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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전 세계, 왜 미국만 전속력으로 독주하는가?
인류 최고 복지국가 유럽, 이들은 왜 아시아에게 조차 자리를 내주는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 국내외 경제 전문가가
38가지 심층적 주제로 분석한
미국과 유럽의 정치 경제 현주소
유럽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되고 20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유럽은 미국과 함께 서구 사회의 양대 축으로 국제 질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글로벌 리더로서 유럽의 위상은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산업이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독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유럽은 이제 뒤쫓아 가기도 벅차다. 자본시장은 말할 것도 없이 ‘다윗과 골리앗’의 격차로 벌어졌다. 세계를 선도하는 ‘원톱’인 미국과 유럽의 기술·자본·인력의 수준은 천양지차로 보인다. 현재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유럽이 다른 대륙을 선도하는 분야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일본·인도·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있어서 독보적인 지구 최강의 국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된 이후에도 미국이 일본처럼 정체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괴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유럽이 미국에 이 정도의 큰 격차로 밀린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 이후 미국과 EU의 경제 규모는 엎치락뒤치락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자, 일시적으로 유럽이 더 앞서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렵 미국에 경제적 판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들고 나왔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ICT 혁명은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는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누가 유럽의 몫을 빼앗아갔을까? 이들의 존재는 다름 아닌 검은 머리 브레인, 아시아다.
인류 최고 복지국가 유럽, 이들은 왜 아시아에게 조차 자리를 내주는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 국내외 경제 전문가가
38가지 심층적 주제로 분석한
미국과 유럽의 정치 경제 현주소
유럽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되고 20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유럽은 미국과 함께 서구 사회의 양대 축으로 국제 질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글로벌 리더로서 유럽의 위상은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산업이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독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유럽은 이제 뒤쫓아 가기도 벅차다. 자본시장은 말할 것도 없이 ‘다윗과 골리앗’의 격차로 벌어졌다. 세계를 선도하는 ‘원톱’인 미국과 유럽의 기술·자본·인력의 수준은 천양지차로 보인다. 현재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유럽이 다른 대륙을 선도하는 분야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일본·인도·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있어서 독보적인 지구 최강의 국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된 이후에도 미국이 일본처럼 정체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괴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유럽이 미국에 이 정도의 큰 격차로 밀린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 이후 미국과 EU의 경제 규모는 엎치락뒤치락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자, 일시적으로 유럽이 더 앞서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렵 미국에 경제적 판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들고 나왔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ICT 혁명은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는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누가 유럽의 몫을 빼앗아갔을까? 이들의 존재는 다름 아닌 검은 머리 브레인, 아시아다.
목차
프롤로그-쇠락하는 ‘박물관 대륙’
1부 경제력
1. 미국은 어떻게 ‘괴물’같은 나라가 되었나
2. 유럽 5대국을 압도하는 미국 9대주
3. 미국 깡시골 수준으로 전락한 유럽 경제
4. 별장을 사들이는 미국인 vs. 푸드 트럭에 줄을 서는 유럽인
5. 유럽 넘버원 독일은 왜 ‘병자(病子)’로 전락했나
