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여행박사 (독서>책소개)/3.테마여행

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동방박사님 2022. 4. 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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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1편의 한국 근현대소설 속 배경지를 거닐며
어두운 역사의 흔적을 만나다

인천, 제주, 부산, 서울, 광주… 5개 도시로 떠나는 인문여행기


학살, 전쟁 등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찾아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여행, 다크투어. 이 책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비극적인 우리 역사를 그려낸 21편의 소설과 함께 다크투어를 떠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행적을 따라 5개 도시의 뒷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가 민중의 그늘진 삶을 조명해본다. 제주의 현기영, 부산의 김정한 등 도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소설은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당시 사람들의 내면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의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 여행기를 통해 미래의 빛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목차

들어가며 6

1장 개항의 물결따라 인천

1. 가난에 맺힌 땀방울
현덕 「남생이」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강경애 『인간문제』

허기진 삶의 골목 화평동 15
희망의 불씨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20
낙조의 시간 북성포구 24
여성노동운동의 뿌리 동일방직 30
괭이부리말 만석동 35

2. 항구에 드리운 낯선 그림자
오정희 「중국인거리」

이방인의 삶 차이나타운 43
자유를 잃은 거리 일본 조계지 47

2장 고립된 섬의 운명 제주

1. 여성의 바다
현기영 『바람 타는 섬』

제주의 여신들 영등할망신화공원 59
바다의 합창 해녀박물관 66
유토피아의 섬 마라도 71

2. 미군정의 비극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지상에 숟가락 하나』
「순이 삼촌」
「해룡이야기」

피로 물든 관덕정 79
끝나지 않은 세월 제주4·3유적지 84
역사의 동굴 제주4·3평화공원 108

3장 거친 삶의 파도 부산

1. 눈물 젖은 낙동강
김정한 「사하촌」
「추산당과 곁사람들」
「모래톱 이야기」

사찰의 수탈 범어사 115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 김정한 생가 124
갈대밭의 울음 을숙도 127

2. 피란수도에 솟아난 생명력
김정한 「지옥변」

1023일간의 소용돌이 임시수도기념거리 137
공동묘지 위의 판잣집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144
피란의 장터 부산의 시장들 146

4장 격변의 도시 서울

1. 도심 속 사람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지식인의 고독 종로 사거리 157
서민들의 삶터 청계천 167

2. 빌딩의 그늘
박태순 『무너진 극장』
이호철 『서울은 만원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무너진 주먹 옛 평화극장 177
종삼의 흔적 종로3가 185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다리 191

5장 어둠 속의 빛 광주

1. 유랑민의 애환
조정래 『아리랑』

독립운동가의 후손 광주 고려인마을 203

2. 민초들의 저항정신
문순태 『낮은 땅의 어머니』
임철우 『봄날』

광주의 어머니 소심당 조아라기념관 217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 광주제일고 223
열흘간의 항쟁 광주5·18유적지 226
 

저자 소개

저 : 이다빈
 
1996년 [현대경영] ‘한국현대시 30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 동화집 『모자선생님』으로 문예진흥기금을 받았으며, 시집 『문 하나 열면』(2016)을 출간했다. [한국문예신문] 발행인으로서 전 세계로 문학기행을 다녀와 『작가, 여행』(2018)을 써냈다.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냈고, 『소소여행:성남테마여행기』, ...
 

책 속으로

성냥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이 보여서 올라가 보았다. 인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야트막한 산은 소나무가 많아서 송림산 혹은 만수산이라 불렀다. 인천은 우물이 적고 수질이 나빠서 개항 이후 증가한 인구와 선박으로 물 확보가 절실했다. 일제는 수도국을 신설하고 이 산의 꼭대기에 노량진에서 끌어온 물을 저장하는 배수지를 만들었다. ‘수도국산’이라는 이름도 이곳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수지를 설치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조선인들은 이곳까지 찾아들었다.
--- p.21

다랑쉬굴 근처에서 무정세월을 떠도는 혼들의 흐느낌이 들리는 듯했다. 3월인데도 바람이 이렇게 매서운데 한겨울 동굴에 있던 사람들은 그 추위를 어찌 견뎌냈을지 상상하니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토벌대의 총부리에서는 벗어났겠지만 피란생활은 너무나 처절했을 것이다. 겨울철 한라산에는 살을 에는 추위만 있을 뿐 먹을 것이 어디 있었으랴. 종달새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도 동굴 속 사람들은 한라산 아래 대숲의 울음소리만 들었을 것이다.
--- p.100

산이 많고 평지가 별로 없는 부산은 산비탈을 따라 판잣집을 짓고 피란민촌을 형성했다. 일제강점기 때 불과 28만 명이었던 부산의 인구는 6·25전쟁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피란민들이 몰려들었다. 피란민들이 넘치자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묘지의 비석을 가져다 주춧돌로 삼고 그 위에 미군들의 보급품 상자를 떼어서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 p.144

시위대에 합류한 소설의 주인공 역시 내재된 인간의 파괴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극장을 부수다가 곧 의식의 혼란을 겪는다. 계엄군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자 발각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긴 밤을 극장에서 웅크린 채 지낸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혁명은 성공한 것이 아닐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이다.
--- p.184

