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도 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 때문에 과로사와 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은 잔업 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는 연장 근무를 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는 경총의 주장에 한국 정부에서도 검토했던 ‘화이트칼라 이그잼션(White Collar Exemption)’과 같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종신 고용이 정사원의 특징이라 보고,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하거나 노동시간이 긴 것을 이에 대한 대가라고 여긴다. 이러한 정사원을 무한정 정사원이라 칭하고, 직종이나 근무지, 노동시간을 한정한 정사원인 ‘한정 정사원’을 보급하여 비정규직을 감소시키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을 가리키는 이른바 ‘중규직(中規職)’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정사원을 임금이 적고 해고하기 쉬운 한정 정사원으로 치환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정사원으로 남으려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한다. 저자는 이것이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기업만 행복한 나라!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또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결과 국가 재정은 거액의 누적 채무에 허덕이는 한편, 대기업은 사내유보금을 그득 쌓아놓고 있다. 15세부터 24세 사이의 젊은이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는 일본은 선진 17개국 중 미국에 이어 빈곤율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 저소득층은 확대되었고 중간 소득층은 몰락했으며 고소득층은 줄어들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이 책의 해제에서 일본 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변화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노동 소득 분배율은 낮은 반면 기업의 이익잉여금이나 주주 배당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노동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왔는데, 이는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가를 지원하고 정책을 유도하는 대기업의 정치 헌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용의 신분화와 소득 분포의 계층화를 진척시킨 것에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희망이나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디센트 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일자리, 괜찮은 일자리 등으로 번역되는 이 말을 저자는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이라고 번역한다. 그리고 디센트 워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파견 노동의 재고, 비정규직 노동 비율의 저하, 규제 완화 폐지, 최저임금 현실화, 성별 임금 격차 해소, 8시간 노동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가 어쩐지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또한 비정규직 증가와 저임금 노동, 고용 및 성별 임금 격차, 과로사 문제 등이 IMF 구제금융 이후 지난 20년 사이 일본 사회를 그대로 뒤쫓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용 신분 사회에서 빠져나갈 길은 참담한 노동 현실을 바로잡자고 외치는 우리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제 저자가 던진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의 실현’을 고심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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