2부 산업
6. ICT 독식한 미국, 20세기보다 질주 속도 빨라졌다
7. 구글 검색시장 점유율,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다
8. 장인을 자랑하던 이탈리아, ‘규모의 경제’에 압도되다
9. 당신이 아는 유럽 기업의 이름을 이야기해 보세요
10. 미국 기업이 삼킨 스카이프와 딥마인드
3부 자본시장
11. 애플 한 종목으로 독일 증시 누르는 미국
12. 버핏이 유산의 90%를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
13. 미국을 떠받치는 막강한 달러 헤게모니
14. 증시로 크는 미국, 대출에 의존하는 유럽
〈기고〉 유럽과 미국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고찰 /월가의 전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4부 경제 체질
15.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465개를 날려버린 미국
16. “주 35시간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입법”
17. 한 달간의 휴가를 즐기는 유럽, 일은 누가 하나
18.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 영국의 샴페인 좌파
19. 미국 민주당과 유럽 중도좌파 정당은 어떻게 다른가
20. 공무원만 567만 명 프랑스, 행정 절차 하세월
〈인터뷰〉 스웨덴 경제학자가 진단한 유럽의 쇠락 원인 / 프레데릭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소장
5부 교육
21. 연 수입 7조원대 하버드대 VS. 나랏돈에 의지하는 유럽 대학
22. ‘무상교육’ 곳간에 쌀이 떨어지기 시작한 유럽
23. 유럽식 평등 교육 뒤에 감춰진 ‘귀족 교육’
24. 월가와 실리콘밸리에 몰리는 유럽 두뇌들
〈기고〉 자부심 강한 유럽 학생들의 이중 면모를 보다 / 장진욱 고려대 교수
6부 지정학
25. 브레그레트(Bregret) 탄식에 빠진 대영제국
26. 왜 영국은 브렉시트란 ‘자살골’을 넣었나
27. 이민자로 국력 키우는 미국 VS 난민 유입으로 분열중인 유럽
28.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부르카와 히잡
29. 에너지 넘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포로’ 유럽
30. ‘안보 무임승차 유럽’,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 미국
31. 중국이 두려운 유럽, 인도 앞에서도 작아지나
〈기고〉 40년 베테랑 외교관이 고찰한 미국과 유럽 /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7부 삶의 질
32. 활력 넘치는 미국을 따라잡기에 너무 노쇠한 유럽
33. 만인이 부러워하던 유럽식 복지, 점점 시시해진다
34. 이상기후 습격으로 뚜렷해지는 유럽의 ‘북고남저’
35. 극심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는 미국
36. 미국의 검은 두 그림자, 총기 사고와 마약 중독
36. 미국인의 짧은 수명, 과연 그들은 행복한가
38. 꼬리를 문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행렬
에필로그-거대한 미국의 힘
1부 경제력
1. 미국은 어떻게 ‘괴물’같은 나라가 되었나
2. 유럽 5대국을 압도하는 미국 9대주
3. 미국 깡시골 수준으로 전락한 유럽 경제
4. 별장을 사들이는 미국인 vs. 푸드 트럭에 줄을 서는 유럽인
5. 유럽 넘버원 독일은 왜 ‘병자(病子)’로 전락했나
2부 산업
6. ICT 독식한 미국, 20세기보다 질주 속도 빨라졌다
7. 구글 검색시장 점유율,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다
8. 장인을 자랑하던 이탈리아, ‘규모의 경제’에 압도되다
9. 당신이 아는 유럽 기업의 이름을 이야기해 보세요
10. 미국 기업이 삼킨 스카이프와 딥마인드
3부 자본시장
11. 애플 한 종목으로 독일 증시 누르는 미국
12. 버핏이 유산의 90%를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
13. 미국을 떠받치는 막강한 달러 헤게모니
14. 증시로 크는 미국, 대출에 의존하는 유럽
〈기고〉 유럽과 미국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고찰 /월가의 전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4부 경제 체질
15.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465개를 날려버린 미국
16. “주 35시간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입법”
17. 한 달간의 휴가를 즐기는 유럽, 일은 누가 하나
18.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 영국의 샴페인 좌파
19. 미국 민주당과 유럽 중도좌파 정당은 어떻게 다른가
20. 공무원만 567만 명 프랑스, 행정 절차 하세월
〈인터뷰〉 스웨덴 경제학자가 진단한 유럽의 쇠락 원인 / 프레데릭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소장
5부 교육
21. 연 수입 7조원대 하버드대 VS. 나랏돈에 의지하는 유럽 대학
22. ‘무상교육’ 곳간에 쌀이 떨어지기 시작한 유럽
23. 유럽식 평등 교육 뒤에 감춰진 ‘귀족 교육’
24. 월가와 실리콘밸리에 몰리는 유럽 두뇌들
〈기고〉 자부심 강한 유럽 학생들의 이중 면모를 보다 / 장진욱 고려대 교수
6부 지정학
25. 브레그레트(Bregret) 탄식에 빠진 대영제국
26. 왜 영국은 브렉시트란 ‘자살골’을 넣었나
27. 이민자로 국력 키우는 미국 VS 난민 유입으로 분열중인 유럽
28.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부르카와 히잡
29. 에너지 넘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포로’ 유럽
30. ‘안보 무임승차 유럽’,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 미국