동상을 만든 임옥상 화가는 전태일을 시장 사람들 속에 섞이게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태일 동상을 지나간다. 동상 주변 바닥에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동판 4천여 장이 깔려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글씨를 밟고 지나갔다. 임옥상 화가의 의도는 전태일을 일상에서 만나게 하고, 발길로 갈고 닦아서 빛나게 하는 것이었는데 전태일의 정신은 계승되고 있는 걸까.
--- p.194

5·18 최후의 항쟁지 전남도청으로 올라가보았다. 2층 창가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이곳에서 민주주의 불꽃을 애타게 기다렸을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붉은 오월은 떠나갔고 하늘은 푸르렀다. 벌써 40년이 흘렀다. 5·18 영령들은 광주를 떠나갔을까.
--- p.233
 

출판사 리뷰

70년 전에는 6.25전쟁이 일어났고, 60년 전에는 4.19혁명이 일어났다. 50년 전에는 노동운동에 획을 그었던 전태일 분신 항거가 일어났고, 40년 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10년 주기로 일어났다. 2020년 코로나로 또 한 번 대한민국이 크게 흔들렸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변혁기 모습을 잘 담아낸 소설 21편과 함께 5개 대도시의 어두운 역사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1장 「개항의 물결 따라 인천」에서는 개항장 주변의 동구 화평동, 만석동과 중구의 개항누리길을 걷는다.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고 인천항을 개항했다. 불평등조약으로 치외법권을 누렸던 외국인들과 대조적으로 조선인들은 일제의 수탈과 핍박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이어나갔다. 새로운 삶을 찾아 인천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화평동과 선상파시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북성포구에서 현덕의 「남생이」를 만나본다. 만석동에서는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지가 어떻게 변모되었고, 아직 쪽방촌에서 살 수밖에 없는 가난의 대물림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또한 강경애의 『인간문제』의 현장인 동일방직에서 인간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오정희의 「중국인거리」 속 풍경이 남아 있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양공주로 살아야만 했던 여성의 삶을 마주한다.

2장 「고립된 섬의 운명 제주」에서는 ‘4.3작가’로 알려진 현기영 작가의 소설 속 현장을 찾아간다. 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 일제는 일본 본토 주변의 섬들을 요새화하기 시작했고, 경제 수탈을 본격화했다. 해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던 제주 해녀들은 목숨을 걸고 항일투쟁을 했다. 『바람 타는 섬』에 등장하는 해녀들이 물질했던 곳을 찾아 제주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또한 「순이 삼촌」을 비롯한 3편의 소설과 함께 해방 후 미군정기에 일어난 제주4.3사건 유적지를 찾아서 고립된 섬의 운명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3장 「거친 삶의 파도 부산」에서는 김정한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간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횡포를 부리는 자들이 많았다. 승려 중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다. ‘낙동강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김정한 작가는 「사하촌」을 통해 친일 승려들을 고발했다. 「사하촌」의 배경지인 범어사와 부산의 젖줄 낙동강에서 삶의 터전을 이뤘던 사람들의 수난을 담은 「모래톱 이야기」의 배경지인 을숙도를 찾아가 변화된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더불어 「지옥변」에 나오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모습과 치열했던 피란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아미동을 찾아 부산의 속살을 만나본다.

4장 「격변의 도시, 서울」에서는 시대별 서울의 변화를 보여주며 도심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통해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고뇌를, 『천변풍경』에서는 서울 서민층의 생활상을 그려냈다. 박태원의 작품을 따라 종로와 청계천을 거닐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본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군정과 군사정권이 뒤를 이어 암울한 시대는 계속되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1960년 4.19혁명을 일으켰다. 박태순의 「무너진 극장」에서는 4.19 당시 대학생의 고뇌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의 실제 배경지인 옛 평화극장과 고대생 피습사건의 현장을 찾아 4.19가 우리 역사에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 되새겨본다.

한편 이호철의『서울은 만원이다』에서는 1960년대 급성장한 사회의 폐해를 보여준다. 소설의 중심무대인 사창가 ‘종삼’의 흔적이 있는 서울 중심가의 뒷골목으로 들어가 화려한 빌딩 뒤에 가려진 그늘을 마주하고, 1970년 분신을 통해 열악한 노동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전태일의 흔적까지 따라가 본다.『전태일 평전』을 써서 전태일을 세상에 알린 조영래 변호사의 이야기와 전태일이 분신까지 하며 지켜내려고 했던 노동자의 삶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동대문 평화시장 속에서 찾아본다.

5장 「어둠 속의 빛 광주」에서는 고려인마을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현장, 5.18광주민주화운동 유적지를 찾아가 민초들의 저항정신을 기려본다. 1905년에는 을사조약으로 조선이 일본의 손아귀에 놓이자 이에 반발한 의병은 연해주로 넘어가서 항일운동을 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통해 고려인의 삶을 반추해보며 광주에 자리잡고 있는 고려인마을을 찾아간다.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에서는 문순태의 『낮은 땅의 어머니』 의 주인공 조아라의 삶을 알아보면서 1929년에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흔적도 함께 찾아본다. 세월을 건너 뛰어 임철우의 『봄날』과 함께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그날의 흔적은 광주 곳곳에 남아 있다. 생생하게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을 따라 오월길에 있는 유적지를 돌아보며 광주의 참상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파도를 쳤는지 되새겨본다.

어둠 속 역사를 담아낸 21편의 소설과 함께 떠나는 이 여행기를 읽는 동안 독자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밀려가고 무너지고 연대해 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