31. 중국이 두려운 유럽, 인도 앞에서도 작아지나
〈기고〉 40년 베테랑 외교관이 고찰한 미국과 유럽 /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7부 삶의 질
32. 활력 넘치는 미국을 따라잡기에 너무 노쇠한 유럽
33. 만인이 부러워하던 유럽식 복지, 점점 시시해진다
34. 이상기후 습격으로 뚜렷해지는 유럽의 ‘북고남저’
35. 극심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는 미국
36. 미국의 검은 두 그림자, 총기 사고와 마약 중독
36. 미국인의 짧은 수명, 과연 그들은 행복한가
38. 꼬리를 문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행렬
에필로그-거대한 미국의 힘
책 속으로
유럽이 미국에 이 정도의 큰 격차로 밀린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를 통해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1980년 이후 미국과 EU(영국을 포함할 경우)의 경제 규모는 엎치락뒤치락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자, 일시적으로 유럽이 더 앞서나가기도 했다. 2008년은 영국을 포함한 EU GDP가 미국보다 4조 4818억 달러 더 많았다. 하지만 이 무렵 미국에서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들고 나왔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ICT 혁명은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 p.24
만약 캘리포니아라는 나라가 있다면 식민 모국이었던 영국을 뛰어넘은 강대국이 되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GDP로 미국 50주 가운데 1위(3조 5981억 달러)다. 이는 영국 GDP(3조 706억 달러)보다 크다. 이런 미국의 주와 유럽 국가들의 GDP 비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가 2023년에 펴낸 ‘만약 EU가 미국의 한 주라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자세히 실려 있다.
--- p.32
인플레이션 충격은 확실히 유럽에서 더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프랑스에서 예전보다 푸아그라를 덜 먹고 와인을 적게 마신다” 며 유럽 내 인플레이션의 여파에 대해 보도했다. 2022년 독일인은 1인당 52kg의 육류를 섭취했는데, 이는 1989년 조사 시작 이후 가 장 낮은 수준이다.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서는 유통기한이 끝나기 직전인 식료품을 반값에 파는 트럭에 교사·간호사들이 줄을 선다 는 것이 WSJ 같은 주요 외신이 전하는 유럽의 모습이다.
--- p.47
미국은 창의성을 존중해 인재를 키워낼 교육 시스템, 거대한 자본시장과 투자자 이익 보호를 중시하는 경제 체계, ‘달러’라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기축 통화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를 바탕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선점했고 이후로도 계속 독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판도는 수십 년이 지나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위상이 21세기 들어 오히려 더 높아진 커다란 배경이다.
--- p.63
그렇다면 왜 유럽은 변화에 굼뜨고 경제적으로 미국에 압도되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선 오래전부터 깔고 앉아 있는 자산이 가장 많은 대륙이다 보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부족하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장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할 때 서머스가 유럽을 가리켜 “한마디로 박물관이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이야기했다.
--- p.75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경제는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 같은 위기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3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이는 고용시장에는 다소 충격이 있었지만, 이들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 존 디어가 이 사례의 대표격이다. 1837년 창업한 존 디어는 현재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인력이 중요한데, 빅테크의 감원은 존 디어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용 유연성이 높아 쉽게 잘릴 수 있다는 건 유럽식 사고방식으로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존 디어 사례에서 보듯 인력 배치를 효율적으로 하고 새로운 산업 변화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p.94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23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국과 중동에서 탈달러화를 시도하는데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자 버핏 회장은 단칼에 자르듯 대답한다. “우리(달러)가 기축통화이고,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달러 종말론’을 무시하라고 했다.
--- p.114
유럽에서 여름에 긴 휴가를 보내는 건 확실히 삶의 질을 높인다. 프랑스인들은 여름 한 달 휴가를 위해 나머지 11개월을 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과거에 유럽이 떵떵거리고 잘 살 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여유였지만 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슬슬 짐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우파들은 “일을 너무 적게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p.151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대리티 주니어는 『이곳에서 평등으로: 21세기 흑인 미국인들을 위한 배상금』이라는 책에서 미국인들이 10조~12조 달러를 투입해 4000만 명의 흑인들에게 20만~25만 달러 수준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미국 내 백인과 흑인 사이의 자산 격차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현실성이 낮지만, 어떻게든 인종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역할은 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그와 연동된 인종 간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미국 통치 세력의 숙제가 되고 있다.
--- p.24
만약 캘리포니아라는 나라가 있다면 식민 모국이었던 영국을 뛰어넘은 강대국이 되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GDP로 미국 50주 가운데 1위(3조 5981억 달러)다. 이는 영국 GDP(3조 706억 달러)보다 크다. 이런 미국의 주와 유럽 국가들의 GDP 비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가 2023년에 펴낸 ‘만약 EU가 미국의 한 주라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자세히 실려 있다.
--- p.32
인플레이션 충격은 확실히 유럽에서 더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프랑스에서 예전보다 푸아그라를 덜 먹고 와인을 적게 마신다” 며 유럽 내 인플레이션의 여파에 대해 보도했다. 2022년 독일인은 1인당 52kg의 육류를 섭취했는데, 이는 1989년 조사 시작 이후 가 장 낮은 수준이다.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서는 유통기한이 끝나기 직전인 식료품을 반값에 파는 트럭에 교사·간호사들이 줄을 선다 는 것이 WSJ 같은 주요 외신이 전하는 유럽의 모습이다.
--- p.47
미국은 창의성을 존중해 인재를 키워낼 교육 시스템, 거대한 자본시장과 투자자 이익 보호를 중시하는 경제 체계, ‘달러’라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기축 통화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를 바탕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선점했고 이후로도 계속 독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판도는 수십 년이 지나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위상이 21세기 들어 오히려 더 높아진 커다란 배경이다.
--- p.63
그렇다면 왜 유럽은 변화에 굼뜨고 경제적으로 미국에 압도되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선 오래전부터 깔고 앉아 있는 자산이 가장 많은 대륙이다 보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부족하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장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할 때 서머스가 유럽을 가리켜 “한마디로 박물관이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이야기했다.
--- p.75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경제는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 같은 위기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3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이는 고용시장에는 다소 충격이 있었지만, 이들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 존 디어가 이 사례의 대표격이다. 1837년 창업한 존 디어는 현재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인력이 중요한데, 빅테크의 감원은 존 디어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용 유연성이 높아 쉽게 잘릴 수 있다는 건 유럽식 사고방식으로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존 디어 사례에서 보듯 인력 배치를 효율적으로 하고 새로운 산업 변화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p.94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23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국과 중동에서 탈달러화를 시도하는데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자 버핏 회장은 단칼에 자르듯 대답한다. “우리(달러)가 기축통화이고,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달러 종말론’을 무시하라고 했다.
--- p.114
유럽에서 여름에 긴 휴가를 보내는 건 확실히 삶의 질을 높인다. 프랑스인들은 여름 한 달 휴가를 위해 나머지 11개월을 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과거에 유럽이 떵떵거리고 잘 살 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여유였지만 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슬슬 짐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우파들은 “일을 너무 적게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p.151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대리티 주니어는 『이곳에서 평등으로: 21세기 흑인 미국인들을 위한 배상금』이라는 책에서 미국인들이 10조~12조 달러를 투입해 4000만 명의 흑인들에게 20만~25만 달러 수준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미국 내 백인과 흑인 사이의 자산 격차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현실성이 낮지만, 어떻게든 인종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역할은 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그와 연동된 인종 간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미국 통치 세력의 숙제가 되고 있다.
--- p.313
출판사 리뷰
다윗과 골리앗이 되어 버린 미국과 유럽의 초격차를 분석하다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수년의 거주와 현장 취재 경험을 살려 미국과 유럽의 면면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두 기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책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은 경제력과 산업, 자본시장과 경제 체질, 교육에서 지정학적 위치, 삶의 질까지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모든 분야를 꼼꼼히 다뤘다. 이 모든 것을 미국과 EU, 덧붙여 아시아까지 끌어들여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수치화해 한눈에 미국과 유럽의 극명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첫 번째 장인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EU의 GDP를 비교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큰 격차로 고전을 겪고 있는 현재 유럽의 경제적 현주소를 파악했다. 그리고 G7에서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했던 이들이 왜 점차 갈 길을 헤매며 서서히 힘을 잃고 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 고통의 실체를 살폈다. 미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독주와 유럽의 처량한 신세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시장’ 편에서는 왜 전 세계인들이 미국의 기업에 열광하며 워런 버핏마저 유산의 90%를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 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강력한 달러의 위력으로 인해 활발히 순환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유연성과 주식보다는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경제적 성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 정책을 비교 분석한다. 덧붙여 근로 시간이 세계 최저인 유럽의 근로 환경이 결국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재정 건전성, 현재의 여유로움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여건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또한 국가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요인이다. 왜 세계 유수의 브레인들이 무상교육의 유럽이 아닌, 한 해 억 단위의 교육비가 드는 미국으로 모여드는지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과연 유럽식 평등 교육이 ‘진정한 평등교육’인지에 대한 고찰도 심도 있게 들어간다. 현재 프랑스를 이끌어 가는 것은 평범한 교육을 받은 범(凡)자들이 아닌, 특별한 교육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역시 프랑스를 등지고 유학을 떠나는 곳이 미국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하나의 나라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경제적 체질' 또한 국가의 존속과 성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삼아 발돋움하는 미국의 저력에는 정부의 최소 개입으로 시장 원칙을 철저히 지켜 적자생존을 이뤄내려는 미국의 경제 원리와 고용 유연성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역동성이 있다.
이민자와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유럽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겪고 있는 현지인과의 갈등 또한 유럽의 성장을 막는 절대적인 방해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로 인해 미국을 유럽보다 우위의 나라로 선정해 놓으려는 심산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 또한 총기 사고와 마약, 극심한 빈부 격차로 삶의 질이 높지 않기 때문. 이는 경제 최강국의 안타까운 이면이다. 패스트트랙 위에서 질주하는 미국인들은 자국의 경제 성장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대국에 몰입하느라 국민의 삶은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미국인들의 발길이 유럽을 향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대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대한민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지시해줄 바로미터를 제시하다!
미국은 경제 대국, 유럽은 관광 대국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대국을 차지한 이 두 톱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선두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관광 대국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아름다운 에펠탑과 센강, 파리 시내의 오스만 스타일 건물의 고풍스러움에 감탄하지만, 그 아래의 하수구에 들끓는 쥐 떼들을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받아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기상 이변으로 40도를 웃도는 무더위, 지정학적 위치로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이 밀려들어 도심의 안전에도 위협을 받는 유럽은 더 이상 만인이 사랑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저자인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오랫동안 쌍두마차였던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갈라놓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식견, 관점, 경험을 풍성히 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4명의 국내외 전문가를 책 안으로 초청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를 이끄는 프레데릭 에릭손 소장, 미국에서 유학하고 유럽에서 교수를 지낸 장진욱 고려대 경영대 교수, 40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세계를 누빈 최종문 전 외교부 차관이 저술 취지에 공감하고 정성 들인 글을 직접 쓰거나 인터뷰에 응했다.
저자들의 관점은 쇠락하는 유럽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 왜 독보적으로 앞서가는가에 대한 원동력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미국은 거대한 자본시장의 위력, ICT를 선점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파괴력, 막강한 달러의 힘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과 군(軍)의 경쟁력 또한 따를 자가 없다.
미국에 대해선 사실 이미 알려진 것들이 많기에 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저자들이 모색한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다. 이유는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이제 갓 선진국 문턱에 턱걸이한 한국에는 타산지석보다는 반면교사가 보다 유용한 접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서는 경험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많지만 유럽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장하냐가 아닌, ‘어떻게’ 성장하냐의 문제
유럽을 오래 경험한 한국인들은 여러 예술 분야에 몸담은 이들이 많다. 유럽인들이 내세우는 평등과 연대의 가치에 이끌린 이들은 유럽식 가치가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를 갉아먹는다는 측면은 주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의 경제와 산업을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장단점을 냉정하게 저울질해 본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에서 유럽 내 경험을 다룬 대목은 손진석 편집장이 2017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이다. 홍 기자 역시 미국에서 단기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을 생생히 녹여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건 미국을 찬양하고 유럽을 폄하하자는 목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마약과 총기 사고가 넘치는 미국 사회의 병폐도 충분히 다뤘다. 미국이 넘버원 국가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미국인들이 행복한지에 대해 물음표도 던진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항로가 일방적으로 어떤 특정한 나라가 걷는 길과 같을 수 없겠지만 저자의 바람이라면 안개 속에 놓인 미래를 향해 우리가 방향을 잡을 때 이 책이 조그마한 나침반 기능을 수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성장은 ‘얼마나’를 따지는 지수적 성장이 아닌, ‘어떻게’를 모색하는 방향성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길도 아니고 유럽의 길도 아닌 우리에게 적합한 방향을 제시할 길을 찾는 여정이 이 책이 제시하는 바이자, 핵심이다. 이와 같은 주제로 광범위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 한국어 전작(前作)은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을 갖고자 한다면 반드시 강독해야 할 이유이다.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수년의 거주와 현장 취재 경험을 살려 미국과 유럽의 면면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두 기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책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은 경제력과 산업, 자본시장과 경제 체질, 교육에서 지정학적 위치, 삶의 질까지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모든 분야를 꼼꼼히 다뤘다. 이 모든 것을 미국과 EU, 덧붙여 아시아까지 끌어들여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수치화해 한눈에 미국과 유럽의 극명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첫 번째 장인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EU의 GDP를 비교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큰 격차로 고전을 겪고 있는 현재 유럽의 경제적 현주소를 파악했다. 그리고 G7에서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했던 이들이 왜 점차 갈 길을 헤매며 서서히 힘을 잃고 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 고통의 실체를 살폈다. 미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독주와 유럽의 처량한 신세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시장’ 편에서는 왜 전 세계인들이 미국의 기업에 열광하며 워런 버핏마저 유산의 90%를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 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강력한 달러의 위력으로 인해 활발히 순환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유연성과 주식보다는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경제적 성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 정책을 비교 분석한다. 덧붙여 근로 시간이 세계 최저인 유럽의 근로 환경이 결국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재정 건전성, 현재의 여유로움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여건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또한 국가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요인이다. 왜 세계 유수의 브레인들이 무상교육의 유럽이 아닌, 한 해 억 단위의 교육비가 드는 미국으로 모여드는지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과연 유럽식 평등 교육이 ‘진정한 평등교육’인지에 대한 고찰도 심도 있게 들어간다. 현재 프랑스를 이끌어 가는 것은 평범한 교육을 받은 범(凡)자들이 아닌, 특별한 교육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역시 프랑스를 등지고 유학을 떠나는 곳이 미국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하나의 나라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경제적 체질' 또한 국가의 존속과 성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삼아 발돋움하는 미국의 저력에는 정부의 최소 개입으로 시장 원칙을 철저히 지켜 적자생존을 이뤄내려는 미국의 경제 원리와 고용 유연성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역동성이 있다.
이민자와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유럽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겪고 있는 현지인과의 갈등 또한 유럽의 성장을 막는 절대적인 방해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로 인해 미국을 유럽보다 우위의 나라로 선정해 놓으려는 심산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 또한 총기 사고와 마약, 극심한 빈부 격차로 삶의 질이 높지 않기 때문. 이는 경제 최강국의 안타까운 이면이다. 패스트트랙 위에서 질주하는 미국인들은 자국의 경제 성장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대국에 몰입하느라 국민의 삶은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미국인들의 발길이 유럽을 향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대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대한민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지시해줄 바로미터를 제시하다!
미국은 경제 대국, 유럽은 관광 대국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대국을 차지한 이 두 톱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선두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관광 대국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아름다운 에펠탑과 센강, 파리 시내의 오스만 스타일 건물의 고풍스러움에 감탄하지만, 그 아래의 하수구에 들끓는 쥐 떼들을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받아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기상 이변으로 40도를 웃도는 무더위, 지정학적 위치로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이 밀려들어 도심의 안전에도 위협을 받는 유럽은 더 이상 만인이 사랑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저자인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오랫동안 쌍두마차였던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갈라놓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식견, 관점, 경험을 풍성히 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4명의 국내외 전문가를 책 안으로 초청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를 이끄는 프레데릭 에릭손 소장, 미국에서 유학하고 유럽에서 교수를 지낸 장진욱 고려대 경영대 교수, 40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세계를 누빈 최종문 전 외교부 차관이 저술 취지에 공감하고 정성 들인 글을 직접 쓰거나 인터뷰에 응했다.
저자들의 관점은 쇠락하는 유럽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 왜 독보적으로 앞서가는가에 대한 원동력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미국은 거대한 자본시장의 위력, ICT를 선점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파괴력, 막강한 달러의 힘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과 군(軍)의 경쟁력 또한 따를 자가 없다.
미국에 대해선 사실 이미 알려진 것들이 많기에 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저자들이 모색한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다. 이유는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이제 갓 선진국 문턱에 턱걸이한 한국에는 타산지석보다는 반면교사가 보다 유용한 접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서는 경험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많지만 유럽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장하냐가 아닌, ‘어떻게’ 성장하냐의 문제
유럽을 오래 경험한 한국인들은 여러 예술 분야에 몸담은 이들이 많다. 유럽인들이 내세우는 평등과 연대의 가치에 이끌린 이들은 유럽식 가치가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를 갉아먹는다는 측면은 주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의 경제와 산업을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장단점을 냉정하게 저울질해 본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에서 유럽 내 경험을 다룬 대목은 손진석 편집장이 2017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이다. 홍 기자 역시 미국에서 단기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을 생생히 녹여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건 미국을 찬양하고 유럽을 폄하하자는 목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마약과 총기 사고가 넘치는 미국 사회의 병폐도 충분히 다뤘다. 미국이 넘버원 국가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미국인들이 행복한지에 대해 물음표도 던진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항로가 일방적으로 어떤 특정한 나라가 걷는 길과 같을 수 없겠지만 저자의 바람이라면 안개 속에 놓인 미래를 향해 우리가 방향을 잡을 때 이 책이 조그마한 나침반 기능을 수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성장은 ‘얼마나’를 따지는 지수적 성장이 아닌, ‘어떻게’를 모색하는 방향성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길도 아니고 유럽의 길도 아닌 우리에게 적합한 방향을 제시할 길을 찾는 여정이 이 책이 제시하는 바이자, 핵심이다. 이와 같은 주제로 광범위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 한국어 전작(前作)은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을 갖고자 한다면 반드시 강독해야 할 이유이다.
'30.자본.경제.기업. (독서>책소개) > 5.경제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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